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난 명기다!! -68부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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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난 명기다!! -68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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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아침에 해맑게 웃으며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머릿속에 많은 악감정들을 전부 떨쳐 버릴수는 없었지만 

잊혀져 갔다.
조금씩...
조금씩...

그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진호는 그 후로 단 한번도 연락이 없었다. 

단 한번 만이라도 진호와의 통화를 하고는 싶었다. 

진심이었는지, 그랬다면 왜 그래야만 했는지.....

세상이 나만 따돌리는 기분이었다.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고 주위 사람들이라고 해서 내게 도움을 주거나 어떠한 조언을 해주지는 않았다.

그보다 조런을 해주기 이전에 내가 스스로 그런것을 꺽어버렸다.
그 어떤것 하나라도 다시 되돌릴 수는 없는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결을 해야 했지만 이미 그러기엔 나는 너무도 지쳐있었다.

진호도 나도 그리고 석민도 승수도 그저 업보라고 생각하는 것이 속편했다.

하나하나 파헤치고 들어가 다시 오물을 뒤집어 쓸 바엔 그저 잊자라는 위로를 자신에게 던질 뿐이었다.

그것이 속편했다.
간간히 떠오르는 그의 얼굴을 생각하면 괜찮다가도 한없이 약해지고 때론 너무 보고싶을만큼 

그리웠다.
하지만 그를 잊어야만 했다.
이젠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기 위해 가진 추억과 과거를 전부 버려내야만 

했다.

말이 쉽고 마음을 먹기는 간편했다.

기억을 관장하는 뇌를 꺼내 물에 씻어버리고 싶을만큼 잊어버리기엔 너무도 깊숙히 자리잡은 진호와의 추억에

그 누구도 모르게 아파해야만 했다.

 

'언제까지 아파야 할까? 나중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잊혀질까?'

 

진호가 했던 다짐들이 하나하나 머릿속에 수놓여져 가고 있었다.

지켜준다던 다짐도 거짓이 됐고 이뤄지지 않는 첫사랑도 이미 물건너 갔다.

그렇게 예쁘다고 쓰다듬어주던 그의 투박한 손길도 따뜻한 말을 건내주던 그의 마음 씀씀이도 이젠 지우개로

지우듯 한 글자 한 글자 지워나가야만 했다. 

나의 장난에 눈물이 핑돌만큼 아파도 예뻐해주고 내가 가진 상처가 다시 곪아버릴까 우울해하면 못추는 춤을

춰서라도 미소를 짓게하던 몸짓도, 다리가 아프면 어깨에 태워 다시던 근사함도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기억들만

생각이 났다.
사귀는 동안 단 한번도 싸워본 적 없는 둘만의 공간엔 나쁜 추억이란 공존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그를 떠나보내고 이젠 그를 잊어야만 하는것이 아깝기만 할 뿐이었다.

아깝지만 석민을 위해서라도 그래야만 했다.

 

"준비 다 됐어?"

 

화장을 하며 잠시 기억을 더듬어 올라간 내게 석민의 음성이 들려왔다.

서둘러 추억록을 챙겨 가슴 깊은 곳의 서랍장에 숨겨야 했다.

석민은 다시 전에 다니던 회사에 취직을 했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회사이기도 했지만 이제 시아버지가 

될 석민의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가 운영하는 곳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봄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밝은 햇살과 뜨거운 볕이 창으로 쳐들어와 그간 축축히 젖었던 방안을 뽀송하게

말려주려는듯 강하게 쬐여내고 있었다. 

4월..
이제 조금있으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5월이 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5월의 신부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나였다.

 

석민의 고향을 가는 길이었다.

주말임에도 시원할 정도는 아니지만 거북이 운행처럼 막히지는 않아 나름 제 속도를 내고 있었다.

에어컨을 켜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만큼 후덕한 날씨가 답답한 차안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고 있었지만 비단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제 시아버지가 될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것, 그의 가족들을 대면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은근히 나의 숨통을 조여오는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나는 석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다.
그가 장남인지 차남인지 아니면 외아들인지.
6개월여를

같이 뒹굴고 생활하는 동안 나는 석민에게 먼저 묻지도 듣지도 못했던 것을 깨달았다.

