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즐거운 여자 - 엘리스 피터스 - 13편 (13/23)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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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즐거운 여자 - 엘리스 피터스 - 13편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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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관심이 키티에게로 옮겨간 것이다.
이미 조간신문이다 뉴스의 속보판이다 해서 집집마다 뒷담 벽에 붙여지고, 거리 여기저기에 뿌리가 뻗어있는 귀가 밝은 포도넝쿨을 통하여 그 소문은 사방으로 퍼져 있었다.
키티 노리스가? 뜻밖의 일인 것이다.
소용돌이 조각이 된 철문 위에 걸린 천한 색깔의 새 간판이 그 길이 끝나는 저쪽에서 햇빛을 눈부시게 반사하고 있었다.
어제 연기된 검시재판에서 매장허가가 내려져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는 저 문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만일 아마이저가 살아 있다면, 종업원 하나 죽었다고 해서 주말의 한창 벌어들일 시기에 가게 문을 닫는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소문에 의하면 장례식은 월요일에 거행되는데, 상주는 레슬리 아마이저가 아니라 레이몬드 셸레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위선과 인습에 젖은 세상 사람들은 벌써 레슬리를 불효자로 낙인찍고, 그는 장례식에 얼굴도 내밀지 않을 것이라고 수군거렸다.
당연한 일이라고 도미니크는 생각했다.
레슬리는 아들로서의 지위를 공적으로 박탈당했고 부자간의 감정을 가지는 것조차 금지당했다.
따라서 가령 레슬리가 죽은 아버지의 -- 또 그전의 아버지의 -- 죽음을 애도하고 상복을 입는다고 해도, 그것은 그의 관대한 마음에 의한 행동일지언정 결코 그에게 요구할 성질의 것이 못된다.
그건 그렇다 치고, 그에게로 번진 불길을 잡으려고 스스로 불 속으로 뛰어든 키티에 대해서 레슬리는 어떤 심정을 갖고 있을까? 지금쯤은 그도 그 뉴스를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으니까.
도미니크가 첫번째 동네를 지날 때에도 주위의 공기는 그 뉴스로 가득 차 있었다.
얕은 나무 울타리를 사이에 둔 두 여자도 키티의 등장에 대해 줄기찬 상상력을 덧붙인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도미니크는 그날 밤 키티가 거쳐 간 길을 뒤쫓아가 보기로 했다.
그녀는 저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져 잠시 차를 멈추었을 것이다.
그것이 10시 15분경이었다.
도중에서 마음이 변하여 아마이저를 만나기로 했다.
그 앞에 '우즈엔드'로 통하는 이리저리 구부러진 길이 있다.
그녀는 그 길에서 전진하여 '즐거운 술집' 뒤쪽으로 통하는 밭길로 접어들었다.
경작된 둔덕과 낮은 개울가에 축축한 풀밭이 있는 오래 된 시골길이다.
아마도 그녀는 이 길을 신중하게 운전해 나갔을 것이다.
그녀는 스피드 내는 것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무모한 운전사는 아니다.
더구나 밤이었고, 길은 좁았으며, 커브가 심한데다가 길 양쪽의 나무 울타리가 헤드라이트의 빛을 자주 가로막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아마이저를 만나기로 생각을 고쳐먹고 되돌아가려 했을 때, 왔던 간선도로를 U턴하지 않고 이 사잇길로 접어든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만일 이 네 갈래길이 보였을 때 갑자기 결심을 굳힌 것이라면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네거리란 종종 문득 멈추어서서 생각을 가다듬고 방향을 정하게 하는 길목이 되기도 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다시 한 번 아마이저를 설득해 봐야겠다고 스스로를 타이르며 핸들을 틀었던 것이다.
500 미터 가량 가서 그녀는 다시 네거리에 다다르게 된다.
우즈엔드라는 푯말이 서 있다.
그곳은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작아서, 드넓은 농장 한구석에 길가로 몇 채의 농가와 구멍가게가 하나, 그리고 전화 박스가 있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꺾어 시골길을 약 400 미터 가량 달려 '즐거운 술집 하녀'의 높은 담 가까이에 이르렀고, 길가의 나무 그늘에 차를 세웠을 것이다.
그 지점에 도착한 그는 그 사실을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길 왼쪽으로 발에 밟힌 풀밭이 있어 길이 넓어진데다가 우거진 나무 그늘이 자연의 주차장처럼 널찍해서 그녀도 거기에 차를 댄 것이다.
아마도 그 시각이 10시 반 가까워서, 이럭저럭 술집의 문을 닫을 시각이었다.
