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 발을 시작으로 한 걸음씩 움직여서 거실로 걸어 나갔다. 내 움직임으로 인해 주인여자는 더욱 쾌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보지 조임은 더욱 강해져 내 자지를 더욱 옥죄었고 뜨거운 물을 계속 쏟아내면서 짐승 같은 소리를 질러댔다.
“후웅!~~아!~~아후~ 아후으으응!~~~이, 이런 거!~~흐으으응!~~우으응! 미치겠어요!~~”
주인여자의 반응에 나도 흥분감이 더욱 올라왔지만 한 번 사정을 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상인과 경숙과의 경험 때문인지 몸으로 느껴지는 쾌감으로 인한 사정하고 싶다는 느낌을 조절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책을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 가능하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 수 있었다.
난 뭐든지 빨리 배우는 타입이었다. 아마도 섹스라는 육체적인 언어도 남들보다 더욱 빨리 배웠을 것이었다. 이런 나의 선천적인 능력을 물려준 나의 친부모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것인가란 의문이 들었다. 그 사람들은 왜 나를 낳았을까? 왜 사람들은 아이를 낳고 사는 것인가? 지금 나와 섹스를 하는 내 첫사랑과 이름이 같은 50대의 이 여자는 아이를 낳은 적이 없는 여자였다. 이 여자에게도 모성이 있을까?
“후우V!~~하아!~ 후회하지 않아요? 하아아!~~~”
“흐으으응!~~아!~~ 무, 뭘요? 우으으응!~~~”
“아이를 낳지 않은 거요!~~하아!~~하읔!~~”
내 말에 주인여자의 보지가 내 자지를 더욱 조여 왔다. 엄청난 조임에 머리가 캄캄해 질 정도의 쾌감이 밀려왔지만 그녀의 엉덩이를 움켜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면서 주인여자의 젖가슴을 깨물었다.
“아!~~~~~~시간이 허락한다면!~~후으으으응!~~~낳고 싶어요!~~당신 아이를 낳아보고 싶어요!~~~허으으으응!~~”
주인여자는 내게 매달린 채로 엉덩이를 지분거렸고 우리는 온몸이 땀으로 젖어서 무척이나 미끈거렸다. 무겁지 않은 무게였음에도 땀으로 인해 그녀를 들고 있는 것이 쉽지 않았는데 미끄러져서 그런지 주인여자는 내 목을 잡고 악착같이 매달렸다. 그로인해 자지로 전해지는 쾌감은 더욱 크게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주인여자의 젖가슴에서 입을 떼고 땀에 흠뻑 젖어 너무나 섹시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가 자기 얼굴을 보자 붉어진 얼굴을 더욱 붉히며 그녀도 나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아!~~~그녀를 잊지 못하고 있군요...하아아!~~~”
소파에 주인여자를 누이고 좆 질을 하려고 계산하던 나는 우뚝 멈춰서고 말았다. 내가 움직임을 멈추자 주인여자도 움직임을 멈췄다. 하지만 서로의 성기는 맞물린 채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난 주인여자의 말을 인정하고 싶지가 않았다. 불투명한 나의 미래를 의심하고 떠나버린 여자 따위를 잊지 못할 내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바보 같은 소리 말아요...!...하아아아!~~ 흐읔!~~”
내 말에 주인여자가 지금까지보다 더욱 힘을 줘서 내 자지를 조였다. 아무래도 이제 자신의 신체를 어느 정도까지는 통제할 수 있는 요령을 익힌 모양이었다. 나도 빨리 배우는 체질이었지만 주인여자도 나와 같은 부류인 것 같았다.
“당신이야 말로 바보 같은 짓 말아요!~ 후응!~~누구보다도 더 열정적인 사람이 왜 이렇게 맨송맨송하게 살고 있어요!~~~으으으응!~~”
맨송맨송 이라고 말 하는 것으로 보아 이 여자는 소설가가 분명했다. 학송은 하얀 짬뽕을 맛보고는 맹숭맹숭하다고 했었는데 그것은 자장면을 짜장면 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표현이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짜장면이라고 해야 입맛이 돌 것이었고, 차라리 싱겁다는 표현을 쓸망정 맨송맨송 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겠지만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었다.
