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그림자 -29부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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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그림자 -2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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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락도 없이 어디 다녀오세요.. -

- ..... -

집으로 돌아와 초조한 마음으로 경자를 기다리던 정태가 집으로 들어서는 경자를 향해 물었지만 아들의 외면한 경자가 방으로 들어가자 정태가 뒤를 따라 방으로 들어왔다.

- 엄마.. -

- 나 지금 피곤해..
나중에 이야기하자.. -

- 핸드폰은 왜 꺼놓으셨는데요..
걱정했잖아요.. -

- ...... -

아들의 말에 경자가 아들을 돌아보았고 자신을 바라보는 엄마의 곁으로 다가간 정태가 경자의 두 팔을 잡았다.

- 수아 선배 일은 잘 해결 될 거예요..
그러니까.. -

정태의 말을 듣고 있던 경자가 팔을 잡고있는 아들의 손을 뿌리쳤다.

- 그 이야기 듣고 싶지 않아.. -

- 엄마.. -

- 어떻게 잘 해결이 되는데..
그 아이 무슨 일이 있어도 네 아이를 낳겠다고 했어..
그런데 뭐가 해결이 된다는 거야..
뭐가.. -

- 선배 만나서 알아듣게 이야기했어요..
선배도 이제 모든 걸 이해하고 물러설 거예요.. -

- 아이를 낳겠다고 말하는 아이가 네 말을 알아들었다고..
그리고 이게 너와 그 아이만의 문제인줄 아니..
널 믿었던 나는..
세상에 둘도 없는 나쁜 년이 돼서 널 남자로 받아들인 나는..
나는 뭐가 되는데... -

경자의 목소리가 높아 졌다.

- 엄마가 왜 나쁜 여자예요..
엄마가 그런 사람 아니란 거 누구보다 제가 잘 알잖아요.. -

- 세상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봐..
아들하고 몸을 섞고 뒹구는 여자가 제 정신이 여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물어보란 말이야.. -

-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우리가 언제 세상 사람들 시선을 의식하고 그랬어요..
엄마랑 나랑 둘 이만 행복하면 되잖아요..
그리고 저도 엄마도 그걸로 만족한다고 그랬잖아요.. -

- 그건 너와 나 사이에 서로를 의지하는 믿음이 있을 때 이야기야.. -

- ...... -

경자가 고함을 지르자 정태가 순간 할 말을 잃고 엄마를 응시했다.

- 그래..
난 세상 사람들 시선 무섭지 않았어..
네가 날 사랑하고 있다고 굳게 믿었고 그래서 나도 널 사랑했어..
너랑 둘이서 이렇게 라도 행복할 수 있다면 그깟 세상의 시선 모두 참아낼 수 있었어..
그런데 넌 그 믿음을 무참히 짓밟았어.. -

- 엄마 그런 거 아니에요..
선배와의 일은 엄마와 이렇게 살기 전이고.. -

- 나와 살기 전이라고...
내가 병원에 누워있을 때 이 집에서 수아하고 뒹군 게 나랑 살기 전이라고.. -

- 그건 제가 괴로운 마음에 술을 마신 상태에서 그렇게 된 거예요..
전 아무 기억이 없다고요..
제가 선배랑 이곳에서 잤는지 안 잤는지도 기억 못해요... -

- 그러니..
그럼 나도 술에 취해서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아무 남자하고 하룻밤을 보내고 너에게 실수였다고 하면 넌 아무렇지도 않겠구나.. -

- 엄마..
왜 그런 억지를 부리세요.. -

- 억지..
억지는 네가 부리는 거야..
단지 기억이 없어서 한 여자의 삶을 모두 망쳐놓고도 그냥 실수였다고 말하는 네가 억지를 부리는 거야..
알겠어.. -

- 그럼 나보고 어떡하란 말이에요..
수아 선배한테 애를 낳으라고 하고 수아 선배랑 가서 살까요..
그걸 원하세요.. -

- ........ -

고함을 지르는 아들을 바라보던 경자의 눈에서 가느다란 눈물 줄기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 그걸 원하세요..
그래요... -

- 네가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해.. -

- 엄마.. -

경자의 말이 답답한 듯 정태가 두 손을 허공으로 들었다가 힘껏 아래로 내렸다.

