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소설) 하얀 짬뽕 - 14편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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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소설) 하얀 짬뽕 - 1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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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의 욕구가 상인과 다른 것일까? 광호와 내 사이를 오가는 상인의 욕구는 갑작스럽게 주변 여자들의 몸을 탐하는 내 욕구와 다른 것인지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생각할수록 머릿속은 혼란스러웠고, 두 여자와 섹스를 하고 싶다는 욕구는 점점 더 강해져만 갔다.

“태복씨, 내일도 재혁이랑 대결해요?”

나리엄마가 거실로 들어와 내 옆에 앉으며 물었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다가 들어난 곳이 많아서 시선을 어디다 둬야 좋을지 몰라 고민이 되었다.
그렇다고 나리엄마의 시선을 피하면 이상할 것 같아서 되도록 그녀의 눈을 보려고 노력을 했다.

“글쎄요...내일 나가봐야 알 것 같은데요?...그 꼬마를 아세요?”

“꼬마요?...하하, 애 어른이라고 불리는데...”

환하게 웃는 나리엄마의 얼굴이 싱그럽게 보였다.
이는 잘 자란 옥수수처럼 빈틈이 없었고, 너무나 하예서 빛이 날 정도였다.
또 어떻게 관리를 했는지 피부는 20살 처녀처럼 고왔고, 갸름한 얼굴과 함께 눈웃음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누가 이 여자를 보고 5살짜리 딸이 있는 아줌마라고 생각하겠는가?

“애...어른이요?...흐음...조숙해보이긴 하더군요...”

내 말에 웃으며 나리엄마가 두 다리를 내 옆으로 뻗다가 내 팔을 살짝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나리엄마는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나리엄마의 발은 티끌 한 점 없이 너무나 깨끗했고, 발톱엔 전체적으로 진달래 색상을 바른 뒤 엄지발톱에만 꽃무늬가 칠해져 있었다.

“재혁이가 조숙하긴 하죠...그 녀석 소문난 신동이에요, 신동...어찌나 박식한지 걔랑 얘기하면 내가 너무 무식해 보여서 말도 잘 못하겠다니까요?”

“신동이요?...”

“모르셨구나...걔네 아빠, 엄마가 대학교수라서 그런지, 애가 달라도 너무 달라요...못 하는 게 없고...아마, 5개 국어를 한다죠?”

“5개 국어요?...화아!~~대단하군요...!”

샤워 실에서 독일어로 나를 시험할 때부터 알아봐야 했었다.

“대단하죠? ...우리 나리도 그렇게 되어야 하는데...걱정이에요...”

내가 대단하다고 한 것은 그렇게 되기까지 끔찍한 고통을 참아낸 것을 말한 것이었는데, 나리엄마는 다르게 들린 모양인지 딴 소리를 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재혁이 녀석은 여유가 없어보였고,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뭔가 어긋나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상인은 요리를 다 한 뒤, 예쁜 접시에 까르보나라를 담아들고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왔는데 접시를 들고 오는 모습이 너무나 익숙해 보였다.
그동안엔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이 아파트에 오자마자 새로운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아마도 상인은 이곳에 오기 전에 이 아파트의 여자들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
보면 볼수록 새롭게 느껴지는 상인이었고, 이 여인을 내 여자로 만들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느끼게 했다.

나리엄마는 상인이 만든 파스타를 먹으면서 연신 칭찬을 했고, 상인이 내온 피클을 맛보더니 칭찬에 칭찬을 더했다.
언제 담근 피클인지 맛이 기가 막히게 들어서 감칠맛이 더했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보통 실력이 아니었다.
확실히 나는 상인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두 여자의 몸이 계속 내 머릿속 가득히 들어와 이성을 마비시켰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점심을 먹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고, 후끈 달아오른 몸으로 겨우 겨우 상인의 집을 빠져나왔다.
원룸으로 돌아와 내 방에 들어온 나는 달아오른 몸을 찬물로 씻어내고 나서야 조금 진정을 시킬 수 있었다.
밖으로 나온 나는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 학송의 딸 초희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초희와 대화를 해 보지 않아서 어떻게 수업을 전개할 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큰 틀은 정해져있었다.

노트북으로 커리큘럼을 정리하는데 주인집 여자가 창문으로 모습을 나타내 나는 등을 일으켜 세우고 인사를 했다.

