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일기 -23부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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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일기 -2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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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롱코트가 무릎까지 가리고 있는데,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며 주위를 둘려본다.

“아!~ 여기가 이장님이 운영하시는 펜션이구나.
정말 예뻐요.”

아내의 말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모습만 보아도 웬만한 남자들은 간단한 손짓만으로도 뽕 갈게 만들 정도로 치명적인 섹시함을 뽐내고 있다.

“어서 오세요.
미리 연락이라도 주시죠.
전 11시에 오신다고 해서 연락만 기다리고 있었잖아요.”

“죄송해요.
펜션 홈페이지를 보고 사진들이 너무 아름답고 몽환적이라 실제로 그런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죠.
그래서 정신없이 달려 오다보니 연락드려야 한다는 것을 깜박했어요.”

“어찌 됐던 이렇게 오셨으니 됐죠.
어떻게 할까요.
여기까지 오셨으니 펜션부터 둘려볼까요?”

“펜션을 나중에 천천히 둘려보기로 하고 우선 창고부터 보고 싶어요.”

“그래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안에 좀 다녀올게요.”

“그렇게 하세요.”

연선에게 양해를 구하고 본체로 들어오니 연변댁이 창문으로 주차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곧바로 안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연변댁이 위아래를 훑어보며 입을 삐죽거린다.

“아침에 말씀드린 손님 오셨어요.
이따가 2시에 봬요.”

“옷은 왜 갈아입으셨어요?”

“손님이 오셨는데, 예의는 갖춰야죠.”

“그러세요.
여자라서 그렇건 아니고요.”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여자건 남자건 손님이잖아요.”

“그렀죠.
예쁜 여자 손님이죠.”

“아이 참~ 손님 기다리시니까 내려갈게요.
자세한 이야기는 이따가 해요.”

주차장으로 내려오니 연선은 차에 살짝 기대어 주변을 둘려보고 있었다.

“많이 기다리셨죠.”

“아니에요.
어~ 근데 옷이 바꿨네요.”

“저도 예의가 있는 사람입니다.
연선씨랑 함께 다니려면 최소한 구색은 맞춰야죠.”

“절 생각해주신 거죠? 고마워요.”

“어떻게, 차로 모실까요? 아님 걸어서 갈까요?”

“시간도 많은데, 천천히 걸어가요.
저도 오랜만에 신성한 공기를 마시니 좋네요.”

“오늘 좀 많이 걸으셔야 하는데, 하이힐까지 신고 괜찮겠어요?”

“습관이 돼서 괜찮아요.
정 힘들면 이장님께 업어 달라고 하면 되죠.”

“어유~ 늙어서 힘도 없는데, 연선씨를 업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호호호~ 못 말려.
걱정하지 마세요.
저 보기보다 가벼워요.”

“그건 나중에 한번 알아보기로 하고, 자~ 가시죠.”

연선과 함께 펜션을 나서 마을 입구에 있는 양곡창고로 향했다.
연선은 기분이 좋은지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갈 정도로 엷은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뒤를 따른다.
창고 건물에 도착한 연선은 한 바퀴 돌려보더니 창문을 통해 안을 살펴보고 이마에 살짝 주름이 잡힐 정도로 얼굴을 찡그린다.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너무 허름해서요.
겉이야 대충 페인트칠만 해도 볼만은 할 것 같은데, 안은 아무런 시설도 없이, 뻥 뚫린 공간에 바닥도 그냥 흙이잖아요.
이런 곳에서 작업을 할 수 있겠어요?”

“당연히 내부수리를 해야죠.
바닥이야 대충 시멘트 깔고, 칸막이해서 몇 개 공간으로 나누어서 필요한 곳은 냉난방 설치하고, 나머지 공간에 포장기계를 비롯한 기계류와 임시저장고로 쓰면 되지 않을까요?”

“공간을 어떻게 나누시려는 거죠?”

“그거야 제가 하나요.
건축업자 불려서 요구사항 말하면 자기들이 다 알아서 해 줍니다.”