- 네가 저지른 일이야..
그렇게 라도 해서 네 마음이 편해지면 그렇게 해.. -

- 엄마..
정말 왜 이러세요..
제가 그럴 마음 없다는 거 누구보다도 엄마가 잘 아시잖아요.. -

- 그럼 어떡할 거야..
네 아이를 임신한 그 아이를 외면할거니..
그냥 실수라고 말하고 그 아이에게 책임을 떠넘길 거니..
그래.. -

- 말했죠..
잘 해결 될 거라고..
선배가 알아듣게 제가 잘 이야기했다고 말했잖아요.. -

- 뭘 어떻게 해결을 해..
네 아이를 낳겠다고 저렇게 버티는데 네가 무슨 수로 해결을 한다는 거야..
그리고 그 아이 인생 망쳐 놓은 건 어떻게 할건데..
너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이었니..
남의 인생 망쳐놓고 그건 실수였다고 외면 할 만큼 뻔뻔한 사림이었니.. -

- 그래도..
좋아요..
엄마하고 같이 있을 수만 있다면 세상 사람 모두에게 뻔뻔하고 무책임한 사람이 된다고 해도 엄마하고 살 수만 있다면 아무 상관없다고요..
아셨어요.. -

- ...... -

아들의 고함 소리에 경자가 잠시 입을 다물고 아들을 응시하자 정태가 다시 경자의 두 팔을 잡았다.

- 엄마가 그랬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엄마를 보고 나쁜 여자라고 해도 저만 있으면 상관없다고 저도 마찬가지예요..
세상 사람들이 저 보고 뭐라고 하던 엄마하고 살 수만 있다면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

- ....... -

- 그리고 이제는 수아 선배도 어쩔 수 없을 거예요..
엄마와 나를 위해서..
아니 수아 선배 스스로를 위해서 아이를 지울 수밖에 없을 거예요.. -

- 그..
그게 무슨 소리니..
수아가 아이를 지울 수밖에 없다니.. -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경자가 아들의 말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 선배에게 다 말했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선배가 아니라 엄마라고.. -

- 너..
지..
지금... -

- 네 엄마하고 제 이야기 다 해줬어요..
그러니까 이제 걱정하지 마세요..
선배에게는 미안하지만 선배도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지울 거예요.. -

- ....... -

아들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경자가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아들의 손을 밀어내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표정으로 침대로 다가가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 그러니까..
이제 아무 걱정하지 마시고.. -

- 나가.. -

- 엄마.. -

- 나가..
나가란 말야..
나가... -

- ..... -

미친 사람처럼 악을 쓰던 경자가 아들의 등을 떠밀며 문으로 밀었고 아들을 바깥으로 밀어 낸 경자가 황급히 문을 닫으며 문을 잠가 버렸다.

[ 쾅..
쾅.. ]

- 엄마..
엄마.. -

- ...... -

문을 등진 체 문을 두드리며 자신을 부르는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있던 경자가 마치 바닷가의 모래가 허물어지듯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기 시작했다.

- 흑..
흐흑.. -

그리고 이내 입술을 굳게 문체로 경자가 흐느끼기 시작하며 무릎을 당겨 얼굴을 무릎에 묻었다.

모든 것이 악몽 같았다.

그렇게 믿어왔던 아들의 배신도 그랬고 아들의 아이를 낳겠다고 말하던 수아의 모습과 내연의 여자에게 사기를 당하고 식물 인간이 되어버린 동석까지 마치 모든 것이 파도처럼 한꺼번에 밀려와 자신을 덮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특히 그동안 너무도 믿음직스럽게 자신의 곁을 지켜주던 아들이 갑자기 철부지 어린 아이가 된 것처럼 오로지 자신에게만 미쳐 주위를 돌아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경자로 하여금 깊은 절망의 벼랑으로 몰아 부치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아무리 상황이 급박하다 하더라도 어떻게 자신과의 일을 남에게 이야기 할 수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자신의 실수로 자칫하면 인생 모두를 망칠 수 있는 수아에게 어떻게 자신과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경자로써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경자는 아들이 원망스러웠다.

아니 어쩌면 이제껏 살아오며 자신의 나이에 맞지 않게 행동하는 아들을 바라보며 자신 스스로가 너무 아들을 믿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어른스럽고 아무리 믿음직스러워도 아들은 아직 젊고 세상의 모든 이치를 자칫 자신의 주관대로 생각 할 수 있음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자신의 판단 착오로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지르게 바라만 보았고 결국은 이 모두가 자신의 잘못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했다.