“미래엄마 집은 어때요, 태복씨?”

“아, 30평이라던데...생각한 것 보다는 좁았습니다.”

내 말에 주인여자는 피식 웃었고, 난 왜 그런지 이상했다.

“보통은 괜찮다고 말하는데...태복이 총각은 정말 독특하군요...후후!~”

주인여자의 말이 뭘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어려웠다.
나는 내 느낌을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뿐이데, 이런 나의 반응이 독특한 것인가? 상인과 특별한 관계가 된 후,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과 전에 없는 관계가 시작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뭘 의미하는 것인지 아직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지만 28살의 나이에 뭔가 내 인생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까지의 내 삶의 반 이상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흘러온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오늘부터 학원에 나가시나 봐요?”

“예.
오늘은 조금 일찍 나가려고요.”

“그래요, 일 보세요 태복씨.
저도 청소를 마자 해야겠어요.”

주인여자는 그렇게 말하고 문제의 그 방을 나갔고, 나도 초희의 커리큘럼을 정리한 뒤 usb를 챙겨들고 학원에 나갈 준비를 했다.

초희의 일도 있고 해서 나는 조금 일찍 서둘러서 4시쯤 학원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사무장인 경숙과 희정, 경화, 유림이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다른 강사들도 전에 없이 내게 친절하고 살갑게 굴어서 조금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었다.
이번 주임강사들의 여행은 알게 모르게 이들이 더욱 학원을 신뢰하는 계기가 된 듯 했다.

“제주도 스쿠터여행? ...하하하!...장 선생하고는 왠지 잘 안 어울리는 거 알죠?”

유정이 보조개를 들어내고 웃으며 커피 두 잔을 들고 다가오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는 내 앞에 커피 잔을 내려놓고는 자신의 잔도 테이블에 내려놓고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어깨까지 들어나고, 목도 제법 깊게 파인 블라우스라서 유정의 가녀린 목과 움푹 파인 쇄골이 시원하게 들어나 보였고, 속이 살짝 비치는 얇은 소재라서 유정의 브래지어가 살짝 보였다.
그리고 검은 색 스커트는 옆트임이 있어서 그녀의 맨다리가 허벅지까지 보였다.
확실히 유정의 옷차림은 과감했고, 자유스러웠다.
보통의 남편들은 자신의 아내가 이런 식으로 옷을 입으면 잔소리를 했을 테지만, 정 원장은 유정에게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잔을 들고 커피 한 모금을 마실 때 정 원장이 안으로 들어왔다.

“장 선생, 여행은 잘 다녀오셨나!~~하하, 이거 오랜만에 보니까 신기하네, 으응? 마누라하고도 이렇게 좀 떨어졌다 만나야 할 것 같다니까? 하하하!~”

겉옷을 옷걸이에 걸고 정 원장은 냉장고에서 이온음료를 하나 꺼내들고 테이블로 다가와 앉았다.
날이 더운지 그는 조금 땀을 흘리고 있었다.

“흥!~ 걱정하지 마, 당신!~ 난 내일부터 사라질 거니까...나 찾지 마! 알았지?”

“부원장님, 내일 떠나세요?”

“그럼요!~”

“어디요?...장소는 정하셨어요?”

내 말에 정 원장도 호기심어린 눈으로 유정을 바라보았다.

“그건, 비밀!~~~하하하!~~”

두 사람은 언제 봐도 친구 같고, 남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이들과 함께 했지만 특별하게 크게 싸우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정 원장과 유정의 성격이 확연하게 차이가 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두 사람이 천생연분이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부부들과는 정말로 달라 보였다.

내가 없는 동안 정 원장은 학송과 자주 만났고, 나이도 동갑이어서 친구가 됐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까 나는 더 긴장감을 느끼고 말았다.
학원을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학부형들과는 불가근 불가원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었다.
가까운 사이의 학생을 가르치는 것은 내 피붙이를 가르치는 것과 비슷한 면이 있어서 자칫 선생이 오버할 확률이 높았고, 그러다보면 오히려 큰 것을 놓칠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 원장은 내가 보여준 초희의 커리큘럼을 보고 예상했었다는 반응을 보였고, 초희와 학송 부부가 도착해서 하는 상담은 전과는 다르게 좋은 분위기에서 할 수 있었다.

