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난 명기다!! -63부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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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난 명기다!! -6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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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베란다로 보이는 눈내리는 풍경은 한마디로 예술이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얀 눈이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춤을 추듯 엉덩이를 흔들며 내려앉고 있었고 검은 바탕에 흰 점이 되어 내리는 눈의 결정은 

무엇보다도 빛나고 있었다.
밤 하늘은 무척이나 검었다.
그래서인지 흰 눈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듯 했다.

야경을 수놓은 집집들의 불도 차츰 꺼져나가고 이제 겨우 한 두개의 집만이 어둠을 밝힐 뿐이었고 화려한 

네온사인도 우리의 밤 만큼 아름답지 못했다.

 

/찌꺽찌꺽..뿌득뿌득.../

 

소파의 등받이에 팔을 걸치고 야경을 바라보는 동안 석민은 굵고 긴 자지로 은밀한 부분을 정복하여 힘차게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소파가 뒤로 밀릴듯 정도의 강한 움직임이었지만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소파는

그저 휘청거리며 요란한 소리를 낼 뿐이었다.

 

"하악...하악...오..오빠..눈이 너무 예뻐..."

"허억...허억! 내리는 눈보다 니가 더 눈부시고 예뻐....
차가운 표정이며 하얀 살결하며..눈하고 많이 닮았어~"

 

"정말? 흐음...
아흑!"

"끄흥!..
근데 오늘은 왠일이야? 커텐도 안치고..
맨날 보인다고 뭐라 그러더니...흐읍"

 

"오늘은 이렇게 하고 싶어~ 하앙..."

"흐읍! 후우~"

 

엉덩이와 치골이 부딪칠 때 마다 들려오는 야릇한 소리와 부드러운 석민의 손길따라 움찔거리는 몸이 눈이 내리는

겨울임에도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환상의 몸짓을 지어내고 있었다.
은밀한 부위의 살들이 뜨겁게 달아올라

그의 자지가 들락 거릴 때마다 꽉 움켜쥐고 강한 압박을 가했다.
뜨거운 자지가 몸속을 헤집고 다닐 때 마다 끓어

오르는 심장이 터져 나갈 지경이었다.

 

"하윽...흐음...오빠..좋아..하악!"

"좋아? 흐흐흐"

 

"응..
몸이 녹아내릴것 같애....하읏!"

"녹아내려도 돼~"

 

어두운 야경이 하늘하늘 번져가며 더욱 아름다운 풍광을 뿜어냈다.
이미 반쯤 풀린 눈이 온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음악을 틀어놓은 것도 아닌데 리듬을 타며 유연하게 움직이는 석민의 허리가 부드럽게

느껴지고 보지안에 박혀있는 단단하고 커다란 자지가 질벽을 강하게 자극하며 환상의 섹스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뜨겁고 강한 느낌은 계속되었다.

 

"어흣...아~~~~~ 아~~~흣!"

"후우~~~후우~~~"

 

차디 찬 얼음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하얀 눈이 조금씩조금씩 쌓여가고 있다.
그 눈은 얼음과 맞닿아 제 살을 깎아

다시 그 은반위에 한 몸이 되어 다시금 두껍고 평평한 모습을 유지시킨다.
한 없이 흩날리는 눈발은 그칠 줄 

모르고 온 세상을 순백의 흰색으로 물들인다.
어둑해지는 태양을 뒤로하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는 그

은반위를 걷고 있다.
발에 묻어나는 아찔한 차가움도 알몸을 휩싸는 차가운 공기도 땀까지 흘리며 외롭게 얼음을

지치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
마치 은반위의 요정이라도 된 듯 온몸으로 얼음위에서 연기를 하듯 몸부림을 치는

내 위로 어둑해진 태양이 스포트라이트로 변해 환하게 빛나게 하고 있다.

 

"어윽! 오..오빠...하읏....나 뜨거워져.."

"후으...읍!"

 

"아앙...하앙.....아~~~..어윽!"

"하아~ 하아~"

 

얼음위를 미끄러지듯 질주하는 나는 하얀 눈발과 찬 기운의 바람으로 온 몸의 모공을 수축하고 근육과 신경을

조여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단 한번도 스케이트를 신어 본 적도 얼음을 지쳐 본 적도 없는 나였지만 알 것 

같았다.

