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되면 능히 대륙육합천패와도 경쟁할 수 있을 것이오." 한데,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허공에서 웅후한 장소성이 울렸다. "혈영수라! 네놈이 간덩이가 부은 모양이구나!" 혈영수라의 안색이 대변했다. "어느 놈이냐?" 그는 제법 기세 사납게 외쳤다. 그 때, 휘르륵! 선풍이 일며 한 명의 거구의 청년이 날아내렸다. 전신을 타는 듯이 붉은 홍포로 감싼 우람한 체구의 청년이었다. 갑자기 혈영수라의 안색이 급변했다. "뇌… 뇌강룡(雷剛龍)!" 뇌정마룡(雷霆魔龍) 뇌강룡! 그는 두 말할 것도 없이 뇌정마계의 후계자였다. 뇌정마벽종 뇌강의 아들이었다. 그는 아버지 못지않게 장대한 체구를 지니고 있었다. 뇌정마벽종, 대륙육합천패 중 뇌천! 그 세력은 당금 무림을 휩쓸고 있지 않은가? 뇌강룡은 기세 당당하기 그지없었다. "후훗! 혈영수라! 본인은 너같은 여우는 꼴도 보기 싫다. 냉큼 사라져라!" 혈영수라의 안색은 금시 치욕으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뇌강룡! 말이 지나치지 않소?" 한데 그 때였다. 뇌강룡이 무어라고 대답하기도 전, "지나치지 않고 말고! 대륙육합천패를 정면에서 맞서지 못하고 뒷구멍에서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자는 상대할 가치도 없지!" 스스스… 냉막한 일성과 함께 한 줄기 묵영이 장내로 날아들었다. 순간, "비… 비천묵룡(飛天墨龍)!" 혈영수라는 대번에 떫은 감을 씹은 표정이 되고 말았다. 장내에 새로이 등장한 인물, 그는 누구인가? 왜소한 체구에 풍성한 묵의를 걸친 냉막한 청년, 그는 무슨 의도로 이곳에 온 것인가? 비천묵룡! 이 인물이야말로 묵붕천비영을 등에 업고 있는 인물이 아닌가? 그의 기세 역시 뇌강룡 못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말해 봐라. 천마루가 묵붕천비영을 상대할 수 있다고 했었더냐?" 비천묵룡은 싸늘한 눈길로 혈영수라를 쏘아보았다. 부르르…! 혈영수라가 오한이 드는 느낌에 몸을 떨었다. (다 틀렸다. 묵붕천비영까지 건드려 놓았다가는 본루는 그나마 존립조차 못한다!) 일이 이쯤 되자, 혈영수라는 태도를 바꾸어 급히 포권을 했다. "소생은 그럼 이만 물러가겠소." 비천묵룡이 한 마디 했다. "가는 것을 막지는 않겠다만, 항시 입을 조심해야 목숨을 부지한다는 것을 기억해 둬라!" "…" 혈영수라의 안면이 부르르 경련했다. 허나, 그는 끝내 입을 열지 못한 채 그대로 땅을 박찼다. 파앗! 그 즉시 그는 나는 듯이 멀리 사라져 갔다. 뇌강룡과 비천묵룡, 그들은 혈영수라가 사라지자 검해옥신룡을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검해옥신룡은 자신을 주시하는 두 청년을 의식하자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으음. 십자검왕천의 추격을 뿌리쳤다 했더니 이제 와서 이 작자들에게 걸렸구나!) 그러나, 그의 심중을 무시한 듯 뇌강룡이 강압조로 말했다. "우문룡! 순순히 본인을 따라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자, 비천묵룡이 지지 않고 나섰다. "뇌강룡! 본인이 있음을 잊었소?" 뇌강룡과 비천묵룡! 파팟! 양인의 시선이 허공에서 불꽃을 퉁기며 격돌했다. 비천묵룡은 적의를 드러내며 외쳤다. "뇌강룡! 묵붕천비영과 뇌정마계는 각기 장장 이남북에서 서로를 침범하지 않기로 맹약했소. 그것을 깨뜨리기 싫다면 순순히 검해옥신룡을 양보하시오." 허나, 뇌강룡은 냉랭하게 맞받았다. "검해가 동정호에 있다는 것을 잊으셨군요?" "아니, 그럼 양보 못하겠다는 말씀이오?" "물론이오." 둘 다 패기 넘치는 젊은 청년들, 이들에게 양보란 있을 수 없었다. 