“근데...장 선생.
꼭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그게...요즘 학파라치가 많아서요.
학원도 부담스럽고, 가장 치명적인 것은 학생이 부담을 느끼는 것이죠.”

“에이!~~ 뭔 놈의 나라가 이 모양인지 원...아, 내 돈 내고 하겠다는데 왜들 지랄인지 모르겠어, 정말!~~”

학송의 투덜거림에 그의 아내가 얼굴을 붉히며 말렸고, 정 원장이 웃었다.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초희의 수업은 학원에서 하는 것이 아니었고, 학송의 집에서 할 것이었다.
그러니까 이번 주 토요일, 내일부터 시작할 실기수업은 제 작년 로미와 했던 것과 큰 차이는 없었다.

3시부터 수업을 시작해, 6시까지 1타임.
그리고 한 시간 저녁시간, 그리고 7시부터 밤 10시 30분까지 2타임, 30분 휴식.
그리고 그 후부터 3시간 단위의 수업과 10분 휴식을 취하면서 아침 8시까지 수업이었다.
아침 8시까지의 수업을 끝낸 뒤 아침을 먹고 초희는 12시까지 취침을 한다.
그리고 다시 오후 2시부터 수업을 시작해 밤 12시에 끝을 내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극단적인 수업방식을 취하는 이유는 초희처럼 실기시작이 늦은 학생들은 보통의 학생처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학원에 나와서, 저녁 6시부터 밤 10시 까지 하는 통상적인 방식의 수업을 하게 되면 실기와 수능의 이중 부담에서 벗어나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예 월요일부터 금요일은 수능 만을 신경 쓰게 하고, 주말 시간을 이용해서 실기에 올인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었는데, 의외로 이런 방식이 초희같은 학생들에겐 잘 맞는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수능 전까지 대략적인 실기의 기초를 쌓은 뒤, 수능이 끝나면 학원에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지옥의 겨울방학 특강수업을 통해 실전훈련을 거치는 것이었다.
겨울방학 특강수업이라는 것이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계속 시험을 치르고, 지적받고, 시험을 치르는 기계적인 방식이라 실전훈련을 쌓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수업을 견뎌내려면 미대입시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기술을 터득하고 있어야만 했다.

이렇게 수업을 하면서 학송에게 받는 액수는 지금부터 입시가 끝날 때까지 겨울방학 특강 비를 합쳐서 삼천만원 선불이었고, 학원이 30프로 내가 70프로를 먹었다.
나는 용병이었기 때문에 거액의 액수가 아니면 이런 미친 수업을 할 수는 없었고, 어떤 의미에서는 차라리 그 돈으로 유학을 보내라는 뜻도 담겨있었다.
하지만 가끔씩 학송 같은 자가 있었다.
왜 그렇게 국내 미술대학에 목을 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부모들 때문에 나 같은 강사가 심심치 않게 배출되곤 했다.

나는 이제부터 학원에 3일만 나가면서 그 외에는 초희에게 올인 해야 했고, 합격하면 보너스 금액을 보장 받았다.
제 작년 로미를 합격시켰을 때는 삼천만원을 받았었는데, 과연 학송은 얼마나 줄지 기대가 됐다.
이 따위 짓거리엔 이제는 신물이 났지만 결국, 나는 이렇게 살아야 존재감이 들어나는 놈일 뿐이었다.
로미를 맡을 때도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다짐을 했었지만, 또 이렇게 되고 말았다.
다른 방식으로는 내가 살아있다는 어떤 증명도 할 수 없는 그런 인간일 뿐이었다.
어차피 돈이 인격인 사회에서 무엇으로 나를 증명할 수 있겠는가?

“저...장 선생님.
제가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있을 까요?”

초희의 엄마가 그 순하고 여린 얼굴로 나를 보며 어렵게 말을 했다.

“어머님뿐만 아니라, 아버님께도 부탁드릴게 있습니다.
입시가 끝나기 전까지 저와 초희에게는 절대로 터치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 입시생이라고 두 분이 초희의 눈치를 본다던지, 중요한 일임에도 초희 때문에 미루거나 하지 않는다던지 하는 그런 행동들을 보이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하하하!~ 이 친구, 참 나...! 아, 어떻게 신경을 안 써!~~ 지금도 딸내미 눈치보고 살고 있구만...! 자네도 애 낳아봐, 그게 말처럼 쉽나...안 그래, 정 원장?”