한참을 달리고 달려 숨이 가빠오고 그 숨은 턱까지 차오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이었다.
어린 아이들이 한바탕

논 위에서 얼음을 지치고 놀고 따뜻한 집으로 돌아오면 자신도 모르게 녹아내리듯 힘에 부쳐 휘청거리는 몸을 

가눌 수 없는 나였다.
겨우 소파의 등받이에 의지해 몸을 지탱하고 있던 것 마저 석민은 허용하지 않았다.
완전히

나를 보내버릴 심산이었나 보다. 

 

겨드랑이를 파고 들어온 석민의 손이 나의 상체를 세웠다.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듯 허리운동은 계속되었고 마치

무두질을 하는 것 처럼 곱게 그리고 부드럽게 내 몸을 울려댔다.
한 손으로는 무너져 내려버릴듯한 몸을 잡아주고

또 한 손으로는 가슴과 클리토리스를 왕복하며 더욱 내 몸을 뜨겁게 만들어 놓고 있었다.

 

"하악! 아! 아읏! 어흑...
앗!"

"후웁! 후웁!..흠!"

 

나를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는 더욱 뜨겁게 변했다.
서쪽에서 다시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져버리던

태양이 다시 떠오르는 말도 되지 않는 상황은 더욱 나를 혼돈스럽게 한다.
그 빛은 내 몸위에서 더욱 강한 빛을

떨군다.
돋보기로 검은 종이를 태워 연기를 내듯 찬 공기와 뜨거운 태양빛이 만나 꽁꽁얼었던 은반위를 물안개로

가득하게 만든다.
무슨 조화인가! 살벌한 바람이 매섭게 불어닥치기도, 하얀 눈발이 눈을 뜨기도 힘들게 만들기도,

빛나는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기도한 날씨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서서히 눈발이 그쳐간다. 

 

"으.....으~~으읏!...으~~"

"이제 거의 다 온거야?"

 

"으...읏...흐읏!"

"후우후우..."

 

화려한 연기도 보여주지 못한 채 점점 가장자리부터 은반은 녹기 시작한다.
아직도 시퍼런 빛깔의 얼음이 두텁게

버티고 있는 은반이었지만 태양빛의 뜨거움은 가운데로 몰려있지만 그것만큼은 자연의 순리를 따라가는듯 했다.

은반위의 작은 섬 위에 나는 쓰러져 있다.
몸을 떨며...

 

"어윽! 윽..읏!"

"뜨..뜨거워~ 엄청 조인다..."

 

석민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뜨거운 애액을 왈칵 쏟아내고는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나로선 더 이상 나의

몸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감정이며 신경, 그리고 근육들까지도....

어느새 내 몸은 소파의 포근한 쿠션을 끌어안고 부르르 몸을 떨고 있었다. 

 

점점 작아지는 얼음섬을 떠날 방법이 없다.
수증기가 눈에 보이도록 피어 올라오는 이미 은반의 모습을 잃은

호수의 물이 뜨거운지 차가운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몸이 떨려온다.
그러나 뜨거운 태양은

조금의 양보도 없었다.
점점 작아지는 얼음이 두동강이 나며 나는 그 호수 속으로 빠져들고야 말았다.

 

"으아~~~악!!!! 허읏! 아흣!"

"어!..어흐~~~"

 

세차게 뿜어진 물줄기가 석민의 몸과 거실바닥을 더럽혔다.
소파를 타고 내려오는 나의 분비물이 가랑이 사이로

보인다.
점성이 없는 투명하고 맑은 물이었다.
몸안에서 용암이 폭발 할 듯 참고 참았지만 어김없이 터져나왔다.

참고 참았지만 석민의 공격에 또 다시 무릎을 꿇고 말았고 뜨거운 것이 빠져나가자 마자 다시 뜨거운 진득한것이

몸 속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으~~~~..으~~~...하!아..."

"허어..허으...흣! 음!...끄응...."

 

깊숙히 박힌 석민의 자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강하게 그것을 잡고 조여대는 나의 속살이었다.
뜨거웠다.

그리고 부드러웠다.
이 세상의 그 어떤 액체보다 부드러웠다.

