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난 명기다!! -58부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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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난 명기다!! -58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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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기운이 우리 셋을 둘러싸고 있었다.

진호는 모르지만 계속된 승수와 나의 경계태세는 술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쉽사리 풀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럴수록 불편하고 초조함에 애만타는 나였다.
승수가 실수라도 할까봐 조바심이 났던 나는 그가 입을 열때마다

온몸의 모든 신경을 곧추 세워야만 했고 그의 허무한 말들이 끝날때마다 마음속으로는 깊은 한숨을 쏟아내야만

했다.
그럴때마다 내게 건네져오는 비열함이 가득한 그의 옅은 웃음에 견딜수가 없었다.

 

"혜미야~ 몸 많이 안 좋으면 들어가서 쉬어"

"아..아냐.
괜찮아"

 

진호는 그런 걱정되는지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내게 들어가기를 권유했지만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수 없었다.
승수의 입만을 예의주시한 채 자리를 뜨지 못한채 숨죽여 상황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뒷일을 걱정할 틈도 없이 진호에게 너무도 미안했지만 우선은 모르고 있는것이 나을거라 생각이 됐던 것이다.

 

새벽늦도록 술자리는 계속되었다.
진호는 승수의 닦달에 술이 많이 취해 이미 소파에 기대 졸고 있었고 술을 

잘 못하는 승수는 의외로 쌩쌩했다.
그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마치 먹잇감을 앞에둔 맹수처럼...

승수도 나름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는듯 묵묵히 술을 마셔대며 머리를 짚었다가 떼내고 눈을 길게

감았다가 다시 부릅뜨기도 했다.
조금 전 과는 다르게 내 몸을 만지거나 음흉하고 비열한 웃음도 날리지 않았고 

그저 맥주캔만 들었다놨다를 반복하며 술을 마시던 승수는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올께!"

 

이미 새벽이라 시간관념이 무뎌져 있는것은 그도 나도 마찬가지 였다.
내일이라하면 날짜상으로 하루가 다가고

그 다음날을 지칭했지만 그가 말하는 내일은 대략 몇 시간 후를 말하고 있었다. 

정신은 더욱 맑아져왔다.
조금은 괜찮아졌던 몸의 떨림도 다시 시작됐고 걱정과 분노를 넘어서 평정도 아닌

무기력감과 될대로 돼라는 식의 자포자기를 하고 있는 나였다.

 

승수는 슬그머니 집을 빠져 나갔다.
차라리 지금 이시간 겁탈을 하던 강간을 하던 협박을 했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을수도 있었겠지만 그가 남긴 한마디는 너무도 무서웠다. 

이미 강간이라는 것을 경험해본 나로서는 그것이 주는 고통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그 처음보다 더욱 괴로웠다.
박탈감과 상실감, 여자로서의 치욕감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미안함과 죄스러움이 벌써부터 밀려오고 있었다. 

밤은 어두워 잠시후면 동이 터 올 것이었지만 마음은 점점 어둠이 깔리고 다시는 태양이 뜨지 않을것이라 

생각됐다.
너무도 서글퍼지는 새벽녘이었다.

 

밤새 잠을 한숨 못잤다.

그럴수 밖에 없었다.
누구나 이 상황이되면 그러했을것이다.
졸리기는 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머릿속은 온통 뒤죽박죽 꼬여있었고 정신도 몽롱하니 제 정신이 아니었다. 

괜히 웃음이 터져나왔다.
미친년처럼 혼자 히죽대기도 했고 소리없이 굵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술을 많이 마신탓인지 진호는 오후가 다되서 일어나 귀대준비를 하고 있었다. 

멍하니 앉아 창밖만 바라보고 있는 내게 방해가 될까 조용히 움직이던 그가 내게 말을 건네왔다.

걱정스런 표정과 목소리가 들리자 그제서야 조금 정신을 찾는 나였지만 여전히 멍한 상태였다.

