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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 -2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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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댁이 돌아간 이후 연선과 함께 본체 앞 정원에 있는 평상으로 왔다.
보통 연변댁은 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만큼만 저녁을 준비한다.
아마 지금도 밥통에는 1인분만 있을 것이다.

“연선씨! 숯불 바비큐 어때요? 특별히 연선씨를 위해서 대나무 숯으로 준비할게요.”

“이장님께서 손수 해주는 거예요?”

“그럼요.
여기까지 오셨는데, 그만한 대접은 해드려야죠.”

“고마워요.
맛있게 먹을게요.”

“어디보자.
바비큐를 준비하려면 일단 숯부터 만들어야겠지.
제가 준비하는 동안 연선씨는 펜션, 한 바퀴 돌려보고 오세요.”

“알았어요.”

장작을 쌓아놓은 곳에 가서 마른 대나무들을 골라 적당한 크기로 자른 다음 통에 넣고 불을 붙였다.
적당히 익으려면 아직 시간이 있기에 주차장으로 달려가 차를 끌고 정육점으로 달려갔다.
한우 생고기와 돼지 목살을 적당히 구입해서 돌아오니 연선이 구경을 마치고 평상에 앉아 있었다.

“어디 다녀오시는 거예요.
한참 찾았잖아요.”

“죄송해요.
고기 좀 사오느라고, 그나저나 펜션은 다 둘려보셨어요.”

“예! 잘 봤어요.
사진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예쁘고,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더군요.”

“이거 만들려고 돈 좀 썼죠.
그나저나 좀 쌀쌀하지 않아요.”

“산 밑이라 그런지 좀 싸늘하네요.”

“그럼 안으로 들어가죠.”

본관 현관 앞에 도착한 연선이 실내를 둘려보더니 신발을 벗고 올라온다.

“무척 넓네요.
여기서 혼자 사시는 거예요?”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뭐~ 나중에 가족들이 내려오면 지금처럼 썰렁하지는 않겠죠.”

“지금도 좋은데요.
뭘~”

“일단 코트부터 벗으세요.”

연선의 코트를 받아 걸이에 걸어주고, 거실 한쪽구석에 있는 컴퓨터 전원을 컸다.

“사이트 작업해 놓은 것을 보고 싶다고 하셨죠.
잠깐만 기다리세요.”

컴퓨터 모니터에 공동판매 사이트의 화면 및 DB설계도를 띄우고, 펜션 홈페이지도 로그인했다.
프로그램 코딩작업이야 전문가가 아니면 봐도 뭔지 모르니 굳이 보여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여기 앉으세요.”

“이게 작업하신 내용인가요?”

“예! 기본적인 화면설계와 DB설계도인데, 필요하시면 각 모듈별 상세설계도와 DB테이블레이아웃도 보여드릴게요.”

“그건 됐어요.
화면설계도만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럼 천천히 훑어보세요.
펜션 홈페이지도 로그인 해 놓았으니, 궁금하시면 들어가 보시구요.”

“이장님은 뭐하게요?”

“저녁 준비해야.”

“저도 함께 도와드릴게요.”

“손님인데, 제가 대접해야죠.
자~ 그럼 소인은 저녁준비를 위해 이만 물려가겠습니다.”

장난기어린 말에 연선이 피식 웃는다.
밖으로 나와 창고에서 바비큐그릴을 꺼내 미리 준비한 대나무 숯을 담아 정원으로 가져왔다.
본래는 즉석에서 구워먹는 것이 가장 맛있지만 집안에 연기가 차면 곤란하니 정원에서 초벌구이를 하기로 한 것이다.
돼지고기 목살을 은은한 불에 올리고, 뚜껑을 덮었다.
다시 집안 부엌에 있는 냉장고에서 야채를 꺼내 물에 깨끗하게 씻어 준비한 다음 쌈장과 반찬들을 차라니 이제 대충 준비가 끝난 것 같다.
다시 밖으로 나와 초벌구이를 끝낸 목살을 꺼내 따로 접시에 담아 그릴을 통째로 부엌으로 가져왔다.

“연선씨.
이제 준비 끝났어요.
식사하시죠.”

연선은 컴퓨터를 종료하고 부엌 식탁 의자에 앉았고, 초벌구이를 끝낸 목살을 다시 구워 식탁에 올렸다.