 

 

>>>>>

 

 

승수의 괴롭힘은 완전히 끝이 난 듯 했다.
그 날 이후로는 찾아오는 일도 없었고 전화나 문자를 보내는 일도

없었다.
그대로 순순히 물러날 줄 알았더라면 조금 더 정신을 차리고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후회가

남았다.
하지만 이미 지난 일이었다.
그 어떤 일보다 큰 상처가 되었지만 그것에 얽매여 살기엔 내 스스로가

자신에게 너무 미안했다.
쉽게 떨쳐버릴수 있는 일이 아니란 것도 알고는 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잊는 수 밖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석민과의 마지막 한 달.
한 달이란 시간은 너무도 짧았다. 

첫 주엔 출근을 준비하는 석민 대신 밥도 차려주고 옷도 챙겨주며 성심을 다했지만 사람인지라 영원히 함께 할

것 같이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을 하는 그를 보고는 점차 내 자신이 게을러지고 나태해 진 것을 마지막 주가

되어서야 비로소 깨닫고 있었다.

 

'한 달 더 연장하자고 조를까?'

 

성현이가 결국 승수일을 해결 해 준 해결사였지만 그보다 항상 곁에서 보살피고 보듬어 준 석민에게 고마울 

뿐이었다.
그래서 인지 그에게 더욱 각별함을 느낀 것도 사실이었다.

그 와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그때는 이렇게까지 사이가 발전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때였다.
은은한 미소가

입가를 번지고 달아나는 것이 느껴졌다.

승수의 제대와 함께 석민을 처음 만난날..
진지하고 재미없는 모습에다 말투까지 싸가지 없는 그는 알고보니

무척이나 따뜻한 남자였다.
위트가 넘치지는 않았지만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즐거운 남자였고 결정적

으로 진호와 비슷한 모습에 처음엔 대리만족을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진호에게 없는 듬직함이 있었다. 

덩치에서 느껴지는 것이 아닌 넓은 마음에서 느낄 수 있는 안정감있는 포근함..
그것이었다. 

그러나 그 와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시침이 5시를 막 넘어가고 있었다.
어둑해지는 하늘과 그 어둠은 집안까지 쳐들어오고 있었다. 

침실에 불을 켰다.
다시 밝은 빛이 방을 밝히자 어둠이 익숙했던지 어색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나는 천천히 

화장대에 앉아 거울에 모습을 비춰보고 있었다.
몇 달간의 괴롭힘 때문이었을까? 너무도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살이 빠져 건강한 모습이 아닌 초췌하고 탄력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의 피부였다.
눈은 아픈 사람처럼 깊에 들어가

있고 입술도 예전처럼 적붉은 빛을 내지 못하고 각질까지 일어난 모습이었다.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렇게까지

망가져 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속상함에 치를 떨 수 밖에 없었다.

다시 활기찬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었다.
꽃다운 나이에 맞게 환하고 기쁜 표정의 나로 돌아가기로 했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을 쓰다듬으며 이곳저곳 쳐다보다가는 바쁘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심한 색조화장은 

아니었지만 매끄럽고 탄력있게 보이게 화장품을 발라나갔다.
저녁이 다 되서 화장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습기도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잠시 멎었던 눈발이 다시 거세지고 있었다.
하얀 눈처럼 나도 화려해지고 싶은 충동이 일었고 화장을 마친 후

옷장을 열어 석민과 첫 데이트에 입었던 흰색의 드레스풍 원피스를 찾아 입었다.
두껍지만 매혹적인 사선 문양의

검은 스타킹까지 신었다.
종아리와 허벅지가 스타킹 특유의 빛남과 매끈함을 얻어 더욱 매혹적으로 보였다.

 

'이렇게 입으니까 좀 봐줄만 하네!'

 

집을 나섰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석민의 회사앞에 두 손을 겨드랑이 사이에 끼우고 발을 동동 구르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화장을 한 것도 그저 다시 지우기도 아까웠고 며칠내내 집에만 있었더니 좀이 쑤셔 미칠 지경이었던 

것이다.
눈이 오고 날씨가 몹시 추운것도 석민과의 첫 데이트때 만큼이나 비슷하게 만들고 있었다.