- 흐흑..
흑..
흐흐흑.. -

그랬는지 모른다.

어쩌면 이 모든 일의 발단은 운명이라는 거역 할 수 없는 파도를 견디지 못한 체 아들에게 몸과 마음을 열어준 경자의 잘못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흐느끼는 경자의 어깨위로 살포시 내려앉는 처연함을 바라 볼 때 아들에게 몸을 허락한 한 엄마로써의 경자가 아니라 그저 한 남자를 사랑하고 그 남자의 품에서 작은 행복을 느꼈던 한 여자로써의 경자에 모습에선 이 모든 것을 오로지 경자의 잘못만으로 넘길 수 없는 운명의 씁쓸함이 경자의 어깨를 다독거리고 있는 듯 했다.

[ 띠...
띠....
띠.... ]

- ...... -

여전히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기계 소리를 들으며 경자가 동석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 당신 그거 알아요..
처음 당신을 만나 사랑을 하고 그러다가 정태를 낳고 우리 세 식구 행복하게 살던 기억을 당신이란 사람이 내 가슴에서 모두 지워버렸다는 걸..
그래서 난 당신을 미워했어요..
당신이 다른 여자하고 바람이 나서 미워한 게 아니라 내 가슴에서 행복했던 순간을 당신이 모두 지워버려서 내가 당신을 증오하고 미워했던 거 알아요.. ]

[ 그래요..
난 아직도 당신이 용서가 안 되요..
행복했던 기억도 모두 지워버리고 끝내는 나와 정태를 버리고 떠나버린 당신을 용서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그런데 이제는 나 역시 당신을 욕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어요..
내가 당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 역시 누군가에게 도저히 용서를 받을 수 없는 그런 사람이 되어 버렸어요.. ]

[ 왜 그랬어요..
당신이 내 가슴에서 행복했던 시간을 지우지만 않았다면 당신이 옛날처럼 남편으로 아버지로 충실했다면 당신이나 나나 이렇게 누군가에게 용서받지 못할 그런 사람이 되지는 않았잖아요..
그러니까 당신이 말해봐요..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어떻게 해야 실타래처럼 얽혀버린 이 가혹한 운명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건지 말해봐요..
당신은 알고 있을 거잖아요..
이 모든 것이 당신 때문에 시작된 일이니까..
당신은 알고 있을 거잖아요..
말해봐요..
어서..
네.. ]

- ...... -

눈물을 흘리며 가슴속으로 동석에게 이야기를 하던 경자가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쳐 낸 뒤 핸드백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 ..... ]

그렇게 한참을 핸드폰을 바라보던 경자가 천천히 버튼을 하나 씩 누르기 시작했다.

- 여보세요.. -

- 나예요..
정태 엄마.. -

- ....... -

수아로부터 아무 말이 없자 고개를 떨군 경자가 눈가에 밀려나오는 눈물을 애써 참아냈다.

- 만났으면 하는데... -

- ...... -

- 수아 양.. -

여전히 말이 없는 수아를 경자가 다시 한번 불렀다.

- 절 만나야 할 이유가 있으신가 요..
죄송하지만 별로 만나고 싶지 않아요.. -

- 그러지 말고 만나요..
만나서 이야기해요.. -

- ...... -

- 수아 양.. -

- 네..
그러죠..
저도 어머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니까.. -

- ...... -

자신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는 말에 경자가 눈을 내려 감았다.

- 지난 번 만났던 곳은 그러니까 다른 곳에서 뵀으면 하는데 괜찮으세요.. -

- 그렇게 해요.. -

여전히 눈을 감은 체 경자가 수아가 말하는 약속 장소를 기억하고는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려 침대에 누워있는 동석을 바라보았다.

[ 당신과 나..
우린 어쩌면 정태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는지도 몰라요.. ]

- ..... -

다시 한번 동석에게 마음속으로 말을 마친 경자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벗어났다.

- ...... -

- ...... -

어느덧 찻잔의 김마저 모두 사라질 시간만큼 긴 시간을 말없이 앉아있는 경자와 수아 사이에 복잡하게 얽힌 두 사람의 감정에 실타래만 어지럽게 오가고 있었다.

