죽음과 즐거운 여자 - 엘리스 피터스 - 4편 (4/23)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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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즐거운 여자 - 엘리스 피터스 - 4편 (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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돔으로서는 그녀를 미인이라고 생각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니까." "그게 이상해요.
대단한 미인이라는 평판이 자자하잖아요.
더구나 당신도 그런 말을 했고." 밴디가 계속해서 도미니크의 수상한 태도에 의문을 늘어놓으려 했을 적에 머리맡의 전화가 울렸다. "쳇! 성가시게!" 조지는 잠이 말끔히 달아나, 윗몸을 일으켜 수화기를 들었다. "이 시각에 무슨 일이오?" 저쪽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곧 베니 블록사이드 영감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았다. "펠스 씨이십니까? 당신에게 전화를 드리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지 망설였습니다만, 당신이 가장 가까운 곳에 사시고, 또 오늘 저녁에 이곳에 오신 일도 있고 해서요.
그리고 저도 당신과 안면이 있는 터라 이렇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 실은 엄청난 사고가 일어나서요.
보스인 아마이저 씨가 영 돌아오시지 않아서 조금 전 -- 11시 반경까지도 거기에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만, 캘버리가 걱정이 된다며 -- 귀찮게 굴면 안된다는 보스의 말을 거슬리더라도 가보자고 해서 -- " "도대체 무슨 일이오? 간단히 말해요, 간단히." 조지는 슬리퍼를 발 끝에 걸치며 재촉했다. "나는 지금 비번이지만, 일이 있다면 달려갈 수도 있으니 긴 말 집어치우고 요점만 말해요." "보스가 죽었습니다." 베니가 요점만 말했다. "그 별채에서 혼자, 돌처럼 차갑게 쓰러져 죽어 있는 겁니다.
주변은 온통 피바다고." 제 3 장 거의 투우장만한 넓이의 모랫빛 바닥 한복판에 아마이저는 결정적인 현실과 마주하고 있었다.
양눈은 신형 플래시처럼 부릅뜨고, 손발은 이리저리 뒤틀린 채, 오른쪽 뺨을 모자이크 바닥에 갖다댄 상태로 엎어져 있었다.
허리를 구부려 자세히 보니 햇볕에 타고 탱탱한 그의 옆얼굴에는 상처 하나 없었지만, 살갗이노출된 뒤통수는 움푹 패어 있었고, 그 벌어진 구멍에서 피가 뿜어져 나와 바닥 위에 고인 피바다의 면적을 서서히 넓혀 가고 있었다.
그 피 웅덩이는 붉은 피와 거의 투명한 샴페인이 섞이면서 핑크색의 긴 종려나무 잎과도 같은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
그의 머리와 어깨 주변에는 피와 샴페인이 2~3피트 거리까지 튀기는 했지만, 시체의 등뒤로부터 피가 튄 사이를 살펴서 간신히 가까이 갈 수는 있었다.
또한, 범인이 피해자를 덮친 것도 그 위치가 틀림없을 것이라고 조지는 추측했다.
아마이저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는 적은 그가 누구든지간에 정면으로 그에게 덤벼들 생각은 갖지 않을 것이다.
커다란 샴페인 병의 병목은 으깨진 뒤통수 바로 곁의 피웅덩이 속에 떨어져 있었고, 불룩한 양어깨 위에는 유리 파편이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병의 나머지 부분은 2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다.
마지막으로 깨어졌을 적에 마룻바닥에 떨어지며 굴렀는지 가는 핏자국이 점점이 거기까지 이어져 있었다.
하여튼 사고사인지, 자살인지, 또는 타살인지를 가리는 상투적인 논란은 하나마나여서, 그런 수고는 생략할 수가 있겠다고 조지는 무거운 마음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웬지 모르게 아마이저에게 썩 어울리는 죽음이라는 점에서도 아무도 이의를 내세울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머리를 스쳤다.