 

'아~ 추워! 왜 이렇게 안 나와~'

 

이미 퇴근시간인 6시가 훌쩍 넘은 시간임에도 석민은 퇴근을 할 생각이 없는건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일부러 놀래켜 주기 위해 연락도 하지 않고 온 것이 후회가 될 만큼 한파는 자비없는 강한 바람을 옷섬 깊숙히

꽂아넣고 있었다. 

하얀 입김이 부서져나가고 따뜻했던 속살마저 차갑게 변해 빨갛게 될 때쯤 시끌거리는 복도에서는 몇 명의 남자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웃는 얼굴의 석민이 동료 직원들과 정문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오빠!"

"어? 혜미야~"

 

"이여..
석민씨 저렇게 예쁜 애인두 있었어?"

"아...
그..
그게~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동료들의 눈빛이 석민을 새삼 다르게 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석민은 어색한 웃음을 내보이며 말을 끝까지

잇지 못하고 재빠르게 곁으로 다가왔다.

 

"왠일이야~ 추운데..."

"그냥~ 간만에 오빠랑 데이트좀 할려고!"

 

"그럼 옷이라도 좀 따뜻하게 입고 나오지~"

"안 예뻐?"

 

"예뻐...
눈부실만큼...
근데 감기걸릴까봐"

"치~ 괜찮아.
오랫만에 멋 좀 부리고 싶었어~"

 

진심으로 걱정스런 눈빛의 석민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아까전부터 느껴지던 한파가 보통이 아님을 나도 알고 

있었기에 석민의 그런 노파심은 자연스런 현상이었던 것이다. 

석민은 혹시라도 내가 추울까 서둘러 차문을 열었다.
사실 바람이 불지 않는다 뿐이지 차안이나 실외나 추운것은

매한가지였지만 금새 석민과 나의 뜨거운 호흡으로 차안은 따뜻하게 덥혀져 오는것 같았다.

 

"자~ 어디로 갈까?"

"오빠가 가고 싶은대로! 어디든 따라갈께"

 

"그래? 음....
우리 그럼 거기 갈까? 씨푸드뷔페?"

"콜!"

 

석민도 기억을 하고 있었을까? 기억을 못한다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그 날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같이 있는것, 그가 곁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기분 좋은일이었다.

날씨가 추워지면 모든차가 이리 요란해지는 것인지 엔진소리가 더 크게 느껴졌다.
작은 진동이 느껴지며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 나가 도로 위를 미끌어진다.

이미 어두워져 가로등과 건물에 불을 밝힌 주변을 바라보며 석민과 나는 대화가 끊긴다. 

석민도 나도 코앞으로 다가온 이별을 준비하는듯 항상 잡았던 손도 어색하게 서로의 허벅지 위에 올려있었다.

 

 

>>>>>

 

 

고약한 소독약 냄새, 산달이 다 됐는지 둥근배가 힘겨워 상체를 뒤로 젖힌채 걷는 아줌마, 칭얼대는 아이들.

다른 병원들보다는 비교적 세련된 간호사복을 착용한 간호사들 하며 실내 인테리어가 멋스럽고 고풍스레 꾸며진

산부인과에 들어서는 효진과 나였다.

 

/어서오세요~ 이쪽으로 오셔서..../

 

"아뇨..박진경선생님 좀 만나러 왔는데요.."

"아~ 성함이...
이혜미라고 해요"

 

"잠시만요~"

 

잠시 우리를 돌려세운 간호사 한명이 원장실을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간호사들을 외모로만 보고 뽑는지 하나같이

예쁜 얼굴들이었다.
그냥 예쁜 얼굴이 아닌 색기가 넘치는 화장에 얼굴에, 몸매들도 전부 좋아 보였다.
특히

원장실로 들어간 방금전의 간호사의 가슴은 어찌나 큰지 내 가슴은 아기 가슴처럼 보일 정도였다.

 

'쟤네들도 분명히 포구일한테 다 따였을꺼야....'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동안 아직까지 멍자욱이 사라지지 않은 효진은 선글라스를 꼈지만

무척이나 초조한지 바지에 손바닥을 땀을 비벼닦으며 크게 심호흡을 했다.
사실 내가 중절수술을 해야 했다면

절대 이곳을 찾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친한 사이라고 할 수 있는 박진경은 무언가 뾰족한 해답을 줄 수 있을것

같아 효진을 이끈것이다.