더욱이, 각기 자문파의 후계자이고 보면 꺾일 수 없는 입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경솔할 수는 없었던지, 두 청년은 각기 노려보며 서로의 심중을 감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검해옥신룡! 그는 두 청년 사이에서 내심 이를 갈았다. (건방진 것들! 나를 물건 취급하다니!) 그는 자신의 무력과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이 천추의 한이 되고 있었다. 한데, 그 때였다. "호호호…!" 돌연, 맑은 웃음소리가 허공에 메아리쳤다. 동시에, 쐐애---애액! 한 줄기 백영이 쏜살같이 장내에 쇄도했다. "누구냐?" 뇌강룡과 비천묵룡이 함께 외쳤다. 허나 그 사이, "악!" 화르르…! 검해옥신룡은 그대로 백영에게 낚아 채여져 허공으로 치솟고 있었다. "아… 아니! 이런!" "금황신후! 네년이…!" 뇌강룡과 비천묵룡이 허공을 쏘아보며 길길이 뛰었다. 아! 백영은 바로 금황신후 금사란이었다. 금황신후는 허공으로부터 조소를 뿌렸다. "호호… 두 분이 서로 양보하시니 검해옥신룡을 소녀가 데려갈 밖에요!" "에잇! 발칙한 것!" 뇌강룡은 즉시 손을 뻗었다. 콰르르릉! 피--융! 한 쌍의 강륜이 그의 손을 벗어나 금황신후에게 폭사되었다. 허나, "소녀는 이만 바빠서…!" 금황신후는 지체없이 몸을 날렸다. 동시에, 후두둑…! 무엇인가 한 손으로 홱 떨쳐 내었다. 순간, 쉬---잉! 쏴--악! 마치 우박이 떨어지듯, 수천 수만 개의 암기가 뇌강룡과 비천묵룡을 뒤덮어 갔다. "빌어먹을!" 쩌--엉! 비천묵룡은 급급히 짊어지고 있던 묵도로 그의 이마를 막아야만 했다. "제길!" 뇌강룡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피---융! 파파팟---! 그는 재빨리 강륜을 회수하여 눈 앞의 암기를 막기에 바빴다. 따다당! 후둑! 부딪쳐 퉁겨지는 암기들, 그것은 놀랍게도 모두 황금으로 만든 것들이었다. 더구나, 그것들은 하나하나에 정교한 세공이 가해져 있어 호신강기 파해 전문의 암기였다. 뇌강룡과 비천묵룡, 그들은 이 암기에 맞지 않기 위해 손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허나, 그 사이, 금황신후 금사란은 검해옥신룡을 옆구리에 낀 채 벌써 백여 장 밖을 날고 있었다. "괘씸한 것!" "서랏!" 휘--익! 콰르르…! 뇌강룡과 비천묵룡은 암기들을 막아내자 즉각 그 뒤를 쫓았다. 나는 새라도 잡을 듯 무서운 속도로, 제23장 풍운무림(風雲武林) 백운봉, 복우산 제일봉, 그 정상에 오르면 복우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데, "…!" 화르르…! 산풍에 긴 수발을 휘날리며 우뚝 서 있는 묵영, 그의 모습은 그대로 하늘에서 하강한 천장과도 같은 웅휘를 엿보게 하였고, 거대한 사자지왕을 보듯 가공할 철혈패기를 폭출시키고 있었다. 화룡왕 하후미린! 그 외에 또 누가 그런 인물이 있겠는가? 하후미린의 등 뒤엔 수선화같이 수수한 여인이 다소곳이 시립해 있었다. 검모 단리혜혜! 바로 그녀였다. 문득, 하후미린이 산하를 굽어보며 입을 열었다. "대륙육합천패의 배경을 믿고 철없이 날뛰는 망나니들이군!" "좌절이란 것을 모르고 자란 탓이라 생각하옵니다." 단리혜혜의 침착한 옥음이 뒤를 이었다. "…" 하후미린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 따끔한 맛을 봐야 세상 무서운 줄 알겠군! 제 아비들처럼." 하후미린은 노한 사자와도 같이 눈을 빛냈다. 그는 철혈전후 철비연이 과거에 대륙육합천인을 패배시켜 야망의 기를 꺾어 놓았던 일을 재현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악!" 