“사이트 잘 봤어요.
저걸 모두 이장님 혼자서 작업하신 거예요?”

“대단한 건 아닙니다.
좀~ 아는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죠.”

“잘은 모르지만 저 정도면 전문가 수준인데, 겸손이 지나치시네요.”

“하하하~ 모두 완성되면 그때 다시 보시고 판단해 주세요.
그나저나 고기가 잘 익었어요.
돼지고기 목살인데, 한번 드셔보세요.”

밥통을 열어보니 역시나 혼자 먹을 정도의 양밖에 없다.
그릇에 절반씩 담아 연선에게 먼저 주고, 그릴에 다시 쇠고기를 올렸다.

“맛있겠네요.
이장님도 앉으세요.”

“잠깐만요.
소고기도 있으니 기름장을 먼저 준비하고요.”

참기름에 소금과 후추를 조금 넣고 연선에게 전해 준 다음 자리에 앉았다.
연선은 목살을 먼저 먹어보더니 엄지손가락을 내민다.

“맛있어요.
이장님도 드세요.”

“다행이네요.
어디 이제 나도 먹어볼까.”

대나무 숯에 구워서인지 모르겠지만 기름기가 모두 빠지고 은은한 대나무 향이 느껴진다.

“뭐가 빠진 것 같은데.
잠깐만요.”

연선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일본댁이 선물한 막걸리를 가져왔다.

“운전하셔야 되잖아요?”

“반주로 한잔 하는 정도야 괜찮겠죠.”

연선이 그릇을 가져와 먼저 막걸리를 따라주고, 병을 받아 연선에게도 따라준다.

“오늘 고마웠어요.
자~ 건배.”

걸쭉한 막걸리가 들어가니 뱃속이 따뜻해지며 기분까지 나른해진다.
밥과 고기를 안주삼아 먹다보니 막걸리 한 병이 게 눈 감추듯 없어졌다.

“술 더 없어요?”

“그만 드세요.
더 드시면 집에 못가요.”

“여기서 자고가면 되죠.”

“예! 우리 집에서요?”

“방도 많은데, 설마 내치시지는 않겠죠?”

“그건 아니지만 남편분이 기다리시지 않나요?”

“집에 없어요.
멀리 출장 중이죠.”

“뭐~ 그럼! 걱정은 없겠네요.
무슨 술로 드릴까요? 맥주, 소주, 양주.
다 있어요.”

“고기안주에는 소주가 낮지 않을까요?”

“소주라.......잠깐만 기다려요.
창고에서 가져올게요.”

밖으로 나와 담배에 불을 붙인다.
연선은 처음부터 집구석에 안 들어갈 작정을 하고 온 모양이다.
무엇 때문일까? 아내 말대로 아무 놈한테나 벌려주는 걸레란 말인가?

‘삐리리~’

호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이 울려 받아보니 아내다.

“어라~ 웬일이야! 당신이 다 전화를 하고?”

“당신 어디야?”

“펜션이지, 어디긴 어디야.”

“연선이 그 계집에 갔어.”

“응~ 조금 전에 갔어.”

“별일 없었지?”

“없었는데, 왜?”

“혹시 나에 대해서 뭐라고 안 해?”

“그냥 업무적인 이야기만 하다 갔어.”

“그래.
알았어.
나도 이제 집에 들어가는 길이야.”

“조심해서 들어가 이만 끊는다.”

왜 거짓말을 했을까? 왜 솔직하지 못했을까? 씁쓸하게 웃으며 창고에 들어가 소주를 꺼내왔다.
담배를 마저 피우고, 안으로 들어가니 연선이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다가 서둘려 끊는다.

“누구 전화에요.
혹시 남편?”

“아니요.
경미언니였어요.”

“우리 와이프가 연선씨에게 전화를 했단 말이에요.
그래 뭐라고 그래요?”

“혹시 이장님이랑 함께 있는지 묻더군요.”

“그래서요.”

“아니라고 했죠.
이장님도 그렇게 대답하지 않으셨나요?”

“그걸 어떻게 아세요.”

“창문을 통해 통화하시는 모습 봤어요.
이장님이 끊자마자 바로 제 핸드폰이 올려서 경미언니였을 거라고 예상했죠.”