- 수아 양... -

그리고 잠시 후 긴 침묵을 끝으로 경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 수아 양은 여자의 행복이 뭐라고 생각해요.. -

- ..... -

생각지도 못한 경자의 말에 수아가 말없이 경자를 응시했고 천천히 고개를 든 경자가 그런 수아를 응시했다.

- 난 여자의 행복은 한 남자에게서 변하지 않는 사랑을 받고 그것을 확인할 때가 제일 행복한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

- ...... -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수아를 응시한 체 경자가 잠깐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입을 열었다.

- 그래요..
이미 정태에게 들었다니까..
그냥 말할게요..
수아 양이 나에게 뭐라고 할지 잘 알지만 나 행복했어요..
비록 결코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었지만 정태와 함께 지내면서 엄마가 아닌 한 여자로써 행복했어요..
비록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아주 많이 행복했어요.. -

- 아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행복보다 그 행복이 더 크셨나요.. -

직설적으로 묻는 수아의 말에 경자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 솔직히 말하면 더 행복했어요.. -

- ...... -

경자의 대답이 예상하지 못한 대답인 듯 수아의 눈동자도 함께 흔들렸다.

- 처음 정태의 마음을 알 때만 해도 너무 놀래서 당황도 했고 무섭기도 했어요..
그래서 어떡하든 정태로 하여금 그 마음을 버리게 하려고도 했었고요.. -

- ...... -

- 그러다가 암이란 진단을 받으면서 내 마음이 많이 흔들렸어요.. -

- ...... -

뜻밖의 말에 수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제껏 한번도 경자가 병에 걸렸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 남편과 이혼을 하면서도 정태가 있었기에 별 혼란이 없었는데 막상 암이라는 진단을 받는 순간에는 내가 죽어야 한다는 것보다 내가 죽고 나서 혼자 남을 정태로 인해 많이 괴롭고 힘들었어요.. -

- ...... -

- 그래서 한때는 정태를 아버지에게 보내고 혼자 멀리서 조용히 살다가 죽을 생각도 했는데... -

복받치는 울음을 애써 참아내며 경자가 잠시 고개를 떨구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 말을 이어갔다.

- 그런데 막상 내가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너무 무서웠어요..
아무도 지켜보는 이 없이 혼자서 죽어 가는 걸 상상하다보니 두렵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살고 싶다는 욕망도 들었고요.. -

- ...... -

- 그래서 일단 수술대에 오르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정태에게는 모든 걸 숨기고.. -

- 그러면 지난번에 여행을 가셨다는 게 혹시... -

- 네..
수술을 받기 위해 정태에게는 여행을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병원에 입원을 했던 거예요.. -

경자의 말에 그동안 차갑기만 했던 수아의 얼굴에 연민의 정이 서리기 시작했다.

- 그렇게 병원에 입원을 해서 수술 날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태가 어떻게 알았는지 병원으로 전화를 했어요..
어느 병원인지 제발 알려달라고.. -

- ..... -

- 그때 정태가 나에게 그랬어요..
내가 죽으면 자기도 따라 죽을 거라고.. -

- ..... -

경자의 눈에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하는 것을 수아가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그 순간 결심했어요..
만약에 내가 다시 살 수만 있다면...
내가 살아서 우리 정태가 나를 따라 죽는 그런 일만 벌어지지 않는다면 아들이 원하는 데로 아들의 여자로 살아도 좋으니까 살려만 달라고 하나님께 빌고 또 빌었어요....
우리 정태가 살 수만 있다면 난 어떻게 되도 상관없다고..
설사 세상 사람들이 나를 보고 돌팔매질을 하더라도 정태가 엄청난 일을 저지르지만 않는다면 아들의 여자가 되어서 살아도 괜찮다고.... -

- ...... -

- 그런 내 마음을 신이 알았는지 아니면 나를 시험하기 위해서였는지 난 무사히 퇴원을 했고 정태와 약속한데로 그 후부터 지금까지 정태와 살을 섞으며 살아왔던 거예요.. -