남자친구 선배의 동기, 우연한 동거, 그리고 결혼.

내가 굳이 그의 가족사항까지 알 필요는 없던 관계였다.
연인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한 관계였으니까...

 

"오빠! 오빠네 아빠 말고 또 있어?"

"아~ 내가 말 안했구나...
나 여동생 한 명 있어.
혜미보다 두 살 어리겠다!"

 

그제서야 석민은 줄줄이 가족에 대한 얘기를 풀어나갔다.

무뚝뚝한 아버지의 성격이며 싹싹하고 요리솜씨가 엄청나게 뛰어난 여동생의 얘기까지 거의 쉴새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도망간 어머니의 얘기를 빼고는 자세하게 일일이 열거를 해나갔다.

도망간 어머니에 대해서는 나도 더이상 묻고 싶지 않았다. 

서로의 아픈 얘기는 건드려서 좋을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아직까지 잊지 못하고 마음속으로 품고만 있다면 살살 어루만져 진정을 시켜야 했지만 말이다.

무뚝뚝한 그의 아버지가 겁이 났다.
걱정이 됐다.

괜히 식은땀이 나고 도착해서 얼굴을 보자마자 어떻게 대응을 해야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천안 논산간 고속도록를 시원하게 내달리는 차엔 싸우지도 않았는데 어색한 침묵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점점 그의 집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마음속이 답답해져왔다.
그런 어색함이 싫었는지 석민은 우스갯소리도

하고 말을 계속해서 걸어왔지만 나도 모르게 단답형으로 끊어냈던 것이었다.

 

'아~ 떨려....'

 

누군가를 만나면서 마음을 졸여본지가 언제인지도 모를만큼 생소한 느낌이었다.

날씨가 더운탓도 있었지만 손엔 번지르하게 땀이 찼고 체한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의외로 교통량이 많지 않은 고속도로는 한적했고 그 한적한 도로와는 반대로 체증을 겪는 나였다.

어느덧 고속도로의 나들목을 빠져나와 한적한 시골의 풍경이 드러났다.
아직 모심기를 할 철이 아닌지

검은 물이 찰랑이는 논위엔 트랙터와 경운기가 요란한 울음을 토해내며 논을 휘젖고 있었다. 

역시 볕이 뜨거운지 커다란 챙이 달린 밀짚모자를 눌러쓴 농부들은 부지런히 몸을 놀리고 있었다.

창밖으로 눈을 집중시키고 넋을 놓아가고 있었다.

뒷편으로 멋진 숲이 울창하게 퍼져 마을을 감싸안고 부분부분 패인 황토빛이 드러나는 부끄러운 상처도

한폭의 동양화처럼 자연스럽게 보였다.
바지를 벗은 꼬마아이가 고추를 내놓고 달랑거리며 뛰다가 몸빼를

입은 피부가 거친 할머니의 손에 낚아채여 몸부림을 치고 있고 요즘은 흔히 보지 못 할 외양간에서는

황소 한 마리가 여물을 뜯고 있었다.

 

"혜미야!"

 

답답한 마음이 단번에 풀려나가는 정겨운 시골의 풍경에 유리에 성에가 낀지도 모르고 있다가 석민이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추스렸다.

 

"왜? 여기야? 오빠네 동네가?"

"응...
볼 거 없지? 저~~~기 보이는 집있지? 산 아래..."

 

석민의 손가락이 가리킨 산마루 근처에 파란색 기와가 올려진 낡은 집이 보였다.
주변엔 두 채 정도의 낡은

집이 더 있었지만 그 집들보다 더 낡아 보였다. 

점점 그 집에 가까워져 갈수록 다시 숨이 턱턱 막혀오기 시작했다.