“눈치 한번 빠르시네요.
근데 왜 거짓말을 하셨어요?”

“제가 사실대로 말하면 이장님 거짓말이 들통 나잖아요.”

“허~ 할 말 없게 만드네.
자~ 술이나 한잔 드시죠.”

연선에게 술을 따라주니, 연선도 병을 받아 따라준다.

“경미언니가 저에 대해서 뭐라고 안 해요?”

“별말 없었어요.”

“그럴 리가 없는데, 저번에 전화해서 이장님 다시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까지 했어요, 근데 아무 말도 안 했단 말이에요?”

“왜요? 연선씨 뭐~ 찔리는 거라도 있어요?”

“............”

“누가 뭐라고 하던 연선씨만 당당하면 상관없잖아요?”

“하긴 했군요.
어디까지 이야기했어요?”

“듣기 좋은 소리도 아닌데 그게 왜 궁금하세요?”

“경미언니가 전한테 전화해서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그게 생각하니까 또 열 받네.
하여튼 제정신으로는 못 들을 정도로 욕이란 욕은 다 했어요.”

연선은 정말 화가 나는지, 술을 단번에 마시더니 스스로 잔을 채운다.

“말씀해 주세요.
안 그러면 저 분해서 잠도 못자요.”

아내의 말을 전해야 할까? 굳이 숨길 이유는 없다.
또 사실, 아내의 비밀도 궁금하다.

“연선씨.
군수하고는 무슨 사이에요?”

“왜요? 언니가 군수랑 놀아나는 년이라고 욕이라도 하던가요?”

“아내 애기를 그대로 전해드리면 군수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하더군요.”

“또요.
그 말만 하진 않았겠죠?”

“군수전에도 다른 남자가 있다고 하더군요.
또 자기 마음에 드는 남자한테 다 준다고 하더군요.”

“중간, 중간 욕까지 곁들어 하지 않던가요?”

“몇 마디 포함되어 있었어요.”

“이장님은 그 말 믿으세요.
하긴 부인 말이니 믿으시겠죠?”

“반신반의(半信半疑)합니다.
와이프 말이라고 다 믿진 않아요.”

“왜요? 저번에 부부사이에 신뢰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럼 언니 말이라면 다 믿어야 되는 거 아닌가?”

“말이란 사람을 거칠수록 과장되는 법이죠.
특히 남을 씹는 말은 그 정도가 더 심해요.”

“만일 언니 말이 다 사실이라면 어떻게 하실 거죠.
제가 이장님 좋다고 다 주겠다면?”

“고민하겠죠.”

“끝까지 유혹하면요?”

“넘어가겠죠.
전 성인군자(聖人君子)가 아닙니다.”

“솔직하시네요.”

“숨길 필요 없죠.
또 사실 연선씨가 뭐가 아쉬워 저 같은 놈을 유혹하겠습니까?”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이장님 충분히 매력 있어요.”

“그렇게 봐주시면 고맙죠.”

“이장님은 저에 대해서 궁금하신 점 없나요?”

“특별히 없어요.”

“최소한 언니 말이 사실인지 정도는 물어봐야 하지 않나요?”

“어디까지가 사실이죠?”

“정말! 엎드려 절 받기네요.”

“제 입장에서 별반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잖아요.”

“그럼 언니이야기는 어때요.
그건 이장님도 중요하시겠죠?”

“경미가 자기 이야기를 했어요?”

“많이 했죠.
그래서 자기 비밀이 밝혀질 것이 두려워 이장님을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죠?”

“참~ 무슨 대단한 비밀이라고 협박까지 했데요?”

“저번에 부부간에 신뢰가 중요하다고 하셨죠.
만일에 언니가 이장님의 믿음을 저버렸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정(精)이 결정하겠죠.”

“만일 언니가 바람을 피웠다면요?”

“사람이 완벽할 순 없으니 하룻밤 실수정도는 용서할 수 있겠죠.”

“만일 그게 지속된다면.........더구나 그 상대가 이장님과 결혼하기 전 애인이라면........그래도 용서하시겠어요.”

입술이 말라 소주를 마신다.
목구멍이 따가울 정도로 쓰다.

“그게 자랑이라고 주절이, 주절이 이야기했단 말이에요?”

연선은 잠시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혀로 붉은 입술을 적시고 소주를 마신다.

