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족쇄 -45부 | 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 웹스토리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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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족쇄 -4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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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삶의 족쇄를 위한 노래.

한국 공항에 정말 보면 볼수록 보물 같은 현이를 데리고 도착한 난 미리 준비한 현이의 서류를 내밀고 검문소를 지나서 공항 대합실에 들어섰다.
다행히 내가 외국에 갔다 온다는 소식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조용히 짐들을 끌고 공항을 아주 쉽게 빠져 나왔고 시차 때문인지 졸려서 비몽사몽인 현이의 손을 잡고(업고 싶었지만 짐이 많은 관계로) 주차 건물로 가서 일단 사무실에 내 스포츠카를 보관료 지불하고 차에 도착해서 짐을 먼저 뒷좌석에 넣고 하품을 하는 녀석을 조수석에 올리고 벨트를 조절해 주고 올라타서 평소하지 않는 차 점검을 했다.

그리고 문제없음으로 판단되었을 때.
난 차를 출발시켰고 현이는 아주 잠깐.
차 속이 빨개서 무섭다는 말을 하다가 아무리 무서워도 잘 때는 자야 하는지 어느새 잠이 들어 버렸다.

공항에서 집까지는 그다지 멀지 않았지만 내가 책임져야 하는 꼬맹이가 타고 있었기 때문에 서행을 한 덕분에 2배의 시간이 걸렸다.

“할아버지 부자에요? 아님 삼촌이 부자에요?”

집에 도착해서 자던 현이를 차에서 내 보내고 주차를 시키고 오자 녀석이 대문에 붙어서 안을 드려다 보다가 뒤 돌아보며 기쁜 듯이 말해왔고 난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고 초인종을 누르면서 답해주었다.

“할아버지 큰 게임회사 사장님 이셔.”

“어떤 게임요?”

물어 보지만 난 잘 모르는데다.
대충 아는 걸로 말해 봐야 현이가 알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할아버지에게 물어보자.”

현이는 세상만사 다 기쁘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어요.”

털~~~ 컥~~~

문이 열려서 같이 들어가자.
밑창이 딱딱한 신발 소리가 들린다.
난 하이힐 소리란 판단을 하며 올려다보았고 방송 촬영을 하다 왔는지 메이크업에 화려한 의상을 입고 있는 캐리를 보았다.

“귀엽네.”

캐리는 허리를 굽혀서 현이를 뜯어보며 그렇게 말했고 현이는 처음 보는 고모를 신기한 눈초리로 한참을 보다가 한가득 귀여운 미소를 짓고는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캐리언.
저는 가현입니다.”

“히히히히히히히.
가현이는 나를 알고 있네.”

“헤헤.
엄마가 한국 잡지 보여 줬는데 거기서 봤어요.”

“그래.
오?!!?”

캐리는 잠시 놀라는 표정을 짓다가 말을 이었다.

“영우 하고 3일 차이 난다고 하더니.
완전히 사기다.
말 너무 잘 하잖아.
말 하는 거만 보면 초등학생인지 알겠다.”

캐리는 너무 과장스러운 놀란 표정을 짓다가 내 어깨를 잡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드디어 우리 집안에도 천재가.”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캐리에게 휘둘리고 싶지 않아서 난 그녀의 손을 치우고 말했다.

“나중에.
말해.”

그리고 현이에게.

“들어가자.
현아.”

“예.”

하지만 난 몇걸음 못 걷고 캐리에게 잡혔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집안으로 향하는 현이를 지적하며 작은 목소리로 심각하게 물었다.

“혹시.
언니랑 네 아들이야?”

나는 무거운 대답이라 아주 잠깐 망설이다.
말했다.

“맞아.”

캐리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다가 한숨을 길게 쉬고는 말했다.

“평생 비밀로 할 거야?”

난 잠시 출생의 비밀이 알려져 고통을 겪었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나처럼 고통 받으면 어떻게 해.
죽을 때 까지 비밀로 할 거야.”

캐리는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의 생각을 말해 주었다.

“너의 경우도 그렇지만.
영원한 비밀을 없어.
어느 정도 이해할 나이가 되었을 때.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물론 진이가 결정하고 알아서 해야 할 문제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해.”

캐리의 생각도 맞는 거서 같았다.
하지만 현제의 난 영원히 그 것을 비밀로 지키고 싶었다.

“일단 평생 비밀로 하고 싶어.”

캐리는 내 생각을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 준 후.
문 앞에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는 현이를 잠시 보며 말했다.

“외모는 많이 닮기는 했지만.
아무리 봐도 현이는 너의 업그레이드 판으로 자랄 것 같은데.
키는 185cm는 되고 자신감이 넘치는.
음~~ 성격하고 외모만 빼고 딱 이모부 같은 사람.”

그녀의 말처럼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그럴지도.”

그날 저녁.
현이를 보려고 이모네 식구가 순차적으로 방문을 했다.

처음으로 **가 곰 인형(전에 내가 산 건 독일에 두고 와 버렸다.)을 사왔다.

“자.
선물.”

현이는 과연 받아도 되는 건지 나에게 눈으로 물어보았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시키지 않아도 감사 인사를 한다.

“감사합니다.
고모.”

“헤헤 뭐 별것 아냐.”

현이가 **를 고모라 부르는 이유는 캐리가 자기를 고모라 부르라고 했고 **가 자기를 캐리 여동생이라고 했기 때문인 것 같은데.
아까 잠깐 스마트폰을 검색해 본 바로는 이 나이때의 아이는 그런 판단을 잘 하지 못한다고 한다.

두 번째로 잠깐 얼굴만 비추고 사라졌던 캐리가 ‘독일 하면 맥주와 소시지’ 라는 편협한 시각으로 3달을 먹을 것 같은 소시지를 혼자 들지도 못해서 로드 매니저랑 같이 사들고 왔다.

“현이.
식량.
식량.
식량이야.”

현이는 그 많은 양을 보고 있다가 아이다운 말을 했다.