진료가 길어지는지 가슴 큰 간호사는 어느새 원장실에서 나와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말을 되풀이하고 자신의

업무에 몰두하기 시작했고 나는 책꽂이에 꽂힌 잡지를 읽지도 않고 그냥 넘겨내며 시간을 보냈다.

 

"이혜미님~ 들어오세요"

 

다시 가슴 큰 간호사가 생긋 웃는 얼굴로 원장실로 안내했다.
그 생긋웃는 얼굴엔 왠지 나를 잔뜩 의심을 하는

듯 한 느낌이 들어 불쾌했지만 '나 임신 안했어요!'라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효진도 옆에 있는 상황에 그럴수는

없었다. 

 

"어머! 혜미씨!..
이게 얼마만이야.
잘 지냈죠? 이쪽으로 앉아요"

"네에..
선생님은 점점 젊어지고 예뻐지세요"

 

실로 그랬다.
박진경은 그동안 못본새에 세월이 무색할 만큼 더욱 젊어진 느낌이었다.

오똑 솟은 코를 리모델링 했는지 더욱 높고 날렵하게 뻣어 있었고 특유의 차갑고 날카로운 인상은 더욱 빛을 

발했다.

 

"에이..빈말이라도 고마워요.
근데 혜미씨는 얼굴이 많이 안됐다~ 그 상큼 발달하던 애가..
어머 피부가 왜 이렇게

거칠어졌어...
요즘 공부하느라 힘들구나?"

"아..아뇨...공부는 무슨~ 그냥 좀 고민이 많아서 잠을 못잤더니.."

 

"그랬구나~ 여자는 피부가 생명인데...
관리 좀 해요..근데 옆엔 누구.....어머! 효진씨 였구나~"

"아..안녕하셨어요"

 

"한 겨울에 왠 선글라스? 몰라봤잖아요~"

"아...네..."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게 박진경은 아줌마포스를 물씬 풍겨내며 수다스럽게 우릴 맞아들였다.
언제나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프로페셔널한 모습은 그대로였다.
한 때는 저런 박진경의 모습을 동경하던 때가 있었던 적도 

있었다.

자신감 넘치고 자기 자신에겐 언제나 사랑을 주는, 게다가 멋진 여의사라는 사회적 지위에다 자신이 즐기고 싶은

자연주의건 떼씹이건 자기합리화를 해가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그녀를 보며 나도 저렇게 멋진 여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꿈을 꾸던 2년전이 새삼 떠올랐다. 

왠만하면 병원내에서는 편안한 신발을 신기 마련이지만 빈틈없이 샤르넬 이라는 명품장식이 선명하게 박힌 

뾰족한 힐을 신고 먼지하나 구김하나 없는 의사가운과 지문 하나 묻지 않은 명찰은 자연의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효진씨 요즘 성구씨 안 만나나봐? 성구씨 가끔 술 많이 먹으면 효진씨 찾던데..."

"아..네...."

 

"무슨 일 있었어요?"

"아뇨..
무슨일은...."

 

"아! 근데 여길 왠일로...."

"그..그게...."

 

허벅지를 찔러오는 효진의 손이 무슨뜻인줄 알 것 같았다.
나도 막상 박진경을 대면하니 잘못 찾아왔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멋진 여성 앞에서 괜한 오기가 생겨난 것이었다.
나도, 효진도.

 

"그..그냥 지나던 길에...."

"치~ 누굴 바보로 아나..
혜미씨야 효진씨야?"

 

"........"

"아가씨들..
날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지만 나 의사예요, 그것도 우리과내에서는 알아주는 이름이라고...

내가 얘기할까봐 겁나죠? 나 그래도 원칙은 지키는 여자예요"

 

"그..그게~"

"내가 보니까 혜미씨는 아닌것 같고 효진씨구나! 얼마나 됐대요?"

 

"4주요..."

"지울꺼죠?"

 

"그..그게...."

"처음이 아니다? 맞죠?"

