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국민 MC도 이름 대신…
변우석·박성훈·박지환…극중 캐릭터 류선재·전재준·장이수로 불려
"주연급 성장하는 큰 언덕 넘은 셈"…조정석도 "납득이" 벗고 연기 보폭 넓혀
왼쪽부터 배우 변우석·박성훈·이정하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야 더 멋있어졌어~"라며 토크쇼 게스트로 찾아온 변우석을 반갑게 맞이한 유재석. 알고 지내던 동생인데도 그의 이름을 "선재 씨"라고 잘못 부르고, 실수에 당황한 듯 말을 더듬는다.
19일 방송가에 따르면 배역을 찰떡같이 소화해낸 배우들이 본명 대신 극 중 캐릭터의 이름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한 배우들이 배역 이미지를 뛰어넘어 성장세를 이어갈지 활약이 주목된다.
변우석, 팬 향해 손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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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tvN 화제작 "선재 업고 튀어"(이하 "선업튀")의 주연 변우석이 있다.
풋풋하면서도 애틋한 로맨스 연기로 여심을 사로잡은 변우석은 본명보다 극 중 배역인 류선재로 더 많이 불린다.
배우의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선재를 부르며 뜨거운 팬심을 드러내는 댓글들이 줄을 잇고, 이달 초 전주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올랐을 때 역시 팬들은 변우석의 이름 대신 "선재야"를 외치며 환호했다.
tvN 토크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변우석은 "요즘 항상 선재라고 불린다"며 대중의 뜨거운 반응에 "어리둥절하고 심장이 벌렁벌렁 뛴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성훈, 이곳이 런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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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성훈도 "이름 잃은 배우" 중 한 명으로 빼놓을 수 없다.
대학 졸업 후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다가 2008년 영화 "쌍화점" 속 단역으로 데뷔한 박성훈은 "더 글로리"에서 강렬한 악역 연기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뒤 줄곧 배역 이름인 "전재준"으로 불리고 있다.
"더 글로리" 이후 출연한 드라마만 4편인데,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마주치면 "전재준"이라며 수군거린다고 한다.
최근 tvN "눈물의 여왕" 종영을 기념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박성훈은 "재준이 소리를 듣는 게 오히려 재미있다"며 "한 작품씩 해내다 보면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다가 언젠가는 제 이름을 다시 찾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하, 백상 신인연기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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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자 신인상을 받은 배우 이정하도 "봉석이"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배우다. 지난해 디즈니+ 화제작 "무빙"에서 걸핏하면 공중으로 떠오르는 고등학교 3학년 김봉석 역으로 얼굴을 알렸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 속 감초 역할로 주목받은 배우 박지환 역시 배역 이름인 "장이수"로 더 많이 불린다. 최근 박지환이 "SNL 코리아" 시즌5 호스트로 출연하자 신동엽은 그를 "더블 천만 배우 장이수"라고 소개했고, 이와 함께 "호스트 장이수"라는 자막이 등장했다.
박지환 '장이수의 꽃받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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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이 아닌 배역 이름이더라도, 존재감을 알리는 경험은 배우들에게 큰 기회로 작용한다.
현재는 내로라하는 주연급 "연기파 배우"로 성장한 조정석도 한동안은 영화 "건축학개론"(2012) 속 "납득이"로 불렸고, 안재홍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 속 정봉이로 불렸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주로 연기력을 갖춘 "준비된 신인"들이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강렬한 연기로 본명을 잃고 극 중 배역으로 불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배우도 연기를 잘하고, 극 중 캐릭터의 임팩트도 커야 그 배역을 연기한 배우가 주목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역 이름으로 불리는 경험은 큰 기회인 동시에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주연급 배우로 성장하려면 다양한 배역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자칫 하나의 이미지로 굳어지게 되면 배역의 선택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 그래서 전작과 다른 결의 캐릭터를 선택해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것이 흔한 생존 전략이다.
'마스크걸' 출연한 안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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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글맞은 코믹 연기로 얼굴을 알린 조정석은 이후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2015), "질투의 화신"(2016) 등에서 까칠한 면이 있는 캐릭터로 열연을 펼치며 "납득이"라는 이름을 벗었고, 안재홍은 로맨틱 코미디 "쌈, 마이웨이"(2017)에서 얄미우면서도 현실적인 멜로 연기로 본인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김 평론가는 "그래도 배역 이름으로 불리는 신인들은 주연급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큰 언덕을 넘은 셈"이라며 "꾸준한 노력으로 인기를 이어가며 인지도를 바탕으로 큰 무대를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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