 

"혜미야.
병원가볼래? 나 아직 시간 좀 있는데~"

"아냐..
괜찮아"

 

"많이 아픈가봐~ 혜미답지 않게..."

"그러게..
나답지 않다~"

 

진호의 말 한마디에 순순히 긍정을 하는 나였지만 그가 말하는 혜미다운 나의 모습이 뭘까 하고 생각을 해봤다.

활기차게 진호를 괴롭히는 모습? 장난기 가득한 모습? 침대위에서 오르가즘을 갈망하는 모습? 이남자 저남자

가리지 않고 다리를 벌려주는 모습? 그 어떤 모습이 나의 모습일까 하는 의문이 계속해서 머리를 괴롭혔다.

 

"혜미야~ 나 가볼께...
병장휴가는 아직 멀었네..
아~~ 가기 싫어!!"

"후훗! 그래도 가봐야지..
네 몸은 나라꺼라며~"

 

진호의 투정에 가까스로 웃음을 보이며 그를 달랬지만 나의 마음은 아니었다.

웃음이 나오지도 않았고 웃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진호를 편안하게 보내주고 싶었다.
그리고나서 고민을 해도

해야할 것이었다.

 

"그럼 혜미야~ 나 갈께..
전화할께~"

"태워다 줄께~"

 

진호는 군화를 신으며 괜찮다는 말을 건내왔고 나는 조용히 일어서 침실로 들어가 옷들을 챙겨입고 있었다.

도저히 운전을 할 수 있는 정신은 아니었지만 진호만큼은 태워다 주고 싶었다.
그래야 내 마음을 조금이나마

추스릴 수 있을것만 같았다.

 

"나오지마! 나 간다..
우리혜미 사랑해요~~~"

"기..기다려~"

 

문닫히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침실에서 나왔을땐 이미 진호는 사라져있었다. 

혹시나 서둘러 차를 몰고 동네주변을 돌아봤지만 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뜨거운 볕이 나를 괴롭혔고 그 볕은 내게 어지러움까지 선사해주었다.

어느새 두 눈에 흘러내린 눈물은 다시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미안함의 눈물, 그리고 나에 대한 죄책감의 

눈물이었다. 

방학의 마지막을 불사르듯 아파트 놀이터엔 동네 꼬마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햇살을 머금은 밝은 표정의 아이들의 얼굴에선 순수함이 옅보였고 그것을 부러워해야만 했다.

 

'저 아이들 중 크면 나처럼 될 애들도 있겠지?'

 

나의 생각을 무시라도 하듯 소꿉놀이를 하는 여자아이의 볼과 입술에 작은 뽀뽀를 건내는 남자아이들이 보였다.

때묻지 않은 순수한 입맞춤이었지만 그것마저도 뜯어 말리고 싶은것을 참고 또 참아야만 했다.

 

 

>>>>>

 

 

하루는 너무도 길었다.

고향집에 간다던 석민도, 갖은 협박과 심리적 고통을 안겨준 승수도, 이미 부대에 복귀해 군생활을 이어갈 진호도

연락이 없었다.
그럴수록 더욱 초조해져만 가는 나였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질 못했지만 배는 고프지 않았고 침대나 소파, 또는 거실바닥에 앉아 넋을 잃고 멍하니

하루를 보낸 나는 졸음의 고통이 찾아와 괴롭히고 있었지만 눈을 감으면 온갖 상상이 되며 더욱 괴로웠다.

어쩌면 이전의 내생활..
그러니까 사랑없는 섹스와 일회성 짙은 남자와의 관계가 훨씬 더 편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괜히 사랑때문에 미안해지고 괜히 특정인물로 인해 괴로워지는것이 너무 익숙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랑이라는 굴레때문에 내가 하고싶고 내가 원하는 많은것을 포기해야하는 것도 깨닫고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사랑이주는 혼자일때 느끼지 못하던 것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려서 강간으로 인해 받았던 충격과 아픔을 어쩌면 혼자 짊어지고 가려고 무의식 중에 나를 그런 험난하고

남들이 손가락질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길로 빠지게 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또 다시 악몽같은 그 굴레의 입구에 점점 빠져 들어갈 처지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반복해서 같은 생각과 같은 걱정이 쳇바퀴구르듯 머릿속을 돌아가며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진호가 알게 되면 어쩌나..'