“이미 알고 계셨던 건가요?”

“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아무 말씀 안하셨죠.”

“누구에게 경미에게?”

“예! 언니는 지금도 이장님이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고 있던데요.”

“기회를 준 겁니다.”

“기회? 무슨 기회요?”

“몸도 마음도 모두 정리하고 저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회!”

“그걸 언니가 알아요.
이장님 혼자만의 생각 아닌가요?”

“서울생활 정리하고 내려오라고 했어요.
물론 하염없이 기다릴 수는 없으니 기간을 정했죠.”

“만일 그 기간이 지나도 끝나 안 내려온다면 어떻게 하실 거죠.
그때는 끝인가요?”

“닥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연선은 기분 나쁜 표정으로 코웃음을 치더니 소주를 입에 털어 넣는다.

“좀 전에 언니의 불륜사실을 알고 있다고 하셨죠.
언제부터 알고 계셨던 거죠?”

“1개월 조금 넘었어요.”

“그래서 아직 미련을 못 버리고 계시는구나.
이장님! 일지감치 포기하세요.
언니 안 돌아와요.
아니 돌아오긴 이미 늦었어요.”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죠?”

“저번에 언니가 이장님을 비겁한 패배주의자라고 했다고 했죠.
그게, 제가 엄청 순화시킨 말이에요.
아마 언니가 했던 말을 그대로 전해드리면 돌아버리실 걸요?”

“뭐라고 했는데요?”

“듣기 좋은 말만 하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왜~ 언니가 한 말이라 궁금한 모양이죠?”

피식 웃으며 소주잔을 들어 잠시 바라보다가 단숨에 들이킨다.

“어차피 분위기도 진실게임 비슷하게 됐고, 시간도 많으니 우리 한번 끝까지 가봅시다.”

“그냥 있는 그대로 말씀드려도 돼요.”

“연선씨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세요.”

“좋아요.
경미언니! 그 남자 언제 만났는지 아세요?”

“유덕훈 말하는 거죠.
대학교 1학년 때 만났다고 알고 있어요.”

“그 후 2학년 때 그 남자가 군대에 가고, 3학년 때 이장님을 만나고, 4학년 졸업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이장님과 결혼하셨죠?”

“경미가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이야기 했나 보군요.”

“더 들어보세요.
유덕훈이란 남자! 언니의 첫사랑이자, 첫 남자였데요.
입학하자마자 서로가 첫눈에 반해 만난 지 100일도 안 되어, 그 남자 자취방에서 첫날밤을 보냈고, 군대 가기전까지 거의 매일 그 남자 자취방을 드나들었데요.”

“아주 죽고 못 살았군.
근데 왜 저랑 만났데요.
계속 기다려야 정상 아닌가?”

“처음에는 외로움 때문에 이장님을 만났데요.
한사코 육체관계를 거부했던 것도 이장님이 대타였기 때문이에요.”

“대타? 내가 대타였던 말이죠.”

“맞아요.
그런데 이장님이 술을 잔뜩 먹어서 한사코 싫다는 언니를 강간하셨죠?”

“갈수록 가관이군! 이제 강간? 경미가 그래요?”

“이장님은 아니라고 말씀하고 싶겠죠.
하지만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을 먹이고, 상대의 의사와 관계없이 모델에 끌고 갔다면 그게 강간하고 뭐가 달라요?”

“허 참~ 좋아요.
강간했다고 칩시다.
그럼 바로 경찰에 신고해야 되지 않나.
더구나 다음날부터 좋다고 달라붙는 건 뭔데?”

“안 그래도 저도 똑같은 질문을 했어요.”

“뭐라고 하던가요?”

“애인이 군대 있는 동안 어떻게 해서든 수절(?)하려고 했데요.
그런데 몸은 이미 섹스의 맛을 알아버린 거죠.
거의 매일 그 남자 자취방에서 섹스를 했으니까요.
그 억누르고 있던 욕망이 이장님 때문에 터져버렸다고 했어요.”

“내가 아니라 남자새끼가 필요했다는 거네.”

“그런 샘이죠.”

“혹시 그 놈이 휴가 나왔을 때 이야기도 하던가요.”

“예! 했어요.”

“그때는 왜 나를 선택했데요?”

“간단하죠.
군대에 있는 애인하고 섹스 할 수는 없잖아요.”