“캐리 고모.
소시지 공장해요?”

캐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다 마트에서 샀어.”

현이는 어디서 봤는지 아주 정중한 인사를 한 후.
말했다.

“죄송하지만.
저 한국에 왔으니까 한국 음식 먹고 싶은데요.”

“그래.
난.
독일에서 살아서 소시지 꼭 필요 할 것 같아서.”

캐리의 어이없는 말에 **, 나, 매니저는 웃었지만 현이는 잠시 캐리를 바라보다가 귀여운 미소를 짓고는 누가 아이인지 모를 것 말을 했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모.
잘 먹을게요.
하지만 너무 많으니까 나누어 먹을게요.”

지금 말은 한국 드라마 등의 말을 따라 하는 건지 모르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 아이는 배려와 진정한 감사의 마음을 알고 있는 거다.
어른이 되어서도 이러지 않는 사람은 천지에 널려 있다.

“응 그래.
현이는 참 똑똑한 아이네.
이제부터 ‘천재군’ 이라고 해야겠다.”

캐리는 무슨 거룩한 말이라도 하는 것처럼 잔득 어깨에 힘을 주고 그렇게 말했고 현이는 ‘천재군’ 이 마음에 안든지 고개를 흔든 후.
말했다.

“현이면 되는데요.”

캐리는 현이에게 거절당했다는 사실에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예의 그 이상한 웃음소리를 낸다.

“히히히히히히히히 좋아! 좋아! 넌 건방진 꼬맹이다.”

“야!”

“언니”

**와 나의 호통에 캐리는 웃으며 손을 흔들며 말했다.

“농담이야.”

세 번째는 이모부가 영우의 손을 잡고 상당히 커 보이는 크기의 케이크를 사 가지고 오셨다.

“네가 가현이구나.
여기 있는 고모들 아버지야.
그러니까.
할~”

이모부는 잠시 고개를 젓는다.

“와! 이제 겨우 40줄에 들어섰는데 할아버지 소리를 들어야 하다니.
너무하네.”

“하하하하”

우리는 이모부의 말에 잠시 웃음소리를 냈지만 현이는 두 눈을 껌벅거리다 말했다.

“그럼 뭐라고 해드려요.”

이모부는 현이의 말에 고개를 젓고는 답했다.

“그냥 할아버지라고 해라.
뭐! 익숙해지겠지.”

“예.
할아버지.”

“크크크”“하하하하”

이모도 그렇지만 이모부도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이 아니라서 어색해서 다들 웃음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다음으로 해야 하는 인사가 있었기 때문에 이모부는 아까부터 TV에 정신을 놓고 있는 영우의 어깨 잡아서 끌어당기며 말했다.

“현아.
이애 영우라고 하는데.
촌수로는 너 보다 위지만 형제처럼 잘 지네면 고맙겠다.”

이모부가 그렇게 말했지만 영우는 현이와 다르게 아주 평범한 아이라서 상당히 산만한 행동을 할 뿐이었다.
난 과연 이 두 아이가 친구처럼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지만 다음 순간 기우에 불과하단 걸 알게 되었다.

“현이라고 해.”

영우는 귀엽게 웃고는 답했다.

“응.
난 영우.”

“같이 퍼즐 맞추자.”

이모부가 갑자기 손 벽을 치며 말했다.

“현이도 퍼즐 좋아하니.”

“예.”

“영우도 좋아해.
같이 해봐.”

이모부는 그렇게 말한 후에 영우의 것으로 보이는 가방에서 10개쯤으로 나누어져 있는 퍼즐을 꺼내 들었고 이 현실이 재미있다는 생각에 난 얼른 뛰어가서 독일에서 현이가 반쯤 맞춰 놓은 백두산 사진을 퍼즐로 만든 1500개짜리 퍼즐을 꺼내 놓았다.
아무리 봐도 격세지감이라 난 이 장난이 너무 어른답지 않은 짓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후회 했지만 영우는 두 눈을 빛냈다.

“영우! 해볼래.”

“영우야 가자.”

현이는 나에게 바닥에 퍼즐을 놔주라고 손짓을 했고 난 정당한 위치에 그것을 올려 주었다.
그러자 현이가 영우의 손을 잡고 와서 자리를 잡고는 아주 천천히 영우를 배려해 가며 퍼즐을 맞추기를 했다.
영우에게 자기가 찾은 몇 개의 퍼즐 조각을 건 내기도 하고 과연 영우가 알아듣는 건지 알 수 없는 말로 설명하기도 했다.
물론 영우에겐 너무 어려운 것이라 그 놀이는 금방 중단되었지만 둘은 인형을 가지고 같이 놀기도 하고 뛰어 다니며 서로를 잡는 놀이도 했다.

이모부는 현이의 행동에 한동안 놀라는 표정을 짓다가 나에게 작게 말해왔다.

“현이 정말 천재 같네.”

아버지라 그럴까.
이모부의 말에 내 어깨가 으쓱해진다.

“그래요.”

이모부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진이가 키운다고 했지.
재능 잘 살려줘.”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모가 맥주와 안주 꺼리를 들고 초인종을 눌렀고 그녀의 짐을 모니터로 본 난 뛰어나갔다.

“이모!”

이모는 계단을 올라오다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는 환하게 미소 지어 주었다.

“독일 잘 다녀왔어.”

난 이모의 짐 중 무거워 보이는 맥주들을 건내 받고는 답했다.

“예.”

“고생했다.”

난 ‘누나의 흔적 때문에 울기도 많이 울었죠.’ 라고 마음속으로 말하고는 답했다.

“아뇨.”

“꼬맹이는 예쁘지?”

“직접 보세요.”

이모는 고개를 끄덕이고 걸어 올라갔다.

이모의 감상은 다른 사람과 많이 달랐다.

“언니!”

“예?”