난 미끌미끌해서 안기도 힘든 주인여자를 안아들고 안 방으로 걸어갔다. 안 방에는 불이 꺼져있었고, 침대는 정갈하게 정돈이 되어있었다. 안으로 들어간 나는 주인여자를 침대 끝에 올려 누인 뒤 내 무게를 그대로 실어서 좆 질을 시작했다. 그러자 주인여자는 두 다리로 내 허리를 감싸고 내게 안기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또 다시 내 육체와 주인여자의 몸이 부딪치며 요란한 소리가 났고 서로의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런데 좆 질을 할수록...쾌감이 내 온 몸을 감싸고돌수록 인영에 대한 생각이 간절했고 구체적으로 되어갔다.
자지로 전해지는 쾌감만큼 인영이 보고 싶었고 너무나 그리웠다.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주인여자의 말대로 난 아직도 인영을 그리워하고 있었고 이젠 댐이 터진 듯 그리운 감정이 폭발하고 말았다. 터진 댐처럼 나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고 주인여자는 그런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허어엉!~~ 인영아!~~미안해!~~미안해 내가 잘 못했어!~~ 허어어엉!~~”
왜 이렇게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감당할 수 없는 양의 눈물이 나왔다. 주인여자는 육중한 내 무게를 버티면서 두 팔로 나를 안은 채 등을 토닥여 주기 시작했다. 묘한 상황이었지만 나는 인체가 느끼는 쾌감과 머리가 생각하는 허탈함속에서 계속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내 밑에 깔려있는 여자가 인영이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지금의 나라면 인영이 나를 떠나는 그런 선택은 하지 않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인영이 다른 남자의 아내라는 것이었다. 인영에게 차이고 나는 이곳에 내려와 기계처럼 삶을 살았다. 아프지 않은 척, 힘들지 않은 척, 남들 앞에서는 그렇게 살았지만 실상은 물만두 피 보다 더 얇은 감성일 뿐이었다.
주인여자에게 안겨서 한참을 울었다. 어려서도 그리고 성인으로 자라서도 난 운적이 없었다. 강한 남자에 대한 동경 때문이 아니었다. 눈물을 보이는 것은 태생적인 나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 같아서 악착같이 눈물을 참았을 뿐이었다. 28년 간 참았던 눈물은 댐이 폭발한 것처럼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나왔다.
“어때요? ...오랜만에 울어본 소감이?...”
욕조에 뜨거운 물을 가득 받은 주인여자는 나를 데리고 함께 안으로 들어가 앉고는 그렇게 말했다. 한참 동안 운 나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자 조금씩 진정이 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 앞에서 울었다는 머쓱함은 뜨거운 물에 녹아 사라지는 것 같았고 정말이지 거짓말처럼 머리가 맑아졌다. 그리고 항상 가슴 한쪽에 맺혀 있던 것이 느껴지지 않았고 막혀있던 가슴이 뚫린 것처럼 너무나 시원했다.
“쑥스럽지만...뭔가 나쁜 감정들이 몸에서 빠져 나간 것처럼 편합니다...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울 걸 그랬어요...”
“... ...태복씨 기분을 알아요. 저는 여자로 태어났지만 30대가 될 때까지 울어본 경험이 없었죠.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어린 동생을 책임져야 된다는 의무감 때문이었는지 그땐 남자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고만 생각했어요...”
“... ...”
“그런 책임감 아닌 책임감이 어린 저를 옥죈 듯해요. 악착같이 공부를 했고 10살 때부터 미친 듯이 글을 썼어요. 그러다보니 어느새 제가 촉망받는 작가가 되어있더군요...밥벌이에 대한 강박관념이 사라졌지만 오히려 이상한 갈증에 시달리기 시작했어요. 제 은사님은 그것을 알고 계신 것 같았지만 전 그것이 못 마땅해서 외면해 버렸죠...그리곤 동생의 일이 터지고 말았고...전 죽어버렸어요...”
비극적인 얘기를 남의 얘기 하듯 너무나 담담하게 얘기해서 뭐라고 말 할 수가 없었다. 주인여자는 드라이했다. 사막의 모래보다 더 건조해 보인다는 느낌이 들 때 거짓말처럼 주인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지금의 남편에게 안겨서 한 시간을 울었던 것 같아요. 그날 남편도 울었고, 조카들도 울었고, 저도 울었어요. 그렇게 전...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지만...다시 글을 쓸 수는 없었어요.”