“기가 차는군.
모든 이유가 섹스야.
좋아요.
그럼 왜 저랑 결혼했데요.
그놈도 돌아왔잖아요?”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현실을 보게 되죠.
이장님은 이미 직장에 취업해서 잘 나가고 있는데, 그 남자는 편모슬하에 찢어지게 가난한 고학생이었데요.”

“순전히 조건 때문에 나랑 결혼했다는 거네요.”

“언니 말대로라면 그래요.”

가슴이 답답하여 술잔을 잡았는데, 부들부들 떨린다.

“담배 좀 피우고 올게요.”

“저도 하나 주세요.”

“연선씨도 담배 피워요?”

“왜요? 여자가 담배 피우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나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연선에게 먼저 내밀었다.

“그냥 여기서 같이 피우죠.”

연선에게 먼저 불을 붙어주고, 가슴속 깊이까지 담배를 빨아 댕긴다.

“푸우~ 기분 더럽군.
하지만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다 결혼 전에 이야기에요.
그 후에는 큰 문제없이 잘 살았어요.”

“언니가 언제부터 그 남자를 다시 만났을 거라 생각하세요.
이장님 귀농하고 나서.......아니에요.
그 전부터 만나고 있었어요.”

갑자기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띵하다.

“그럼 나랑 결혼하고도 계속해서 그놈이랑 만나고 있었다는 말입니까?”

“그건 아니고, 제가 그 말을 들은 게 8개월 전이니 한 4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언니 말로는 그 남자! 언니가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외국으로 떠났었데요.
애인한테 버림받고, 하나 밖에 없는 가족까지 가버리니 우리나라에서 버티기 힘들었던 모양이죠.”

“그럼 어떻게 다시 만난 거죠?”

“언니 말을 그대로 하면, 어느 날 갑자기 짠하고 나타났데요.
그것도 별보일 없던 예전 모습이 아니라, 돈 많고 능력 빵빵한 사장님이 되어 나타난 거죠.”

“그럼 그때부터 그 놈에게 빠져 몸도 마음도 다 줬다는 겁니까?”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 남자가 계속 유혹했지만 가족이 더 소중했기에 끝까지 가지는 않았데요.
문제는 이장님이 언니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아파트를 담보로 펜션을 지으시고, 어느 날 갑자기 잘 다니고 계시던 직장에 사표를 집어던지고 함께 귀농하자고 하셨다는 거죠.”

“그놈하고 비교가 됐겠군요.
옛 애인은 잘 나가는데, 남편이란 작자는 시골 가서 살자고 하니까?”

“그렀죠.
그리고 끝내 이장님은 가족까지 버리고 귀농하셨고, 크게 실망한 언니는 그 남자의 유혹에 넘어간 거죠?”

“결론은 2년이 넘었다는 말이네.”

“언니가 돌아올 올 수 없다고 단언하는 건, 기간 때문이 아니에요.
이런 말씀까지 드려 죄송한데요.
그 남자.
이장님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쾌락을 준데요.
그러면서 저보고도 그 남자 물건 한번 맛보면 미쳐버릴 거라고 자랑하더군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미 언니 마음속에는 그 남자밖에 없다는 거예요.”

“끝내 몸도 마음도 다 줬다는 거네.
그럼 이혼하자고 하지.
왜 저는 붙잡고 있데요?”

“남 주긴 아까운 모양이죠.”

절로 한숨이 나온다.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으나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담배를 다시 꺼내 물고, 멍하니 있으니, 연선도 말없이 지켜본다.

“그 놈은 경미, 사랑한답니까?”

“언니는 그렇게 믿고 있어요.”

“연선씨가 보기에는 어때요.
그놈이 경미 사랑하는 것 같아요?”

“언니 말로는 그 남자가 언니를 잊지 못해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다고 했어요.
또 지금도 이장님과 이혼하고 결혼하자고 매달린다는 것을 보면 사랑하고 있지 않을까요?”

“그래요.
잘 들었어요.
또 경미에 대해 할 이야기가 남았나요?”

“몇 가지 더 있지만 소소한 것이니 굳이 말씀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앞에 있는 잔을 비우고, 목구멍까지 차오른 분노를 억누른다.
연선이 잔을 채워주고, 담배를 피운다.
남의 불행을 즐기는 모양이다.