'승수가 찾아오면 어떻게 해야하지?'

'석민에게 전화라도 오면...'

 

오로지 개인적인 걱정일 뿐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은 없었다. 

매사에 이런식이었다.
타인보다는 내가 우선이 되었었다.
섹스라는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지는 행위도 결국

나의 위로였고 나의 즐거움이었던 것이다.
단지 남자들이 거부를 할 수 없는 본능을 이용한 것이었다.

누군가가 '우선은 내가 먼저 살아야지~'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 닮아있었다.

사실 아무리 생각해도 우선은 내가 먼저 걱정거리를 줄여야만 했다.

점점 땅거미가 내려앉아 세상에 어둠을 깔아 줄 때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티비만 켜 놓은채 촛점없는 눈빛으로

아무것도 없는 벽의 한곳을 주시하며 생각을 다시잡고 있었다.

시끄러운 티비가 귀에 들어 올 리 없었다.

벌써 어두워진것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란하게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미처 내 생각을 조금도 정리하지 못한 시점의 벨소리는 나의 가슴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멀지않은 탁자 위에 놓인 전화기였지만 그 전화를 받는것 조차 겁이 났고 고민을 하던 와중에 나를 놀래킨 

벨소리는 이미 멈춰있었다.
상대에 따라 또는 그룹에 따라 벨소리를 다르게 지정해둔 사람들이 이해가 안가는 

나였지만 그것들이 조금씩 이해가가기 시작했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기를 확인하기 위해 다가섰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탓일까?

다리가 떨려오고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 할 만큼 구부정한 자세에서 나오는 나의 모습은 일흔을 넘긴 노인에게서

볼 수 있을 정도의 처참한 모습이었다.

확인을 해보라는듯 폴더 바깥쪽의 액정에서는 부재중 전화의 알림이 소리없이 빛나고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잡은 나는 천천히 폴더를 열었다.

역시 예상하던 대로 승수의 전화였다.

잊고 싶었던 그의 전화가 드디어 걸려온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또 다시 마음 깊숙한 곳에선 뜨거운 눈물이 용솟음칠 준비라도 하는듯 온몸이 타버릴듯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었고 그런 나의 몸을 다시한번 놀래킨 것은 초인종소리였다.

 

'제발....'

 

비디오폰을 켜 확인을 했다. 

껌을 씹으며 좌우주변을 살피는 승수의 모습이 또렸하게 비춰져나왔고 가뜩이나 힘이없는 내 몸은 더욱 힘을

잃어 하마터면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것저것 생각할 틈도 주지않고 승수의 협박성 짙은 음성이 문을 열 수 밖에 없이 만들었다.

경찰에 신고라도 해 볼까 했지만 소용없는 짓이라고 결론 내렸다.

신고를 하면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알 것만 같아 겁이났다.
진호에게..
성현이에게..그리고 엄마에게.. 

 

/야! 빨리 열어..
괜히 후회하지 말고~/

 

천천히 현관으로 다가가는 중에 문넘어로 들려온 승수의 고함에 신경이 굳어 버릴듯한 심한 떨림이 들어왔다.

또 다시 악마를 받아들여야 하는 내 자신을 거스르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내가 안다치는 방법보다 

진호와의 사랑이 더 중요하다고 여겨진 것이었다.
설사 잘못된 판단이라 할 지라도 현재로선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었다. 

문을 열자 아무말 없이 걸어 들어와 소파에 몸을 날리듯 앉아 담배를 한대 꺼내문 승수가 길게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티비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말을 건내왔다.

너무도 태연한 모습에 나조차도 할 말이 없어질 만큼 거리낌 없었다.

 

"재털이!"