내가 손을 들어 앞으로 내밀자 그녀가 손을 들어 내 손을 잡았다. 나는 가볍게 주인여자를 당겼고, 그녀가 몸을 일으키며 내게로 와 안겼다. 내 무릎위에 앉은 그녀는 두 손을 내 어깨에 올린 채 나를 바라보았다. 맑은 눈에서 눈물을 흘리며 나를 바라보는 주인여자의 시선은 여자였다. 여자의 몸으로 남자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랑에 아파하는 태복씨가 부럽군요...전 그런 경험이 없어서 어떤 느낌인지 조차 상상이 가지 않아요. 낯간지럽기도 하고...호호...”
“...이제부터 저와 경험하면 되죠...”
내 말에 주인여자가 눈물을 닦으며 크게 웃었다. 그녀의 웃음소리에 나도 웃었다. 그녀와 몸이 비벼지며 내 자지가 또 다시 발기했다. 주인여자가 그것을 느꼈는지 웃으며 내 자지를 잡고 문질렀다.
“젊어서 그런가요? 아니면 원래 남자들은 이런가요?”
“...글쎄요...저도 다른 남자들 사정은 모르긴 마찬가진데요...?”
주인여자는 피식 웃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탕을 나가더니 때 수건을 들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그녀를 바라보던 나는 갑자기 내 발목을 잡고 당기는 주인여자로 인해 탕 안으로 머리까지 밀려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라 허우적대면서 겨우 머리를 빼낸 나는 당황한 얼굴로 주인여자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깔깔대고 웃고 있었다. 아름답고 너무나 귀여워 보였다.
“아이고!~ 이것 봐요 제가 뭐랬어요? 때가 국수가닥처럼 나오잖아요, 하하하!~”
때 수건으로 내 몸 구석구석을 밀면서 주인여자는 계속 웃었고, 난 조금 창피한 기분이 들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내 몸에 쌓여있는 때를 이렇게 벗겨 준 사람이 그동안 있었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공주 같은 크리스찬인 인영에겐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내게 독립적인 인간이길 바랐던 아버지와 엄마도 나를 목욕 시켜준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내 몸에서 이렇게 많은 때가 나오리라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때를 미는 것이 피부에 좋지 않다고 했지만 정서적인 면에서는 이런 일들이 필요할 것 같았다. 지금 내 몸의 때를 밀어주고 있는 주인여자의 얼굴은 나를 한 없이 사랑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인영도 그렇고 상인도 지금의 주인여자와 같은 시선은 아니었다. 땀을 흘리면서 내 몸의 때를 벗겨 주고 있는 주인여자를 보면서 어쩌면 나도 이 여자로 인해 울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룸은 왜 하신 거죠?”
난 아까부터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주인여자의 남편도 수입이 좋았고 ‘아파트’란 소설의 인세만 해도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굳이 귀찮은 원룸을 인수할 필요가 없어보였기 때문이었다. 주인여자는 내 몸을 일으켜 세운 뒤 샤워기로 때를 제거해 주기 시작했다. 내 자지는 여전히 발기한 채로 우뚝 서 있었고 그녀는 목, 등부터 시작해서 자지 털에 붙어있는 때까지 제거하고 있었다.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죠... 울 수 있는 여자가 되었어도 마찬가지에요...남편은 내가 사람들 속에서 살기를 바랐어요. 그러다보면 제가 달라질 줄 알았던 거죠. 하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더군요...”
궁지에 몰린 한국이 주인여자에게 폭언을 하던 상황이 떠올랐다. 그 일로 주인여자의 남편과 한국이 혈투직전까지 갔지만 광호의 중재로 큰일은 당하지 않았었다. 어쨌든 그 일로 인해 나와 이런 상황까지 온 것은 분명해 보였다. 안 좋은 기억이겠지만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인 듯 했고, 주인남자의 바람대로 이 여자는 앞으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것이었다.