조지는 집을 나서기 전에 코마번 경찰서로 전화를 걸어두기는 했었지만, 현장을 대충 조사해 본 다음 다시 전화를 하고, 경찰차가 도착하기까지 아무도 댄스 홀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여간 15분 가량은 현장에 혼자 있고 싶었다.
아마이저의 악마적인 에너지가 갑자기 지상으로부터 사라졌다는 너무나 뜻밖의 사실에 의한 충격으로 그저 망연자실하여, 잠시 동안은 생각을 가다듬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널찍하기만 한 플로어 위의 검붉은 피의 웅덩이 속에 있는 시체는 유리창 위에서 파리채를 맞은 파리 한 마리를 연상시켰다.
그는 튀긴 핏자국을 조심스럽게 피하면서 뒤로 물러나와 홀 안을 둘러보았다.
실내의 광경은 전혀 실감이 나지 않아, 어쩐지 음산한 탐정극의 무대장치를 보는 기분이었다.
이 방은 옛날에는 안채와 연결되었었고, 건물의 구조는 품위 있고 장대한 것이어서 아마이저가 사들이기 전에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치밀어 올라간 지붕이 참으로 아름다웠었다.
그런데 아마이저는 그것을 말끔히 뜯어고치고 말았다.
그는 대들보며 기둥이며 서까래까지 모두 황금으로 도장하고, 추녀도 번쩍번쩍 광이 나는 흰 페인트로 칠을 하고, 천장의 대들보 한가운데에는 거미줄 같은 네 개의 현대식 샹들리에를 매달아 놓았다.
그 반사광은 실로 무자비할 정도로 밝고 휘황찬란했다.
그는 벽을 따라 그 위쪽에 복도를 두르고, 한쪽 끝으로는 악단의 연주석과, 다른쪽 모퉁이에는 유리와 크롬으로 술좌석을 만들고, 한 쌍의 계단이 댄스 플로어에서는 어울리지도 않는 바로크 양식의 나선형을 그리며 연결되도록 해놓았다.
그 복도 아래쪽 벽으로는 좌석을 배치한 반원형 장식대가 늘어서 있는데, 그 장식대 하나하나에는 댄서의 석고상이 놓여 있었다.
이러한 치장을 구태여 명칭을 붙여 말하자면 제왕 양식이라고나 할까......복도에는 난간으로 둘러싼 좌석이 마련되어 있는데, 각기 작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그 뒤쪽의 벽에는 흑백의 거울이 모자이크식으로 구성되어, 여기에 발을 들여놓는 손님들은 눈이 휘둥그래질 것이 틀림없다.
불쌍한 레슬리 아마이저......그는 소박하지만 널찍한 아틀리에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밖의 설비는 그냥 그렇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 새로이 단장된 공간 속에서 눈에 띄게 헝클어진 것이 시체를 제외하고 둘 있었다.
하나는 입구의 오른쪽 벽을 파고 만든 장식대 위에 놓여 있었던 작은 석고상으로, 아래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왜 떨어졌는지 까닭은 알 수가 없었다.
아마이저가 쓰러져 있는 곳에서는 5미터나 떨어져 있었고, 흰 파편 외에는 격투의 흔적은 고사하고 발자국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또 하나는 웬지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을 비웃는 듯했다.
누군가가 -- 아마도 아마이저 자신이었을 테지만 -- 복도의 술좌석에서 샴페인 잔을 둘 들고 와, 나선계단 위의 황금으로 도장된 연주대 가까이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 그걸 놓은 것이다.
분명히 그는 위험을 예상치 못했었던 모양이다.
그는 여기에서도 축하 기분에 들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샴페인의 병마개는 끝내 따지 못하고 말았다.
조지는 수제화를 신은 아마이저의 발에서 계단 아래까지의 몇 미터를 생각에 잠기며 천천히 걸었다.
바닥의 광택 위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깨어진 커다란 샴페인 병을 바라보았다.
그것이 아마이저를 살해한 흉기가 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코르크 마개에 입힌 금박에는 피가 묻어 있었고, 병 아래 부분 깨진 밑동에 붙어 있는 그의 머리칼과 피부는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육안으로도 볼 수가 있었다.
