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정부대책 또 혼선……
"교통약자 어르신 이동권 제한" 반발…한동훈도 비판 가세
발표 하루 만에 수정…경찰청 "특정연령 대상 아냐"
고령자 운전면허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정부가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고령자에 대한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검토한다는 대책을 내놓은 지 하루 만에 "특정 연령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며 발표 내용을 수정했다.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데, 찬반이 대립해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한 사안에 설익은 대책 발표로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전날 국토교통부·경찰청이 공동으로 내놓은 "2024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대책"에는 "고령 운전자 운전자격 관리, 운전능력 평가를 통한 조건부 면허제 도입 검토"란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는 보도자료에서 "고령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면서도 보행자 등의 교통안전을 현저하게 위협하는 경우에 한해 고령자 운전자격을 제한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라며 조건부 면허제 도입 배경을 밝혔다.
조건부 면허제는 야간운전 금지, 고속도로 운전 금지, 속도제한 등을 조건으로 면허를 허용하는 방식이다.
소관 부처인 경찰청이 2022년 4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총 36억원을 들여 서울대 컨소시엄을 통해 관련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다. 대상별 조건 부여 기준 마련과 조건에 따른 운전능력 평가시스템 개발이 주요 연구과제다.
조건부 면허제 도입은 인구 고령화에 따라 빠르게 늘고 있는 고령운전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여겨졌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3만9천614건으로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로 1년 전(17.6%)보다 늘었다.
이 같은 대책을 두고 "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제도"란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교통약자인 어르신들의 이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반응도 잇따랐다.
관련 기사에는 "65세가 90대 부모님을 병원에 모시고 다니는 100세 시대인데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라는 것인가", "버스도, 택시도 안 들어오는 시골 어르신들은 무엇을 타고 다녀야 하나", "택시·트럭·덤프 등 생계형 고령 운전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조건부 운전면허제 도입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한 전 위원장은 해당 글에서 "불가피하게 시민의 선택권을 제한할 때는 최소한도 내에서, 정교해야 하고,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며 "오늘 보도에 나온 고연령 시민들에 대한 운전면허 제한 같은 이슈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경찰청은 이날 참고자료를 내고 "조건부 운전면허는 이동권을 보장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이며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경찰청은 "조건부 운전면허는 의료적·객관적으로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평가한 뒤 나이와 상관없이 신체·인지 능력이 현저히 저하돼 교통사고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 운전자만을 대상으로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올해 말까지 고위험 운전자의 운전능력 평가 방법 및 조건 부여 등에 관한 기술개발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며, 내년부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충분한 여론 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세부 검토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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