현이는 이모에게 양손을 잡혀서는 의문을 표시했고 이모는 자기 때문에 아이가 놀랐다고 생각 했는지 손을 살며시 풀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미안.
현아.
엄마의 엄마.
그러니까 현이 친할머니 어린 시절 사진이랑 현이가 너무 닮아서 놀라서 그만.
미안해.”

코와 쌍꺼풀을 성형 받은 나와 상당히 닮은 모습이라고는 생각 했지만 이모가 놀란 정도라니 의외였고 혹시 나와 누나의 사이를 의심 받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되었다.
(근친상간으로 인해 유전자가 겸쳐서 어머니의 유전자가 강하게 발현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반가워.”

이모는 다시 손을 벌려 벌렸다.
그러자 현이는 곧 이모에게 다가갔고 이모는 아이를 살며시 들어서 품에 안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우리 현이는 우량아 구나.
내가 누군 줄 알아.”

똑똑한 현이는 아까 이모가 했던 말을 힌트로 유추를 했다.

“친할머니의 여동생요.”

이모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영우와 같은 해.
같은 달 그러니까 생후 44개월이 지난 아이로선 상당히 이례적인 두뇌 발달이었나 보다.

이모네 가족들이 가지고 온 음식과 우리집 냉장고에 있는 음식들로 몇 가지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고모부는 현이를 안쳐두고 내 노트북에서 찾은 자료들로 영우와 나를 관객으로 몇 가지 테스트를 했다.

결론은 아이큐 100이상.
똑똑하기는 해도 아직 아이라 이해를 못하는 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검사가 안 되었지만.
이 정도만 봐도 답은 나왔다.

“현이는 천제다.”

내가 현이의 아버지란 사실 때문에 그럴까.
마냥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이모부는 현이를 영우랑 인형가지고 놀라고 하고는 나에게 정신과 의사로서의 의견을 몇가지 이야기 해 주었다.

“진이 네가 키우겠다고 해서 말하는 건데.
뭐 나도 천재를 실제로 만나 본적이 없지만.
정신과 의사 중엔 천재에 대해서 연구하는 사람이 제법 있거든.
물론 외국에 주로 있지만.
그런데 그 사람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대부분 천재들은 자신의 인생이 불행 했다고 여긴단다.
사실 이건 어릴 적부터 유명세를 타거나 어떤 특정한 재능 때문에 항상 주변의 기대와 사랑을 받아온 사람들과 같은 거지만 천재들은 대부분 어릴 적부터 난 남들과 다르다는 의식을 가지게 되는 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스스로를 고립시켜 버리는 딜레마에 빠져 버리기 쉬워.
그러니까.
물론 나도 도와주겠지만.
최대한 평범하게 살게 해.
가족들 틈에서 그리고 평범한 친구들을 만나게 해줘.
뭐 내가 아는 사람이 보면 ‘인류의 위대한 보물을 구석에 쳐 박는다고.’ 그러겠지만.
알게 뭐야.
인류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 할지 말지는 자신이 선택하는 거니까.”

일장 연설.
이모부가 왜.
약간 흥분한 기색으로 이야기 했을까? 난 당연히 의문을 느꼈다.

“알겠어요.
근데~?”

이모부는 잠시 나의 표정을 보다가 곧 내가 어떤 것에 의문을 느끼는지 알았다며 입을 열었다.

“우리병원에 단골로 카운슬링 하시는 분이 있는데 자기 아들이 아이큐 210인데.
그 분과 상담을 하며 생각했던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모부의 이야기를 잠시 생각해 보았다.
외롭다는 것은 남들이 자신을 봐주지 않아서 이해해 주지 않아서 생기는 감정이다.
그러니까 남들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 자신만의 몇 레벨 높은 것을 필연적으로 가지게 되는 천재들은 외로움을 안 느끼기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예로 나도 그런 기분을 알고 있다.

“알겠어요.”

이모부는 천진만난 하게 서로의 인형으로 세상에서 가장 흔한 가족극을 하며 놀고 있는 현이와 영우를 한번 쳐다본 후.
말을 이었다.

“근데 너 결혼은 언제 할 거야.”

“왜요?”

“입양 조건이란 게 있어.
가족이라도 그런 건 적용해.
뭐 일단 성인이면 되는 거라.
만19세가 지났으니까.
상관없고 수익여건도 좋지만 이번에 법이 조금 수정되어서 요즘은 정신감정도 받아야 하거든.
너에겐 그게 있으니 문제가 많지.
뭐 손자로 형님 호적에 올려두고 내가 키우는 편범도 있지만 이 경우 법적으로 정상적이지 못한 가정이라 현이에게 나쁘게 작용 할 수 있어.”

난 그런 사실을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방법이 없나요.”

“내가 법조인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결격 사유가 없는 배우자가 있으면 다른 것을 거의 무시하는 분위기라고 하더라.”

순간 난 하늘이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생각하지도 않고 이용만 하려는 것 같아 죄책감에 생각을 접었다.

“예.
알겠어요.”

“형님에게 고문 변호사 있다며 한번 물어봐.”

“예.”

잠시 후.
내가 창고에서 커다란 나무 상(제사에나 쓸 것 같은 크기)을 가지고 와서 먼지를 닦고 거실 바닥에 폈고 이모식구들이 음식을 날라 와서 그 상위로 올려 두기를 반복했다.
사람이 많이 모인 자리에 빠지면 섭섭한 잡체.
캐리가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구운 소시지.
아줌마가 담은 김치.(할머니가 독일인 덕분인지 이모는 김치를 담가본적이 없다.) 된장찌개.
기타 밑반찬들과 밥.
마지막으로 수저와 맥주병이 올려졌다.

음식 준비가 끝나자 식구들이 모두 자리를 잡고 앉았고 캐리가 수저를 드는 순간 이모가 캐리를 불렀다.

“캐리야.
기도 해야지.”

캐리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눈을 감고 손을 맞잡았다.
그러면서 한마디 한다.

“엄마는.
평소에나 잘 해.
아아아아 야.”