대부분의 손님은 간선도로로 돌아가겠지만, 이 부근에 사는 몇몇 손님은 이 길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었기에 그녀는 좁은 길 한복판에 차를 세워둘 수는 없었으리라.
도미니크는 그녀가 주차했을 지점으로부터 건물 가운데 마당 뒤쪽 출입구까지 50미터 가량의 거리를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걸었다.
출입구에는 문이 달려 있지 않고, 높은 벽이 거기에서 양쪽으로 끝나 뒷길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차의 통행을 막기 위해 한복판에 두 개의 쇠말뚝이 박혀 있었다.
댄스홀로 개조된 별채는 바로 그곳에 있었다.
가운데 마당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출입문이 있는데, 그녀는 그 문으로 안에 들어갔을 것이다.
아마이저는 새로운 계획에 가슴이 부풀어, 그녀가 쾌히 자기의 생각을 따라주리라는 자신을 갖고 거기에서 그녀를 기다렸던 것이다.
그 안에서 일어난 일은 몇 분이나 걸렸을까? 별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녀는 레슬리를 위해 그를 설득하려고 했다.
한편, 아마이저는 자기의 원대한 계획에 그녀가 찬성해 줄 것으로 지레짐작하고 거기에 대해서만 떠들어댔겠고.
마치 서로 통하는 언어를 갖지 못한 두 인간이 자기의 주장에만 침을 튀기는 그런 꼴이 연출되었을 것이다.
그녀가 10시 반에 이 지점에 도착해서 차를 세우고, 문에 열쇠를 잠그고, 다시 한 번 결심을 가다듬는 등의 시간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11시 전에는 이곳에서 도망쳤을 것이라고 도미니크는 짐작했다.
아마이저는 단도직입적인 성격이라서 거래의 내용을 설명하는 데는 15분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11시 10분경에는 아파트에 돌아가 있었다는 최초의 진술도 그녀가 별채를 나온 시간을 추정하는 데 상당히 유력한 단서가 된다.
왜냐하면 그녀의 진술은 이웃사람의 증언으로 번복이 되었다고는 하나, 그것은 그녀가 이야기의 앞뒤를 정리하기 위해 일정한 시각을 기준으로 계산해 낸 시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는 5~10분 전 11시에 계단 아래에 쓰러져 있는 아마이저를 그대로 두고 댄스 홀에서 정신없이 도망쳐 나온 것이라고 도미니크는 확신했다.
그리고 다음에는 어떻게 했을까? 그녀 자신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단지 도망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다음 네거리까지 곧장 가서, '즐거운 술집 하녀'를 오른쪽으로 돌아 다시 간선도로로 나갔을까? 아니면, 나무 밑에서 방향을 바꾸어 왔던 길을 되돌아갔을까? 도미니크는 잠시 생각을 가다듬고 나서 그녀는 여기에서 방향을 바꾸었을 것이 틀림없다고 판단했다.
이 길 쪽이 훨씬 조용하고 거리도 가깝다.
그리고 나무 밑에서 차를 돌릴 공간은 충분했다.
아무튼 그녀가 우즈엔드 쪽으로 차를 달린 것은 거의 확실했다.
그렇다면 15분가량이면 집에 도착할 수 있었을 텐데 --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 그는 거듭 생각해 보았다.
그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그점뿐이다-- 그는 그런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왜 거짓말을 했을까? 한 시간 가량의 공백이 있다.
그녀가 그 동안에 무엇을 했는지는 몰라도 댄스 홀로 되돌아가 앨프리드 아마이저를 살해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녀는 왜 사실을 밝히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누군가 다른 사람이 거기에 관계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녀와 마찬가지로 결백하면서도 그녀가 상처를 입히고 싶지 않은 누군가가.
그녀는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할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도미니크는 자전거를 끌고 가랑잎을 밟으며, 우즈엔드 쪽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타지 않은 것은 머릿속에 얽히고 설킨 사실들을 천천히 풀기 위해서 거기에 보조를 맞추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차를 돌려 돌아갔는데도 자정이 넘도록 코마번에는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는 분노와 낭패감, 그리고 수치심 때문에 아마도 날듯이 차를 몰았을 것이다.
그리고 도중 어디에선가, 아마이저가 어느 정도나 다쳤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과 두려움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차를 세우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그 낭패감은 그녀로 하여금 더욱 속도를 내게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당연히 11시 조금 지나 집에 도착해야 했는데 왜 그러지 않았을까 ? 그는 문득 그 이유를 생각해 냈다.
그건 극히 단순하고 어처구니없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사실과 맞아떨어질 법도 했다.
도미니크는 그녀 차의 엔진이 푸드득거리면서 급속히 속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머리에 그렸다.