“최소한의 활용방안은 미리 짜고 건축업자를 불려야지 대책도 없이 부르긴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여기 작업장은 특산물의 선별, 포장, 발송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현재 판매하려하는 특산물은 죽순, 대나무를 이용한 가공품, 전통 막걸리, 상황버섯 정도입니다.
물론 사업이 확대되면 품목이 많아지겠다.
다음으로 농변기가 지난겨울에는 유과와 엿을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 판매할 겁니다.
다시 말해 겨울철에는 유과와 엿을 만드는 작업장으로 활용된다는 뜻이죠.
이정도 설명을 해주면 건축업자가 활용도에 맞게 작업장을 설계해 줄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건축업자에게 모두 맡긴다는 것이 불안하지 않으세요?”

“아니 전문가 두고 왜 사서 고생을 합니까?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문제점이 뭔지 아세요.
모든 일에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있어요.
길어야 2~3년 정도 있다가 기간되면 다른 보직으로 옮겨가는 공무원들이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그런데도 꼭 자기가 잘났다고, 지가 다 하는 것처럼 현장의 목소리는 개 무시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엉뚱한 결과물을 내 놓는다는 거죠.”

“.............!!!”

“덧붙여 말하자면 그걸 책임이라도 지면 말도 안 해요.
일은 혼자 다 벌려 놓고, 기간되면 나물라라 가벼이는 것이 공무원들 아닙니까? 물론 연선씨가 그렀다는 것은 아니고, 일부 공무원들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하여튼 결론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좋다는 말입니다.”

연선은 듣기 거북했는지 안경을 고쳐 쓰며 쓰게 웃는다.

“일장연설 잘 들었어요.
다 맞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정부분은 인정해요.”

“듣기 거북했다면 죄송합니다.
연선씨에게 할 말이 아닌데 괜히 흥분했네요.”

“뭐~ 이장님 말씀대로 창고수리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으로 하죠.
그런데 농산물은 판매하지 않으실 건가요.
사실 그게 더 현실적이고 수익성도 좋지 않을까요?”

“농산물의 판매 구조를 보면, 산지에서 수확한 것을 도매시장을 통해 소상인에게 판매하고, 소상인이 다시 소비자에게 판매합니다.
또는 요즘 대형 마트나 식품업체들이 계약재배 형식으로 씨를 뿌리기도 전에 판매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죠.
문제는 중간도매상이나 대형마트들이 워낙 우월한 지위에 있다 보니 생산자 한두 명 죽이려는 일은 일도 아니라 겁니다.
한 마디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인데, 그런 판에 잘못 끼어들다가는 시작도 하기 전에 폭삭 망합니다.”

“도청이나 군청에서 지원해도 힘들다는 말씀이세요.”

“힘들죠.
한 가지 예를 들어볼까요.
배추를 수확했어요.
이걸 대형마트나 중간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트럭에 실고 다니며 직접 팔까요? 아니면 요즘 온라인도 있으니 사이트하나 개설해 놓고 배추사라고 해 볼까요? 다음으로 군청이나 도청에서 어떻게 지원해 주실 건데요? 군청이나 도청 홈페이지에 광고한다고 누가 보기나 하나요.
기껏해야 공무원들이 좀 사주실 거고, 아파트단지 부녀회를 이용해 이벤트 형식으로 장이나 마련해 주겠죠.
그건 할 짓이 아닙니다.
그 시간과 노력을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낮죠.”

“도청에서 대형마트를 압박할 수도 있잖아요.”

“자본주의 경제에서 시장의 주체는 정부가 아닙니다.
또한 시장의 주체들이 관의 통제를 받습니까? 물론 일부 받기야 하죠.
하지만 철저한 계산에 의해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불이익이 되면 도청이 아니라 중앙정부 말도 귓등으로 듣고 말죠.”

“공정거래위원회도 있고, 각 소관부처별로 시장을 관리하고 있는데, 설마~”

“그럼 이렇게 말씀드려 볼까요? 저기 높은 곳에 계신 분들이 대형마트 사장님 이야기를 더 들어줄까요? 아님 우리 같은 농민들 이야기를 더 들어줄까요? 겉으로야 농민을 위한다고 하겠지만 대형마트 사장님들이 제공하는 각종편의가 아쉬워 결과는 대부분 대형마트가 승리하죠.
좀 심하게 이야기하면 로비의 차이인데, 사실 대형마트나 중간도매상들에서 농수산물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에요.
그걸 침범하면 용서치 않죠.
또한 우리나라 시장 여건 자체가 힘들어요.
연선씨는 배추사려 어디로 가세요.
대형마트 아니면 동네시장가시잖아요.”

