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즐거운 여자 - 엘리스 피터스 - 6편 (6/23)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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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즐거운 여자 - 엘리스 피터스 - 6편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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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시계를 정확히 본 것은 아니지만 대충 그 시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아마이저 씨는 우리에게 돌아와서 손님과 만나야 할 일이 있으니 15분 가량만 기다려 달라고 했어요." "그것뿐이었나요? 그 손님의 이름이라든가, 그에 대한 신원 같은 건 말하지 않던가요?" "아뇨.
그냥 그렇게만 말했어요.
그리고 아마이저 씨가 가버리고 나서 비서인 루스 해밀턴 양이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런던의 동생이 15분 전 11시에 전화를 걸어 오기로 되어 있다면서요.
그래서 그녀를 차로 데리고 온 셸레이 씨도 그녀를 집까지 태워다 주기 위해 자리를 뜨고, 전 혼자가 되어버렸답니다.
저는 처음에는 아마이저 씨를 기다릴 생각이었지만, 결국엔 도중에서 돌아와 버리고 말았어요.
피로해서 빨리 집에 돌아와 쉬고 싶기만 했거든요.
그곳을 나온 것은 아마 10시 15분쯤이었을 거예요 -- 누군가 다른 분도 기억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제 차는 사람들 눈에 잘 띄니까요." 키티는 얼굴에는 물론, 말에도 조금도 비웃는 투를 섞지 않고 말했다. "제가 차를 몰고 나가는 것을 누군가는 보았을 게 틀림없다고 생각해요." 그건 사실이었다.
클레이턴이 가게 앞에 세워두었던 보스의 벤틀리 속에서 투덜거리고 있었을 때, 그녀가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와 곧장 코마번 쪽으로 달려가는 것을 목격했던 것이다.
그는 상당한 자동차광이었지만, 커먼 기어보다는 그녀의 모습에 눈길을 빼앗겼던 터였다. "그렇다면 10시 반이 지나 집에 돌아왔겠군요?" "10시 반은 넘지 않았을 거예요.
주차시키는 시간을 계산에 넣어도 10분 정도밖에 시간이 걸리지 않으니까요......어머, 나 좀 봐!" 키티는 다급하게 손바닥을 입에 가져갔다. "이런 것까지 댁에게 말하다니......" "괜찮습니다.
연필과 딱지는 갖고 오지 않았으니까." 조지는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상대방을 웃기는 그런 순간에도 어딘지 어둡고 축축한 그림자를 지니고 있었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그녀는 고인과 관련된 자기의 입장을 자세한 점까지 정확히 진술하고 있다 -- 어디 하나 흐트러진 구석이 없다.
충격은 받았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극히 자연스럽게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장난스러운 말투나 미소의 그늘진 그림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노리스 양, 아가씨의 개인적인 문제에 관해서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그런 건 사건과 관계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우리의 앞으로의 수사전개에 크게 도움이 될 수도 있기에." "네, 그러시지요.
하지만 우리 집 사업이라면 전 거의 아는 게 없으니 대답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아가씨의 아버님은 아가씨가 어릴 때 작고하셨는데, 그때 유산을 신탁에 맡겼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가씨가 성년이 되면 그 신탁이 풀리기로 되어 있는 것 아닙니까?" "아, 그런 일이라면 대답할 수 있어요." 그녀는 가벼운 놀라움을 얼굴에 나타내며 말했다. "말씀하신 대로예요.
저는 이제 유산을 자유롭게 쓸 수가 있어요.
아무의 허락도 필요없게 되었으니까.
거기에는 손 하나 대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법률적으로는 그렇답니다." "그렇다면 만일 아마이저 회사와 노리스 회사 간의 합병문제가 논의될 경우, 거기에 대처하는 권한은 전적으로 아가씨에게 달려 있게 되는군요." "맞습니다." 그녀가 대답했다.
침착한 말투로 보아, 그녀가 다음 질문사항까지 짐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아마이저 씨는 실제로 두 기업체의 합병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상당히 오래 전부터 적극적으로 추진을 했었지요.
우리 회사 사람들은 거기에 대해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이저 씨는 그 열의가 대단했어요.
이번 사건이 없었다면 아마도 보다 강력한 수단을 썼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아무런 구체적인 진전이 없었으니까, 다시는 이 문제가 거론되지는 않겠지요." "아가씨는 어떻게 할 생각이었습니까?" "저는 뭘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그런 문제로 골치를 썩는 것을 피하기 위해 멀리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었어요.