이모가 캐리의 허벅지를 꼬집는다.

“꼬맹이들 배운다.
조용히 해.
그리고 저기 봐라 꼬맹이 둘이는 열심히 기도하잖아.”

독일 할머니 집에서 매일 해온 거라서 그런지 상당히 익숙한 자세로 현이가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고 그 옆에 현이를 그저 따라하는 영우가 있었다.
둘이 상당히 귀여운 아이들이라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히히.”

이모는 웃는 나를 훈계하는 신선으로 한번 쳐다본 후.
양손을 모우고 기도를 올리기 시작 했다.

“주님.
오늘 저의 가족에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찾아 왔습니다.
부디 현이의 앞길이 평탄하기를 주께 우리 가족 모두가 기도 합니다.”

“아멘”

이모는 말이 복잡해지면 누나 이야기 까지 나올 것 같았는지 지나치게 기도를 짧게 했고 다들 아멘 하는 소리를 한 후.
현이에게 손짓을 하며 다정스러운 목소리로 다음 기도를 시켰다.

“식사기도 해볼래.
독일어로 해도 상관없어.”

현이는 별로 생각도 안하고 아이다운 귀여운 목소리로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예.
할게요.”

현이는 대답한 후.
나를 한번 쳐다보고 눈을 감고 양손을 맞잡고 기도문을 읊조렸다.

“주님, 은혜로이 내려주신 이 음식과 저희에게 강복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그리고 식사가 시작되었다.
캐리는 역시 아무거나 많이 잘 먹고 **는 조금 편식을 하며 먹으며 나는 골고루 조금 먹는다.
그리고 현이와 영우는 이모의 시중을 받아가며 잘게 자른 소시지와 여러 가지 음식들을 별로 가리지 않고 조금 씩 먹고 있었다.

“형님.
오셨어요.”

내 옆에 앉아있던 이모부가 갑자기 일어나서 앞면 인식기로 문을 열고 들어온 듯한 아버지의 출현을 모두에게 알렸고 이모와 두 꼬맹이들을 제외한 사람들이 모두일어나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이모부 반가워요.”

“오셨어요.”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을 살짝 들거나 짧은 말로 “그래” 라고 말하는 식으로 인사를 받아줬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어왔다.

“저 아이가 가희 아들이냐?”

“예.”

나는 대답을 하고 이모를 불렀다.

“이모.”

내 부름에 이모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후.
현이에게 뭐라고 작게 말했고 아이는 잠깐 나를 바라본 후.
왼지 무서워하는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현아.
할아버지야.
인사해.”

현이는 잠시 아버지의 굳은 얼굴을 바라본 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에게 안겨온다.

“왜 그래?”

아무래도 아버지가 무서운 것 같지만 아버지 앞에서 그런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집안에 있는 사람 중엔 아버지와 몇 번이나 언쟁을 벌인 사람이 있었다.
바로 이모.

“형부.
좀 웃어요.
그거 알아요.
영우도 형부 무서워하는 거.”

아버지는 이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는 하지만 표정을 바꾸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마음 되로 되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이모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못 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더 이상 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식사나 하세요.”

다시 재개 되는 식사.
하지만 다들 거의 다 먹은 상태라 곧 어른들의 술상으로 바뀌었다.
이모가 주로 술을 따르고 이모부와 아버지가 마신다.
그리고 그 상태가 어느 정도 지속되자 이모가 캐리와 나에게 이제 성인이라며 맥주 먹어보라고 한다.

“이제 법적으로 성인이잖아.
뭐 캐리야 그 전에도 많이 마셨겠지만.”

“엄마는~”

캐리가 입을 삐죽 내밀지만 두 손으로 잔을 들었고 이모가 핀잔을 주며 따라 주었다.

“제발 부탁이니까 만취해서 집에 오지는 마라.
술병 난 딸 돌봐주는 것 별로 기분 안 좋을 것 같으니까.”

“피~~ 올 거다 뭐.”

“하하하하하”

이모가 잠시 웃고는 이번엔 나에게 술을 따라 주려고 한다.
난 잠시 망설이다가 ‘예의 상’ 이라고 생각하며 잔을 들었다.
이모는 그런 나를 한번 바라본 후.
맥주를 따르며 말해왔다.

“근데 정말 괜찮겠어.”

“뭐 가요?”

“결혼도 안한 녀석이 애 아버지가 된다는 거.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잖아.”

난 진실을 말할 수 없지만 바로 확답할 수 있었다.

“그래도 제가 책임질래요.”

“그래도 잘 생각해봐.
형부도 있고 아니면 내 호적에 올려도 상관없으니까.”

“제가 돌봐주고 싶어요.”

“하지만~ 아냐.”

이모는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말았지만.
알만 했다.
이모는 내가 누나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고 그 죄책감 때문에 아이를 맡으려 한다고 생각 한 것 같았다.

“괜찮아요.
이모 너무 걱정 마세요.”

이모는 내 말이 마음에 안 드는지 맥주를 들어 마시고 소시지를 집어 먹었다.
그리고 한참 동안 말이 없는 상태로 캐리가 하는 연예계 이야기와 이모부가 말하는 잡다한 지식 그리고 이모부가 겨우 물어서 토해내게 만드는 아버지의 회사 이야기를 듣기만 하다가.
불쑥 나에게 말해왔다.

“하늘이 어떻게 되었어?”

6개월 동안 완전 연락두절 상태라고 말 하는 것 자체도 힘들게 느껴져 머뭇거릴 뿐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다시 만나보지 못했구나.”

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아침.
내 방 침대에서 나와 같이 자고 있던 현이가 나 보다 먼저 일어나 나의 방에 있는 서랍을 열어보고 빼고 뒤져 보며 방을 어지르고 있었다.

“현아.
너무 어질지 마.”