그리고 마침내 엔진이 멎는다.
기름이 떨어진 것이다.
허탈한 키티의 멍한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이미 벌써부터 예비 탱크의 휘발유를 쓰고 있었는데도 평상시의 버릇처럼 느긋했던 것이다.
그녀는 아마도 반나절 동안을 이렇게 중얼거리며 돌아다녔을 것이다. "아직 걱정할 것 없어.
1갤런은 될 테니까.
코마번을 벗어나기 전에 로의 가게에 들른 김에 리 그린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어야지 -- " 그렇게 미루다가 끝내 기름이 떨어지고 만 것이리라. "여러 번 뜨거운 맛을 보았는데도 고쳐지지가 않아요.
고속도로에서 차가 멈추지를 않나, 골프장으로 가는 산길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되지를 않나 -- " 그때 함께 차를 타고 가며 하던 그녀의 푸념이 지금도 귀에 쟁쟁했다.
자신의 두 가지 단점에 대해서 스스로를 비웃던 그 말이 하나하나 기억에 되살아났다.
그녀의 그런 면을 모르는 사람, 그런 그녀의 숨은 허점을 고백받아 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허공에 뜬 이 한 시간에 대한 극히 간단한 설명을 짐작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그냥 기름이 떨어졌을 뿐이었던 것이다! 그건 그녀에게 흔히 있었던 일이 아니냐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다음 문제는 그것이 어느 지점에서 일어났느냐는 것이다.
그는 생각 끝에 '즐거운 술집 하녀'에서 가깝고 코마번에서 떨어진 지점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만일 코마번에서 가까운 곳이었다면 그녀는 간선도로를 지나가는 차를 세워, 그 운전사에게서 약간의 휘발유를 얻거나, 그녀의 단골 차고에 연락을 해달라고 부탁했을 것이다.
더구나 코마번 가까이의 간선도로상에서 11시를 전후해서 꼼짝 못하게 되었다면 11시 10분을 지나 집에 돌아간 것이나 마찬가지로 혐의는 엷어지고, 한 시간의 공백도 없을 뿐 아니라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키티는 거짓말을 했다.
그것이 그녀에게 불리한 심증의 하나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실제로는 이 부근에서, 불쾌한 그 술집 바로 옆에서 족쇄가 채워지고 만 것이다.
더구나 그녀는 이런 장소에서 지나가는 차를 세워 도움을 청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차고 직원에게 기름을 갖고 오게 하기도 꺼려했다.
그녀는 사람들 눈에 띄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자기가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도미니크는 너무나 골똘히 그녀의 심리상태를 상상해 보았기 때문에 심장의 고동이 빨라지고 관자놀이가 깨질 듯이 아팠다.
초조와 불안 속에서 지나는 1초 1초가 그녀를 광란상태로 몰고 갔을 것이다.
만일 아마이저가 중상을 입고, 그녀가 그걸 아랑곳하지 않고 도망쳐 나온 것이라면? 아니, 그보다도 만일 그가 죽어 버렸다면......? 아마도 그녀는 그의 곁으로 돌아가 볼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다.
그녀는 그런 무서운 일을 저지를 생각이 없었는데, 우연히 그런 불행이 초래되어 가책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한 심리상태에 있는 그녀의 머릿속에는 단 한 가지 본능적인 상념밖에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그녀가 10시 15분에 간선도로를 지나 그 술집을 떠난 뒤에 다른 길로 다시 한 번 거기에 간 사실을 숨기려는 생각이다.
도미니크는 한산한 시골길 왼쪽을 천천히 걸어가면서 생각에 잠겼다.
만일 이 부근에서 기름이 떨어졌다면 길이 좁고 덜컹거려 그녀는 차를 될 수 있는 대로 길가에 붙였을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 지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녀는 나무 울타리에 차를 바짝 대야 했을 것이므로 어딘가 차의 페인트 흔적이 남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우즈엔드의 농가가 보이는 곳까지 왔을 때 그는 그럴만한 장소를 발견했다.
어떤 차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울퉁불퉁한 길가의 풀밭에 자동차의 한쪽 바퀴가 나무 울타리 뿌리까지 파고든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무성하게 땅을 덮은 잡초가 밟히고 울타리의 나뭇가지가 꺾여 있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었다.
그러한 흔적은 소나기와 바람과 시간의 경과로 절반은 지워져 있었지만, 눈여겨보면 분명했고 타이어 자국도 식별이 가능했다.