 

'하아...떨려...떨려...
어쩌지? 절부터 해야하나? 아~~'

 

점점 파란지붕이 가까워지고 가까워질수록 파란색은 점점 모습을 감춘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길이 끊기고

흙길로 접어들면서 땅 특유의 쿠션감이 자동차를 지나 몸까지 전해져 왔다.
땅에 박힌 돌멩이를 올라 탔는지

몸이 떳다가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파란 지붕아래 어울리지 않게 녹색의 대문이 활짝 열려 있는 집앞에 작은 체구의 여자가 나와 팔짱을 끼고 있었다.

깡마른 체구에 조금은 검은 피부를 한 석민의 동생인 민지였던 것이다.

창문을 내리며 자랑스럽게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수가 개선문을 통과하듯 손을 흔들자 아직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내게 꾸벅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해왔다.

 

"어머! 새언니~~~ 안녕하세요?"

 

그녀의 당황스러울 정도의 친근한 인사에 편안함보다는 주뼜거림이 앞장섰다.
그런 그녀에게 애써 웃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것이 내가 건낸 전부였다.
그래도 민지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맞아 주었다.

전형적인 시골집의 풍경이었다. 

이제는 쓰지도 않는 키와 대소쿠리들이 벽면에 들러붙어 하얀먼지를 입고 있고 넓지않은 대청마루엔 봄나물이

노란 사료 포대위에 올려져 말라가고 있었다.
마당한켠엔 스폰지가 너덜하게 붙어 파랑비닐테입이 감긴 수돗가가

보이고 한 평 정도의 시멘트로 만들어 놓은 수도받이 위엔 빨간 대야가 물을 가득담고 있었다.

 

"석민이 온겨?~"

 

커다란 헛기침을 하며 광에서 몸을 나타낸 곱슬머리의 중년 남성이 옷을 털며 다가오고 있었다. 

볕에 그을린 검은 살결과 살이라고는 남아 있지 않은 패인 볼은 가죽만 남아 허름한 인상을 더욱 허름하게

만들고 있었다.
깊게 패인 주름과 손님이 온다고 해서인지 말끔해보이는 턱과 콧수염자리는 방금 면도를 

끝낸 것 같았다.

 

"아버님 안녕하세요~"

"어..어험..어험! 먼 길 오느라 수고했어요~ 언능 오르자구"

 

생전 처음보는 여자인 것처럼 눈도 제대로 못마주치는 석민의 아버지가 귀엽게 느껴졌다.

괜히 민망함을 감추려는 어색한 헛기침과 냉큼 앞장서서 마루로 오르는 뒷모습이 그렇게 느껴졌다.

 

/야! 이년아! 새언니 왔는디 마실꺼 안내오고 뭣허냐~/

 

웃음보를 터트린 나였다.
아들이 색시감을 데려온 것이 기쁜지 괜히 애먼 민지에게 큰소리를 치는 그였다.

전라도와 충청도의 경계선 부근인지라 전라도도 아닌 충청도도 아닌 사투리가 애매하게 들려왔다.

괜히 마루에 올라 먼지를 쓸어내는 시늉을 하던 아버님은 힐끗 눈을 맞추고 손짓 한 번을 보내왔다.

그리고 석민과 나는 마루에 올라 절을 올리고 자리에 앉았다.

바깥쪽으로 반쯤 돌아앉은 아버님은 여전히 민지를 타박하고 있었다.
쑥쓰러움이 극에 달했는지 연신

멈추지 않는 헛기침이었다.

 

"어험!! 야~! 민지야! 과일은 없능겨? 애 들어선 여자한틴 과일을 줘야제~"

 

처음엔 잘 참아내던 민지도 유독 유별나게 구는 아버지에게 짜증이 났는지 볼멘소리를 건내왔다.

내가 오고 나서부터 한시도 몸을 가만히 두게 하지 못하던 아버님 때문이었다.

 

"아부지! 나도 새언니 얼굴 좀 봅시다! 평소같지 않게 왜그라능규?"

"이년이! 니가 데꼬 살 여자도 아닌디 니가 얼굴은 봐서 뭣 허려구?"

 

"그래도 새언니 될 사람인데.."

"이년아! 밥이나 채려!"

 

석민은 자신의 아버지를 잘 모르고 있었다.
부끄럽고 쑥스러움을 숨기기위한 일종의 자기방어로 무뚝뚝한척을

하고있는것이 느껴졌다.
살짝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자신의 며느리가 될 여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훔쳐보는것 같았다.