어느 한 순간, 기세좋게 날아가던 금황신후 금사란이 비명을 지르며 허공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것을 본 하후미린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암수를 당했군!" 과연, 스스슷…! 금황신후 금사란의 앞에 여러 명의 검수들이 나타났다. 백의 검수들. 그들이 바로 암수를 날린 자들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을 보자 단리혜혜가 말했다. "검왕천위군단에 속한 인물들이에요!" 그런 그녀의 말투에는 어떤 적의가 내재되어 있었다. 그녀는 알지 못했다. 천병신비가를 궤멸시키고 자신을 핍박했던 옥사검왕 혁천위! 그 자의 정체를 그녀로서는 알 수 없었으니… 허나, 귀수옹 단리황으로부터 들은 십자천검성애의 저주! 그녀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떠올린 것이었다. 한데, 검왕천위군단, 십자천검성은 대륙정화를 끌어 모아 결성시킨 십자검왕천! 그 거대한 대세 중에서 고르고 고른 정예군! 일천의 숫자로 구성된 무적의 대검호전단! 바로 그들이 나타난 것이었다. "검왕… 천위군단! 네놈들이 암습을…!" 금황신후 금사란은 이를 갈았다. 허나, 그 사이, 스스슥…! 백의의 검수들이 무수히 그녀를 에워싸고 말았다. 금황신후 금사란! 그녀는 암습으로 인해 이미 어깨외 허리의 백의가 핏물로 젖어들고 있었다. 더욱이, 그녀가 끼고 있는 검해옥신룡 우문룡은 그야말로 위급한 지경에 처해 있었다. 원래 부상을 당한 데다가, 가슴 부위에 깊숙이 유엽비도 한 자루가 박혀 있는 것이 아닌가?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생명을 보장 못한다!) 금사란은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 때, 슥…! 백의검수 중 한 명의 금포청년이 앞으로 나섰다. "금황신후! 검해옥신룡을 넘겨라!" 한데, 그 순간, "후후. 천수비검신! 혁천위의 개였군!" "후훗! 우선 보기 싫은 놈들부터 치워 버려야겠군!" 화르르! 허공으로부터 날아내리는 두 인물은 뇌정마룡와 비천무룡이었다. 천하에서 가장 강인한 힘을 지닌 자와 빠른 발을 지닌 자들. 콰르르! 쉬아악! 그들은 날아내리기 무섭게 검왕천위군단을 쓸어갔다. 쩌쩌쩡! 대기를 찢으며 비행하는 뇌정철패강륜(雷霆鐵覇剛崙)과, 촤아아…! 허공을 부수며 짖쳐드는 묵붕철도(墨鵬鐵刀)! "피… 피하라!" "캐애액!" 콰쾅! 쿠르르르르…! 삽시간에 검왕천위군단 중 십여 명이 피모래에 화해 흩날려갓다. 천수비검신(千手飛劒神) 장무검(張無鈐)! 비검술의 일인자! 그 자의 몸에는 일천에 달하는 비검이 감춰져 있었다. 아울러, 그는 검왕천위군단의 부단주 지위를 가진 자였다. "모두 겁먹지 말고 대적하랏!" 피피피핑! 그는 삽시간에 백여 자루의 비검을 날리며 수하들을 독려했다. 이 자리에 있는 검왕천위군단은 백여 명 정도였다. "차앗! 대륙육패천인이라면 몰라도 어린 용에게 뒤를 보이지는 말라!" 천수비검신의 독려에, "검왕은 위대하다!" "십자의 검세에 대항하는 모든 적은 부서라!" 창! 차창! 살아남은 검왕천위군단의 검수들은 정신을 추스리며 검을 뽑아 대항해갔다. 그러나, "뇌(雷)를 아는가? 벽력천폭뢰(霹靂天爆雷)!" 뇌정마룡의 장심에서 수천, 수만 줄기의 벽력이 일었다. 콰---르르릉! 쿠--아아앙---! 비천묵룡도 뒤지지 않았다. "흐흣! 지상에서 가장 빠른 도를 보았는가? 묵붕---비섬폭!" 패--애--액! 반월형인 듯도 하고, 어찌 보면 새의 부리와도 같은 기형묵도가 대기를 찢었다. "크-아-악!" "캐---애액!" 처절한 비명이 울리고, 퍼--퍼퍽! 피가 대지를 혈색으로 칠해 갔다. 검왕천위군단! 그들이 아무리 강하다 허나 어찌 뇌정마계와 묵붕천비영이라는 대천세의 소종사들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천수비검신 장무검! 꺾일 것 같지 않았던 그의 기세는 이 순간 꺾이고 말았다. (역시… 용은 용이다! 