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뜨거운 화룡의 품안에 안겨서 희열의 불길에 몸부림치며 환희의 열락을 뿜어내고 있는 여인의 교성은 열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었다. --이제, 화룡(火龍)의 왕(王)이 탄생되리라! 철혈(鐵血)의 갑주(甲衣)로 무장된 전투(戰鬪)의 신! 모든 것을 부수고. 그 어느 힘으로도 깰 수 없는 위대한 철혈의 정화--화룡왕! 그 천 년의 무적철혈풍에 무림천하(武林天下)가 앙복(仰伏)하리라! 화룡왕! 그 위대한 탄생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지상에서 가장 강했던 여인인 철혈전후로부터… 이곳은 철혈동천이었다. 천 년의 시공을 불멸무적대투혼전신(不滅無敵大鬪魂戰神)을 기다려온 철혈전신맥의 신화지(神話地)! 아는가? 이 순간,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철인(哲人)의 피와, 역사상 가장 강인했던 철인(鐵人)의 피가 섞이고 있음을… 그리고, 탄생되리라! <화룡왕(火龍"王)>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을 무적의 전신(戰神)!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무인(武人)과 과거에 존재했었던 전대의 기인(奇人)! 그들, 모든 고금무림(古今武林)을 상대로 싸워도 전승(全勝)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 대륙육합천패! 비록, 그들이 과거보다 세 배 강해졌다 하지만 나는 그들 모두를 불완전한 천년풍으로 날려 버렸다. 화룡왕! 그대의 적은 강하다! 철혈의 위대한 혈은 패배를 용납지 않는다! 강해져라! 강해야만 한다! "강해지기 위해선… 강함을 알아야 한다!" 철혈전후는 강인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이미, 한 사내에게 자신의 소중한 육체와… 철혈전사맥의 천 년을 이어온 무적철혈풍력도를 아낌없이 준 그녀였다. 지금, 그녀의 표정은 전과 다름이 없었다. 그녀에게는 토끼 한 마리 잡을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허나, 그녀의 몸에서 은연중에 풍기는 위엄은 가히 하늘이었다. 이미, 그녀는 예의 묵철갑주를 벗은 후였다. 소담스런 백의가 그녀의 몸에는 걸쳐져 있었다. 예전에 그녀가 입고 있던 묵철갑주의 무게는 십만 근이 넘을 지경이었다. 현재의 그녀에게는 그것을 들 만한 힘도 없었으니… 허나, 비록 철혈패기류는 없으나 그녀의 풍도는 오히려 유현해 보이기까지 했다. 여인은 패력(覇力)을 잃은 대신 그보다 더한 자연의 힘을 얻은 것이었다. 그런 그녀의 앞에는 수많은 서책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족히 백 권은 됨직했다. "이것은 전신일백강결(戰神一百强訣)이다! 이것을 성취해야만 철혈대도(鐵血大道)에 이를 수 있다!" "전신일백강결?" 하후미린은 무심히 한 권의 서책을 들어 펼쳐 보았다. 순간, "…!" 하후미린의 눈가로 경련이 일었다. 그런 그를 보며 혈전모는 교구를 일으켰다. "그것을 모조리 습득한 후 날 찾아오너라! 그리하면 네 몸에서 증폭되고 있는 천 년의 무적철혈잠력을 사용할 구결을 일러 주겠다!" 그 말을 끝으로 철혈전후는 동부에서 걸어나갔다. "이것이 단지 대공을 얻기 위한 기본무학이란 말인가?" 하후미린은 철혈전후가 나가는 것도 모른 채 망연히 중얼거리고 있었다. 왜 그렇게 놀라는가? 하늘을 알고, 하늘을 발 아래 둘 수 있었던 그가… <전신일백강결(戰神一百强訣)> 그렇게 불리우는 백대무결! 그것은 하늘의 용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철혈무적수(鐵血無敵手)! 