“결론은 어렵다는 말씀이네요.
그럼 이장님이 생각하시는 특산물은 뭐가 틀려요.”

“일종의 틈새시장이죠.
죽순이나 상황버섯 같은 것은 특정소비자, 혹은 시장이 작아서 대형마트나 중간도매상에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막걸리도 마찬가지죠.
술은 일종의 기호식품으로 특이한 것, 자기 입맛에 맞는 걸 찾는 소비자들이 있죠.
그런 품목들은 우리처럼 이제 막 시작하는 회사라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요.”

“음~ 이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품목을 선정에도 고려해야 할 사향이 한두 가지가 아니네요.”

“그렇죠.
품목선택과 마케팅, 그리고 품질 및 고객관리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죠.”

“잘 들었어요.
다른 곳으로 가보죠.”

시계를 보니 11시 30분이다.
일본댁과 약속한 시간에 맞추려면 지금 출발해야 한다.

“주남주도가로 가시죠.
그곳에서 식사하면서 전통 막걸리도 한번 맛보세요.”

연선과 함께 주남주도가로 향했다.
마침 막걸리 만들기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있어, 연선과 함께 견학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12시가 지나자, 막걸리와 음식들이 나온다.
체험프로그램의 마지막인 식음코너다.
일본댁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음식이 나오니 손님들은 막걸리를 반주삼아 맛있게 먹는다.
연선과 한쪽 테이블에 앉으니 일본댁이 다가왔다.

“오셨어요.
수업 중이라 인사도 못 드렸네요.”

“인사하세요.
이쪽은 주남주도가의 안방마님은 일본댁이시고, 이쪽은 차연선씨에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차연선이라고 합니다.”

“예! 오자와스즈네에요.
이장님께 손님을 모시고 오신다는 말씀을 듣긴 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분인 줄은 몰랐네요.”

“호호호~ 감사합니다.
부인께서도 아름다우세요.”

“고마워요.
근데, 이장님과는 무슨 사이, 혹시 부인되세요!”

“예?”

순간적으로 연선이 당황하는 눈빛이라 얼른 손을 흔들었다.

“이런~ 제가 미처 말씀을 못 드렸군요.
이분은 군청 비서실에 근무하는 분입니다.”

“그래요.
난 또 괜히 긴장했네.”

“저기, 우리 배고파요.
음식은 언제 주실 거예요.”

“아참~ 내 정신 좀 보게.
잠시만 기다리세요.
얼른 준비해 드릴게요.”

일본댁이 주방으로 달려가자 연선이 뒷모습을 유심히 바라본다.

“일본분인가 보죠?”

“맞아요.
국제결혼을 통해 우리나라에 정착하신 분입니다.”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보기에는 30대 초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데?”

“사십이 넘으셨는데, 워낙 동안이시라 젊게 보이세요.”

대화중에 일본댁이 음식들을 가져와 상을 마련해주고 바로 옆자리에 앉는다.

“자~ 한잔 받으세요.
우리 집에서 직접 제조한 막걸리랍니다.”

연선과 함께 잔을 받고, 일본댁에게도 따라주었다.
연선은 막걸리를 조금 마셔보더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맛있네요.
그런데 약간 쑥 향기가 느껴지는데, 어떻게 된 거죠?”

“막걸리를 빗을 때, 쑥이 들어가요.
건강에 좋죠.”

“그래요.
잠깐 코드 좀 벗을게요.”

연선이 자리에서 일어나 코드를 벗었다.
그녀는 코드 안에 검은 블라우스와 자켓을 입고 있었다.
검은색 투피스 정장으로 블라우스와 스타킹 심지어 신발까지 검은색으로 통일한 것이다.
연선이 다시 자리에 앉는데, 짧은 치마가 허벅지까지 올라가며 보는 이를 아슬아슬하게 만든다.
나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일본댁이 옆구리를 찌른다.

“이장님! 식사하셔야죠.”

“아~ 예~ 먹어야죠.
연선씨도 어서 드세요.”

“예~ 잘 먹을게요.”

연선은 한 가닥 흘려 내린 머리까락을 쓸어 넘기며 전부터 먹어본다.