 

조용히 그리고 상당히 명령조의 그의 말투가 신경에 거슬렸지만 재털이를 가져다 주었고 점점 담배연기로 

자욱해지는 거실의 공기가 싫어 거실의 창문을 열어놓았다. 

밤이었지만 여전히 더운바람이 들어왔고 그 더위는 짜증을 더욱 부추겼지만 승수와는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그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되 무리한 요구는 거절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요구가 무엇인지 알고있는 상황으로서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었다.

생각과는 다르게 의연한 승수의 모습에 은근히 아무일도 없을지도 모른다는 조그마한 희망을 가져보기도 했다.

 

"큭! 석민이는 안오거야 아니면 니가 오지 말라고 한거야?"

"......."

 

비열하게 웃으며 석민에 대한 것을 묻는 승수였고 비아냥거림이 싫어 시선을 돌렸다.

그의 물음에 대답을 하고 싶지 않았다.

오지말라고 한적도 없었고 안오겠다는 석민의 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승수는 대단히 좋은 상황이라고 박수까지 쳐대며 자축아닌 자축을 했고 그럴수록 심장을 에는 고통이

찾아와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내가 죽으면 죽었지 저 새끼 앞에선 절대 울지 않을꺼야!'

 

울음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

그러면 지는것 같았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려했지만 그것 또한 힘들었다.

눈물로 호소를 해도 될만한 사람이 있는 반면에 그것이 통하지 않는 부류가 있다는것 쯤은 모든 사람들이 

알 것이었다.
하지만 승수는 후자라고 생각이 됐다.

지금까지 보아온 그의 행동과 말투에서는 순진한 남자라고 생각을 했지만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그런 나의 생각은

변해있었다.
양의 탈을 쓴 늑대라기 보다는 순진함을 가장한 시커먼 속내를 한 사내였다.
악마처럼 여겨졌다.

 

"씨발년이 물으면 대답을 해야지...
왜 말이 없어?"

"무슨 말을 해! 무슨 말을 할까? 응?"

 

"난 또 실어증이라도 걸린줄 알았지...흐흐흐"

"........."

 

"뭐해? 가서 씻어! 내가 여기 티비보러 왔는 줄 알아?"

"내가 왜 씻어야 하는데?"

 

역시 예상했던 대로 승수의 속마음은 섹스 그것이었다.

티비를 보며 눈도 마주치지 않고 명령하듯 샤워를 하라는 말이 너무도 듣기 거북했다.

사랑없는 섹스를 많이 해온 나였지만 이것과는 다른 것이었고 분개를 해도 어쩔수 없음을 알고 있었지만 순순히

그의 말을 따르고 싶지 않았다.
아니 싫었다.

 

"앗쭈! 이제 진호 들어가니까 눈에 뵈는게 없나보지?"

"왜? 나 강간하려고?"

 

"강간? 웃기지마~ 강간이 아니라..
걸레세척 해주러왔다~"

"걸레? 그건 니네 집에가서나 해~ 니네 집에도 걸레 있잖아!"

 

"이런 씨발년이! 짝!"

"악!"

 

승수는 한마디도 지지 않고 덤벼드는 내가 짜증이 났던지 순식간에 달려와 세찬 귓뺨을 휘갈겼고 나는 몸이

힘없이 거실바닥으로 쓰러져내렸다.
후끈한 뺨이 얼얼해지고 그로인한 고통이 나의 정신을 더욱 맑게 해주는듯

했다.

 

"꼭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더 때려봐 개새꺄! 더 때려봐~"

 

"미친년! 좋아..
씻지 않겠다면 그냥 해야지 뭐~"

".....씨발..
개새끼!"

 

승수는 쓰러져있는 나의 머릿칼을 잡아 침실로 끌고 들어갔다. 

가지 않으려 버티고 버티는 나였지만 두피전체가 뜯어져 나가버릴 것만 같은 느낌과 동시에 '투득'하며 찢기는

티셔츠의 늘어짐이 보였다.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이었다.