- 그런데 왜 그런 말을 지금 저에게 하시는 거죠..
어머니를 이해해 달라고 하는 건가요.. -

- 아뇨..
날 이해해 달라는 말이 아니에요.. -

- 그럼.. -

- 우리 정태를 이해해 달라는 말이에요..
우리 정태는 아무 잘못도 없어요..
모든 게 다 내가 자초하고 내가 생각을 잘못해서 벌어진 일이에요..
수아 양과 우리 정태가 이렇게 얽힌 것도 따지고 보면 다 내가 잘못을 해서 벌어진 일이니까..
날 욕하고 우리 정태만은 수아 양이 이해해줘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정태를.. -

- 한 여자로 정태를 사랑하시면서 살겠다고 하셨지만 어머니는 결국 어머니의 그림자마저 떼어버리시지는 못하셨군요.. -

- ...... -

어머니의 그림자마저 떼어버리지 못한 것 같다는 수아의 한마디에 경자는 자신의 폐부 저 깊숙이 에서 날카로운 무언가가 튀어나와 자신의 가슴을 헤집는 고통을 느꼈다.

- 어머니가 정태를 한 여자로 사랑하셨다면 어머니가 왜 저에게 이런 말을 하셔야하죠..
어머니의 말대로라면 전 어머니에게 있어서 사랑의 연적이고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지켜야 할 몹쓸 여자가 아닌가요.. -

- ....... -

- 결국 어머니는 정태 어머니로써의 자리를 버린 게 아니라 아들의 여자로 살아가기 위해 엄마라는 그림자를 숨기신 거예요.. -

- 수아 양..
난.. -

- 아니라고 하지 마세요..
어머니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엄마라는 그림자를 버릴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시면서도 엄마의 그림자를 숨기기 위해 빛이 비춰지지 않는 어둠의 동굴 속으로 숨어버리신 거예요..
그리고 그 동굴의 입구를 아들의 여자로써 느꼈다던 행복감으로 막아버리신 거구요.. -

- ...... -

- 그리고 제가 그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어둠의 동굴 입구를 막았던 행복감이 무너지자 어머니는 두려움에 동굴 밖으로 나오신 거고 다시 한번 어머니의 등에 길게 드리워진 엄마라는 이름의 그림자를 본능적으로 바라보시게 된 것이고요.. -

- ..... -

경자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수아의 말이 사실인지도 몰랐다.
남편과 헤어지면서 황폐해진 자신에게 다가온 아들의 감정을 받아들이기 위해 어쩌면 자신은 자신에게 닥친 운명을 이용해 스스로를 합리화시킨 체 아들의 몸과 마음을 받아 들였는지도 모른 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수아의 말처럼 자신의 행복이 무너지는 순간 경자는 자신도 모르게 아들의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들을 지키기 위해 지금 이 순간 수아 앞에 앉아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함께 했다.

- 이런 말씀드리는 게 건방지고 실례인지는 알지만 만에 하나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어머니와 같은 상황에 있다고 해도 어머니 같이 살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해요.. -

- ...... -

- 정태가 아무리 어머니를 여자로 본다고 해도 또 어머니가 아무리 정태를 아들이 아닌 남자로 본다고 해도 어머니와 정태가 모자간이라는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아요..
두 사람이 아무리 그걸 부인해도 말이죠... -

- ..... -

- 어머니의 말대로라면 만에 하나 제가 지금의 아이를 낳고 키우다 정태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아이에게 대신 요구하고 그 아이가 제 마음을 받아들여 지금의 어머니와 정태처럼 산다면 어머니는 그게 옳다고 생각하세요... -

- ..... -

경자는 다시 한번 날카로운 무언가에 헤집어진 가슴이 다시 조각조각 찢겨 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수아의 말에 일언반구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할 만큼 수아는 너무도 예리하게 경자의 가슴을 파고 들고 있었던 것이다.

- 그래서 저 어머니에게 정태를 양보 할 수 없어요.. -

- ...... -

괴로운 심정으로 앉아있던 경자가 수아의 뜻밖에 말에 놀란 표정으로 수아를 응시했다.