조지는 새삼스럽게 댄스 홀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서, 가운데 마당으로 나가 초조하게 서성거리는 세 남자를 만났다. "당신들 중에서 처음으로 아마이저의 시체를 발견한 건 누구요?" "클레이턴과 제가 함께 들어갔었습니다." 캘버리가 말했다.
아마이저가 이 업소의 관리직원으로 고른 이들 세 사람은 전체적으로 어딘가 닮은 데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조지는 그제야 그 이유를 알았다.
그들은 모두가 아마이저를 닮았던 것이다.
아마이저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자기와 비슷한 유형의 인간을 골랐다는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극히 이치에 맞는 방식이었다.
이 캘버리라는 남자는 꽤나 젊고 약간 뚱뚱한 편이지만, 살이 단단한 것이 막 은퇴한 럭비 선수를 연상시켰다.
짤막한 콧수염을 기르고, 자신에 차 있으며, 굳건한 느낌을 풍긴다.
하지만 지금은 별로 의기양양한 상태는 아닌 모양이었다.
애교스러웠던 얼굴은 창백하고 굳어 있었으며, 이해타산에 빨랐던 눈은 이제 재난을 향해, 그것이 일신상의 문제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으로 차 있었다.
그리고 동료와 손을 잡아 재난과 타협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이저의 측근으로 생활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금세 경계심이 발동하는 모양이다. "그게 몇 시였소?" 그들은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한시바삐 아마이저를 업소에서 돌아가게 하여, 그날의 일과를 끝내기 위한 마음에서 그들은 한 시간 가량을 내내 손목시계에서 눈을 떼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12시 4분인가 5분쯤이었습니다." 캘버리가 혀로 입술을 축이고 말했다.
시간은 아직 1시를 넘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12시까지 기다리기로 했었습니다 -- 그래서 보스의 시체를 발견한 시간을 확실히 알 수가 있지요.
우리는 상점이 끝나고 나서 계속 보스를 기다렸습니다 -- 방해하지 말라는 엄명 때문에요.
하지만 11시 반이 지나자 웬지 걱정이 되어, 12시까지 기다리다가 아무런 기척이 없으면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12시가 되자 스낵 바를 나와 곧장 이리로 왔지요." "전등은 모두 지금처럼 켜져 있었소? 아무것도 손댄 건 없지요? 입구의 문은 닫혀 있었소?" "닫혀 있었습니다." 클레이턴은 몸에 착 달라붙는 운전사 제복 윗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
마르기는 했지만 강인한 몸매인데, 젊었는지 늙었는지 얼핏 분간이 가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마도 35세 전후일 것이나, 보기에 따라서는 60세 가량으로도 보일 만했다.
억센 모랫빛 머리를 좁은 이마로부터 곧장 뒤로 넘겼는데, 이지적인 날카로운 눈은 깜박거리지도 않은 채 똑바로 조지를 바라보고 있었고, 눈부신 전등 불빛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가 먼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예, 전등은 켜져 있었습니다.
우리는 보스의 시체를 본 뒤 아무데도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보스의 곁에 가서 죽은 걸 확인만 했지요.
그리고는 안채로 달려가서 베니 영감에게 경찰에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고, 캘버리가 문 곁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마이저 씨가 이리로 온 뒤 누가 그를 만났소?" 조지는 두 사람 뒤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영감을 바라보았다. "아뇨.
내가 아는 한 상점에서 여기에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보스도 냉장고에서 샴페인을 들고 간 이후 한 번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나는 보스가 옆문으로 나가는 것을 바래다 드렸지요.
그리고는 곧바로 당신이 살롱 바에서 홀로 나오셨습니다." "그는 누구에겐가 댄스 홀을 보여줄 생각이었던 모양인데, 그가 누군지 짚이는 데가 없소? 보스와 함께 나갔다던가 하는?" "보스가 나갈 때 아무도 함께 가지 않았습니다." "방해하지 말라고 다짐을 했다면서?" "예 -- " 베니는 약간 망설였다. "아마이저 씨는 만사에 다짐을 받는 버릇이 있어서 그때는 별로 이상하게 생각지 않았지요." "하지만 좀 흥미가 있는 이야기로군.