철사패왕후(鐵獅覇王吼)! 무적지존도결(無敵至尊刀訣)! 천붕권(天崩拳)! 철혈강뢰기(鐵血剛雷氣)! 전신군림행(戰神君臨行)! 전신지존검폭류(戰神至尊劒爆流)! 기환무영비(奇幻無影飛)! … 끝이 없는 가공할 무도의 최고봉을… 수(手), 후(吼), 도(刀), 권(拳), 기(氣), (行)행, (劒)검, 기환(奇幻), 창(槍), 봉(棒)! 그것은 그대로 천하무류의 전부였다. 한 가지 방면에서… 역사상 존재했던 것들 중 가장 강한 철혈무! 그것들이 하후미린의 앞에 쌓여 있는 것이었다. 더욱 기가 막힐 일은… 그 모든 것이 최후의 전신지존무를 얻기 위한 기초에 불과한 것이었으니… 문득, "좋… 아! 진정한 강자가 되리라!" 하후미린은 두 손을 불끈 쥐었다. "역사상 존재했던 모든 신화와 전설을 깨고 오직 화룡왕의 무적신화만이 천 년 군림하리라!" 츠으으…! 하후미린의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무한대의 기운, 그것은 천 년의 힘이었다.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화와 전설은 깨어질 것이고 오직 화룡왕(火龍王)의 무적신화(無敵神話)만이 천년군림(千年君臨)하리라! 그것이 하후미린의 결심이었다. 그리고, 그는 독서삼매경에 빠져 들어갔다. 하루… 이틀… 시각은 유수와도 같이 흐르고… "입동(入洞)하신 지 한 달이 지났거늘…" 허하의 인공석동(人工石洞) 앞엔 한 명의 마의노인이 초조한 듯 서성이고 있었다. 천약종! 바로 그였다. 원래, 그는 고고한 학(鶴)과 같이 대산을 유람하며 약초를 캐고 의학을 연구하는 것으로 생을 마치려 했었다. 한데, 어느 날… 그는 신비의 무리에게 납치를 당했다. 끌려가며 그는 엄청난 역천(逆天)의 혈사(血事)에 동참하길 사주받았다. 허나, 그는 당연히 거부했다. 신비무리들은 그에게 무한대의 고통을 주며 고문하기 시작했다. 그 때, 그곳을 지나가던 한 여자 아이가 있었다. 십이 세의 나이 어린 소녀(少女)였다. 허나, 그 소녀의 무위는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 있었고, 신비무리들은 그녀의 손에 무차별 박살나고 말았다. 소녀는 당연히 철혈전사맥의 유일한 후예인 철혈전후였다. 천약종은 그 때부터 그녀의 충실한 노복이 되었던 것이었다. 그것이 이십 년 전의 일이었다. "헛허! 이제 아홉 달 후면 가장 위대한 철혈의 혼과 만상의 지존천인체를 타고난 소황(少皇)이 탄생하시리라!" 천약종은 기꺼운 듯 푸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말뜻은 철혈전후에게 태기(胎氣)가 있다는 말이 아닌가? "훌훌! 가장 강하신 전후님을 여인으로 두실 분은 화룡왕밖엔 없으리라!"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부 안을 훔쳐보았다. <철혈동천(鐵血洞天).> 동부의 위에는 그런 상고갑골문이 새겨져 있었다. 하후미린은 그곳에 든 지 어언 한 달여… 천약종은 그를 기다리며 서성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한데, 바로 그 때였다. 돌연, "우우우!" 대창룡의 굉렬한 울음이 터져오르고… 콰콰콰콰! 폭죽이 터져오르듯 철혈동천의 윗부분이 폭발해 오르는 것이 아닌가? 그와 함께, 쐐애액! 하나의 인영이 삽시간에 허공 일천 장 높이로 치솟아 오르고… "우핫핫핫! 이루었도다!" 철사자의 포효성이 태산전역을 떨어울렸다. 하후미린! 바로 그가 아닌가? 파라락! 바람에 흩날리는 옷자락을 타고 흐르는 미증유의 잠력! 하후미린의 자태는 바로 하늘! 그 자체였다. "전신일백강결이 하나가 되어야 천 년의 바람이 일리라! 나는 그것을 얻었다! 무적철혈풍을!" 하후미린이 미친 듯이 광소를 터뜨렸다. 강적을 쓰러뜨리고 포효하는 철사자의 포효(咆哮)가 그러하리라! 이어, "보라! 천 년의 바람을… 일어나라! 무적철혈풍!" 