“맛있네요.
그런데 장사는 잘 되세요.
좀 외져서 많이 오실 것 같지는 않는데......”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손님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 이장님께서 펜션과 함께 온라인홍보도 많이 해 주셔서 두레길을 여행하시다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이장님께서요.
혹시 판매도 하시나요?”

“손님들이 찾으시면 팔기도 하는데, 아직 정식으로 팔지는 않아요.
이장님께서 준비하고 계시니 곧 그렇게 되겠죠.”

“이장님이요.
어떻게요?”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만들고 계세요.
그게 완성되면 조만간 매출이 생기겠죠.”

“이장님이 직접 사이트를 만들어요?”

“저기~ 제가 예전에 IT회사에 근무했잖아요.
그래서 그 정도는 혼자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 이장님께서 직접 작업하고 계시는 거예요.”

“예! 기본 설계는 끝났고, 지금은 코딩작업 중입니다.”

“그거 저도 한번 볼 수 있을까요?”

“이따가 펜션 가시면 보여드리게요.”

식사가 끝나자 일본댁이 PT병에 막걸리를 담아서 가져왔다.

“이거 선물이에요.”

“안 주셔도 되는데, 잘 마시겠습니다.”

일본댁이 연선에게 가볍게 인사하더니, 소매를 잡고 안쪽으로 끌고 들어간다.

“이제 어디로 갈 거야?”

“과수원에 들렸다가 대나무 숲으로 가야지.”

“저분이랑 계속~”

“어~ 우리 마을 특산품들을 견학하고 싶다고 해서.”

“그래~ 그런데 저분 정말 군청직원 맞아.”

“왜?”

“옷차림이 너무 과감해서......”

“뭐~ 개성이지.
또 그 만큼 자신 있다는 표현일 수도 있고!”

“잘 빠지긴 했네.
그래서 우리 이장님도 한눈에 뽕 가셨나?”

“아이~ 무슨 소리야?”

“아까~ 정신 못 차리고 훔쳐봤잖아?”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불알 달린 놈이면 다 그랬을걸?”

“아유~ 동생한테 그걸 따지는 내가 미친년이지.
기다리겠다.
빨리 가봐~”

“그래.
간다.”

일본댁을 뒤로하고 연선과 함께 논과 밭을 지나 산 밑에 있는 과수원에 도착했다.
하지만 11월에 접어들어 과일은 하나 없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볼 것이 없었다.

“이 나무가 무슨 나무죠.”

“배나무에요.
저 밑에 포도밭도 있는데, 계절이 이래서 볼 게 없네요.”

“혹시 비늘하우스는 없어요.
요즘은 하우스재배도 많이 하잖아요?”

“아직은 극소수고 차차 늘려가야죠.”

“저기 밑에 보이는 하우스는 뭐죠.”

“저건 상황버섯농장인데, 아직 버섯들이 어물지 않아 볼 건 없어요.”

“그래도 한번 가보죠.”

“그래요.
그럼~ 대나무 숲부터 먼저 들렸다가 가요.”

연선과 다시 연변댁 집으로 향했다.
오솔길을 지나 연변댁 집에 도착하니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연변댁이 마중 나왔다.

“이장님 오셨어요.”

“예! 이쪽은 아침에 말씀드린 군청 비서실에 근무하시는 차연선씨고, 이쪽은 오늘 안내를 맡아주실 구송이씨에요.”

연선이 먼저 인사를 건너자, 연변댁도 가볍게 인사하며 위아래를 훑어본다.

“어디부터 가볼까요.
일단 대나무 숲을 먼저 볼까요.”

연변댁이 앞장서고 연선과 함께 뒤를 따른다.
연변댁은 자기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대나무에 대해 설명했다.

“말씀하셨던 죽순은 없네요.”

“죽순의 종류를 보면 맹종죽이라고 해서 높이 10∼20cm에 정도에 죽순 중에서 가장 커요.
다음으로 왕대가 있는데 높이 20m 정도로 자라며 추운 곳에서는 3m 정도 자란다고 해요.
다음으로 솜대가 있는데 높이가 10m 이상이고 죽순은 4∼5월에 나오며 적갈색이고, 마지막으로 죽순대가 있는데 죽순은 5월경에 나와요.
다음으로 보통 죽순은 왕대·솜대·죽순대 등이 식용으로 쓰이고, 현재 우리 숲에는 솜대와 죽순대가 있지만, 죽순이 나오는 시기가 아니라서 지금은 볼 수 없어요.”