 

"험! 어험!! 그려..
언제부터 교재를 한겨?"

 

나도 아닌 석민도 아닌 정확하게 둘의 사이에 시선을 놓고 던져진 한 마디에 석민은 나를 한번 쳐다보고 말을

이어갔다.
아버님의 헛기침이 겁을 주려는 것이 아닌 말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인듯 귀엽게 느껴질 뿐이었다.

 

"만난지는 일년정도 됐구요..
사귄지는..."

"그려~ 저...거시기...올해 나이가..."

 

"말씀 낮추셔요 아버님..
올해 스물여섯살 됐어요"

"음....얼굴이 고와서 이놈 속 좀 썩겠구만 그려..."

 

아버님의 말 뜻이 처음에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신상에 대한 이야기며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고와서 어떻게 이런 호랑말코같은 놈을 만난겨? 내 아들놈이지만 참 못났는디~ 허허허허"

"그러게요 아버님..
아버님같이 멋진분 한테서 어떻게 석민씨 같은...."

 

아버님의 얼굴이 잠시 멈칫거리는듯 하더니 이내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잠시 얼굴이 굳어 졌을때는 혹시

말실수를 한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찾아오고 있었다.

 

"지 오매 닮아서 그런게지 뭘...허허허"

 

순간 웃음바다가 되어버린듯 한동안 행복한 웃음이 멎질 않았다.
내가 느끼기에도 며느리감으로 마음에 

들었던것 같았다.
처음의 어색함은 점차 사라지고 마치 신혼여행을 갔다가 돌아온 아들과 며느리를 맞아주듯

편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부엌에서 혼자 밥상을 차리던 민지도 석민을 불러내 상을 들였고 마루에서 안방으로 옮겨가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좋았다.
시아버지가 될 사람도 시누이가 될 사람도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지낸 친척처럼 편안해져갔다.

욕심이 없는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그것이 가장 좋았다.

낡은집, 허름한 옷차림이지만 그들의 표정에는 서울에서는, 아니 요즘처럼 각박한 시대에서 볼 수 없는 따뜻한

미소와 마음씨가 숨겨져 있는듯 했다.

밥상을 물리고 나는 시누이가 될 민지와 함께 상을 치워내고 있었다.

 

"언니~ 들어가서 쉬세요..
이거 저 혼자해도 금방해요~"

"같이 하면 빠르잖아요~"

 

"언니도 참~"

"아가씨! 나중에 저 과외 좀 해줘요...
어쩜 이렇게 음식을 잘해요?

 

석민이 한 음식들도 하나같이 맛있었지만 그와는 비교도 안 될 솜씨였다.
왠만한 음식점은 따라오지도 못 할만큼 

감칠맛나는 음식들이었다. 

아버지와 말을 나눌때는 사투리를 섞던 그녀도 단둘이 이야기를 할 때는 사투리를 전혀 쓰지 않았다.

읍내의 작은 사무실에서 경리일을 본다는 그녀였지만 겉모습은 아직 고등학생인것처럼 앳띠고 작아보였다.

 

"우리오빠 정말 복 터졌다..
어디서 언니를 만났는지...
언니 너무 예뻐요~"

"에이..아가씨도...."

 

"언니 오늘 자고 갈꺼죠?"

"그..글쎄요~ 석민씨가 어떻게 할지..."

 

"자고가요~ 나랑 얘기도 많이 하고..
이동네에는 또래가 없어서 얼마나 심심한지 몰라요~"

"그럴께요..."

 

밤은 깊어만 가고 있었다.
처음에 발길을 뗄때부터 느껴지던 체증도 어느새 달아나 마치 내집만큼 편안해져갔다.

시아버지가 될 아버님도 편안하게 대해 주었고 민지 역시 얼마나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는지 깊은밤이 되도록

수다를 멈출 생각을 않고 있었다.
석민은 자신의 방에서 무얼하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오히려 무신경이

나를 더 시집이 될 시댁가족과의 유대감을 쌓는데 더욱 도움을 주었다.