어릴지라도… 본좌의 상대가 아니다!) 화르르…! 그 자는 뒤로 물러서며 외쳤다. "분하지만… 일단 물러서랏!" 스스슥…! 쐐--액! 그를 위시한 살아남은 오십여 명의 검왕천위군단이 썰물같이 빠져나갔다. "하하핫!" "으하핫…! 비검한 놈들!" 뇌정마룡과 비천묵룡은 비릿한 조소를 흘렸다. 이어, 그들은 금황신후를 두고 마주섰다. "그대를 핍박하여 황금대야의 화를 돋구고 싶지는 않으니… 어서 놈을 넘기시오!" "…!" 진퇴양난! 금사란은 핼쓱해진 신색으로 봉목을 굴렸다. 한데, 바로 그 순간, "쯧! 고약한 것들! 인명이 경각에 있거늘…!" 우르르…! 한 소리 뇌정 같은 철사후가 대기를 떨어울리고… 쐐--액! 한 줄기 바람이 그들의 곁을 스쳤다. "이 친구는 본인이 데려가겠다!" 멍하니 있는 금황신후는 손에서 늘어져 있던 검해옥신룡이 빠져감을 느꼈다. "어--맛!" 그녀는 대경하여 교음을 터뜨렸다. 한 줄기 묵영이 십여 장 밖으로 미끄러져 나가는 모습이 삼 인의 눈으로 투영되었다. 그제서야 뇌정마룡과 비천묵룡은 흠칫하며 신형을 날렸다. "내려 놓아랏!" "감히…!" 쐐--액! 슷…! 그들은 동시에 묵영을 뒤쫓아 신형을 폭사시켰다. 그리고, 콰--르르릉---! 쩌--어--엉! 두 줄기… 가공할 벽력뇌강과 묵광도강이 묵영을 휩쓸었다. 순간, "하늘이 높음과 대해가 깊음을 모르는 철부지들!" 묵영은 천천히 신형을 돌렸다. 하후미린! 그의 왼쪽 옆구리에는 예의 검해옥신룡이 끼어 있었다. 슥…! 그는 서서히 우수를 치켜올렸다. "그대들의 부친을 대신하여 따끔함을 보여 주리라!" 쩌--르르르…! 하후미린의 손 끝에서 시퍼런 광전이 일고… 쩌---엉! 그것은 어느새 허나의 뇌전검형으로 화해 있었다. "천년제왕검! 가---랏!" 쩌--쩌---쩡! 벼락같이 내던져지는 가공할 뇌검기! 콰--드드득! 그 뇌정검혈강은 뇌정마룡과 비천묵룡이 내친 공세를 부수며 짓쳐 나갔다. 순간, 퍼-어--억! 둔중한 파열음이 터지고, "으--윽!" "큭!" 화--드득! 뇌정마룡과 비천묵룡은 실 끊어진 연처럼 지면을 나뒹굴었다. "크--윽! 이럴 수가…!" 뇌정마룡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불신의 눈으로 하후미린을 올려보았다. 입가로 흐르는 핏줄기를 닦을 생각도 못한 채, "으으…!" 그것은 비천묵룡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부상은 심각할 지경이었다. 허나, 그들이 생명이나마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은 하후미린의 손속에 인정을 두었기 때문이었다. 하후미린은 그들을 직시하며 차갑게 일갈을 터뜨렸다. "시간이 없어 한 번의 교훈으로 끝낸다!" 그말이 채 끝나기도 전, 그는 재차 낙뢰와 같은 뇌정검강류를 세 방향으로 뻗어 내었다. 번---쩍! 쐐--애--액! 그것은 실로 순식간의 일이었다. 허나, 쿠---쿵! 콰르르릉----! 만 근 화약이 터지듯 일시에 세 곳의 거석이 가루가 되어 부서져 나갔다. 그러자, "우엑--!" "크---윽!" "욱! 알고 있었다니…!" 거석 뒤에 숨었던 각기 세 부류의 인물들이 피를 토하며 나뒹구는 것이 보였다. 아! 그들은 조금 전 사라진 줄 알았던 혈영수라와 검왕천위군단, 그리고, 전혀 예상 밖의 인물들인 혈의의 살수들이었다. ---신비혈련! 바로 그 신비로운 혈비세의 살수군단! 스스슥…! 하후미린은 더 이상 지체않고 몸을 날렸다.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천 년… 제왕검! 일천 년의 장인혼이 서린 제왕지존검! 그것이 천 년의 시공을 깨고 초현하여 떨쳐진 신위! 그 무위는 가히 무적의 검세였던 것이었다. 이윽고, 중인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 하후미린은 어느새 일천 장 밖을 날고 있었다. "으…!" "저런 고수가 있었다니…!" 