콰콰콰콰! 돈다! 하후미린의 손이 돌고… 그의 신형이 휘돌고… 대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치고… 우르르르릉! 콰우우우! 콰드드득! 천년고목이 박살나 흩날리고, 대기는 갈가리 찢겨지며 허공으로 치솟는다! 만녀거암이 부서져 날아가고, 땅거죽이 뜯겨져 하늘을 뒤덮는다. 천 년의 바람(千年風)! 그 무적의 철혈대강풍이 완벽하게 일어난 것이었다. 일백 장… 이백 장… 끊임없이 그 살인적인 대강풍이 번져나가고… 일천장(一千丈)! 방원 일천 장 이내는 완전한 죽음의 사풍절역으로 화하고 있었다. 콰--콰콰콰--! 고오오오오…! 닿는 모든 것을 분쇄시키고, 가루로 화한 모든 것은 대기의 진공으로 빨려들었다. 천년풍! 천 년의 힘이여… 그 무적의 철혈대강풍이여… "크하하핫! 이제 힘을 얻었다! 본좌의 앞을 막는 자… 철혈의 이름으로 부수리라!" 우우웅…! 엄청난 철혈대강풍을 뚫고 울려퍼지는 웅혼한 사자후! 그것은 힘이었고 법이었다. "흐윽…!" 여인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대는 용(龍)의 제왕(帝王)이십니다. 그것도 대악(大惡)을 불살라 버리는 화룡(火龍)의 왕(王)이시여… 오직 당신만의 무적신화가 천년군림할 것입니다!" 비로소 철혈전후는 스스로를 여인으로 낮추고 있었다. 화룡왕(火龍王)! 이제 알려지리라! 그 위대한 무적철혈의 이름이… 제20장 화룡왕(火龍王)의 탄생(誕生) <천병신비가(天兵神秘家).> 그런 가문이 있었다. 장인(匠人)의 가문, 단지 그렇게만 알려져 있을 뿐이었다. 산동(山東)의 동단(東端), 산동반도의 끝에 자리해 있는 성산(聖山)이었다. 그 이름없는 산의 줄기에 자리잡고 있는 무명세가의 이름이 그것이었다. 허나, 그 조그만 장인세가는 천 년을 이어오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인(忍)! 천병신비가의 가훈은 참을 인이 무려 열 개였던 것이었다. 천하가 어찌 되었든 그들은 곁눈질 한 번 하지 않았다. 어떤 굴욕이 닥쳐와도 그들은 참았다. 강자존의 철혈율법이 지배하는 대무림! 그곳에서 그들은 무지렁이 같은 삶을 영유하며 가문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긴 세월을 묵묵히 쇠를 두드려 왔다. <검(劒)> 일 년에 일천 자루의 검이 천병신비가에서 제련되어 흘러나왔다. 결코 신검은 아니었으되, 그런대로 보검에 드는 검이 만들어지는 곳이었다. 천병신비가는 오늘도 묵묵히 검을 달구고 있었다. 그리고, 조그만 풍운이 그곳에서부터 일었다. 성산의 기슭, 한 채의 아담한 장원이 축조되어 있었다. 장구한 연륜을 말해 주듯 장원은 고풍스러우며 평화로왔다. 한데, 장원이 내려다보이는 성산의 정상엔 일단의 혈의인들이 도열해 있었다. 스으… 스으…! 그들의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섬뜩한 기운은 단지 마기(魔氣)만을 쐐는 것만으로도 심장을 파열시킬 듯 엄청난 혈사마기류였다. 한데, 대략 백여 명 정도의 혈의인들은 모두 얼굴을 핏빛의 헝겊으로 가리우고 있었다. 혈포복면인들의 선두, "…!" 육중한 체격의 혈포미청년이 산하를 굽어보고 있었다. 이십 칠팔 세쯤 되었을까? 그는 매우 준미했으며 당당한 체구를 갖추고 있었다. 젊은 자 중에서 능히 영웅이라 불리울 정도의 기품을 그 자는 지니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울러, 그의 허리에 차여진 붉은 적혈검(赤血劒)은 그 자의 체형에 어울리고도 남을 정도로 멋있었다. 허나, "흐흐…!" 비릿한 음소를 흘리며 좁혀드는 미간(眉間)에는 푸르스름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그 자의 눈동자는 좌우로 영활하게 구르고 있었다. 