민지는 밝았다. 

돈에 대한 욕심도 좋은 형편이 아닌 집에도 불만이 없어 보였다.

순박한 시골처녀의 모습 그대로였다.

벽면에 걸린 낡은 핸드백이 눈에 들어왔다.
무언가가 들은듯 한 핸드백이 자꾸만 눈에 거슬렸다.

자고로 여자는 핸드백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던 나로서는 그것이 계속 눈에 거슬릴수 밖에 없었다.

 

"아가씨! 잠시만요..."

 

이럴줄 알았으면 미리미리 물어 선물을 하나 사올껄 하는 생각이 뒤늦게 찾아왔다.
분명히 여동생이 있다는걸

알았다면 모르긴 몰라도 핸드백을 사왔을 것이었다.
마루의 찬 느낌이 스타킹을 뚫고 발바닥으로 전해져 왔다.

어둠이 깔린 시골의 풍경은 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멀리 비춰오는 집집의 작은 불빛들이

점점 사라져가고 바람이 일렁이는 숲엔 잎사귀들의 부벼지는 소리가 바시락거리며 귀를 자극했다.

솔직히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 만큼 큰 맘먹고 산 '명품'핸드백의 소지품을 비워갔다.
몇 번 들지도 않았지만

고심과 고심끝에 질러버린 핸드백은 새것과 다름 없었다.
하지만 주고 싶었다.
쓰던거라 기분이 나쁠지 모른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았다.

 

"뭐해?"

"그냥 잠이나 자~"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드려던 석민도 궁금했는지 몸을 일으켜 부스럭대는 내게 관심을 가졌다. 

 

"뭐 하는거야? 가방은 왜 쏟아?"

"어흐...미리 좀 얘기 좀 해주지! 아버님꺼 밖에 안 사왔잖아~"

 

"왜? 민지가 뭐라구 해? 내 이노무 지지배를!"

"야! 가만히 있어~ 내가 주고 싶어서 이러는거야~"

 

"그거 비싼거라고 손도 못대게 하더니?"

"조용히 좀 해! 어흐 진짜! 너 니네 집이라고 지금 까부는거야?"

 

석민은 조용히 이불속으로 들어가 눈을 감았다.
항상 그런식이었다.

조금이라도 정색하는 표정이 나오면 모든것을 포기하고 원래자리로 돌아가는 착한남자였다. 

 

"혜미야~ 안 자? 빨리 와~ 혜미가 없으니까 잠이 안오잖아~"

"왜! 또 새로운 환경이 되니까 땡겨? 헤헤..미안하지만 난 오늘 아가씨랑 잘꺼야~"

 

"아~ 왜!"

"그럼! 내가 아무리 밝히는년이라지만 시댁이 될지도 모르는집에서 끙끙대야겠어? 지금 임신해서 온 것도 

솔직히 챙피해 죽겠는데?"

 

"내가 뭐...그거 한다구 했나?"

"뻔해! 뻔해! 얼른 잠이나 자!"

 

"어야~ 빨리 와! 알았지?"

"자!"

 

엄마젖을 보채는 아이같이 어리광을 피우던 석민을 뒤로하고 다시 발바닥의 차가움을 느끼며 마루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삐걱이는 마룻소리가 들려오고 잠시전보다 줄어든 불빛들만 희미해지고 있었다.

이불을 깔던 민지는 문이 열리자 하던것을 멈추고 다시 이불을 밀어놓고 나를 맞았다.
다시 보아도 정말 작은

체구의 그녀였다. 

 

"아가씨! 이거.."

"어머! 언니 나 괜찮아요...언니꺼잖아요~"

 

"쓰던거라 미안해요...근데 딱 세 번 밖에 안 쓴거야..
기분 나빠도 받아요~ 나중에 새거로 사다줄께요"

"언니 나 진짜 괜찮아요...
이거 비싼건데~"

 

몸까지 뒤로 내빼며 거부하던 그녀의 손에 가방을 쥐어주자 무안한 얼굴이 눈에 띄게 나타났다.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난감한 표정은 여실히 드러났다.