 

귀신같이 알아채는 박진경을 의사라기보다 점쟁이로 의심을 해야 할 정도였다.
효진을 생각해서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나오자 내 딴에는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효진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차 한잔 드세요~"

 

곰돌이가 그려진 예쁜 머그잔에 원두를 담아와 가슴 큰 간호사가 건냈다.
같은 여자지만 벗겨놓고 보고 싶을만큼

커다란 가슴이 계속 눈에 어른거렸다.
성적으로 보고싶은 것이 아닌 생김새며 탄력과 같은 것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블라우스의 단추가 튕겨져 나갈만큼 솟아오른 가슴은 정말 무시무시했다.

 

'크다고 좋은가? 탄력도 있고 유두도 예뻐야지! 저 여잔 분명히 축쳐지고 꼭지도 졸라 까말꺼야'

 

질투는 아니라고 했지만 한참동안이나 그녀의 가슴에 저주를 퍼붓고 나서야 마음이 진정됐다.

생각보다 박진경과 효진의 대화는 길어졌다.
따분했다.
효진이 민망해하던 말던 그 자리에 앉아 있을껄 하는 

후회가 뒤늦게 찾아왔다.
혼자 있는것, 싫어하는 것 중 하나이기도 했지만 임산부는 임산부대로 간호사들은 

간호사들끼리 짝을 지은듯 자신들의 얘기를 해나갔고 나 혼자만 외톨이가 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 책 저 책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잡지책을 몇 권이나 들척이고 있을 때 효진이 원장실을 빠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혜미야~ 오래 기다렸지?"

"그래! 뭐래? 얘기 잘 했어?"

 

"응...
아무래도 너 혼자 가 봐야 할 것 같은데?"

"왜?"

 

"오늘 바로 수술하자고 하네...
뭐 결과가 나쁘면 그럴수도 있다는데 그건 걱정하지 말라더라"

"잘됐네..
그럼 나 갈께~ 수술 잘 하고~"

 

"내일 데리러 올꺼지?"

"됐어! 이뇬아!"

 

"기다릴께!"

"울지말고...기지배! 수술 잘 받어~"

 

근심 가득하던 효진의 얼굴이 많이 밝아져 있었다.
걱정과 근심이 완전히 날아간 모습은 아니었지만 처음 병원을

들어오기 전의 초조해하던 모습은 완전히 사라져있었고 간혹 조금씩 웃는 얼굴도 내비쳤다. 

효진의 최대 장점 중 하나.
낙천적인 성격이 또 다시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평생 안 보고 살것 같이 싸운적이 있었냐는듯 어느새 효진과의 사이는 예전보다 더욱 견고하게 다져져 있음을 

느꼈다.
남자와 섹스로 멀어졌던 사이가 같은 남자와의 섹스와 지억하고 싶지 않은 지난일로 인해 다시 좋아진

것이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박진경의 병원을 나섰다.
투명한 유리문이 열리고 쌍둥이를 가진듯 남들보다 훨씬

커다란 배를 내밀고 걸어 들어오는 여자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배만큼이나 커다란 바람이 나의 얼굴을 

스치며 긴 생머리를 뒤로 흩날렸다.

 

'바로 여기에서 포구일을 만났는데....'

 

엉덩방아를 찧는 내 모습이 눈앞으로 지나가는듯 했다. 

추억이라면 추억인 그 때의 기억도 금새 머릿속에서 지워져 갔다.
그 만큼 추운 날씨였다.

거리는 온통 무채색 투성이었고 온몸을 뚤뚤 감은 채 팔짱을 끼거나 주머니속에 손을 감춘채 어깨를 움추린

사람들로 가득했다.
곧장 집으로 가기가 싫었던 나는 눈요기나 할 겸 근처 백화점으로 발길을 돌린다.

 

삼한사온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추웠던 삼한이 지나고 사온이 찾아와 한겨울임에도 따사로운 햇빛이 여지없이 베란다의 투명한 유리를

뚫고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삼한 중에서도 가장 추운, 아니 소금물이 얼어 커다랗고 하얀 빙산을

만들어 놓는 남극과도 같은 찬바람을 일렁이고 있었다.
왠일로 천하의 이혜미가 아침부터 일어나 화장까지 하고

졸린눈을 비비지도 않고 그저 한 사람만을 말 없이 응시하고만 있던 것이다.