“하아!~ 이 친구, 참나!~~ 나가자, 넌 빠지는 게 좋겠다!~~”

정 원장은 일어나 학송의 팔을 잡아끌면서 상담실을 나갔다.
며칠 사이에 저렇게 격의 없는 사이가 됐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나와 특별한 관계가 된 상인과 광호도 친해지기 까지는 2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비정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죄송해요, 장 선생님.
저이 성격이 워낙 급해서요...저번에도 그렇고...정말 죄송합니다...”

학송의 아내는 확실히 그와 달랐다.
갸름한 얼굴은 김 희애를 닮았는데, 턱이 정말 뾰족해 보였고, 전체적으로 너무나 연약해 보였다.
키는 유정보다는 훨씬 커보였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말라보였다.
초희도 엄마를 닮아서 얼굴도 그렇고, 체형도 많이 말라보였는데 성격까지 쏙 빼닮아서 부끄럼을 많이 타고 어려워했다.
초희를 보면서 차라리 학송의 성격을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여려서 앞으로 어떻게 지옥 같은 수업을 견뎌낼지 너무나 걱정이 되었다.

한국에서 시행되는 모든 국가고시는 전쟁과 같은 특성이 있었다.
총알이 빗발치고, 나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된 적들과 싸워서 이겨야 하는 전투력을 심어줘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우아한 수업을 할 수 있겠는가? 한 마디로 좆으로 밤송이를 까라고 해도 까야할 상황이었다.

“어머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초희는 잘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어머님은 철저하게 남의 일처럼 생각해주시고, 입시에 관계된 모든 일은 저와 초희가 알아서 할 수 있는 분위기만 만들어 주시면 되는 겁니다.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초희에게 부담이 되니까요.”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당연하죠...하지만 입시생이라고 더 잘해줘야겠다는 생각은 말라는 겁니다.
그저 평상시처럼 초희의 건강을 신경써주시는 정도 선에서 포기를 해주세요.
이제, 초희도 성인이 아닙니까? 스스로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나입니다.
초희도 이젠 혼자서 세상을 날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초희 엄마는 옆에 앉아 내 얘기를 듣는 초희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장 선생님은...정말 담백한 분이시군요...젊은 분이....”

“예?...”

“아, 아니에요...장 선생님이 뭘 말씀하시는지 알겠어요...네...초희도 이젠...혼자서 날아봐야죠...”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초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초희는 상기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니?”

“... ...”

“괜찮아 초희야...내겐 어떤 말이든 해도 괜찮아.
나도 너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하고...너도 나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남은 기간동안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지 않겠니?”

초희는 내 말에 뭔가를 말 하려다가 이내, 포기를 했고 학송의 아내는 안타깝다는 듯 다시 초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잘 부탁드려요, 장 선생님...우리애가 이렇게 숫기가 없어서요...”

“괜찮습니다, 어머님.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으니까요.
아무튼 초희야, 내일 수업은 일정표대로 오후 3시부터니까 늦지 말고, 알았지? 늦으면 혼난다? ...난 널 기다리게 할 수 있지만, 입시생 주제에 날 기다리게 하면 아주 쓴맛을 보여줄 거 야, 알았지?”

“... ...네...”

처음으로 초희가 입을 뗐다.
난 지금까지 초희를 보면서 그녀의 입은 조각상 처럼 열리지 않게 붙어있는 줄 알았지만, 다행히 초희의 의지에 의해 열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찌됐든 이제부터 시작이었고, 다행이었다.

학송의 아내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초희도 함께 일어섰다.
두 여자는 누가 봐도 모녀 사이임을 알 것 같았다.
키도 비슷했고, 체형도 마른 것이 똑 같았다.
그런데 전혀 없어 보이는 이미지가 아니고 뭔가 알 수 없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풍기고 있는 것도 같았다.
정말 신기한 모녀였다.

상담실을 나오자 원장실에서 연신 웃으며 대화를 하던 학송과 정 원장, 그리고 유정이 우리를 보고 소파에서 일어섰다.
유정도 학송과 그새 친해진 것 같았다.
저런 친화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왜 나는 저런 친화력이 없는 것인지 알 수 가 없었다.

“초희 아버님, 내일부터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래!~ 나도 자네말대로 간섭하지 않고, 앞으로 초희는 자네에게 전적으로 맡길 테니까, 자네가 책임져야 하네! 알겠나?”