저 자신은 내심 회사를 아마이저 씨에게 맡기고 깨끗이 인연을 끊고도 싶었지만, 회사에는 여러 사람이 일하고 있으므로 그렇게 할 수도 없는 일이었지요.
회사는 저보다도 그 사람들을 위하여 더 중요한 것이니까요.
저 이외의 여러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일을 제 마음대로 처분한다는 것은 안될 일이잖아요.
레이 셸레이만 설득할 수 있다면, 회사를 그 사람들에게 넘겨 주고 싶은 생각도 굴뚝 같았답니다." 조지는 세찬 조수에 휩쓸려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떠밀려, 그 걷잡을 수 없는 물결에 실려서 진실의 바다 쪽으로 운반되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스스로는 진로를 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마 그녀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타고난 경쾌하고 구김살없는 처신으로 소용돌이치는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헤엄치고 있었다.
그녀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그것을 그가 솔직하게 받아들여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질문을 계속해야 했다 -- 그녀를 혼란에 몰아넣기만 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는 있었지만 말이다.
그는 다시금 굳은 대지를 꽉 딛고 일어서는 기분으로 말했다. "하지만 두 회사를 합병한다는 계획은 근래에 시작된 것은 아니잖습니까? 지나치게 세부적인 내막까지 물어보는 것 같습니다만, 아마이저 씨는 훨씬 전부터 그런 계획을 갖고 있으면서 그것을 또 다른 방법 -- 즉, 두 가족 사이에 혈연관계를 이룩하는 것 -- 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려 한 것으로 아는데요." "그래요.
레슬리를 저와 결혼시키려고 했었지요." 그녀가 너무나 쉽게 대답을 했기에 조지는 거창하게 이야기를 끄집어낸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녀는 빈 유리잔 너머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붉은기가 감도는 자색 빌로드 같은 커다란 눈동자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마주보았다.
그 깊은 안쪽 유리의 성 속에 그녀의 모습이 아련히 보였지만, 그것은 손이 미치지 않는 거리였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마이저 씨 혼자의 생각이지 우리의 생각은 아니었어요.
그런 일은 남이 강요할 수 없는 거잖아요.
아마이저 씨도 그것을 뼈저리게 깨달았을 거예요.
아무튼 저와 레슬리는 정식으로 혼약을 맺은 일조차 없었어요." 잠시 침묵이 있었다.
그를 바라보고 있는 키티의 볼이 조금 창백해 보였다.
조지는 또 한 가지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었지만 그것을 마음에 접어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을 고하고 문 쪽으로 갔다.
그리고 문득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생각이 났다는 듯이 뒤를 바라보고 물었다. "아, 참......아가씨는 아마이저 씨의 유언장 내용을 알고 있습니까?" "아뇨.
뭐 특별한 --?" 그녀는 짧게 반문하며,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보았다.
빌로드 같은 눈동자가 크게 부풀며 뜨거운 시선이 그의 얼굴에 와 닿았다.
그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희망의 등불이 켜지는 것을 보았다.
고독한 유리의 성 안에 환희의 불꽃이 밝게 불타오른 것이다.
그녀는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거의 수도원에 가까운 이 아파트와 의상이나 자가용차로도 짐작이 가듯이 비교적 검소한 생활로 만족하고 있는 그녀에게 금이나 보석이 별로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는 여겨지지 않았다.
조지는 그녀에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과연 그녀가 기대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보기 위해서라도 이야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재산의 거의 전부를 아가씨에게 남겼답니다." 조지가 말했다.
그녀의 눈속의 등불이 피식 꺼졌다.
아니, 그것뿐이 아니었다.
멍하니 입을 벌리고 서 있는 그녀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그리고는 무릎에서 힘이 빠지며, 그녀는 뒤로 손을 돌려 의자의 팔걸이를 더듬어 찾더니 무너져 내리듯 의자에 앉아, 무릎 사이에서 양손을 꼭 쥐었다. "어머!" 땅이 꺼지는 듯한 한숨과 함께 신음소리가 나왔다.
실망과 낭패와 노여움과, 알 수 없는 절망감이 섞인 목소리였다. "어머나, 무슨 그런 못할 짓을 --! 그분은 그냥 위협으로 그랬을 뿐, 정말로 그러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럴 줄 알았다면 그러지 못하시게 말렸을 텐데.
저는 레슬리를 걱정하고 있는 거예요.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단언을 했고, 저 자신도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믿었는데 -- 그럴 순 없어요!" 그녀는 절망적으로 외쳤다. "도대체 어쩔 셈이었을까? 저는 그런 걸 필요로 하지도 않으며 탐내지도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면서, 왜......" "그는 누군가에게 남겨주어야 했던 겁니다." 조지는 합리적인 해석을 내렸다. "더구나 그가 자기의 소유물을 어떻게 처분하든 그의 자유니까요.