여유로운 몸짓의 석민은 주방이며 베란다를 다시 한 번 꼼꼼히 바라보고 챙기고 있었다.
이미 소파앞의 테이블 

위엔 커다란 가방 두 개가 올려져 있음에도 빠진것이 없는지 둘러보고 또 둘러본다.

6개월전보다 짐이 배는 늘어있는 석민이었다.

 

"후우~~~~ 다 챙긴 것 같다"

 

큰 한숨을 내쉬며 멀찍이 떨어져 앉은 석민은 말없이 앉아만 있다 뜨거운 내 눈초리가 민망했던지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찾아 꺼내물었다.
마지막까지도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다름아닌 꼬깃하게 접히고 쭈글해진 담배였다.

누군가가 찌그러지고 구겨진 담배를 보고 기합이 빠졌다고 하는 것을 들은적이 있었다.
말끔한 정장에 머리까지

깔끔하게 넘긴 포구일이 피우는 담배와 어디서났는지 방금 막 시골에서 상경한듯 후줄근한 옷차림에 찌그러진

담배를 피우는 석민의 모습에선 너무도 확연한 차이가 느껴졌다.
어쩌면 내가 석민에게 끌렸던 점이 저런 순박하고 꾸밈없는 모습 때문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진짜 마지막 날까지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할꺼야?"

"뭐가~ 뭐가 또 우리 혜미를 화나게 했을까?"

 

"남자가 왜 그렇게 찌질하게 살아? 좀 마지막이면 멋지게 하고 갈 수도 있는거잖아! 왜 마지막까지 그런 모습을

보여서 사람마음을 찢어지게 하냐고!"

"왜~ 담배 때문에? 피지 마?"

 

"바보! 멍청이!"

"알았어~ 끌께...끌께..."

 

사랑이 아닌 연민이었나보다.
초라하고 찌질한 모습을 보고 느낀 연민, 게다가 군에 있는 진호를 대신 해 줄 

섹스 잘하고 순박하리만치 착한 남자가 필요했던 시기에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이 아파왔다.
이용을 한 것은 나인데 이용을 한 사람이 더 손해를 본 느낌이었다.

따먹고 따먹히고의 개념을 떠나 너무 마음속에 크게 자리잡힌 석민이었기 때문이리라...

 

"지갑줘 봐!"

"왜~"

 

"줘 봐! 쫌! 이제 간다고 말 안듣는거야? 듀글래!?"

"그 말 오랫만에 듣는다...
죽을래!"

 

석민은 주섬주섬 뒷주머니에서 낡은 지갑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것마저도 멋지게 단번에 빼내지 못하고 엉덩이와

허리를 이리저리 비틀어가며 힘겹게 꺼내는 모습에 또 다시 마음이 울컥하며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절대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역시 나는 다짐을 하면 지키지 못하는 여자인가 보다.

테이블 위의 가방너머로 지갑이 전해져 온다.
예전에 봤던, 연민을 처음으로 느꼈던 그 지갑이 손에 들어왔다.

그 날 보다는 훨씬 묵직하고 빵빵해진 느낌이었지만 언제나 석민의 지갑은 배고파하는 것 같았다.

 

"쳇! 이 사진 누가 가져가래! 압수!"

"혜..혜미야~ 그거 한장 만 줘..
응?"

 

"안돼! 이 사진보고 딸딸이 칠려고 그러지! 자위의 대상이 되고 싶진 않아!"

"아..아니야~ 절대 안 그럴께!"

 

"웃기시네! 듀글래? 안돼! 가져가지마!"

"......그냥...좀...주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혼잣말을 내뱉는 석민의 말을 무시한채 사진을 빼냈다.
주머니 속으로 사진을 숨긴 나는

지갑을 벌려본다.
역시 3만원이 전부인 그의 지갑은 할 말을 없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번돈 다 어째고 집에가는 사람이 이게 뭐야!"

"흐흐..꼭 마누라같다!"

 

"웃겨 정말...
오늘부로 니 마누라 끝이거든! 빨리 말 안해?"

"오빠한테 니라니! 짜식이 혼날라고!"

 

"너 진짜 듀글래? 너 정도는 한주먹거리도 안돼"

"무서워라...다 통장에 있어~ 돈 꿔줄까?"