과연 주인남자는 자신의 바람대로 변해버린 아내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 까? 궁금한 일이었다. 광호처럼 쿨 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까? 나와 주인여자의 관계는 엄연히 불륜이었다. 상인과의 일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불륜을 저지른 아내를 인정할 수 있을까? 나라면 불가능할 것 같았다. 내 아내도 아닌 인영이 다른 남자 품에 안겨서 신음을 내 뱉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고 사는 것을 난 아직까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하물며 법적으로 맺어진 내 아내가 불륜을 저지른다면 나는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기적인 것인가?
욕실을 나가 몸에 뭍은 물기를 수건으로 닦으며 나는 무심코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계는 이제 6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주인남자가 올 것이란 생각이 들자 온몸에 소름이 돋아나고 말았다. 내 앞에서 자기 몸을 닦던 주인여자가 나를 보더니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는 전혀 남편을 의식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젊은 남자와 붙어먹은 여자의 반응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반응이었다.
“남편이 걱정되나요?...”
주인여자는 생긴 것 하고는 다르게 돌려서 말하는 스타일이 아닌 것 같았다. 직접적이었고 정곡을 찌르고 들어왔다.
“...불륜을 저지른 사람치고는 너무나 태연스러워서 기절할 정돕니다...”
내 말에 주인여자가 또 크게 웃었다. 여전히 나는 알몸이었고 주인여자도 알 몸 그대로였다. 주인여자와 나와의 일을 아무리 미화시킨다고 하더라도 불륜이라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 사이가 불륜인가요? ...흐음...조금 실망이네요...어느 정도는 태복씨가 절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말이 주인여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 여자...분명 변하고 있었다. 상인의 변화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내 첫사랑과 이름이 같은 나이든 여자가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기분이 묘했다. 여자는 사랑에 빠지면 용감해진다고 했는데 지금 주인여자가 그러고 있었다.
“두려워 할 것 없어요...남편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그 어떤 집착 같은 것은 없으니까. 더군다나 이 나이에 그런 감정들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나이 들어도 여자는 여자고, 남자는 남자더군요...두 분은 안 그런가요?”
“후우~ 애초에 남편과 나는 남자와 여자로 만난 것이 아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아무튼 남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요 태복씨...호호...!”
주인여자의 확신에 찬 말이었지만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하지만 내 앞에서 알몸을 하고 있는 이 여자는 그 어떤 두려움도 없어보였다.
“하이고!~~ 다리가 후들거리네요....후우!~~”
바닥에 떨어진 팬티를 집어 들고 입으려던 주인여자가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비틀거리며 그렇게 말했다. 그 모습은 섹시했지만 몸 개그가 따로 없을 정도로 코믹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허리를 잡아 주었고, 주인여자는 내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팬티를 입을 수 있었다.
“고마워요 태복씨...그나저나 이 녀석은 언제까지 이렇게 있는 거죠?”
내 자지는 여전히 발기한 채로 천장을 향하고 있었다. 당연했다. 잘 여문 원숙미가 충만한 여자가 알몸으로 내 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하고 싶어요?...”
“몸은 솔직하죠...제 몸이 인영씨를 또 원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몸은 솔직하군요, 하하...!...음...하지만 전 지금 무리에요...아직도 거기가 화끈거리고 다리에 힘도 없어요. 미안해요, 태복씨...”
“아닙니다. 참을 수 있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가 침입해 들어온 작은 방으로 들어가 옷을 찾아들고 입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이제 뭐하죠?”
내 말에 주인여자가 웃었다. 나도 그랬고 주인여자도 섹스 이후에 대한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섹스는 남녀가 즐길 수 있는 최상의 놀이었지만 오래 지속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섹스만으로 지속되는 남, 녀 관계는 없는 것일지도 몰랐다. 나머지 정서적인 관계를 채워주지 못한다면 그 관계는 유지되기 힘들 것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정서적인 관계만으로도 남녀관계가 지속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섹스는 어쩌면 남녀 관계에서 필요 없는 부분일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가끔씩 들 때가 바로 그런 일이었다.
“음...오늘 태복씨 일 없죠?”
“네...오늘까지 쉽니다.”
“그럼, 저랑 어디 좀 가요.”
어디를 가고 싶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주인여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내가 작은 방에서 옷을 다 입고 거실로 나오자 주인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두리번거리며 그녀를 찾아보니 안방에 있었다. 팬티와 브래지어만을 한 채로 화장대에 앉아서 화장을 고치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주인여자가 다르게 보였다.