그가 한 말을 정확히 기억하시오? 어디 그대로 옮겨 봐요." "예.
내가 보스에게, '클레이턴이 차를 대기시켜 놓고 있습니다만.' 하고 말씀드렸더니, '그럼, 내 일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게 -- 비록 12시가 되더라도 말이야.
이제 젊은 친구에게 댄스 홀을 보여줄 참이야.
돈과 기업적인 재능만 가지고 그 별채를 얼마나 훌륭한 것으로 바꿀 수 있는가를 보면 그 녀석은 아주 기뻐할 테지.
아무도 우리를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 되네.
일이 끝나면 곧 돌아올 테니까, 그때까지 절대로 부르러 오지 말도록.' -- 그렇게 말하고 나갔던 겁니다." "화가 난 말투는 아닙디까?" 다른 사람이라면 그런 걸 물어볼 일도 아니었지만, 아마이저는 평상시에 부하나 친구에게까지 곧잘 화를 내는 버릇이 있었던 것이다. "아뇨.
아주 기분이 좋으셨습니다.
당신도 초저녁에 보셨듯이 말입니다." "그가 그 친구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는 건 좀 이상한 일이군." "그분만큼 돈이 많으면 어떤 이상한 짓을 해도 할 수 없지요." 클레이턴이 단조롭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여간 댄스 홀을 구경시킨다는 말씀을 할 때의 보스는 희색이 만면해 있었습니다." 베니가 말했다. "누군가가 그 상대의 얼굴을 보았을 텐데......이곳 종업원 모두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여기에서 숙식을 하는 사람 외에는 모두 돌아갔겠지?" 시체를 의사에게 인계하고 나면 우선 착수해야 할 일이 그것이 될 것이다. "베니 이외에 여기에서 기거하는 보이는 있소?" "둘 있습니다." 캘버리가 대답했다. "그리고 하녀가 둘.
모두 방에 있습니다.
도움이 될 만한 게 없긴 하겠지만, 일단 조사를 하실 것 같아 모두 방에 있으라고 일러두었습니다." "좋소.
가능한 한 속히 끝내겠소." 그때 조지는 도로에서 이쪽으로 가까이 오는 차소리를 들었다. "경찰차로군.
베니, 달려가서 정문의 불을 켜 주시오.
그리고 당신들 세 분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저쪽 집에서 기다리시오." 그들은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물러갔다.
긴장했던 신경이 풀리면서 그들의 첫발은 거의 비틀거리는 걸음걸이였다.
이윽고 구급차가 뒤뚱거리며 가운데 마당으로 들어왔는데, 데이켓 총경의 차가 조바심을 내며 구급차를 밀어붙이듯 그 뒤를 따랐다.
이렇게 해서 군 경찰의 범죄수사과 전원이 앨프리드 아마이저 살해사건으로 몰려와서 수사에 착수하기에 이르렀다.
범죄수사과의 주임이 새벽 1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직접 진두지휘를 하게 된 것은 피해자 생전의 강압적인 권력의 영향이었다.
아마도 경찰서장이라도 살해되지 않는 한, 그가 이보다 더 긴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밤이슬을 대비해서 두터운 코트를 입은 그는 시체 위에 허리를 구부리고서, 다시는 동업자간의 합병이나 배반을 꾀할 수 없게 된 변형된 머리를 들여다보았다. "이거 큰일이 벌어졌는걸.
솔직히 말해서, 전화로 자네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자네 머리가 어떻게 된 줄 알았지."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될 뻔했답니다.
하지만 이건 잘못 판단할 여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조지가 말했다.
이 피해자만큼 타살이 명확한 경우도 드물었다.