입술 꼬리에 매달린 음탕한 미소, 그 모든 것은 결코 이 자가 마음이 올바른 위인이 못 됨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산하의 한 채 고풍스런 장원을 향해 있었다. 한껏 탐욕이 이글거리는 눈빛… "흐흐! 분명히 천병신비가에서 천년제왕검(千年帝王劒)이 탄생되었단 말이지?" 꽈악! 그 자는 자신의 허리에 매인 적혈검을 움켜 쥐며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렇… 습니다! 소종야!" 그의 뒤에 있던 혈포복면인 중 선두의 인물이 앞으로 나섰다. "귀수옹(鬼手翁) 단리황(段里煌)! 그는 천년신비가에서 일천 년을 제련해 오던 천년제왕검을 오늘 밤 탄생시킬 것입니다!" 그는 확신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흐흐! 검예(劒藝)를 아는 자가 잡으면 천년검정(千年劒精)이 된다는 천년제왕검." 탐욕으로 번들거리는 그의 눈은 야수와도 같았다. "그것은 나 혁천위(赫天尉)가 주인이 되리라!" 그러자, 그의 등 뒤에 있던 예의 혈포복면인이 비굴한 음색으로 맞장구쳤다. "그렇습니다. 소종야를 위해 천년제왕검은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렇고 말고." 혈포미청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녀제왕검! 그것은 무엇인가? 한데, 혈포미청년은 분명히 자신을 밝히고 있었다. 혁천위! 그 이름은 당금의 대륙무림계에 떠오르는 태양이 아닌가? 옥사검왕(玉獅劒王) 혁천위! 후기지수 중 최강이자, 대륙육합천패 중 검천(劒天)인 십자천검성의 소성주가 바로 그였다. 아울러, 정도연합으로 결성된 십자검왕천의 최강정예군단인 일천검왕천위군단(一千劒王天衛軍團)의 단주이기도 한 이물이었다. 한데, 그런 그가 성산에 있는 것이었다. 뿐인가? 그의 등 뒤에 도열해 있는 혈포복면인들의 기도로 보아 결코 백도인(白道人)은 아니었다. 아니, 보는 것만으로도 죽음의 공포에 질식사해 버릴 듯한 가공할 마인들이다. 또한, 그가 노리는 천년제왕검이라는 것은…? 노인, "우핫하! 이제 완성되었다! 천 년의 제왕혼이여!" 하늘을 우러러 앙천광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헝클어진 반백의 머리는 아무렇게나 얽혀 있고, 등마저 굽은 오 척 단구의 곱추노인이었다. 주름진 노안(老顔)은 격렬하게 떨린다. 그의 떨리는 두 손에 소중히 받혀져 있는 무엇이 있었다. 지잉… 징! 낮게 울음을 토하는 푸르는 발광체! 흡사, 뇌전이랄까? 양 끝은 칼날처럼 예리하고 손잡이인 듯한 중간 부위는 날카롭게 휘어져 있었다. 기괴한 형상의 검! 아니, 그것은 일반적인 검이 아니었다. 검정(劒精)! 그것은 바로 천 년의 세월 동안 단련되어 온 장인의 혼이었다. "비록 본좌 귀수옹의 대에서 천병신비가가 파멸될 것이나…" 문득, 노인의 입에서 울음같은 괴성이 터져나왔다. 허나, 그는 곧 미친 듯이 히죽거리고 있었다. "원래의 시각보다 삼각을 앞당겨 완성시켰다! 역천을 저질렀으므로 저주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내는 철향(鐵香)으로 진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실내의 북쪽엔 허나의 휘장이 드리워져 있었다. 저벅… 저벅…! 노인은 힘겹게 발걸음을 옮겨 휘장을 젖히고 사라졌다. 한데, 귀수옹 단리황! 이것이 그 곱추노인의 정체였다. 천 년의 세월을 오직 검의 제련을 위해 내려온 천년장인의 세가라는 천병신비가의 가주! 그는 전대의 천병신비가주들과는 달랐다. 그는 스스로 일생을 통해 한 자루의 검도 제련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혼을 불어넣으며 천 년 이전부터 내려온 천병신비가의 절대천병을 완성시킨 것이었으니… 여인, 침상 위에 죽은 듯이 잠들어 있었다. 