사실 속으로는 이렇게까지 심하게 때릴 줄은 꿈에도 상상을 못했던 것이다.

이미 이렇게 된 상황에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미친놈의 이성을 다시 돌려놓기엔 늦었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쉽게 당해줄수도 없었다.

머리가 터져나갈듯한 주먹질과 살을 터트릴듯한 세찬 손바닥이 내 몸을 무차별로 구타를 퍼부어대고 있었다.

얼굴이 부어오르는것이 느껴지고 머리엔 주먹만한 혹이 두어개쯤 생겨난걸 느낄 수 있었지만 소리를 치며 발악

하는 내게 자비란 없다라는 것을 말하는 그의 손찌검은 계속됐다.

 

"잇! 씨발년아! 어? 개같은년이 어디서 지랄이야!! 썅년이"

"아악! 개새끼..."

 

/퍽!..짝! 짝...퍼~억!/

 

그의 구타는 계속되었다.

차라리 이렇게 맞는것이 되레 더 잘 된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의 주먹질과 발길질로 인해 전해져오는 육체적 고통이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해주는 것 같이 조금씩 편해져

갔고 이렇게 맞다 끝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꽤 오랜시간이 지나 집이 무너질만큼 쿵쾅거리고 발악의 소리를 질렀지만 내심 바라던 주위의 도움은 전혀

없었다.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때부터 나는 조금씩 겁이 났지만 오히려 속은 편했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부어오른 얼굴과 온몸 여기저기 멍이들었을것 같은 욱씬거림이 느껴지기도 전에 나는 감각이 없어졌다.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고 볼 수도 없었다.

 

묵직한것이 몸을 누르는 느낌.

굳이 눈을 뜨지않아도 어떠한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온몸엔 어느것하나 느껴지지 않는 홀벗겨진 상태고 더운

열대야에 체온과 체온이 닿아 뜨거운 열을 발산시키고 있었다.

그의 거친 숨소리가 귀에 와닿고 가슴에는 그의 손이 닿아 거친 애무를 견뎌내고 있었다.

얼마나 기절을 해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욱씬거리며 쑤셔대는 온몸의 고통도 참을만 했다.
하지만 맥없이 승수에게 당하고 있는 내 자신이 미울뿐이었다.

맞아죽더라도 이것은 아니었다.

최소한 내정신일때 만큼은 그에게 나의 몸을 내주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 때문이다.

 

"내..내려와 개새꺄!"

"후우...후욱!"

 

내가 정신이 드는걸 눈치챘는지 양 손목을 붙잡아 나를 가둬버렸고 점차 빨라진 그의 허리움직임은 곧 가랑이

사이로 깊게 찔러넣은뒤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는 몸을 조금씩 부르르 떨던 승수는 곧 손에서도 힘이 빠져나갔다.

 

끝이었다.

반항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그대로 그의 충동과 이성을 만족시켜 버린것이었다.

뜨겁고 찐득한 그의 정액이 질안 깊숙한 곳에서 쏟아져 나옴을 느꼈고 그 순간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세상이 무너지는듯한 느낌과 내 자신에 대한 자책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고 그보다 더 걱정스럽고 무서웠던건

그의 아이를 갖는다는 것이었다.

위험한 날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이다.

평생 저주하고 미워하며 살아야 할 그를 혹시라도 잘못되어 아이라도 생기는 날엔 애정과 사랑을 쏟아줘야 하는

것이 죽는것 보다 싫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워버리겠지만...

 

가쁜 숨을 내쉬며 나의 몸위에 퍼질러져 있는 승수를 밀쳐내고 뛰다시피 욕실로 향했다.

미처 거울도 보지 못하고 질안을 씻어내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넣기도 하고 힘을주어 질안의 근육들이 튀어나올 

정도로 밀어내 정액을 토해냈다.
생각같아선 샤워기를 질속으로 넣어 깨끗하게 씻어내렸으면 했다.