아직 피곤한 난 이불에서 고개를 살짝 내밀어 내 CD를 고사리 같은 손으로 조심스럽게 보고 있는 현이에게 그렇게 말했고 현이는 나에게 살며시 귀여운 미소를 지어주고 대답했다.

“현이는 삼촌 앨범은 처음 봐요.”

아무래도 독일이니 내 앨범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

“그래도 들어본 적은 있어요.
음악 파일 파는 곳에서 다운 받았어요.”

누나와 현이가 내 음악을 같이 들었던 것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미소 짓고는 말했다.

“어땠어?”

현이는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반복적으로 기울이다 답해 주었다.

“히히 잘 모르겠지만 좋은 것 같았어요.
엄마는 좋아 하던데요.
자주 들었어요.”

“하하.
그랬어.”

잠시 누나에게 감사함을 마음속으로 이야기 하고는 일어났다.
시간은 오전 07:30 오늘의 예정 사항은 조혈모세포 공여자 모집 행사를 적극 도와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는 거다.
그동안 누나와 나 자신만 생각해서 그들에게 감사함을 표시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 그렇게 결정 했는데.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이런 걸까.
움직여야 할 때는 항상 아이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도우미 아줌마는 오늘부터 3일 동안 휴가고.
현이가 아직 아버지를 무서워해서 아버지는 그렇고(물론 반드시 친해져야 하는 사이라.
억지로라도 붙여 줘야 하지만.
오늘은 시간이 없는 관계로.) **는 오늘 탑걸즈 공연장에 간다고 했었고.
이모와 이모부는 병원에 근무 중일 거고.
그 밖에 내가 아는 지인 중에 아이를 잘 볼 것 같은 사람은 허리를 나은 후.
은퇴 선언을 한 김중원.
털북숭이 선생님뿐이었다.(물론 첫 인상은 좋게 보이지 않을 것 같지만.) 하지만 아무리 격이 없어도 어른이다 보니 꺼려진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난 결정을 하고 현이른 불렀다.

“현아 씻고 밥 먹자.”

“예.”

현이는 내 말을 듣고는 어질러 놓은 것을 그대로 바닥에 놓아두고 나를 따라 나왔다.
그래서 난 ‘아무리 똑똑해도 아이는 아이네.’ 라고 생각을 하며 문을 나와서 현이를 데리고 1층으로 향해서 욕실로 들어가서 따듯한 물로 간단하게 씻고 부엌으로 가서 소시지, 계란 후라이드, 식빵, 치즈, 땅콩크림, 샐러드(잘게 썬 양배추에 드레싱만 올린 것.)를 먹고 양치질 하고 2층으로 다시 올라가서 현이와 방을 치우고 베이지 색의 깔끔한 케쥬얼 정장으로 갈아입고 현이는 편안한 복장 위에 롱 코트(아직 작아서 다 롱코트 같다.)를 입혀 주었다.

“현이는 얌전하네.”

옷 갈아입히는 데.
자기가 알아서 손을 들었다 놓았다 하고 전혀 산만한 행동을 하지 않는 현이가 기특해서 그렇게 말했고 아이는 내 말이 기분 좋은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엔 현이의 미소가 기분 좋아서 나도 입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자!”

“가자!”

현이가 손을 들고 내 말을 장난으로 따라한다.
난 그것이 재미있어서 다시.

“가~~자~~!

“히히히 가~~자~~!”

“삼촌 저거!”

스포츠카를 평소보다 더 천천히(현이 때문에) 몰고 가고 있는데 현이가 갑자기 그렇게 말했고 난 운전에 집중 중이라 3정도 후에 신호를 받기 위해 정지 했을 때야 돌아보며 물었다.

“뭐?”

현이가 조수석 유리창 너머를 가리킨다.
난 고개를 숙여서 의문을 향해 눈을 돌렸고 대형 할인마트의 광고용으로 만든 엄청나게 큰 케릭터를 보았다.
요즘 한국에서 만들고 전세계 아이들이 좋아하는 수영하는 새를 원형으로 한 케릭터로 독일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좋아해?”

내 물음에 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메인 캐릭터 옆으로 서 있는 다른 서브 캐릭터들의 이름을 순서별로 음성으로 만들어 나에게 들려주었다.

“웨지, 루리, 감~~~”

현이의 표정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세상만사 이거 하나만 있으면 난 행복해 하고 이야기 하는 듯 웃음소리도 내었다.

“하하하”

그래서 난 이 조금한 천사가 자기도 모르게 행하는 꾐에 넘어간다.

“저녁에 가볼까.”

“예!”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 현이.
타인에게나 자신에게나 엄격한 편인 누나(물론 그렇지 못할 때도 많았지만)는 아무래도 현이를 예의바른 아이로 키우고 싶어서 조금 엄격하게 교육을 했었나 보다.
그러니까 나도 누나처럼 현이가 사랑스럽고 귀엽다고 마냥 잘해주지 말아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은 예외로.

“오늘 저거 인형 사줄게.”

현이가 이를 살짝 보이며 웃는다.

차는 많이 막히지 않았고 우리는 무사히 은퇴한 은사인 털북숭이 선생.
김중원 선생님의 전원주택에 도착했다.
차를 공터에 주차시키고 오늘 길에 사온 유명한 족발집에서 냉채족발과 매실주가 든 봉지를 오른손에 들고 왼손엔 현이의 작은 손을 잡고 20미터 쯤 걸어가서 초인종을 눌렀다.

끼~~룩~~끼~~룩~끼룩끼룩끼룩~

이상한 벨소리가 들리고 털북숭이 선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아이는 뭐냐?”

“들어가서 이야기 할게요.”

“그 아이는 뭐냐?”

이 양반이 노망이 들었나.
라고 생각하며 답했다.

“조카요.”

“그래.
알았다.”

철컥~~

우린 열린 문으로 들어가서 이집 2층으로 통하는 계단 위에 섰다.
난 현이가 다치지는 않을까 싶어서 현이를 들었고 무척 힘들게(선생이 안 나온다는 것에 원망도 하고.) 족발까지 들고 2층을 올라왔다.