- 솔직히 정태는 이미 포기했었지만 정태에게 어머니와의 관계를 들을 때만 해도 엄청난 사실에 놀라서 아이를 지울 생각이었지만 이제는 아이는 물론 정태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

- 수아 양... -

- 어머니가 마음을 돌리세요..
어머니만큼은 아니겠지만 저 정태 많이 사랑해요.. -

- 하지만..
수아 양... -

- 네..
저도 알아요..
정태와 어머니와의 관계 쉽게 정리되지 않으리라는 것과 저 역시 어머니와 정태와의 관계를 쉽게 잊을 수도 없다는 걸... -

- 아..
안돼요..
수아 양 마저 깊은 수렁으로 끌고 들어 갈 수 없어요.. -

- 어머니.. -

- ...... -

- 어머니가 그러셨죠..
정태가 죽어버리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셨다고.. -

- ...... -

- 이제는 제가 죽어요..
아니 정태의 아이와 제가 죽을지도 몰라요..그렇게 되기를 원하세요.. -

- 수아 양... -

- 어머니도 이미 아시잖아요..
정태와 그렇게 사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과 그것이 영원하지도 못할 거라는 걸... -

- ...... -

- 정태가 그러지 못한다면 어머니가 하세요..
제가 정태를 지킬게요..
그리고 뱃속에 있는 아이도 그러기를 바랄 거예요..
네..어머니.. -

- 하..
하지만 수아 양은 어떻게 하려고.. -

-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당분간은 저도 이런 사실을 견디기 힘들겠지만 참아 낼 수 있어요..
어머니도 그러셨잖아요..
정태가 죽는 것이 두려워서 결코 옳은 길이 아님을 알면서도 정태를 위해서 이런 일을 하신 거잖아요..
저도 할 수 있어요..
제 뱃속에 있는 아이를 살릴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설사 제가 뼈를 깎는 고통을 겪을지라도 아이를 위해서라면...
어머니도 아시잖아요..
정태를 낳아보셨으니까 엄마의 마음이 어떤 건지 어머니도 잘 아시잖아요.. -

- 수아 양...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

- 아뇨..
죄송한 건 저예요..
여자로써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어머니의 꿈을 망쳐버린 건 저니까 제가 오히려 어머니에게 죄송해요..
하지만 말씀드렸듯이 이건 아니잖아요..
언제까지 두 사람의 비밀로 간직한 체 살 수 없다는 거 어머니가 누구보다 잘 아시잖아요..
그러니까..
네..
어머니.. -

- 흐흑..
미안해요..
수아 양..
날 용서해요.. -

- ..... -

자신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수아를 바라보던 경자가 수아의 손을 마주잡으며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고 그런 경자를 바라보는 수아의 눈에서도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 제가 아는 사람이 저를 보면 미쳤다고 하면서 저를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상관없어요..
제가 정태를 사랑하고 지금 제 뱃속의 아이를 사랑하는 만큼 모두 이겨낼 수 있어요.. ]

[ 어머니도 아시잖아요..
정태가 어떤 사람이란 걸..
비록 정태가 한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이렇게 됐고 그 이유로 저에게 매몰차게 대했지만 언젠가는 정태도 자신이 했던 행동이 결코 옳은 행동이 아니란 것과 결국은 자신 때문에 어머니마저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그때가 되면 정태도 저에게 마음을 열거예요..
그리고 뱃속의 아이에게도..
기다릴 거예요..
그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

[ 어머니가 도와주세요..
어머니가 아니라면 정태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어요..
네 어머니.. ]

- ...... -

허공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경자가 천천히 시선을 돌려 조금의 미동도 없이 산소마스크를 쓴 체로 누워있는 동석을 바라보았다.

- 당신이나 나나 너무 큰 죄를 저질렀어요..
당신은 나한테 나는 정태한테..
그리고 수아라는 아이한테 말이에요.. -

- 그렇게 누워만 있지 말고 일어나서 말 좀 해봐요..
우리가 어떡해야 이 죄를 씻을 수 있는지 말해봐요..
당신은 이번 일에 스스로 아무 죄가 없다고 생각하면 나만이라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말해봐요..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

- ...... -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동석을 바라보던 경자가 힘없이 침대에 엎드렸고 잠시 후 울음을 우는 듯 경자의 어깨가 가볍게 들썩이며 작은 흐느낌 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경자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조금씩 커지며 병실에 울려 퍼지는 순간 침대에 누워있던 동석의 눈가에 무언가가 언뜻 반짝이며 눈가를 벗어나고 있었다.

- ..... -

벌써 열흘 째 일정한 시간이 되면 한마디 말도 없이 어딘가를 다녀온 엄마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방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자신을 외면하자 정태는 한없는 답답함에 미칠 것만 같았다.