대략 삼십 정도가 되었을까? 여인은 수선화같이 담백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아울러, 어느 한 곳 흠잡을 데 없는 아름다움과 물이 오를대로 오른 농밀한 육체를 지니고 있었다. 몸에 꽉 맞는 백색궁장은 그녀에게 우아함마저 던져주고 있었으니… 만개(滿開)한 수선화(水仙花). 문득, 슥…! 침상 앞으로 예의 귀수옹 단리황이 조심스레 다가들었다. 극과 극의 여인과 귀수옹 단리황, 단리황은 예의 푸르른 뇌전같은 기형검정을 받쳐든 채 잠든 미녀를 내려보았다. "천년제왕검! 너는 혜혜(慧慧)의 몸을 통해 천년검왕(千年劒王)에게 전달되리라!" 여인을 내려보는 단리황의 눈길은 부드러웠다. 이윽고, 스윽! 그의 손에서 시퍼런 뇌정검정이 귀수옹의 손을 떠나 여인의 몸 위로 떠올랐다. 피잉! 귀수옹의 손끝에서 퉁겨져 나간 지풍에 여인의 인후혈이 격중되자, "아!" 여인은 살며시 입을 벌리며 낮은 신음을 토했다. 그러자, "천병신비가의 천년검혼(千年劒魂)이시여… 천년제왕검을 인도하소서!" 귀수옹은 두 손을 허공에 치켜올리며 주문을 외듯 중얼거렸다. 츠으으! 그런 그의 눈길은 광인의 그것인 양 번뜩이고 있었다. "만상의 주인이시자 우주의 지배자가 되실 전쟁의 신이신 천년검왕께서만 검모(劒母)를 취하시리라!" 그의 말이 끝나자, 고오오…! 허공에 떠 있던 뇌정검형정이 부르르 떨며 여인의 벌어진 입 속으로 스며드는 것이 아닌가? 무려 육 척에 달하는 거대한 검정이었다. 한데, 그것이 고드름이 녹아들 듯 여인의 입 속에서 그대로 녹아 타고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꾸르르르…! 그것은 삽시간에 사라졌다. 그 순간, 반짝…! 여인의 봉목이 떠지며 혜지 어린 신광이 뻗어나왔다. "…!" 이미, 모든 전말을 알고 있었던 듯 여인은 귀수옹을 바라보며 살포시 미소를 머금었다. "아버님… 성공하셨군요!" 그녀는 잔잔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귀수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천년제왕검정은 너를 취하실 천년검왕에게 전해지리라!" 귀수옹은 여인을 올려보며 말을 이었다. "십자천검성. 놈들은 인면수심의 악마들이다!" 그의 손은 불끈 쥐어진 채 떨리고 있었다. "천년제왕검을 얻을 위대한 천년검왕은 결코 십자천검성에서 나오지 못한다! 오히려…" 그는 간절한 시선으로 여인을 보며 굳게 말했다. "놈들은 진정한 하늘의 검에 파멸되리라!" "아버님?" 여인은 안색을 굳히며 입술을 열었다. "가거라! 천 년의 검이 출현할 때, 천 년의 바람이 태산에서 불어 천하를 뒤덮으리라!" "아버님은?" 여인의 말은 채 이어지지 못했다. 귀수옹 단리황은 자신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딸을 올려보며 손을 내저었다. "어서 가거라! 밖에 백팔검신녀(百八劒神女)가 너를 호위할 것이다!" "백팔검신녀를 모두 데려가면 아버님의 시중은?" "걱정말고 태산으로 곧장 가거라! 네 한몸은 이제 본 천병신비가의 것만이 아니니까!" 여인은 할 말을 잃었다. 검모 단리혜혜! 그렇게 불리우는 여인은 귀수옹 단리황의 유일한 혈육이었다. 여인은 매우 특이한 성장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화식(火食)은 절대 금(禁)했고, 오직 새벽 이슬을 모은 감로수(甘露水)를 마시며 생식(生食)만을 해 왔던 것이다. 그녀는 이제부터 검모라 불리울 것이며, 천년제왕검을 얻을 천년검왕의 제일첩(第一妾)이 될 여인이기도 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미, 백만 권의 서책을 머리에 담고 있는 지혜로운 여인은 운명을 한 인간의 힘으로 돌이킬 수 없는 것임을… "가겠사옵니다! 