“잘~ 들었어요.
죽에 대해서 해박하시네요.”

“시어머니께 주워들은 거예요.
별거 아니죠.”

“이장님! 죽 공예품도 판매하실 계획이라고 하셨잖아요.
특별히 생각하신 품목이라도 있나요.”

“차차 알아보고 정해야죠.
뭐~ 사실 겨울철에 부녀자들이 유과나 엿을 만들면 남자 분들은 뭐하겠어요.
옆에서 공예품이나 만들어야죠.”

“말씀을 듣고 보니 그것도 그러네요.
저기~ 이제 그만 나가죠.”

“더 안보시고요.”

“좀 걷기가 불편해서.......”

땅이 푸석푸석해서 하이힐이 바닥에 박히는 모양이다.

“걷기 불편하시죠.
이 대나무 숲도 나중에 돈이 좀 모이면, 담양에 있는 죽녹원처럼 산책로를 만들 계획입니다.”

“그것도 좋겠네요.
죽 관련 요리도 함께 팔면 되잖아요.”

“그렀죠.~ 연변댁.
혹시 죽순요리 좀 맛볼 수 있을까요?”

연변댁이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흔든다.

“죽순요리는 힘들고, 간단한 안주와 죽순주은 가능해요.”

“연선씨.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준비해 주신다면, 먹고 싶어요.”

연변댁의 안내로 집에 도착하니, 간단한 안주와 술이 나온다.
시부모님들도 도식과 함께 밭일을 나가신 모양이다.
연선은 독한 죽순주를 단숨에 마신다.

“하~ 생각보다 독하네요.”

“담근 술이니 독할 수밖에 없죠.
그래도 향은 좋지 않아요.”

“예! 비록 독하기는 하지만 은은히 죽향이 입안에 가득해 기분까지 상쾌해 지는 것 같아요.”

“이 죽순주도 제조과정을 체계화해서 상품화 할 계획입니다.”

“그것도 좋겠네요.”

연선은 독하다고 하면서도 3잔이나 연속해서 마신다.

“죽순주가 입에 맞으시는 모양이죠.”

“어머~ 향에 취해 마시다보니 3잔이나 마셨네.
그만 일어나죠.”

“그래요.
그만 일어나요.”

“이장님! 이제 어디로 가세는 거예요.”

연선과 함께 자리를 털고 일어나자 연변댁이 물어본다.

“상황버섯 농장으로 갈 거예요.”

“그래요.
그럼 저는 다시 펜션으로 갈게요.”

“예! 수고 좀 해주세요.”

연변댁을 뒤로하고 오솔길을 걷는데, 연선이 뒤를 돌아본다.

“왜요? 뭐~ 두고 오신 거라도 있어요.”

“그건 아니고........저분 연변댁이라고 했죠.
그럼 결혼하신 분이에요.”

“예! 연변에서 시집 온 분이에요.”

“연변!! 아직 솜털도 가시지 않은 것 같은데, 참~”

연선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는데, 애써 무시하고 길을 걷는다.
하우스로 향하는 길에 몇몇 어르신을 만났다.
그분들도 일본댁처럼 부인이냐고 묻는다.
지난 2년 동안 아내가 가끔 내려오긴 했으나 펜션에만 머물었다가 가는 바람에 마을 분들 대부분이 얼굴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우스에 들어서자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반기고, 멀리 뽕나무들이 쌓여 있는 곳에 탱크탑과 짧은 반바지를 입은 우나댁이 톱질을 하고 있었다.

“여긴 따뜻하네요.”

“상황버섯의 발육상태에 따라 일정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기 때문에 그래요.”

“저기 저분이 주인인 모양이죠?”

우나댁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다가왔다.

“먼저 소개부터 시켜드려야죠.
이쪽은 군청에 근무하시는 분이고, 이쪽은 하우스를 관리해 주시는 우나댁이라고 해요.”

“안녕하세요.
차연선이라고 합니다.”

연선이 정중하게 인사하지만, 우나댁은 차가운 표정으로 고개만 살짝 까딱하고 만다.

“이분은 우크라이나 오신 분인데, 아직 우리나라 말에 서투르세요.”