내가 올라와서 내가 아이를 내려놓을 때 쯤 해서 털북숭이 스승이 집안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다가와서 아이 앞에 자세를 나췄다.
그리고 낮선 사람의 출현 그것도 괴상하게 수염과 머리를 잔득 기르고 있는 남자의 출현에 놀라는 표정을 짓고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현이 에게 그 만의 후덕해 보이는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귀엽네.
수진이를 많이 닮았구나.”

그의 미소에 포근한 표정을 짓는 현이는 할머니 이름은 모르는지 의문를 표시 할 뿐이다.

“그분이 누구세요.”

“네 할머니 이름이야.
난 네 할머니 친구고.”

현이는 그제 서야 다시 전매특허 귀여운 미소를 지어준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성 가현’이라고 합니다.”

그는 아이의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놀란 표정으로 잠시 내 얼굴을 보고 의문을 표시해서 대답해 주었다.

“진짜.
이름이 가현이에요.”

“그래.
그렇군.”

그는 고개를 5번 쯤 끄덕이고는 일어서서 말했다.

“반갑다.
가현아.
난 김중원이라고 해.”

“김중원 할아버지?”

현의 호칭 정하기에 선생님이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그냥 선생님이라고 해줘.”

“예.
선생님.”

그리고 그는 들어가자고 손짓을 했다.

집안은 작년 11월부터 가사 도우미를 고용해서 쓰고 있는 덕분에 상당히 깨끗했고 먹을 것도 충분히 있었다.
난 현이를 선생님에게 맡겨 놓고 부엌으로 가서 수저와 그릇 몇 개 그리고 김치 등을 가지고 와서 TV보기 좋은 위치에 있는 소파 앞 테이블에 올리고 냉채족발을 집어내어서 커다란 그릇위에 부었다.
그러자 군침 흐르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 역시 이 향기야.
절대 원조 왕 족발.
이군.”

난 비닐을 뒤로 치우며 답해주었다.

“맞아요.
선생님의 20년 단골집.”

털북숭이 선생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족발이란 음식을 처음 봤는지 유심히 관찰 중에 있는 현이를 보며 입을 열었다.

“가현아 족발 먹어 봤어?”

“아뇨.”

현이는 그렇게 대답하고 나를 올려다보며 물어온다.

“무슨 고기에요?”

“돼지 다리.”

현이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손을 모은다.

“식사기도 안 해요?”

“음~~ 해야지.”

별로 당황하지도 않고 대답하는 선생은 사실.
절에 자주 가는 사람이다.

대식가인 선생님에겐 간식거리 이고 아침을 먹고 온 나와 현이에겐 진짜 조금만 먹어서 간식거리가 된 족발이 모두 위장으로 들어간 후.
난 선생님에게 현이를 봐달라고 부탁을 하고 나와서 차를 몰고 인사를 해야 되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일단 걸어보고 일정을 확인한 후 계획을 잡아서 돌아 다녔다.

처음으로 간 곳은.
기획사 개인적으로는 고모가 되는 한태란이었다.
그녀는 남편과 같이 있었는데 내가 방문하자 살며시 안아주고는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그녀의 가족들과 교류도 많이 나누었지만 아직은 고모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심스럽게 그렇게 불러줘야 할 것 같았고 나도 크게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잠시만 뒤로 미루고 싶었기 때문에 난 조혈모세포 모집에 도움을 준 것에 대한 감사인사를 전하고 앞으로의 일을 의논한 다음 나왔다.

다음으로 간 곳은.
한주미디어 그룹.
작년 9월에 종양제거 수술을 받고 이제 겨우 몸을 회복한 할머니가 CEO와 자리를 같이해서 나를 맞아주었다.
나는 일단 감사인사를 전하고 그녀에게 손을 잡힌 후.
한참 동안.
‘고맙다.
괜찮으냐.’ 는 말을 중간 중간에 계속 들으며 결론적으로 ‘할머니가 더 해줄 수 있다.
말만 해라.’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일단 그녀의 말에 ‘생각 해 보겠습니다.’ 라고 예의상 말을 하고 나왔는데 그녀에게는 이상하게 자연스럽게 할머니란 말을 사용하고 있었다.

“가 보겠습니다.
할머니.”

“그래.
우리 손자.
착하기도 해라.
고맙다.
고마워.”

그녀는 큰 병을 앓고 나서.
전 보다 더 나와 어머니에게 죄를 지은 것 같다고 하였었다.

세 번째는 태혁형과 한주미디어가 주최자이고 하이윈디걸즈가 홍보위원인 락 밴드 선발대회였다.
여기서 만나야 하는 사람은 하이윈디걸즈 멤버, 태혁형, 탑걸즈, 매트형 이었다.
하지만 대본 없고 공중파를 타지 않는 케이블 녹화 방송 대회에 내가 나타나자 태혁형은 나를 실내 대회장에 게스트라고 대리고 들어가서 깜짝 출연을 시켜 버렸다.
이제는 익숙한 관중들의 환성이 들려 왔고 난 이들 중에 나의 부탁에 조혈모 세포 공여자로 등록된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마음 잘 받았습니다.
누나가 비록 하늘나라로 가 버렸지만 여러분의 마음 누나도 저도 한없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누나 생각이 나고 현이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 둘이 나란히 설수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의 볼을 타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난 사람들 앞에서 창피하다는 생각에 눈물을 소매로 닦았지만 또 흘러내렸다.

그 여파로 사람들은 작은 소리로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난 고개를 푹 숙이고 태혁형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이 곳을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뒤 돌아 섰을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괜찮나요?”

낯익은 목소리에 나는 다시 돌아섰다.
그리고 마이크를 다시 받아서 말했다.

“아직은 조금 힘드네요.”

내 말에 사람들의 위로하는 음성이 들렸다.
하지만 그 음성을 뚫고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로 받고 싶지 않으세요?”