아가씨는 남의 재물을 그냥 줍다시피 하게 되었지만, 그건 전혀 아가씨의 책임이 아니니까 괴로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멍하니 그렇게 말하고, 무엇인가 말을 이을 생각으로 말끝을 흐렸으나,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나서 그를 배웅하기 위해 다시 발에 힘을 주어 일어나 예의바르게 문 있는 곳까지 나란히 갔다.
막막한 듯 공허한 표정이 그녀의 얼굴에 감돌았다.
두 사람 사이의 문이 닫히자, 그는 계단 쪽으로 저벅저벅 서너 걸음 걸어가다가 조용히 뒤돌아서서 발소리를 죽여 현관 쪽으로 되돌아왔다.
그녀는 문 저쪽에 그대로 기대어 서 있는 모양이었다.
A"아아, 어쩐담......? 몹쓸 짓이야!......아아......" 마치 어린아이가 부당한 하나님을 원망하고 한탄하는 듯한 비통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도대체 아마이저가 그녀에게 뭘 잘못했다는 것일까 ? 그녀가 비록 그의 유산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또한 그것이 레슬리에게 물려져야 한다고 해서......단순히 그런 것이라면, 그러한 사실을 통고받았을 때 마치 잔인한 가혹행위라도 당한 것 같은 태도를 취할 필요까지는 없을 텐데.
사실 그가 무엇인가 흥미 있는 반응을 기대하고 그녀를 떠본 것은 사실이지만, 막상 그 반응을 손에 넣고 보니 이번에는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난감한 지경에 빠지고 만 것이다.
그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수치심까지 느끼면서 카펫이 깔린 계단을 내려갔다.
이 기묘한 그림맞추기 퍼즐을 구성해 볼 기력조차 없었다 -- 하기야 그림의 조각 자체가 아직 그 수가 적고 헝클어져, 그 중의 서너 개를 손에 들어봤자 갈피를 잡을 수는 없었다.
그가 거리로 나와 차 있는 곳까지 가보니, 도미니크가 차에 기대 서서 멍하니 기다리고 있었다.
도미니크는 아버지가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에 차까지 달려온 모양인지 아직 숨이 차 있었다.
하지만 조지는 다른 일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으므로 아들의 그런 기색을 알아채지 못했다.
도미니크의 살피듯 두리번거리는 얼굴이 언제나와 다를 바 없고 또한, "아, 아버지!" 라는 인사말이 천연덕스러워 조지는 아들의 모습을 눈여겨 살펴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라? 여기에서 뭘 하는 거냐?" 아버지가 물었다.
도미니크가 점심시간에 학교에서 빠져 나와 시내에서 가벼운 식사를 하고, 키티의 모습을 먼발치에서라도 보기 위해 교회 뒷골목을 서성거린 것은 이것이 세 번째였다.
전화번호부에 그녀의 이름이 올라 있었고, 또 그녀의 이름은 그녀 자신의 입을 통해서도 들어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그녀의 아파트 건물 현관 앞을 지나치려 했을 때 열려 있는 현관문 안쪽에서 막 계단을 내려오는 남자의 모습이 아버지가 틀림없다는 것을 그 순간의 충격에서 그는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만일 길가에 세워둔 아버지의 차를 본 그때 어떤 영감이 떠오르지 않았다면, 그는 아직도 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처크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나온 길이에요." 도미니크는 신중히 숨을 고르면서 말했다.
처크 선생을 골라낸 것은 아버지가 알고 있는 교사 중 가장 무난한 사람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무슨 심부름?" 조지는 캐물어 볼 까닭도 없는데 그렇게 물었다. "저기 신부님에게요." 도미니크는 잘라 말하고 교회 담벽 모서리를 턱으로 가리켰다.
안성맞춤으로 교회의 신부는 학교의 이사 중 한 사람이자 전임강사이기도 했던 것이다. "아버지의 모리스 차가 여기 서 있기에 잠시 기다리던 참이에요.
이제 12시가 다됐으니까, 잘하면 점심이라도 얻어먹을까 해서." 그런 말을 듣고 보니 조지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술재벌이 몇 명 죽었다고 해서 산 사람이 먹지 말라는 법은 없다. "자, 타거라." 그는 아들을 태우고, 오후의 수업에 늦지 않게끔 학교에서 멀지 않은 레스토랑으로 아들 녀석을 데리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처크 선생이 무슨 심부름을 시켰는데? 곧 전해 드리지 않아도 되는 일이냐?" "별로 답장 같은 건 필요없는 일이에요.