더욱이 오늘은 다른 날과 달리 시간이 되었음에도 방에만 있는 엄마로 인해 더욱 초조해진 정태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 똑..
똑... ]

- ..... -

- 엄마....
엄마.... -

노크 소리에도 여전히 아무 대답이 없자 정태가 낮은 목소리로 경자를 불렀지만 아무 대답이 없자 낙담한 표정으로 다시 한번 경자를 불러보았고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자 힘없이 돌아섰다.

[ 딸칵.. ]

그렇게 힘없이 돌아서는 순간 문이 열리자 정태가 황급히 몸을 돌려 방에서 나오는 경자를 바라보았다.

- 엄마.. -

- 너..
바쁘니.. -

- 아..
아뇨.. -

- 그럼 엄마랑 같이 시장에 갈래.. -

- ...... -

미소를 지으며 물어오는 엄마의 말에 당황한 정태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얼마 전부터 미소는 물론 자신과 마주치지도 않으려던 엄마가 느닷없이 환한 얼굴로 자신을 대하자 정태는 모든 것이 의아하기만 했다.

- 싫어..
싫으면 엄마 혼자 가고.. -

- 아..
아..
아니에요..
같이 가요.. -

- 그래..
그럼 어서 옷 입고 나와.. -

- 네..
알았어요.. -

경자의 말에 정태가 황급히 옷을 입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 우리 맛있는 거 해 먹자..
응.. -

집에서 나오면서부터 다정히 팔짱을 끼고 걷던 엄마가 웃으며 묻자 정태가 그런 엄마를 바라보았다.

- 엄마... -

- 왜.. -

- 혹시..
선배 일로 화가 나신 거라면... -

- 그 이야기는 하지마 듣고 싶지 않으니까.. -

- ..... -

자신의 말을 가로막으며 조금은 무거운 표정으로 말하는 엄마의 말에 정태가 입을 다물었고 잠시 어두운 표정을 짓던 경자가 이내 다시 미소를 머금으며 아들을 바라보았다.

- 오늘은 다른 생각은 모두 잊고 우리끼리 즐거운 하루를 보내자..
응.. -

- ...... -

- 빨리 대답 해..
응.. -

- 저기.. -

- 왜.. -

- 갑자기 이러시니까...
정말 괜찮으세요..
화나신 거 아니죠.. -

- 훗..
그동안 엄마가 모른 척 했다고 우리 아들 삐쳤구나.. -

- ....... -

- 그럼 엄마가 그런 일을 당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웃을 줄 알았니..
넌 어쩜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니..
정말 바보 같아.. -

- 엄마... -

- 너 자꾸 그렇게 심각한 표정 지으면 엄마 다시 화낸다..
엄마 지금 노력하고 있는 거니까..
다시 전처럼 화내는 모습보고 싶지 않으면 얼른 웃어봐..
어서.. -

- ...... -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경자의 모습을 바라보던 정태가 그제야 안심이라는 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고 그런 아들을 바라보며 다시금 미소를 짓던 경자가 팔짱을 낀 아들의 팔을 잡아끌며 걸음을 재촉했다.

- 이걸로 사요..
아니면 이걸로 살까요.. -

- 네가 한번 골라 봐.. -

- 제가 어떻게 골라요..
엄마가 말해주세요.. -

- 싫어..
네가 골라 봐..
우리 아들 눈이 얼마나 정확한 지 한번 볼 거야.. -

- 그럼 나중에 핀잔주기 없기예요.. -

- 알았어.. -

- 좋아요..
어디 그럼.. -

- ...... -

아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던 경자가 아들이 고개를 숙여 생선들을 이리 저리 바라보자 이내 미소를 감추며 어두운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 이거 어때요.. -

- ..... -

그리고 잠시 후 아들이 생선 한 마리를 치켜들며 자신을 바라보자 이내 다시 미소를 머금으며 아들을 바라보았다.

- 제가 보기에는 싱싱한 것 같은데..
어때요.. -

- 그래..
잘 했어.. -

- 후훗..
어때요..
저도 이만하면 쓸만하죠.. -

- 음.. -

- 아줌마..
이 걸로 싸주세요.. -

경자를 바라보며 으쓱거리던 정태가 생선을 들고 주인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이것저것 말을 하자 경자가 다시 어두운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다 아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순간에는 다시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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