그 누구도 하후미린의 뒤를 따르지 못했다. 아니, 따를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다. 다만, 전신과도 같은 그 존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망연히 사라져가는 뒷모습만을 주시할 뿐, 그리고… "그 분… 이야…!" 금황신후 금사란! 여인은 몽롱한 시선으로 하후미린의 뒷모습을 쫓고 있었다. 안타까움의 빛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스쳐간 하후미린의 얼굴을 보자, 반가움과 함께 온몸의 힘이 빠져나감을 느꼈다. 이끼 낀 동굴의 안, 하후미린은 아연하여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자였는가…?" 예상밖의 사태에 그는 당황하고 있었다. 지금, 그의 앞에는 한 인물이 죽은 듯 누워 있었다. 검해옥신룡 우문룡! 검해의 소종사인 바로 그였다. 한데, 유엽비도가 뽑혀져 있는 그의 가슴, 옷자락이 풀어 헤쳐져 있었고, 가슴은… 하얀 헝겊으로 단단히 조여져 있었으니… 그것은 붉은 핏물로 젖어 들어 있었다. 난감한 표정으로 그것을 내려보던 하후미린, 그는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손을 뻗었다. "생명이 경각이니… 우선은 살려 놓고 볼일이지!" 툭---! 그는 핏물에 젖은 헝겊의 일부를 잡아당겼다. 순간, 출--렁! 잔뜩 억눌려 있는 고무공이 튀어나오듯 솟구쳐 오르는 새하얀 육질덩어리, 오오… 그것은 사내가 가질 수 없는 탐스런 수밀도가 아닌가? 거대했다. 여인… 남장여인의 체구는 그리 큰 것이 아니었다. 한데, 그녀의 가슴에서 솟아오른 융기는 비대하리만치 큰 유방이었던 것이다. 탐스럽고 통통한 탄력감이 넘치는 유방, 허나, 그 두 개 육봉의 사이엔 끔찍하게 예리한 검흔에 의해 갈라져 있었다. 뼈마저 보일 정도의 깊은 상흔, 뭉클…! 하후미린은 소중한 보물을 쥐듯 두 개의 유방을 감싸 쥐었다. 손바닥 가득히 전해지는 부드러운 감촉, 터질 듯 거대하고 탄력적인 유방은 하후미린의 두 손 사이를 비집고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그 감촉은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훗…! 검해옥신룡이 아니라… 검해옥봉이로군!" 하후미린은 실소를 흘리며 내력을 끌어 올렸다. 순간, 휘--류류류! 하후미린의 장심으로부터 자색의 서기가 피어 오르며 유방을 감싸는 것이 아닌가? 아울러, 동굴을 진동시키는 향기로운 영기는 한 모금만 맡아도 심신이 날아갈 듯 청량했다. --자령천약기! 그것은… 오직 하후미린만이 펼칠 수 있는 최고의 치료법이었다. 천약종이 알고 있는 신농의서의 최고의술! 일천 종의 영약을 복용한 자가 그 자신의 체내에 담긴 영기로써 시술하는 비의술! 하후미린은 무적의 철혈패천력도를 얻었고, 그 미증유의 천년거력은 하후미린에게 가히 전능의 능력을 부여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초유로 자신의 힘을 사용하여 그 천고의 신비의술을 펼치고 있는 것이었다. … 얼마의 시각이 흘렀을까? 스스스…! 자색의 영기가 다시금 사라지고, 드러나는 여인의 육봉, 한데… 깨끗했다. 흉측하게 벌어져 있던 여인의 가슴은 백옥같이 매끈한 피부로 환원되어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음…!" 가벼운 신음과 함께 여인은 봉목을 떴다. 순간, 부르르…! 여인의 교구가 사시나무 떨리듯 경련했다. 풀어 헤쳐진 앞섶, 단단하게 조여졌던 헝겊의 기운은 사라져 있었고, 자신의… 십팔 년을 고이 간직해 왔던 소중한 유방, 그것이 사내의 두 손에 장악되어 있음을 어찌 느끼지 못하겠는가? 허나. 여인은 대담했다. 물론, 그녀가 발작하지 않은 이유는 자신의 소중한 부분을 잡고 있는 사내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아…!) 