“어때요? 저 괜찮아 보여요?”
“아름다워요...”
내 말에 환한 미소를 짓는 주인여자는 어린애처럼 보였다. 그녀는 들뜬 얼굴로 일어나 옷장에서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어린 애처럼 들떠 있었다. 주인여자는 너무나 들떠있었다. 나로 인해 비로소 여자가 되었기 때문인가? 하지만 단순하게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여자이기 이전에 그녀는 사람이었다. 이제 정말로 주인여자는 사람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들뜰 수밖에 없었다. 싱그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았던 지난 시간에 그녀는 분명 죽어 있었던 것이었다. 상기된 얼굴로 이 옷 저 옷을 고르는 주인여자를 보자 나도 기분이 업 되는 것을 느꼈다.
이런 식의 감정은 상인과의 관계에서도 있었지만 조금 다른 것이었다. 아니 다르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았다. 이것저것 분석하는 것도 귀찮았고, 병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 간에 분석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저 사랑하면 그뿐이었다. 지금 주인여자는 그걸 하고 있었다. 다른 생각은 하지 않은 채로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었다. 확실히 나는 이기적인 놈이란 생각이 들었다. 항상, 인간의 감정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리재고 저리재고를 반복했다. 그런 삶의 방식은 내 삶을 조금은 안전하게 만들었지만 재미는 없었다.
“태복씨 저 어때요?”
옷을 다 입은 주인여자가 내 앞에서 모델처럼 포즈를 취하며 물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나는 말 대신 그녀를 안고 키스를 했다. 열정적으로 그녀의 입을 빨아댔고, 혀를 휘감고 움직였다. 한참동안 키스를 하다가 떨어져 주인여자를 바라보자 그녀는 눈을 감은채로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가 눈을 뜨면서 가볍게 내 어깨를 때렸다.
“립스틱을 다 먹어 버렸잖아요...!...”
주인여자가 자신의 차에 나를 태우고 달려간 곳은 문화 회관이었다. 그녀의 목적은‘염쟁이 유씨’라는 연극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연극은 인영과 보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그녀에게 차이면서 아직까지 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 지역에서도 공연을 하고 있었다니 내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주인여자도 즉흥적인 면이 있는 것 같았다. 나와 그런 일이 생길 것이고 그 후에 연극을 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진 않았을 것이었다. 그냥 머리에 떠오른 것을 나와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주인여자가 더욱 귀엽게 느껴졌다. 나이 50이 넘은 여자라고는 믿겨지지 않았다. 나도 이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인영과 상인의 일을 겪으면서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기로 다짐했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차에서 내려 회관 안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경쾌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맑은 표정이 가득했고 누군가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은 전혀 없어 보였다. 다른 이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나이든 여자가 존재하다니 너무나 놀라운 일이었다. 누군가 보기라도 하면 금방 소문이 돌 것이었는데 주인여자는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았다.
예상대로 연극은 너무나 재밌었다. 1인 15역을 전혀 어색하지 않게 해내는 유순웅의 연기는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연극 초반에 유순웅은 한 대학생 남자를 시작으로 점점 관객들을 연극 속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모두들 재미있어 했지만 난 불안했다.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배우와 시선을 마주쳤지만 내 앞사람이 선택되어 한숨을 돌렸다. 이제는 우리 줄에서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면서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주인여자만 아니었다면 나는 네 번째 줄에 앉는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인데 바로 그것이 문제가 되어버렸다. 내가 방심했는지 공교롭게도 나와 유순웅의 시선이 마주치고 말았다. 그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나를 지목했고 주인여자와 나는 부부가 되어 연극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유순웅이 내게 지정해준 배역은 큰 아들이었고, 주인여자는 큰 며느리였다. 우리가 불려나온 뒤 다른 커플도 불려나와 각자 내 남동생과 여동생 역을 맡았다. 나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끔찍했지만 재밌어 하는 주인여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모든 것을 했다. 아무래도 유순웅은 연극을 끌어가면서 처음부터 나와 주인여자를 생각했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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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유연한 진행에 의해 나는 더욱 망가지기 시작했고, 관객들의 웃음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고 주인여자는 재밌어했다.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어느 순간부터는 완벽하게 즐기고 말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