아버님…"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귀수옹의 앞에 대례를 올리기 시작했다. 일배(一拜)… 이배(二拜)… 그리고 반배(半拜)! 그것은 사자(死者)에 대한 예우가 아니던가? 그리고, 여인은 자리를 떴다. "부디 극락왕생하시길…" 울먹이지 않았다. 여인은 환한 미소를 머금으며 서서히 멀어져갔다. "사랑하는 나의 딸아…!" 귀수옹 단리황은 단리혜혜가 완전히 사라지자 주르르 굵은 눈물을 흘렸다. "크흐흐! 십자천검성! 악마의 검이여! 저주를 받으리라! 피의 저주를… 큭!" 일순, 귀수옹 단리황은 전신을 떨며 눈을 치떴다. 검! 한 자루 적혈검이 그의 가슴을 쪼개며 앞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냉혹한 말이 그의 등 뒤에서 흘러나왔다. "흐흐흐! 귀수옹(鬼手翁)! 감히 본성을 능멸하다니! 죽어 마땅하구나!" 쐐액! 혈의검수는 적혈검을 빼어들며 검집에 검을 꽂았다. 쿠웅! 고목이 쓰러지듯 귀수옹은 지면으로 엎어지고 말았다. 그의 등 뒤로는 살이 갈라져 있을 뿐, 한 점의 선혈도 흐르지 않고 있었다. 흡사, 그의 체내에 있는 핏물이 모조리 빨려나간 듯… 허나, 죽은 귀수옹 단리황의 얼굴은 너무도 편안하기 그지없었다. "흐흣! 영악한 늙은이. 딸년에게 검을 주어 도주케 하다니…!" 이를 가는 혈포미청년은 옥사검왕 혁천위였다. 죽은 귀수옹의 시신을 내려보던 그 자는 신경질적으로 신형을 돌렸다. "불을 지르고 그 계집을 추격한다!" 둥실…! 그 자는 깃털같이 날아올랐다. 화르르르…! 타오르고 있었다. 천병신비가! 천하에 산재해 있는 신병중 절반 이상을 제련했던 천 년의 장인세가! 그곳은 지옥마화에 맹렬히 불타고 있는 것이었다. 한 명의 더할 수 없이 숭고한 장인혼과 함께… 이곳은 대륙의 동쪽 끝에 자리한 성산이었다. 붕괴! 태산의 십만군봉 중 철왕봉(鐵王峯)이라 불리우는 봉우리 허나가 하룻밤 사이에 붕멸된 사실을 천하의 그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괴사가 한 인간에 의해 저질러졌음은 더더욱 모를 수밖에 없었다. 화룡왕 하후미린! 태산에서 한 마리 거룡이 탄생되었다. 이제, 날아 오르리라! 천 년의 바람을 타고… 그 무적의 대철혈강풍을 휘몰아 무림천하를 뒤덮으리라! "이제 가리라! 저 달이 지고, 태양이 뜬다면 나의 어린 용이 무림으로 가리라!" 밤(夜), 중천에 걸린 달은 여인의 그것인 양 탐스럽게 부풀어 있었다. 그리고 한 명의 여인!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지상최강의 전사였던 철혈전후라 불리우는 여인이었다. 새하얀 백의를 걸친 그녀의 자태는 그대로 한 송이 서리 머금은 백국화(白菊花)였다. 천 년의 바람! 그 천 년의 잠력을 화룡왕이라 불리울 천추불멸무적대초인에게 아낌없이 준 여인, 철혈전후 철비연(鐵飛燕)! 이것이 여인의 이름이었다. 지상에서 가장 강했던 철인신화를 이은 대철혈의 후예! 여인이 가질 수 없는 전신의 대투혼을 지닌 여인, 허나, 이 순간 그녀는 여인이 되어 있었다. 길 떠날 정인(情人)을 그리워하며, 암천고월(暗天孤月)을 보며 정인의 앞날을 걱정하는 여인으로서… "마의 기운이 하늘을 뒤덮을 지경이다! 허나…" 철혈전후는 강인한 미소를 피워 물었다. "화룡왕이시라면 능히 지옥마류혈을 부수시리라!" 믿음! 그녀의 마음에서 이는 확신은 가히 절대적인 것이었다. "설사 마야가 환생한다 해도!" 사랑하는 정인의 강함, 여인은 자신으로부터 탄생된 위대한 철혈의 제왕을 떠올리며 환하게 웃음지었다. 한데, 그녀는 알지 못했다. 스윽…! 손(手)! 두 개의 부드러우나 강인한 손길이 자신의 등 뒤로부터 은밀히 다가들고 있음을, 철혈전후 철비연, 그녀의 자태는 가히 선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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