 

"아가씨! 이거 짝퉁 아니예요..
새거는 아니지만 막 자랑해도 돼!"

"어..언니...고마워요~ 잘 쓸께요"

 

"고맙긴요..
쓰던거 줘서 너무 미안한건 난데요"

"미안은요...
너무 좋아요~ 난 이제 무조건 언니편이야~ 오빠랑 싸우면 무조건 언니편 들어줄께요"

 

핸드백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민지였다.
쓰다듬고 만지고 팔에 걸어 거울에 비쳐보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내곁을 떠나는 아쉬움도 서서히 사라져갔다.
선물이라는 것, 주면 줄수록 행복해지는 일이라는걸 다시 한 번

느낄수 있었다.

 

서울보다는 맑은 아침공기, 며느릿감이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소문이 돌았는지 주변사람들이 한 명 두 명 들러오고

핸드백 선물의 사례인지 민지는 벌써부터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 힘든일, 궂은일 마다않고 자신이 먼저 거들어

내고 있었다.
저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힘이 나올까 하는 의구심이 나올만큼 부지런하고 악다구니 있는

모습이었다.
사실 식전부터 떠들썩한 소리에 억지로 몸을 일으켜 일이라도 도울 참이었던 나였지만 하나같이

말리는 통에 꿔다 논 보릿자루처럼 밭의 한가운데 버려진채 볕 좋은 봄햇살과 간지러운 바람을 친구삼아 드넓은

풍광만 바라보며 명상에 잠겨 있었다.

석민의 부지런함이 의아스러웠던 지난날의 기억에 답이라도 던져주듯 민지나 아버님 역시 동이 트기전부터

일어나 시작도 끝도 없는 농삿일을 해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집안 내력이야...부지런함은....'

 

점심이 지나고 저녁을 먹고나서야 그 부지런한 몸놀림은 끝이 나는듯 했다.
여전히 설겆이 더미를 떠안은 

민지외엔 그제서야 한숨을 돌리는듯 했다.

 

"이제 올라가 봐야허지?"

 

내심 아쉬운듯한 아버님의 말투가 발길을 붙잡는듯 했다.
서운한 표정이 가득 담긴 얼굴을 단칼에 잘라낼 수

없어 석민도 나도 머뭇거릴수 밖에 없었다.

석민도 저렇게 아쉬워하는 아버지의 표정을 처음 보다고 말을 건내왔다.
내눈에도 장남과 며느릿감을 쉬이

보내고 싶지않은 모습이 선했다.
올라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점점 말수가 늘어가는 아버님이었다.

석민의 어린시절부터 쓸데없는 이웃 김씨의 얘기까지...

민지도 옆에서 그런 아버지를 거들듯 대화를 계속 이어나갔다.
사람이 그립고 그 그리움을 잠시 달래준 사람들이

다시 떠나가는 것이 못내 아쉬운듯 그렇게 해서라도 우리를 조금이라도 더 잡아놓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덧 9시가 훌쩍넘은 시간이 되자 결심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어버리는 아버님이었다.

 

"올라가야제?"

 

그후로는 굳게 다문 입을 열지 않았다.
민지 역시 아쉬운 표정만 지은채 차에 오르는 우리를 말없이 지켜만

볼 뿐이었다.

 

"아가~ 식은 사돈댁에서 허자는대로 맞출텡게 그리 알고 편안허게 몸조심혀라"

 

결혼에 대해 별 말씀이 없으셨던 아버님도 차에 시동을 걸고나서야 나지막하게 전해왔다.
후진을 하는 차를

보며 손을 흔드는 모습은 너무도 쓸쓸하게 느껴져 눈시울을 뜨겁게 달궈놓고 있었다.
하룻밤을 지새운 민지도

사람이 그리웠던지 끝내 울음을 터트렸고 사람의 정을 물씬 안고 다시 서울로 향하는 우리였다.

찡한 감동에 냉랭하게 굳어있던 차안 분위기도 다시 큰 도로가로 나오면서부터 서서히 풀려나가고 있었다.

