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생긴 로또 판매점
팔백 몇 십만 분의 일 이라더라.
그러면 오천원 한 장 사면 그 오 분의 일 이니까 백 몇 십만 분의 일 그 정도겠지 뭐.
나도 안다 될 확률은 거의 0 이라는거. 그래도 0은 아니잖아!(본인 수능 수학 80점 만점에 37점)
왜 돈 버리냐고 하더라. 아닌데? 난 희망을 사는 건데? 라고 대답한다.
하루에 천 원 만큼 희망적인 생각으로 기분이 좋아진다면 화요일 즈음에 오천원 짜리 한 장 사면 본전은 하는게 아닐까..
뭐 여하튼..
내가 로또를 사는 동네는 기이하게 로또 판매점이 많다. 계획된 신도시라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 건물 등등 네모 반듯하게 잘도 지어놨는데
거의 블럭에 하나씩 로또 판매점이 있는 느낌이다. 저래서 다들 세는 낼 수 있나 싶을 정도인데 각 건물의 1층에서 저마다 1등 횟수를
자랑하며 망하는 곳 없이 새로 생기기만 하고 있다.
망할 것 같았던 주상복합 건물이 하나 있다. 한동안 CGV외에 아무것도 없어서 이야 여기 상가 분양 받은 사람들 피눈물 나겠다 했는데
야금 야금 유동인구가 늘더니 다이소의 입점으로 극적으로 살아난 곳이다. 이 곳 지하는 식자재 마트와 다이소가 캐리하면서 유동인구를
끌어들이고 있는데 최근 그 구석진, 잘 보이지도 않는 코너 점포에 로또 판매점이 새로 들어왔다.
로또판매점이 지하라... 내 기억엔 거의 처음 이었다.
보통은 다른데 서 하시다가 이전 하시거나 그럴 텐데 여긴 이제 새로 오픈한 곳이 확실했다. 왜냐하면 밖에 걸어 논
당첨 내역 화이트 보드에는 1등은 커녕 2등 당첨자도 한명 없었고, 다른 곳은 너무 많아 언급 하지도 않는 3등도 고작 2장이 다였기 때문이다.
1등, 2등 나오면 그 때 써놓으시지 저렇게 빈 칸으로 떡하니 걸어 놓으시는 패기도 대단하다 생각했었다.
마침 그 주에 로또를 아직 사지 않아 겸사 겸사 들어가 보았다.
사장님의 인상은 아마 그 살아오신 인생 동안 남에게 화 한번 내지 않았을 것 같은 온화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로또를 내어주시면서 들려주신 목소리는 그런 내 선입견에 확신을 주는 그야 말로 선한 목소리 였다.
"꼭 당첨되시길 빌겠습니다. 또 뵈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하루 되세요"
너무 바빠 기계처럼 종이만 뽑는 명당에선 느끼지 못한 울림이었다. (맞다 나 F다)
순간 대응 기재가 고장나 버려서 "예? 아 예예. 감사합니다" 하고 어정쩡한 자세로 로또를 받아 나오는데 그런 내 뒤통수에 대고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라고 해주셨다. 이미 고장나 버린 내 정신과 신체는 몸은 가던 길을 향하고 고개만 간신히 돌려 목례로 답했다.
올라오는 에스켈레이터에서 로또가 당첨된 느낌이 들었다.
오늘은 토요일이 아니라 수요일인데 말이지..
"사장님 화이트보드 빈칸 제가 채워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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