그것이 키티의 차의 것인지는 당장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그녀가 이곳에서 기름이 떨어졌었다고 가정하고 추리를 전개한다면, 다음에 그녀는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물론 그녀는 누구에겐가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녀는 우즈엔드의 전화 박스까지 걸어갔을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녀는 그곳에서 누군가 개인적으로 친한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했을 것이다.
그 상대는 그녀의 부탁을 받고 그녀가 집에 돌아가기에 넉넉한 휘발유를 갖고 왔다.
그런데도 키티가 거기에 대해서 침묵을 지키는 것은 그 별것 아닌 행위 때문에 그녀의 구원자가 살인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받을 위험에 처하기 때문일 것이다.
경찰에서 만일 그녀를 유죄로 판결하면 그녀를 도운 사람도 처벌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키티는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곤란한 처지를 도와주려고 달려온 사람에게 피해가 되는 일을 한마디도 입 밖에 내지 않는 것이다.
그녀는 그런 마음을 가진 여자였다.
이러한 긴 자문자답은 어느덧 도미니크로 하여금 전화 박스로 걸음을 옮기게 했다.
그는 그 앞에 서서 잠시 바라보다가 별다른 목적도 없이 문을 열고 먼지가 앉은 내부를 둘러보았다.
전혀 개성이 없는 현대의 무미건조한 기계 한 대와 흔해빠진 낙서가 보였다.
그는 떠밀다시피 벌컥 문을 밀어 닫았다.
그때 무엇인가 금빛 같은 것이 그의 눈을 스쳤다.
그는 황급히 문을 다시 열었다.
가장자리를 수놓은 금실 외에는 거미줄처럼 가는 실로 짠 천조각이 눌린 나비처럼 문의 경첩에 걸려서 찢겨진 채로 매달려 있었다.
그는 그걸 벗겨내려고 손을 뻗었다가 생각을 바꾸어 손가락으로 그 섬세한 천을 만져 보고, 거의 감촉이 없을 정도로 얇은 천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것은 감색에 붉은 무늬가 있는 인디언 스카프 조각으로, 금실의 자수로 모서리가 장식되어 있었다.
키티가 사건이 있었던 날 목에 감았던 스카프다.
경찰이 만족스런 설명을 얻을 수도 없었고, 또 현장의 상황과도 부합되지 않은 증거로서 그 행방을 알 수 없었던 그 찢어진 조각이었다.
하지만 도미니크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당시의 상황과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 것이다.
건드려서는 안된다.
그대로 놓아둔 채 아버지에게 보여야 한다.
그는 전화 박스 안으로 들어가서 떨리는 손으로 다이얼을 돌렸다. "도미니크 펠스입니다.
아버지를 바꾸어 주십시오......이번 사건에 관계되는 중대한 일입니다." 서류정리에 바빴던 조지는 일을 중단하게 되는 것이 화가 났지만, 어제의 일도 있고 해서 도미니크에 관한 한 다시는 객기를 부릴 생각이 없었다.
그는 별다른 기대도 없이 수화기를 들었다. "전 지금 우즈엔드의 전화 박스에 있는데, 아버지가 말했던 키티의 스카프 조각을 찾아냈어요." "아니, 뭘 찾아냈다고?" 도미니크는 차근차근 설명을 했다. "그게 문 경첩에 걸려 찢겨져 있었어요.
아마 그녀가 너무 서둘러 잡아당겼기 때문에 찢어진 모양입니다.
물론 건드리지 않았고, 아버지가 올 때까지 기다릴 참입니다." "그런데 넌 어떻게 그걸 발견할 수 있었지?" 조지가 놀라서 물었다. "말하자면 육감을 발휘한 거죠.
빨리 오세요, 이야기해 드릴께요." 도미니크는 약간은 아버지를 놀릴 마음이 생겼지만, 그렇다고 우쭐해질 수도 없었다.
아직 길은 멀고, 많은 고비를 넘겨야 한다.
그는 기다리는 동안, 아버지에게 어느 정도까지 설명해야 되는가를 검토했다.
구체적인 증거로서는 잠자리 날개 같은 천조각 하나지만, 그건 그의 추리가 실제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따라서 그것을 설명하려면 모든 걸 털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자동차 운전상의 그녀의 게으름도 그의 추리에 결정적인 근거가 되었고, 길가로 치우친 자동차 바퀴나 부러진 나뭇가지 등도 그를 전화 박스로 가게 한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는 아버지가 달려오자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조지는 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스카프 조각을 떼어내 봉투 속에 넣고는 쑥스러운 마음으로 그것의 발견자인 아들의 이름을 기입했다. "허, 솜씨가 제법인걸." 조지는 나무 울타리 쪽을 살펴보며 아들을 칭찬했다. "나중에 키티의 차를 조사해서 긁힌 자국이 있는지를 확인해 봐야겠군.