하지만 구비되어 있던 질 세척제와 도구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고 그것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어느새 빗물처럼 흘러내리는 눈물이 턱을 타고 가슴까지 흘러내렸다.

원래 잘 울지 않는다고 생각한 나였지만 어느순간부터 너무도 울음이 잦아진 나를 볼 수 있었고 울지 않겠다는

다짐도 수포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닳아없어질 정도로 비누칠과 세척을 반복한 후 어느정도 됐다고 생각했을때 나는 일어서서 거울을 볼 수 있었다.

볼과 눈가가 부어있었고 머리엔 잘 보이지는 않지만 커다란 혹들이 나있었다.

엉덩이와 가슴 허벅지엔 벌써 시커먼 멍자욱이 보였고 눈처럼 하얀 살결에 시커먼 검은 멍자욱은 너무도 눈에

띄게 진해보였다.

새싹이 돋아나듯 왁싱을 했던 언덕위엔 검은 숲을 이루려는듯 거뭇해지고 있었고 덩어리가 큰 가슴도 그 순간

만큼은 너무도 미워보였다. 

모든게 싫었다.

거울에 비친 헝클어진 내 모습도 이곳저곳 상처를 입은 나의 몸도.
살아숨쉬고 있는 것도..모두

 

씻을 힘도 없었거니와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분명히 힘들게 정복한만큼 또 다시 덮쳐 올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문 밖을 나가기 조차 너무 무서울 

뿐이었다.
변기위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또 흘렸다.

눈이 떠지지 않을만큼 울고나서야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어 다시 거울앞에 섰다.

항상 자신있고 공주병을 심하게 앓는 여자처럼 '예쁘다, 귀엽다, 섹시하다'를 반복하던 나의 모습도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세상을 등지고 먼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의 심정이 이러할까?

그저 아무런 생각없이 추해진 자신을 보며 오열을 할 뿐이었다.

 

10분..
30분, 한시간...

그리고 더 긴 시간...

 

오랜시간을 욕실안에서 머물어도 밖에서는 아무런 재촉도 성화도 없었다.

오히려 그것이 더욱 몸서리치게 만들었다.

 

'갔나?'

 

그의 땀이 얼룩지고 그의 살결이 닿은 곳이 썩어들어갈 것만 같았다.
섹스라기보다는 이세상에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동물과 제일 싫어하는 일을 하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소름이 돋고 털이 서며 한기가 느껴질만큼 오싹했다.

 

처음으로 당했을때는 그저 무서움 뿐이었다면 지금은 무서움보다는 살을 죄다 도려내고 싶을 정도로 불쾌했다.

너무 괴로웠다.
추했다.
더러웠다.
이제야 비로소 남들이 얘기하는 걸레가 된 것만 같았다.

차라리 진호에게 무릎을 꿇고 빌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나였다.

착한진호였다면..
정말 나를 지극히 생각해주고 사랑하는 진호였다면 나를 다시 보듬어줬을 것이 분명했을 

것이다.
그러나 늦은 후회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와중에 샤워는 끝이났다.

불어터진 어묵꼬치같은 손가락과 발가락은 얼마나 샤워를 오래했는지 알려주는 꼴을 하고 있었다.

팅팅 불어터진 손가락과 발가락 뿐만 아니라 피가 날 만큼 온몸이 빨갛게 된 것도 모자라다고 생각이 들 만큼

피부막이 손상되어 있었다.

문을 열고 거실을 내다보자 조용했다.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고 오후부터 조용히 생각하던 풍경 그대로를

연출하고 있었고 너무도 평범한 일상의 느낌이 나를 더욱 화나게 만들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런 안도감도 잠시였다.

침대 누워 나를 쳐다보고 있는 벌레만도 못한 인간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기절을 다시 할 만큼 너무도 놀라

그만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뭘 그렇게 놀라시나...
내가 가기라도 한 줄 알았어?"

"......"

 

"왜 떨어~ 내가 뭘 어쨌다고?"