 

"됐거든! 꼼짝말고 기다려! 그냥 가버리면 평생 저주할꺼야!"

 

터져 흐르는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이미 턱을 따라 흘러내린 눈물이 검게 번지고 있었다.
잠깐 화장을

고치며 격앙된 감정을 추스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석민도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지 군말없이 기다리고 

있었고 화장대 서랍을 열어 곱게 포장된 작은 상자를 꺼냈다.
며칠전 백화점엘 갔다가 마지막 선물로 지갑을

하나 샀던 것이다.

 

'바보같은 놈! 이럴때 뒤에 와서 살포시 안아주면 얼마나 좋아! 멍충이!'

 

비싼 것은 아니었지만 석민의 것보다는 훨~~~~~씬 좋은 지갑이었다.
물론 담긴 의미도 내가 주는 것이 훨씬

좋을것이라고 생각했다.
브랜드의 체크무늬가 정갈하게 새겨져 있는 포장지는 그 지갑을 곱게 감싼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부터 물었는지 담배연기가 자욱한 거실이었다.
거의 다 타버린 기합빠진 담배도 모습을 감추었고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재빨리 담배를 비벼끄며 내 눈치를 살폈다.

 

"뭘 그렇게 눈치를 살펴~ 남자가 없어 보이게..."

"니가 싫어하니까..."

 

"쳇! 이거 받어!"

"뭐야 이게?"

 

"선물이야~ 받어!"

"혜미야...."

 

"감동하지마~ 안 어울려~"

"고..고마워~"

 

석민은 지갑을 받아들고 몸둘바를 몰라했다.
놀란 표정과 당황한 표정이 교차하며 그의 심정을 말해주는듯 했고

받아든 선물을 가방안에 우겨넣기 시작했다.

 

"어흐~ 진짜 촌스러! 원래 선물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뜯어보는거야~"

"그..그런거야? 미..미안"

 

그러라는 법은 없지만 난 그렇게 알고 있었다.
선물을 확인하고 싫던 좋던 맘에 드는 척을 해줘야 선물한 사람의

마음을 좋게 할 수 있으니까...

석민은 포장지를 천천히 벗겨나갔다.
나는 포장지를 거의 찢어 발기다시피 하는 반면에 석민은 스카치테이프를

천천히 뜯어가며 조금씩 야금야금 뜯어나갔다.
답답했다.

 

"여자 옷 벗기냐? 확 뜯어 쫌! 어우 답답해! 더 있는다고 해도 답답해서 같이 못살겠다!"

"크큭! 승질은...
이혜미 완전 돌아왔구나!"

 

"돌아오긴..
원래 이혜미였거든! 확 뜯어~"

"알았어!"

 

나의 닦달에 그제서야 포장지를 과감히 벗겨낸 석민은 지갑을 한참동안 쳐다만 보고 있었다. 

울듯한 표정이었다.
무척 감동을 받은 것 처럼 눈꺼풀에 점점 힘을 잃어가는듯 눈동자도 촉촉해지는것이 보였다.

 

"울겠다! 울겠어...헤헤"

"고..고마워~"

 

"맘에 들어?"

"응...근데 이건..."

 

석민은 뽑아든 신권지폐를 꺼내보이며 말을 얼버무렸다.
만원, 오천원, 천원, 그리고 행운의 돈이라고 불리는

2달러 지폐까지 일일이 쳐다만 보는 석민이었다.

 

"원래 지갑 선물할 땐 돈넣어주는거래..
그 돈 쓰면 오빠 거지된다! 그렇게만 알고 있어~ 돈 많이 벌구"

"고마워...난 준비한게 없는데"

 

"바라지도 않아요"

"미..미안해~"

 

내심 서운하기도 했다.
선물을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마지막이라는 것에 대한 특별함 때문일 것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여자가 첫 여자이길 바라고 여자는 내 남자가 마지막 남자이길 꿈꾼다고 한다.
그만큼 여자에게

있어서 마지막이란 처음보다 더 중요한 것이고 나 역시 마지막을 처음보다 중요시 하게 생각했다.
순결을

잃은 여자이기도 했지만...

 

석민과의 추억은 그리고 기억은 그렇게 끝이 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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