데이켓 총경은 시체와 흉기 및 주변의 상황을 대충 살펴보고는 별다른 의견 없이 의사가 피해자의 일그러진 뒤통수를 신중한 동작으로 조사하는 것을 기다렸다.
그리고 코트깃 사이로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무뚝뚝하게 물었다. "몇 번이나 후려갈겼지?" "아직 확실치는 않습니다만, 적어도 여섯 번이나 일곱 번은 타격을 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이미 죽었는데도 계속 내리친 것 같습니다." 그 의사는 군의관 출신으로 아직 젊으며, 티크 재(材) 나무처럼 다부지고, 또한 자기의 일을 사랑했다.
즉, 도취된 듯 애정을 갖고 앨프리드 아마이저의 시체를 이리저리 만지고 살펴보는 것이다.
아마이저는 생전에 이만큼 정성어린 애무를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을 것이다.
데이켓이 말했다. "뇌졸증이라도 일으키지 않는 한 이 양반은 절대 죽지 않을 걸로 생각했는데......죽은 지 얼마나 됐지?" "늦어도 11시 반, 그보다 좀 일찍 죽은 것으로 보아도 무방할 겁니다.
어차피 나중에 좀더 정확한 시각을 보고드리겠습니다만, 대충 10시 15분에서 11시 반 사이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타박상 중 대부분은 그가 여기에 쓰러진 뒤에 가해진 것입니다만, 그때는 이미 심장이 움직임을 멈추었을 겁니다." "요컨대 최초의 일격으로 즉사했다는 거군.
그런데도 범인은 피해자가 되살아나지 못하도록 미친 듯 머리를 짓이겼다--?" "아니, 미친 듯 내리친 게 아닙니다.
이렇게 정확히 집중적으로 타격을 가한걸요.
하나도 목표점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자비하다고는 말할 수 있겠지요 -- 필요가 없는데도 게속 짓이겼으니까." "으음, 병이 깨질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는 이야기군.
병이 좀더 빨리 깨지지 않은 것도 이상하지만, 유리라는 것은 흔히 묘한 재주를 부리거든.
조지, 피해자가 머리를 얻어맞고서 살해된 것이 확실하니까 그것만은 발표해도 무방하겠으나, 기타 상세한 사항은 잠시 덮어두기로 하세.
보도진에 대한 발표는 내가 맡지.
그리고 시체를 발견한 친구들에게는 입을 다물라고 일러 두게.
수사에 진전이 있기 전까지는 쓸데없는 소문은 바람직하지 못하니까." "그러지요.
그 친구들도 자기들 신상에 직결되는 사건이라 재미로 떠들고 다니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저 부서진 석고상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데이켓은 그리로 가까이 가서 눈을 찌푸리고 한참 지켜보고 나서, 옆에 있는 장식대에서 다른 석고상을 집어들었다.
탱고를 추고 있는 남녀의 상이었다.
그는 그것이 너무나 가벼운 데 놀라며 거꾸로 해서 텅 빈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다른 실내장식처럼 이것도 겉만 번지르르하군." 그는 그것을 제자리에 놓고서 시험삼아 아래쪽을 건드려 보았지만, 그것은 가볍기는 해도 밑이 펑퍼짐해서 움직이지 않았다. "바로 옆의 벽에 몸통을 부딪친다고 해도 떨어질 것 같지 않은걸.
직접 손을 대지 않고서는 떨어질 리가 없겠어.
그리고 뭔가를 집어던진 흔적도 없고.
겉면의 칠이 전혀 벗겨진 데가 없거든.
그리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떨어진 것이라면 벽에서 약간 떨어져서 깨져야 하는데 수직으로 벽 쪽에 바짝 붙어서 깨진 것도 이치에 안 맞는다면 안 맞는 것 같고.
하여간, 로더, 이것도 기록에 남겨두게.