 

"오빠네 식구들 너무 따뜻해..
참 좋은분들같애~"

"다행이네..
난 우리집보고 실망할까봐 걱정했는데"

 

석민도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이었다. 

어버님도 민지도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집이 가난하다는 것을 걱정스러워하던 석민도 그제서야 작은

웃음을 싹 틔웠다. 

도로의 밝은 가로등이 줄지어 서 한적한 도로를 밝혀내고 있었다.
막힘없이 뻥 뚫린 도로처럼 나, 그리고 석민의

앞길이 시원하게 뚫렸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는 나였다.

가끔 한 두대의 차들이 비껴갈뿐 너무 조용하고 한적한 도로였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탓인지 따뜻하게 흘러

나오는 히터바람과 함께 몸이 노곤하게 녹아내리고 있었다.
석민 역시 한낮동안 이뤄진 밭일 때문인지 깊은

하품을 품어냈고 눈꺼풀에도 피곤함이 느껴졌다.

 

"혜미야~ 피곤하면 좀 자~ 난 괜찮아"

"아냐..
괜찮아..
오빠 피곤하면 내가 할까?"

 

이상하리만치 아무리 졸려도 운전대만 잡으면 눈이 동그래지는 나였다.
그만큼 긴장을 한다는 증거였는지

언제나 그랬다.
석민이 피곤해 보여 말을 건냈지만 괜찮다는 말로 운전을 해나가는 석민이었다.

피곤함은 말수를 줄여나가게 하는데 한 몫을 했다.
또 다시 커다란 하품을 터트리는 석민은 눈을 크게 껌뻑이며

졸음을 떨쳐버리려는듯 행동했다.

 

"아~ 졸리다! 아~~~하!!"

"졸리면 내가 할께~ 차 세워~"

 

"그 정도는 아니야..
혜미야! 길도 한적하고 응? 어때?"

"뭐가 어때?"

 

석민은 음흉한 표정으로 힐끗힐끗 쳐다보며 눈웃음을 날렸다. 

 

"조~~기다 차 세우고 한 번 하고 갈까?"

"어흐~~~~ 미쳤어 미쳤어!! 길 한복판에서! 앙돼! 집에가서 해!"

 

"치~ 그럼 입으로.."

"뭐? 입?"

 

어제부터 계속해서 졸라대던 그를 뿌리쳤던 나였다.
집에서는 아버님과 민지때문에 어쩔수 없었고 길 한복판은

아무리 차안이라지만 너무 밝아 걱정이 됐다.
은근슬쩍 석민의 자지에 손을 가져다 대자 이미 몸을 부풀리고

있는 자지가 만져졌다.

 

"난 준비가 완료됐다고!!"

"어흐~ 변태! 너 원래 이렇게 시도때도 없이 밝히는 밝힘증 환자였어?"

 

그의 커져버린 자지를 만지자 나도 모르게 후끈 달아오르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그에게 변태 취급을 하면서

높은 톤으로 말을 건냈지만 진호의 부대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이났다.
당황하면서도 쾌락에 빠져 있던

진호의 얼굴이 생각나 작은 웃음이 번져나왔다.

나는 석민의 지퍼를 내리고 팬티사이로 커다란 자지를 꺼내가기 시작했다.
워낙 힘차게 발기를 한 탓에 쉽지

않았고 엉덩이를 들어 팬티가 더 잘 내려가도록 움직여주는 석민 덕분에 자지를 꺼낼수 있었다.

의자를 뒤로 충분히 빼내자 충분한 거리가 펼쳐졌다.
옷사이를 비집고 튀어오른 자지는 귀두가 터져나갈듯

커져 있었다.

 

"오~ 색다른데?"

"운전이나 잘해! 졸려하니까 특별히 해주는거야~"

 

카섹스를 안해본것은 아니지만 운전도중에 오랄섹스를 하는것은 처음이었다.
새로운 경험에 나도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귀두의 끝에서 맑은 액체가 흘러내리고 언제나 그렇듯 대포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는 자지에

얼굴을 가져다 대자 뜨거움이 느껴졌다.

 

"허..허읏!"