내심으로 흐르는 탄성, 여인의 봉목은 몽롱하게 침식되어 갔다. (이미… 이분은 날… 보았어!) 여인이… 여인으로서 부끄러움을 잃을 때는 오직 한 가지뿐이었다. 마음에 드는 사내에게 이미 자신의 소중한 부분을 허락했을 때 외엔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좋아! 놓치지 않겠어!) 여인은 결심하고 있었다. 검해의 소종사로서, 수많은 인물을 보아왔던 그녀였다. 어찌 모를 리 있겠는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절세의 기남아가 하늘임을… (아버님도… 이 분에 비한다면 아래이리라!) 여인이여, 아는가? 이 한 번의 결심으로 인해 하늘을 안을 수 있었음을… 문득, "어엇! 정신을 차렸구료!" 하후미린은 그제서야 여인이 깨었음을 알고는 질색하여 황급히 손을 떼었다. "미. 미안하외다! 사정이 급하여…" 하후미린은 쩔쩔매며 허둥거렸다. "킥…!" 여인은 그런 그를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날… 책임지시겠지요?" 여인은 대담했다. "이걸 만지신 것을 제 눈으로 봤는데… 발뺌하시지는 못할걸요!" 출렁…! 자신의 탐스런 유방을 받쳐 올리며 눈을 깜박이는 여인의 모습, "허…!" 하후미린은 기가 막히고 말았다. 허나, 그런 그녀의 모습이 결코 천하거나 음탕하지 않았고, 오히려 괜찮은 기분이 들고 있었으니… 그 때, "물론이에요! 그 분은 결코 동생을 거부할 만큼 도덕군자가 아니세요!" 조용한 여인의 옥음이 동굴을 울렸다. "언니는…?" 여인은 흠칫하며 나타난 인영을 보았다. 수선화같이 담백한 아름다움을 지닌 여인, 어느새 검모 단리혜혜는 동굴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잔잔한 미소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저이의 첩이에요!" (그래…! 하늘을 나 혼자 차지한다는 것은 욕심일 뿐이야…) 여인은 실망을 느꼈으나 이내 마음을 풀었다. 그리고, 그녀는 하후미린을 버려둔 채 단리혜혜에게 다가가 안겨들었다. "언니…! 전 우문하예요! 잘 이끌어 주세요!" "호호! 나도 우문동생같이 예쁜 동생이 생겨서 좋아요." 이미, 그녀들은 친자매 이상으로 친숙해져 있었다. 그 이유는 오직 허나였다. 저… 뒷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사내를 통해서만 여인들은 허나가 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검해를 얻는다면… 저 분의 큰 힘이 되리라!) 단리혜혜는 하후미린을 보며 미소지었다. 아아, 그랬는가? 그녀는 이미 우문하가 남장여인이었음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대륙육합천패의 모든 세력이 노리는 대륙의 제삼무림--검해! 그곳의 소종사이자, 초의사신객 우문비의 유일한 혈육, 그가 돌연 모든 내공을 잃고 범인이 되어 있는 지금 우문하는 상징적이거나 검해의 실질적인 지존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단리혜혜는 그것을 알고는 모른 체한 것이었다. 그 이유 또한 하나였다. 하후미린이 가야 할 길이 천하평정의 길이며, 그것을 편히 수행키 위해선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사랑하는 정인의 상대는 너무도 강했기에… 문득, "동생은… 어째서 그 망나니들에게 쫓긴 것이지?" 단리혜혜는 우문하를 보며 물었다. 순간, "빠--득! 가증스러운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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