표면이 거칠어서 지문을 채취할 가망이 별로 없지만, 존슨에게 맡겨 보기로 하지." 그 말에 로더 사진사는 아마이저의 시체 옆을 돌아가며 순순히 따르겠다는 뜻의 말을 하고는 사진을 찍어댔다. "그리고 저쪽의 샴페인 잔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지가 말했다. "응, 아까 보았네.
저기에 남아 있는 지문이 누구의 것인지는 자네도 짐작이 갈걸.
그걸 물에 닦은 하녀와 피해자 이외의 지문이 나온다면 기적일 수밖에.
아무튼 조사해 보세.
존슨, 문이나 그밖에 손이 닿을 만한 물건은 모두 조사해야 하네.
물론 계단의 난간과 거기에 흩어진 병 조각도." 데이켓은 발끝으로 병 조각을 가리켰다. "그의 장사 밑천이 그를 배반했군." "그 병목을 쥐고 피해자를 내리친 놈은 튀긴 피를 맞았을 것이 분명합니다." 조지가 말했다. "저 병은 코르크 마개까지 피가 묻어 있으니까 말입니다.
따라서 범인의 구두나 바지에는 비록 양은 적더라도 정밀히 검사해 보면 상당한 핏자국이 묻어 있을 겁니다.
그리고 범인은 이쪽에 서서, 피웅덩이로 발을 들여놓지 않으려고 세심한 주의를 한 것 같습니다.
바닥에 발자국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보아." "그럴 것 같군." 데이켓은 불만스럽게 몸을 추스리고는 말을 이었다. "그러면 자네가 알아낸 것을 모두 이야기해 주게." 조지는 그날 밤 우연히 베니 영감을 만난 것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끝에 가서야 데이켓이 질문을 했다. "그래, 나머지 두 사람은 어떤가? 10시 이후의 행동에 관해서 어떻게 설명하던가?" "제가 이 술집을 나온 것은 10시 5~6분경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때 클레이턴은 차 안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의 이야기에 의하면 아마이저가 여간해서 돌아올 기색이 없자, 20분 가량 뒤에 차를 주차장에 옮기고, 문닫을 시간까지 바에서 맥주를 1파인트 가량 마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10시 반에서 11시 가까이까지 차 둘레를 서성거리며 기다렸는데 보스가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에 캘버리가 자기 방에 들어와 기다리라고 권하는 바람에 그는 그때부터 캘버리 부부와 함께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 점에서 세 사람의 증언은 일치합니다.
그리고 베니 영감은 다른 보이들과 함께 여기저기 바에서 뒤치다꺼리를 하면서, 아마이저가 돌아오면 곧 클레이턴에게 알리려고 문 쪽을 두리번거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11시 반이 지나자, 칼버리와 클레이턴은 가볼 것인지 더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어찌해야 좋을지를 몰랐다는군요.
그들은 늘 아마이저의 명령에 따라 행동할 뿐, 좀 신경이 쓰인다고 해서 멋대로 행동을 했다가는 호되게 야단맞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래저래 잔소리를 들을 각오를 해야 했는데 -- 문제는 단지 아마이저가 방해받고 싶지 않을 때 얼굴을 내미느냐, 아니면 명령을 어기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마이저가 참을 만할 때 가보느냐로, 즉 어느 쪽이 덜 꾸지람을 듣느냐가 문제였던 거지요.
다시 말해서 그들은 아마이저 자신의 신상을 걱정한 것이 아니고, 그에게 매달린 자신들의 처지를 걱정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쨌든 12시까지 기다려 보아, 그래도 보스가 돌아오지 않으면 가보기로 합의를 하고서, 결국 12시가 조금 지나 이곳에 와서는 아마이저가 이런 꼴이 된 것을 발견한 겁니다.
그들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치지 않은 시간은 대충 10시 반에서 11시 사이인데, 그 동안 캘버리의 알리바이에 관해서는 상점의 다른 사람들이 입증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클레이턴이 밖에서 서성거렸다는 것은 아무도 본 사람이 없을지 모르지만......저는 다른 사람들을 모두 만나볼 틈이 없어 아직 그 점을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만, 그들에게 모두 저기에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일러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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