 

차안의 분위기를 끈적한 느낌으로 만들어내는 석민의 낮고 강한 신음에 은밀한 부분에서는 애액이 주륵흘러

나오는것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곧 차를 세우고 그가 말한 카섹스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오른손으로 그의 자지를 잡고 거침없이 빨아내기 시작했다.
허리가 들어 올려지고 탄성과 가쁜숨이 귀를 자극해

왔다. 

 

"어..어읏....허엇...."

"쪽! 쪽! 쪼~옥..
뿌릎......꾸륵!"

 

"하아...."

"쪽! 낼름.....후릅!"

 

거침없이 달려나가는 차와 미끌려져 들어오는 그의 자지가 묘한 기분을 선사했다.
내 몸엔 아무런 자극이

오지도 않았는데 나에게도 참지못할 쾌감이 전해져 오고 있었다.
자동차의 떨림 석민의 움직임이 나를 그렇게

몰고갔다. 

 

"오! 어우!....좋아...너무 좋아~"

 

석민은 오른손으로 나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손가락으로는 나의 입술과 들락거리는 자지를 훑으며 쾌감을 느껴

나가고 있었다.
차창으로 비춰져 들어오는 가로등의 빛이 밝아졌다가 다시 그 빛이 작아지기를 반복해나갔다.

점점 나의 침이 그의 자지기둥을 타고 옷속으로 흘러 들어가고 번들거림이 더해져만 갔다.

 

"어..어후...주..죽겠다! 너무 좋아~ 금방 싸겠어~"

"뿌륵! 꾸릅!....쪽...쩝!"

 

석민도 색다른 쾌감에 잔뜩 취해 평소보다 빠른 사정의 기미가 와 닿은듯 가쁜숨과 함께 쾌락의 젖은 외침을

질러댔고 그 외침은 더욱 강한 자극을 원하는듯 더욱 깊숙히 파고드는 자지를 빨아내기 시작했다.

허리를 움직이며 갑자기 몸을 떠는 석민이었다.

 

/빠~~~앙! 빵빵!!/

 

볼을 만지고 있던 그의 손이 재빠르게 운전대를 움켜쥐었다. 

순간적으로 정신이 들며 위험을 감지하는 나였고 강한 불빛이 앞유리를 통해 번져 들어오고 있었다. 

여전히 입에는 자지가 꿈틀대며 폭발하기 일보직전의 느낌을 주고 있었다. 

이내 뜨거운 물줄기가 입안으로 쭉 뻗어 들어오고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은 석민의 오른발이 보였다.

타이어가 도로에 강한 마찰을 일으키며 요란한 소리가 귀에 꽂혀 들어왔고 튕겨져 나갈듯 앞으로 쏠리는

몸이 느껴졌다.

밝고 하얀 불빛에 온통 햐얀 세상만이 보일뿐 어느것 하나 형체를 제대로 지키고 있지 못했다.

 

/쿠..쿠앙!!/

 

굉음이 들리며 온몸을 타고 흐르는 강한 압박과 으스러지는 고통을 느낄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석민 역시 어떠한 비명 한마디 질러내지 못하고 강하게 두 팔로 나의 머리를 감싸안았다.
강한 힘이 느껴졌다.

몸안에 있는 것들이 움직임을 멈추는듯 했다.
모든것이...

 

'하아...이 작은 행복까지 가져가야 하니? 겨우 겨우 추스르고 조금...
아주 조금 다시 행복해지려 하는데

그것마저 가져가야겠어? 가져가려면 아무것도 남지기 말고 전부 가져가..
희망 따위 품을 수 없게...'

 

작은 외침이었다. 

그리고 멈추었다.

나의 움직임도 그리고 보여지는 것도 모두 멈춰버렸다.

있는 힘껏 밟고 있는 석민의 오른발이 사진처럼 찍히고 내 의지가 아닌 강력한 힘에 의해 정신과 육체가

지배를 당한것 같이 몸이 굳어졌다.

그리고 곧 무의식의 어둠이 나를 휩싸 안았다.
편안해졌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느껴지지도 않았다.

 

'재수없는 년..
억수로 재수없는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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