위로 받고 싶다.
한없이 울고 싶고 한없이 위로 원망하고 싶고 한없이 사랑받고 싶으며 한없이 위로 받고 싶었다.

“예.
받고 싶어요.”

또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난 얼른 그 눈물을 소매로 닦아버리고는 한손으로 잡고 있던 마이크를 양손으로 잡고.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장내는 그녀의 목소리를 잘 듣기 위해서 그러는지 조용했고 잠시 후.
화가 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마이크로 증폭되어 스피커로 나온 목소리였다.

“그럼.
지금 당장 진이 너의 그 요상한 스포츠카 타고 가서 솔직하지 못한 그년 아파트에 달려가 그리고 무릎을 꿇고 빌어.
그럼 그년이 잔득 위로 해 줄 거다.”

나는 고개를 흔들고 싶었다.
이제 하늘이를 나를 봐주지 않을 것 같아서다.
때문에 대답도 자신이 없었다.

“정말 그럴까요?”

내 대답에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렸다.

“뭐니?”

“가현 사귀는 사람 이야기인가?”

“누구지?”

“근데 누구야.
저 여자는?”

“장재랑 아냐?”

“장재랑은 결혼 했잖아.”

“가현 인기 떨어지겠다.”

“30대 직장 여성이 제일 많다는 것 같으니까.”

“모르지 그 상대가 누구냐 따라서 틀릴 걸.”

다양한 이야기가 내 귓속을 파고들려 하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데다 지금의 난 그런 이야기를 들을 여유가 없었다.
이제야 겨우 그 여성이 어떻게 해서 스피커로 음성을 전달 할 수 있었냐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게스트로 출연한 매트형이 자기 마이크를 맨 앞자리에 있는 어떤 여자의 입에 대고 있었다.
근데 그 여자가 수애였다.

수애는 한층 짧아진 머리로 보이쉬 한 분위기를 한껏 발휘하고 있었는데 나를 잡아 먹을 듯 바라보며 말해 왔다.

“이 바보야.
내 말 믿어.
지금 당장 가.
안 가면 알지.”

수애는 주먹을 불끈 쥐며 나를 향해서 매섭게 노려봤고 난.
하늘이가 진짜로 그럴까 의심을 했다.
그러자 수애가 나를 잡아먹을 것 같이 노려보며 화가 난 목소리로 말해왔다.

“그 계집애가 그러더라 자기는 평생 다시는 사랑 못할 것 같다고.”

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아직은 기회가 있다는 생각을 하고는 뒷걸음치다가.
달려 나갔다.

달려 나가며 무수한 사람이 나를 알아보고는 응원하는 말을 해주었지만 나의 귀엔 한마디도 들어오지 않았다.

“화이팅.”

“가현씨 잘 해봐요.”

차에 올라타고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빠져 나와 도로 달리고 하늘이 아파트 앞에 주차를 시키고 아파트 들어가는 문 앞에 있는 인터폰을 누를 때까지 나의 머릿속엔 하늘의 모습만 떠오르고 있었다.
물로 그녀가 화를 내며 나를 거부하는 것 까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난 수애의 말을 떠올리며 과감하게 눌렀다.

“누구세요.”

아버님 목소리였다.
난 어머니가 아니란 사실에 안도하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안녕하셨어요.
성진입니다.”

“그래 오래감 만이군.
하늘이 만나러 왔나.”

아버님은 전혀 나를 거부하지 않으신다.
난 그 점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말했다.

“예.”

“어떻게 하지 엄마하고 마트에 갔는데.
옷도 보고 온다고 했으니까 2시간 쯤 있어야 할 걸.”

실망스런 기분에 휩싸인 난 잠시 멍하게 있다가 말했다.

“그럼 기다려도 될까요.”

아버님은 잠시 대답이 없으시다.
그러다 내가 나쁜 생각의 문을 열기 시작 할 때 대답해 주셨다.

“미안하네.
난 상관없지만 지금 장모님이 와 계셔서 말이야.
내가 연락 해주지 집에 가 있어.
전화번호는 뭔가.”

난 실망스런 목소리로 대답했다.

“000-0000-0000 입니다.
그럼 있다가 오겠습니다.”

“그러게.”

아버님은 집에 가 있으라고 했지만 지금 이 감정을 지우기 싫은 난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벤치를 찾았다.
하지만 무심결에 간 장소가 하늘이와 마지막으로 대면했던 장소여서 난 그 장소로 가지 않고 다른 장소를 찾아 앉은 후 겨울의 앙상한 나무들을 바라보며 하늘이 생각을 해 보았다.

중학교 입학식 때.
여러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유난히 귀엽고 예쁜 여자아이로서 처음 만나고 계속 같은 반으로 가끔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그저 친구에 불과한 사이였다가 놀랍게도 나에게 고백을 해온 일.
이 후.
여러 가지 사건을 격은 나와 이상하게(그날 하늘이 말처럼.) 사귀기 시작해서 지금 이렇게 7개월가량 만나지 못하기 전 까지는 1주일 이상 헤어져 본적이 없는 우리였다.

헤어져 있는 지난 시간 동안.
누나의 일로 피폐해져 있는 나였지만 그녀를 결코 잊지 않고 있었다.
그 동안 너무 괴롭고 힘들어 더 괴로워질 것 같아 애써 외면을 했던 난 이제 다시 그녀를 만날 충동을 느끼고 있었다.
그 두려움도 치워 버릴 듯한.

RRRRRRRRR

전통적인 전화 벨 소리가 들린다.(아무래도 현이가 내 휴대폰으르 가지고 놀다가 벨소리를 바꿔 놓은 듯.) 난 전화기를 들어서 발신자를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

“예.
선생님.
현이는 잘 잇죠.”

“기타로 잘 놀고 있다.”

“그래요.”

“근데 언제 오냐.”

“죄송해요.
2시간만 더 봐주시면 안 될까요.”