“오늘 이 이야기를 해주려고 일부러 찾아오신 건가요?”

“이장님이 불쌍하잖아요.
또 저는 당하고는 못 살아요.
언니가 먼저 저에 대해 까발렸는데, 가만있으면 저만 바보 되잖아요.”

“연선씨 말대로라면 연선씨에 대해 경미가 이야기했던 것도 모두 사실이라는 말이네요.”

“뭐~ 대부분 사실이에요.”

“연선씨는 왜 남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거죠?”

“우리 남편, 무역선 승조원이에요.
결혼하고 같이 산 기간보다 떨어져 산 기간이 더 길죠.”

“단지 남편이 없기 때문에 바람을 피운다는 겁니까?”

“꼭 그것만은 아니에요.”

“그럼 다른 이유가 또 있나요?”

“전 당하고 못 산다고 했죠.
남편도 바람피우는데, 저만 수절[守節]하면 억울하잖아요.”

“맞바람인가요?”

“그럼 셈이죠.
남편도 제가 바람피운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단지 모른 척 할 뿐이죠.”

“서로 적당히 묵인하면서 즐기는 거네요.
그리고 연선씨는 부수적으로 챙기는 수입도 있겠고.”

“물론이죠.
저를 원하는 남자들은 얼마든지 있어요.
즐기면서 부수입도 챙긴다면 일석이조(一石二鳥)아닌가요?”

“당당해서 좋네요.”

“하지만 경미언니는 저랑 다르죠.
저는 최소한 마음까진 주진 않거든요.”

“저도 알아요.
그리고 오늘 연선씨가 절 찾아온 의도도 알겠어요?”

“의도요? 아까 전에 말씀드리지 않았나, 이장님이 언니한테 속고 계신 것 같아 불쌍해서, 언니의 그 시커먼 속을 알려드리려고 왔다니까요?”

“알았어요.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설마 이걸로 끝인가요?”

“경미 이야기도 다 전해주셨고, 제가 연선씨에 대해 궁금한 것도 다 들었는데, 뭐가 더 남았죠?”

“이장님은 화도 안 나세요.”

“화나죠.
머리뚜껑 열리려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는 겁니다.”

“보기에는 안 그런데요.”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하죠.
길길이 날뛰기라도 해야 된다는 건가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저에게 뭘 기대하시는 겁니까?”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니 연선이 황당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아니 왜 저한테 짜증내세요.”

“휴~ 죄송합니다.
감정이 격해지다보니 저도 모르게 소리가 높아졌네요.”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죠.
언니랑 이혼하실 건가요?”

“모르겠어요.”

“왜요? 그만큼 이야기 했는데도 아직 미련이 남으셨어요?”

“시간이 아직 남았죠.”

“답답해 죽겠네.
못 돌아온다니까요.
아무리 기다려야 오지 않을 사람인데, 뭐하려 기다려요?”

“경미와 약속했어요.
제가 먼저 그 약속을 깨긴 싫어요.”

“정말 경미언니 말대로 비겁하신 분이네!”

“뭐라고요?”

“이장님이 먼저 이혼하자고 할 자신이 없는 거잖아요.
더 심하게 말해 볼까요.
난 이만큼 기회를 줬다.
너의 허물까지 덮어주려 했다.
하지만 넌 그 기회마저 차버렸다.
세상 사람들아, 누가 잘못한 거냐.
대충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거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맞아요.”

“아니라고 했잖아요.”

“스스로의 가슴에 손을 얻고 말씀해 보세요.
정말 아닌가요?”

“집요하네.
끝까지 밀어붙여서 연선씨가 얻는 게 뭐죠?”

“저는 이정도 이야기했으면 이장님이 당장 언니에게 쫓아가거나 최소한 전화라도 해서 소리라도 지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장님은 저의 그런 기대를 저버리는 군요.”

“경미에게 복수하고 싶었는데, 자기 뜻대로 안 되니, 이제 경미 대신 저를 물고 늘어진다는 겁니까?”

“당연하죠.
이장님이 저의 통쾌한 복수를 방해하시고 계시잖아요.”

황당하다.
좀 당치고,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더 이야기 하다가는 울화가 치밀어 제명에 못 살 것 같다.

“그만 합시다.
이층에 이블 깔아드릴게요.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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