심부름은 끝냈으니 제가 신경쓸 건 없어요." 이상하게도 도미니크는 전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거짓이 드러날 염려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는 조금도 가책 같은 것을 느끼지 않았다.
하여간 그는 지금까지 꼭 필요한 비밀 같은 걸 가져본 적이 없었다.
5살에 학교에 들어간 이래, 그 역시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을 숨기기 위해 가끔 거짓말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뚜렷한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었고, 또한 그의 부모는 -- 특히 어머니는 -- 정직하게 자백해도 결코 화를 내지 않고, 또 털어놓기 쉽게 유도했으므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런데 이번은 사정이 달랐다.
털어놓기보다는 죽어 버리는 것이 나을 정도로 중대하고 절실한 문제였던 것이다.
더구나 그는 그 비밀이 탄로날 위험을 무릅쓰고 행동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왜 그러냐 하면 -- 키티가 살고 있는 아파트 건물 속에서 아버지는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마이저는 어젯밤 살해되었다.
키티는 그날 밤 '즐거운 술집 하녀'에서 그와 함께 있었다. "네 여자친구도 와 있더라......" 아버지는 그렇게 말했었는데, 방금 그녀를 찾아간 것이다.
물론 경찰관으로서 간밤에 그곳에 갔었던 사람을 모조리 만나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왜 키티가 그 첫째 손가락에 꼽혔는가 ? "아버지는 아마이저 사건을 수사하고 계신 거죠?" 도미니크는 호기심이 말소리에 드러나는 것을 경계하면서 말했다. "아침에 엄마한테서 들었는데, 아마이저 씨가 살해되었다면서요? 엄청난 일이 벌어졌군요! 물론 저는 아무에게도 말을 퍼뜨리진 않았지만, 이런 소문은 발이 빠르거든요.
이미 시내에 좍 퍼졌어요.
이미 열 명 가까운 사람이 경찰의 조사를 받았고, 용의자가 한두 명 체포되었다는 소문도 돌고 있어요."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어중이떠중이 명탐정이 많이 나타나게 마련이지.
하지만 우리로서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그래, 소문으로는 누가 범인이라더냐?" 새우로 도미를 낚는 것은 부당한 일이 아니다.
도미니크는 미끼를 드리우고 물고기가 걸려들기를 기다렸다. "그 클레이턴이라는 운전사래요.
아마 아버지는 모르시겠지만, 그 사람은 해고당할 참이었다나 봐요." "허, 그래!" 조지는 그로코트와 데이켓도 아직 그런 정보는 입수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학교 내에 재빨리 그런 뉴스를 퍼뜨린 것은 과연 어떤 학생일까 ? "역시 아버지는 몰랐군요! 실은 아마이저 씨의 정원사 아들이 우리 반에 있는데, 그 애에게서 들은 바로는 사흘 전쯤 클레이턴이 호되게 야단을 맞자 아마이저 씨에게 덤벼들면서, 밤이고 낮이고 24시간 부려먹으니 견딜 수 없다고 대들더래요.
그러자 아마이저 씨가 이렇게 말했다나 봐요 -- 네놈은 절도와 자동차 도둑으로 두 번이나 콩밥을 먹은 전과자였으니, 일자리를 얻은 것만도 감지덕지해야 해 -- 하고요." "뭐냐, 그 말투가!" 조지는 차를 길가에 세우면서 꾸짖었다. "들은 대로 말한 거예요.
하여튼 그런 일로 그는 모가지가 달아날 판이었대요.
그 사람이 전과자라는 거 알고 계셨나요?" "응, 알고말고.
10년 전의 일이란다.
교수형을 당할 일은 아니었고." "살인죄가 아니니까 물론이지요." 도미니크가 말했다. "이봐, 서툰 변호사 흉내는 그만둬.
나는 그냥 해본 소리야." 조지는 차에 열쇠를 채우고, 아들을 앞세우고서 '플라잉 호스'라는 간판이 걸린 식당으로 들어가 구석진 테이블을 차지하고는 메뉴를 훑어보았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도미니크는 초조한 생각이 들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나갈까 ? "무슨 단서라도 잡았나요?" 하고 물었다.
그 진지한 표정과 살피는 듯한 눈초리는 조지의 마음에 들 것이다.
도미니크는 자신에게 대단히 중요하고 절박한 문제를 서툴게 얼버무리는 것이 괴로웠다.