“미안하다만 친구가 죽어 버려서 말이야 거기 가봐야겠다.”

누나의 일을 얼마 전에 격어서 그럴까 선생님의 목소리가 유난히 슬프게 느껴진다.

“그럼 제가 금방 갈게요.
20분 정도면 될 겁니다.”

“그래 알았다.”

전화가 끊어졌고 난 빠른 발걸음으로 걸어서 스포츠카에 올라타고 시동을 걸고 핸들을 빠르게 돌려 주차장을 빠져 나와서 아직은 퇴근시간 전인 도로를 달려서 정확하게 16분에 선생님 집에 도착해서 초인종을 누르고 내 차 소리를 들었는지 아니면 외출할 준비를 하고 기다렸는지 문이 1초도 안되어 열린 문을 열고 들어가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현아.”

“삼촌.”

예상대로 선생님이 정장으로 가라 입고 현이 손을 잡고 문 앞에 서 있었다.

“왔냐.”

“예.”

“가자.”

선생님은 허리가 아픈지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고 현이는 선생님이 너무 느린데다 옆으로 빠져 나가기엔 선생님의 덩치가 커서 두리번두리번 거리다.
가만히 있는 내 옆에서 다가와서 내 손을 잡아 쥐었다.

“선생님 살 빼셔야 하겠어요.”

현이는 나에게 말한 것 같은데 대답은 선생님 입에서 나왔다.

“적당하다.”

우린 걸어서 집 밖으로 나왔고 선생님은 오늘 술을 마셔야 할 것 같으니 잠깐 태워 달라고 하셔서 난 시간을 계산해 보고 거인과 소인을 태우고 운전석에 들어갔고 들어가자 말자 잔소리를 들었다.

“이 차 진짜 왜 이렇게 좁은 거야.
운전석 빼고는 편안한 자리가 없잖아.
것 멋만 들어가지고는.”

친구의 죽음 때문일까 심기 상당히 불편하신 것 같아.
반박하거나 대답하지 않고 차를 출발 시켰다.
도로 사정은 퇴근 시간에 가까워 졌기 때문인지 차가 아까보다 많았지만 무난히 중간 정착지인 장례식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없이 차에서 내려서 나에게 목인사만 하고 현에겐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무거운 몸과 마음을 끌고 장례식장으로 들어갔고 난 그의 뒤 모습이 사라질 때가 보고 있다가 전화를 들었다.

“이모.
퇴근 하셨어요.”

“응.”

“그럼 현이 잠시만 봐주세요.”

“그래라.
언제 오려고.”

“지금요.”

“응.
운전 조심해서 와라.”

“예.”

전화를 닫고 다시 차를 출발시켰다.
병원을 빠져나와서 다시 도로에 나왔다.
그런데 이번엔 정체 중이었다.
본격 적인 퇴근 시간이 된 것 같았다.
난 초초한 기분이 들었고 그런 내 마음이 내 아들 녀석에게 영향을 주었다.

“삼촌 아파요?”

“아냐.”

초조함 때문일까.(잘 생각해 보면 전혀 초조하지 않는 상황) 난 순간 현이에게 화를 내려다.
꾹 참았다.
하지만 똑똑한 현이는 그런 나의 감정을 잘 체크해왔다.

“현이가 잘못 했어요?”

우울한 현이 목소리가 나를 깨워놓았다.
난 이 사랑스러운 꼬마 녀석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미안.
현이는 아무 잘못 없어.
미안해.”

현이는 잠시 우울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끄덕였고 난 녀석에게 무언가 보상을 해주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며 느린 도로 흐름을 따라서 조금 씩 차를 전진을 시켰다.
그리고 지루한 시간이 흐른 후.
현이의 자신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안 가요?”

때 마침 신호대기 중이라.
창을 내다보았다.
대형 케릭터가 붙어있는 마트 건물이 보였고 아침에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나는 현이를 한번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답해 주었다.

“지금 갈까.
하지만 아주 잠깐만 보고 가자.
바쁘거든.”

“히히히.
예.”

현이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내 초조함을 죽여 버린다.

주차를 하고 야구모자와 두꺼운 안경을 쓰고 현이의 손을 잡고 매장에 들어섰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고 있었다.
현이는 수많은 인파를 신기한 듯 바라보다가 내 손을 잡아 당겼다.

“어디로 가야 해요.”

현이의 물음에 우리의 목적지인 어린이 전문 매장의 위치를 알아보기 위해 고개와 눈을 돌리며 표지판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겨우 찾은 매장 전체 안내도로 다가가서 위치를 확인해 보았다.

“5층이네.”

난 현이를 보지 않고 위치를 알려 주었다.
그런데 대답이 없어서 내려다보니 현이가 쇼핑카트 위에 앉아 있는 아이를 보며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그래서 물어 봤다.

“타고 싶어?”

현이가 고개를 흔든다.
아무래도 아까 나의 반응 때문에 그러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졌지만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뜻인지 내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어서 가요.”

“응 그래.”

우리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서 5층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5층에는 오늘 특별 행사 때문인지 아이를 대동한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고 우리는 힘겹게 그 인파 속으로 들어가 캐릭터 인형을 찾아 다녔다.

봉제인형, 플라스틱으로 만든 작은 피규어, 베게, 슬리퍼, 모자, 티셔츠, 장갑, 가방 아이들이 사용해야 하는 거의 모든 것에 캐릭터가 그려져 있었다.
난 캐릭터를 좋아해 본적이 없는 사람이라서 대박쳤네 라는 생각뿐이었지만 현이는 천국에라도 온 것 마냥 미소가 한가득 피어올라 있었다.

“그렇게 좋아.”

현이가 미소를 가득 머금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난 녀석이 너무 귀여워서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인형 골라.”

사실 마음 같아선 전부다 사주고 싶었지만 그런 것이 아이에게 해가 될 것 같아서 그러지 않았다.

“예.”

현이가 대답하고 나서 인형들에게 다가가서 만지작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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