"........"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한 나는 수건으로 애써 가슴과 은밀한 부분만을 가린채 온몸을 떨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왜 이런꼴이 돼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남에게 피해 안주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때때로 자신에게 찾아오는 엄청난 성의 족쇄에 자신만을 타박할 뿐 그누구도 원망할 수는 없었다.

예전 기범과 기태에게도 진호가 아니었다면 자신은 충분히 지금과 같이 두려워하고 살을 도려내고 싶을 정도의

괴로움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진호도 없었고 성현도 없었다.
게다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누구

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이다.
오로지 한명 이외엔 자신에게 희망이 없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러나 그 희망도 찾아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거기 그러고 있지말고 와서 내 자지 좀 빨아봐~"

"시..
싫어!"

 

"너 덜 맞았냐?"

"죽여! 차리리 때려죽여"

 

"좋은 말로 할때 들어~"

"미친새끼! 내 입에 한번 넣고 쑤셔봐! 확 깨물어 잘라 버릴테니까! 개새끼"

 

"어휴~ 무서워서 하겠나~ 그럼 와서 다리라도 벌리던가 좆같은 년아!"

"개새끼"

 

순식간에 다가온 승수는 나의 팔을 잡아끌었다.
주저 앉아있는동안 엉덩이에 긴장의 땀인지 모를 물기 때문에

끌려가는동안 바닥과 피부의 마찰로 듣기 민망한 소리가 울려퍼지지만 승수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손을 빼내려

몸부림을 치지만 여자의 힘으로는 남자의 힘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고 그렇게 침대위로 던져지는 몸을 이불로 

감싸고 두려움과 겁먹은 눈빛을 보낼 뿐이었다.

 

"꼭 이렇게 힘을 쓰게 만들어요...
좆같은게~"

"정말 왜 그래~ 내가 너한테 뭘 잘못 했는데~"

 

"뭘 잘못했냐고?"

"..........."

 

"씨발...
큰 젖통도 맘에 안들고 나 아닌 다른 놈한테 다리 벌려 준 것도 맘에 안들어"

"............."

 

"떨지마~ 나 그렇게 나쁜놈 아니야~"

"........."

 

"말만 잘 들으면 너한테는 아무일도 없을꺼야..
그냥 즐겨~ 즐기면 돼~"

"씨발..."

 

이불속으로 파고드는 승수의 손을 바라봤다.
생각같아선 깨물어 뜯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의 손이 파고들어 가슴을 잡았고 강한 힘으로 주물러대기 시작했다.
고통의 신음이 터져나오려 했지만 애써

참았고 그의 손을 뿌리치려 몸부림을 쳤지만 온몸에 전기가 퍼져나가며 곧 그 몸부림을 멈추었다.

그는 나머지 한 손이 나의 목 뒷쪽을 세게 강타해버린 것이었다.

 

"꼭 너처럼 맞아야 말듣는 년들이 있더라~"

"아~~악!"

 

울지 않겠다고 그렇게 다짐을 하고 다짐을 했지만 어느새 나의 두 눈에서는 두줄기의 굵은 물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의 거친 손놀림에 몸을 내맡긴 나였다.
정말 죽고 싶었다.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 한 듯 한 승수의 움직임은 멈추질 않았다.
얼굴이 부어올라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정도

였고 온몸 곳곳에는 그의 손찌검으로 멍이들어 망신창이가 됐지만 그는 서서히 다시 자지를 일으켜세우며 자신

만의 쾌락을 얻기 위해 나의 몸을 덮쳐오고 있었다.

힘이 빠져 있었다.
발버둥을 칠 만한 힘이 나질 않았던 것이다. 

 

"그래...
가만히 있으니까 얼마나 좋아~ 이제 기분 좋게 해줄테니까 가만히 있어"

".........."

 

강제로 범하려던 여자가 반항할 힘을 잃고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에 감동이라도 할 것인지 승수의 말투는 무척

부드러워져 있었다.
입으로 젖꼭지를 물고 아프도록 깨물며 애무같지도 않은 애무를 이어가던 그는 단숨에 

자지를 꽂아넣었다.
다시한번 뜨거운 눈물이 용솟음쳐 올랐다. 