이 인디언 스카프 조각은 상당한 증거가 될지도 몰라."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도미니크가 신중하게 말했다. "키티를 한번 만날 수는 없을까요?" "그건 좀 어렵겠는걸.
부탁을 해봐야 당장에 거절당하기 십상이지.
지금으로서는 변호사나 그녀의 가족이 아니고는 면회가 쉽지 않아." "그렇겠지요.
저 역시 만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지만......그러나 아버지라면 만날 수 있잖아요? 아버지만 허락해 주신다면 제가 물어보고 싶은 걸 대신 그녀에게 물어볼 수 있을 텐데......예를 들어 그녀가 어디에서 휘발유가 떨어졌는지, 누구에게 전화를 걸었는지와 같은 내용 말입니다.
물론 그녀가 아버지에게 순순히 이야기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설마 아버지가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을 테니까, 자신도 모르게 진상을 비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그녀는 거짓말하는 데 역시 서투니까요." 도미니크는 목이 메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말했다. "물론 그녀가 누군가를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더더욱 신중해질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는 나무 울타리 가까운 부드러운 지면에 깊이 새겨진 바퀴자국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며 말을 계속했다. "아버지, 키티에게 말을 전해 주지 않으시겠어요? 별로 법에 위반되는 일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 제가 그녀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더라는 말을......" "그래, 전해 주도록 하마." 조지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키티의 차 운전석 끝에 그녀의 스커트 자락이 스쳐 묻은 것으로 생각되는 작은 핏자국이 두서너 개 발견된 것이나, 차 앞쪽 펜더에 무엇인가로 심하게 문지른 것 같은 흔적이 있어, 경찰에서는 이미 몇 시간 전부터 그것을 규명하고 있다는 사실 같은 것은 도미니크에게 말하지 않았다.
도미니크가 이런 뜻밖의 공훈을 세웠는데도 그런 사실들을 감추는 것이 약간은 미안하기도 했지만 별 수 없었다.
하기야 그는 휴전조약에 동의한 바 있는 것이다 -- 도미니크는 경찰의 수사정보에 대해서는 기대하지 않겠다고.
그날 오후 조지는 키티를 만났다.
마침 레이몬드 셸레이가 그녀와의 면회를 끝내고 돌아가는 참이었다.
복도에서 조지와 맞닥뜨렸을 때, 그는 초췌한 얼굴로 배가 부른 서류가방을 마치 키티의 생명을 그 안에 넣어둔 것처럼 유별나게 소중한 태도로 옆에 끼고 있었다.
그와는 이제 아무런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마저 서먹서먹해졌다.
서로 대립하는 관계에 놓이게 된 탓이다. "물론 당신도 짐작은 하겠지만, 그녀의 변호사로서 죄상을 일체 부인하게 될 겁니다." 셸레이가 말했다. "유능한 의사라면 단순히 육체적인 면에서 보더라도 그런 범행을 저지를 수 없다는 것을 쉽게 입증할 수 있을 겁니다." 조지는 거기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셸레이는 이미 데이켓 총경에게도 같은 도전을 했던 것이다.
그때 총경은 비웃음에 찬 미소를 띠우고 말했다.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녀의 표적은 새로 깐 상아처럼 딱딱한 마룻바닥에 나동그러져 있었거든요.
그런 사람을 내리치는 건 10살짜리 말괄량이 아가씨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오?" "그걸로는 승복할 수 없습니다." 셸레이는 힘없이 고개를 흔들며 항변했다. "키티에게 그런 짓이 가능합니까? 나는 그녀가 태어났을 때부터 알고 있소이다만, 그녀는 벌레 한 마리 죽이질 못해요.
그런 여자가 사람을 죽이다니 -- 그런 엉뚱한 말이 어디 있습니까.
나는 그날 저녁 그녀를 남겨두고 자리를 떠난 걸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어요.
만일 내가 아마이저 씨가 그런 마음을 먹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면 말릴 수도 있었는데." 조지는 신경질적으로 뒤로 돌아 멀어져 가는 셸레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런 의문을 되십었다.
큰소리는 치고 있지만 과연 그는 아마이저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갖고 있었을까? 레슬리는 그를 평하여 아버지의 대리인 역할을 했다고 했다.
요컨대 이용물에 지나지 않았다.
어떤 목적을 위하여 그를 정면에 내세우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내려질 때에 한해서 그는 아마이저의 심복 노릇을 한 것에 불과하다.
그런 그에게 멧돼지의 돌진 같은 아마이저의 추진력을 저지할 힘이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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