그의 아버지는 형사로서 상당한 활약을 보이고 있었고, 도미니크는 아버지가 담당하는 모든 사건에 늘 진지한 흥미를 느꼈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른 경우와는 틀리게, 마음속의 불안을 숨기기 위해 더더욱 아버지에 대한 예찬의 가면을 뒤집어써야 했다.
따라서 아버지가 애정어린 웃는 얼굴로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을 때, 그는 몸을 에이는 듯한 아픔까지 느꼈다. "그저 그렇지.
방금 시작됐을 뿐이야.
시간이 걸리겠지." "그 교회 뒷골목에는 누구를 만나러 갔었나요? 그 부근에 용의자라도?" 조지는 잠깐 생각을 하더니 조용히 말했다. "노리스 양을 만나러 갔었다.
방금 말했던 것처럼 뻔한 용건이지.
간밤에 그 가게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모두 만나볼 생각이야." "그렇다면 아직 이렇다 할 실마리가 없는 거로군요.
그 여자는 무슨 특별한 사실이라도 알고 있던가요?" "아니.
거의 모두가 이미 우리도 알고 있는 것뿐이었지.
자, 그런 이야기는 그만하고, 어서 먹자." 도미니크는 그러고도 서너 번 탐색을 해봤지만 허사였다.
아무것도 알아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의 아버지 자신이 아직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몰랐지만, 그래도 도미니크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살인사건은 키티 곁을 너무나 가까이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에 그녀는 그 검은 그림자에 뒤덮이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제 5 장 "네, 그 사건은 알고 있습니다.
신문에 나왔으니까요.
그래서 경찰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지요." 진 아마이저가 말했다.
몸매가 가늘고 살갗이 약간 검은 여자로, 풍성하고 검은 머리카락이 얼굴 둘레에서 보기좋게 파도치듯 움직였다.
둥글면서도 정열적인 외모에 눈이 싱싱하게 빛났다.
나이는 스물서넛.
변두리 뒷골목에 있는 해크니스 부인의 초라한 집 2층의, 허름한 가구로 둘러싸인 거실 겸 침실 한복판에 서 있는 그녀는 창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밝은 오후의 햇빛과 조지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으면서도 조금도 움츠리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품이 넉넉한 푸른 스목(옷 위에 덧입는 길고 넉넉한 작업복) 아래로 아랫배가 불룩해지기 시작해서 수은처럼 경쾌하고 민첩한 움직임은 덜했지만, 그런데도 그녀의 손이나 머리의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그런 특징을 똑똑히 엿볼 수가 있었다 -- 키티가 주위 사람들에게 어두운 느낌을 주었던 탓인지도 모른다 -- 조지는 이런 발랄하고 매력적인 여성을 만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윌슨이 말한 대로, 진은 정말 굉장한 여자였다.
레슬리 아마이저가 어릴 적 친구인 아름다운 키티가 있는데도 어째서 이 진에게 마음을 빼앗겼는지 능히 짐작이 갔다. "아시겠습니다만, 수사상 형식적이나마 몇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당신은 어젯밤 계속 집에 있었습니까?" 그녀는 입을 오므리고, 조지가 집이라고 표현한 방안을 돌아다보았다.
계단 옆의 공간에는 싱크대가 장식품처럼 마련되어 있었고, 마당의 헛간에다가는 레슬리의 캔버스와 이젤과 물감 등을 넣어두기로 허락을 받아 놓았다.
하지만 이것을 집이라고 할 수 있을까 ? 그녀는 시선을 어디에 멈춰야 할지 망설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네, 저녁 내내 이곳에 있었습니다." "그럼 바깥양반은?" "레슬리는 9시 반경 산책삼아 편지를 우체통에 넣으러 잠시 외출했을 뿐, 여기에 있었어요.
어제는 짐싸는 일이 바빠서 하루종일 직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신선한 바람을 쐬고 싶어했었지요.
하지만 밖에 나가 있었던 시간은 불과 30분 가량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10시까지는 집에 돌아왔겠군요?" "그보다도 빨랐을 거예요.
아무튼 10시쯤에는 틀림없이 집에 있었습니다." "그밖에 외출한 일은 없고요?" "네.
뭣하시다면 직접 레슬리에게 물어보시지요." 그녀는 얼마간 경멸이 섞인 투로 말했다.
모든 것이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그로코트 형사가 레슬리 아마이저를 그가 일하고 있는 말든 상회의 지배인실로 불러 같은 질문을 하고 있을 것이다.
상회의 점원들이 소동을 일으키고, 그가 범인으로 체포당하는 것이 아닌가 지레짐작을 하지 않도록 그에 대한 심문은 은밀히 하라고 지시를 해두었다.
물론 진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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