서러웠다.
무척이나...

 

이를 악물고 그의 움직임을 참아내야 했다.
몸에는 벌레가 꿈틀꿈틀 기어다니는듯한 소름이 돋아왔고 그의 거친

숨소리가 귓가를 괴롭게 만들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지나가면 정말 미쳐버릴것만 같았다.
돌아버릴것만 같았다.

승수의 어깨가 나의 턱을 들어올리게 만들었지만 차라리 그의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이 나았다.
향수를

뿌리고 왔는지 한여름의 달콤한 내음은 속을 메스껍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보다 나를 더욱 괴롭게 만드는것은

나의 생각과 마음과는 달리 신이나서 그의 자지를 꽉꽉 물어대는 나의 분신들이었다.
이럴때만큼은 그저 평온하게

있어주었으면 했지만 그가 허리를 움직일때마다 무조건 그의 것을 물고 빨아 댔다.

 

"허흑! 씨발..
좆도....보지가 존나게 잼잼을 하네~"

".........흐윽.....훌쩍"

 

"이러니 씨발 남자들이 가만히 안두지...크크크크"

"..............."

 

"씨발년아 말해봐...너도 좋지? 그치? 그래서 꿈틀거리는 거잖아.
좆같은년아"

"........"

 

올라타 허리를 마구 흔들어대는 승수의 입에선 모욕보다도 심한 말들이 터져나왔고 그 말이 귓속으로 파고들어 

올 때마다 나는 입술을 깨물어야만 했다.
입술에서 피가 나는지도 모른채 그런 그의 말들을 듣지 않으려 귀를 

막았고 귀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감촉들이 선명하게 전해져와 나를 못살게 굴었다.

 

그의 몸이 경직되는 것이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알아차린 나는 그의 몸을 밀쳐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나를 강하게 부여잡은 그의 몸은 떨어져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허...허...허읏.."

"안돼!! 제..제발...
밖에 다 싸줘...응?"

 

"흐...흣! 웃기지마!"

"..아...안 돼~~"

 

처음으로 승수에게 부탁을 했다.
어찌됐건 그의 아이를 갖게 되는 것 만은 막아야만 했지만 승수는 아랑곳 하지

않고 뜨거운 액체를 깊숙한 곳에 쏟아넣었다.
발버둥을 쳐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은밀하고도 깊숙한 곳에 그의

정액이 들어옴을 느끼는 순간부터 온몸에 힘이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눈물만이 터져 나올 뿐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자세를 유지하던 승수는 단단함을 잃은 자지를 빼내었다.
나의 애액과 그의 정액이 적절히 융화

되어 번들거리는 자지를 위아래로 흔들자 귀두끝에서 미쳐 아쉬움을 달래기라도 하듯 끈적한 정액이 방울져 

침대위로 길게 떨어지고 있었고 자신의 손에 묻은 액체들을 나의 허벅지에 닦아내며 묘한 웃음을 지어내는 그의

얼굴이 보였다.

 

"하하하 너도 좋았지?"

"......."

 

"이제 이대로 효진이한테 가서 꽂아줘야겠어...하하하"

".........."

 

"또 올 테니까 너무 아쉬워 말라고!"

".........."

 

"간다~~ 잘 자라..크하하하하"

"........"

 

그가 빠져나가자 설움이 복받쳐 올라왔다.
눈물을 흘리고 있긴 했지만 같이 있을때는 몰랐던 강간후의 비참해진

나의 마음과 심정을 분명히 느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차라리 정신을 잃어 이러한 기분을 느끼지 못했

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박탈감과 온 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자해의 충동까지 일기는 했지만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해 낼 수 없을 만큼의 자괴감이 찾아왔다.

나 자신을 한없이 욕하고 끝없이 구박해도 끝없는 괴로움은 밤새도록 나를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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