학송은 해병대출신이라더니 말투 하나하나가 명령조였다.
내가 해병대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귀찮아 질 것 같아서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은 것이 다행스럽게 생각되었다.
강해지기 위해서 해병대에 자원했었는데, 해병대가 되어서도 후회를 했고, 제대를 해서도 후회를 했었다.
강해지기 위해서 해병대에 갔지만 나의 약함만을 확인하고 말았고, 강한 척하는 다른 남자들의 끔찍한 모습만을 목격했을 뿐이었다.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마주했을 때, 약한 자들은 과장된 행동을 하게 된다.
소리를 크게 지르면서 유난스런 동작을 해댄다.
왜? 두려우니까...
하지만 강한 자는 자신보다 강한 상대와 마주했을 때, 비로써 자신의 강함을 증명할 수 있다는 생각에 황홀감을 느끼고, 기분 좋은 긴장감에 취하게 되면서 강한 쾌감을 느낀다.
왜? ...자신이 마주한 상대를 이길 것이란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난 28년을 살면서 내 엄마보다 강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엄마를 만나기 싫었다.
엄마를 만나게 되면 난 크게 소리를 지르거나, 과장된 행동을 하게 될 테니까...

수업이 시작되고, 늘 상 그렇듯이 모든 강사와 학생들이 일사분란하게 자신들의 위치로 향했다.
정 원장은 이것저것 확인을 하고는 학송의 전화를 받고 나갔고, 나는 내 사무실에서 그동안 밀린 학생들의 그림을 확인하고 있었다.

똑, 똑, 똑...노크소리가 들려서 문 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유정이 안으로 들어오는데, 좀 전에 학송 부부와 상대할 때와는 다르게 표정이 밝지 않았다.
그녀는 테이블 앞 소파에 앉았고, 난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로 걸어갔다.

“절 부르시죠, 여기까지 올라오셨어요?”

미술학원은 7, 8, 9, 10층인 네 개 층을 쓰고 있었는데, 원장실은 7층에 있었고, 내 사무실은 10층인 입 시반 실기 실 안에 함께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으면 인터폰으로 나를 부르거나, 내가 사무실에 없고, 예비반이나 입시 반 실기 실에 있을 경우는 방송을 통해서 부르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학생이나 강사들을 부를 때는 모두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내가 앉으며 말하자, 유정이 미소를 지어보이며 다리를 꼬고 앉았다.
얄 상한 유정의 맨 발을 타고 잘록한 복사뼈 부근을 지나면 종아리가 유연하게 뻗어 올라가 옆트임이 있는 스커트로 허벅지 깊은 곳까지 보였다.
여자들은 자신들이 좋아서 옷을 입는다고 하지만, 남자들 입장에서는 확실히 곤란한 상황들이 많았다.
테니스장에서의 베르디움 여자들이 그랬고, 상인의 아파트에서는 나리엄마와 상인의 복장이 나를 곤란하게 했다.
그리고 지금은 유정이 내 눈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장 선생...기분 괜찮죠?...”

“예?...아...괜찮습니다.
뭐, 돈 많이 벌어서 좋죠...”

“흐음...그래도 장 선생이 쿨 해서 다행이네요...”

나는 유정이 시선을 밑으로 할 때, 얼른 그녀의 발을 보다가 다시 시선을 위로 향할 때를 맞춰서 유정의 눈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 있으세요, 부원장님?...”

내가 유정을 보면서 물어보자, 그녀가 약간 굳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이가 말이에요...초희 아버지를 굉장히 의식하더라고...학송씨랑 그 이랑 무슨 일이 있나 해서...”

사실, 난 초희 문제를 어렵게 느끼지 않고 있었다.
내가 처음 서울 길 원장 학원에 강사로 들어갔을 때, 나는 그 학원에 인맥이 전혀 없었다.
학원 주임들과 보조강사들은 모두 나를 지나치게 의식했고, 왜 그런지 모르지만 알게 모르게 왕따를 시켰다.
그리고 이제 처음 시작한 강사인 나에게 입시 반을 맡겼는데, 8명 모두 초희와 같은 학생들이 전부였었다.

학원엔 항상, 그런 학생들이 존재했고 어떤 강사들도 자신의 커리어에 흠집을 남기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난 처음부터 그런 학생들을 도맡아 처리하는 강사가 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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