“아~ 그래요.
일하는데 방해해서 죄송해요.
잠시만 둘려보고 갈게요.”

“그래.
둘려봐~”

역시나 짧고 명쾌한 답이다.
상대가 워낙 무뚝뚝하게 나오니 연선은 멀쑥한 표정으로 한발 물려나고,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얼른 화제를 돌린다.

“아까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아직 버섯들의 발육이 덜 돼서, 볼 건 없을 겁니다.”

“그냥 궁금해서요.
그냥 한 바퀴만 돌아보고 가면 알 될까요?”

“이길.
따라가면 돼~ 다녀와~”

우나댁이 손도 아닌 고갯짓으로 말하니 연선은 씁쓸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본다.

“연선씨가 한 바퀴 둘려보고 오세요.
저는 이기서 기다릴게요.”

“예? 아!~ 알았어요.
그렇게 하죠.”

연선은 짧게 한숨을 쉬고 통나무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간다.

“젠~ 누구야?”

“군청 직원이라고 했잖아요.”

“그래~ 근데 왜 왔어?”

“저번에 군청에서 도와주기로 했다고 말씀드렸죠.
그 담당자가 저 분인데, 현장을 보고해서 싶다고 해서 모시고 왔어요.”

“그래.”

“왜요.
뭐~ 이상해요.”

“아니야.”

“근데, 왜 톱질을 하고 계셨어요.”

“운동.
미리 준비 할 겸.”

“톱질은 위험하니까 하지 마세요.
나중에 제가 할 게요.”

“나도 할 수 있어.
걱정하지 마.”

“참~ 굳이 하시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는데, 나중에 다치고 나서 원망하지는 마세요.”

“알았어.
온다.
난 간다.”

연선의 모습이 다시 보이자 우나댁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고, 연선과 함께 하우스를 나왔다.

“저분이 주인이세요.”

“아니요.
제가 운영하는 곳입니다.”

“이장님이요.
그럼 저분은 누구죠?”

“동네 형님 부인인데, 제가 이것저것 쓸데없이 바쁜 놈이라, 저 대신 관리해 주시는 분이에요.”

“근데, 아니 전한테........아니에요.
이제 어디로 가죠?”

“이제 다 보셨어요.
더 보여 드릴 건 없을 것 같은데.”

“저번에 황토방하고 텃밭이 인기라고 하셨죠.
거기 좀 볼 수 있을까요?”

“거긴 이번 사업하고는 관련이 없는데.”

“제가 궁금해서요.
술도 깰 겸~ 천천히 가보죠.”

“뭐~ 그렇게 하시죠.”

연선과 함께 황토방으로 출발했다.
사실 황토방이나 텃밭은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곳이라 내키지는 않는다.
또 괜한 오해를 하시면 입장만 곤란하지 않는가? 황토방에 도착하니 다행히 손님이 없어, 어르신들은 안 계셨다.
황토방을 살펴보고, 텃밭으로 향했다.
텃밭은 펜션 바로 옆이니 이제 고달팠던(?) 일과가 끝나가는 모양이다.
텃밭을 둘려보니 어느덧 시간이 6시가 넘었다.
빠른 걸음으로 둘려봤으면 좀 더 일찍 끝났을 것인데, 연선이 하이힐을 신고 있어서 그런지, 걸음이 느렸기 때문이다.

펜션에 돌아오니 연변댁이 방중 나왔다.
연선은 연변댁을 보자 빙긋 웃으며 인사한다.

“반가워요.
또 만났네요.”

“그러게요.
다 둘려보고 오셨어요.”

“예! 이장님이 워낙 친절하게 안내해 주셔서 편안하게 둘려보고 왔어요.”

“이제 가시는 거예요?”

“이장님께서 온라인 판매 사이트 작업하신 것을 보여주시기로 하셔서 조금 더 있다가 갈 거예요.”

“그럼 혹시 식사까지 하시고 가시는 건가요.”

“이장님이 주시겠죠.”

연변댁이 곤란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오늘은 일찍 들어가세요.”

“그게 아니라, 밥이.........”

“알아요.
먹을 것 많으니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럼 저~ 이제 가야 되는 거예요?”

“오늘 수고 많았잖아요.”

“알았어요.
갈게요.”

연변댁은 힐끗 연선을 바라보더니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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