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학 의대증원 …
증원된 32개 의대 중 15곳만 학칙 개정…법원 결정에 절차 재개 전망
의대 교수들은 여전히 반발…의대생들도 "수업 복귀 안 할 것"
부산대 의대생 피켓 시위
부산대 의대 증원 관련 학칙 개정을 위해 교무회의가 열린 지난 7일 오후 이 대학 대학본부에서 의과대학생들과 교수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세종=연합뉴스) 고유선 김수현 기자 = 법원이 의과대학 증원·배정 결정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각하하면서 대학들의 학칙 개정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러나 의대를 중심으로 반발이 여전하고, 학생들도 법원 결정과 상관 없이 수업 거부를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학내 갈등과 집단유급에 대한 우려는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행정7부는 16일 의료계가 낸 의대 정원 2천명 증원·배분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각하했다.
이에 따라 2025학년도에는 정부 정책과 각 대학의 발표대로 의대 증원분을 50∼100% 반영해 신입생을 모집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각 대학은 달라진 모집 정원을 반영한 학칙을 개정해야 한다.
의료계가 재항고 방침을 밝혔음에도 각 대학이 학칙 개정 작업에 나서는 것은 대학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사항"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사항에 각 대학은 5월 31일까지 홈페이지에 정원을 포함한 "수시 모집요강"을 발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2025학년도 대입이 차질 없이 진행되기 위해선 5월 말까지 대법원이 의료계의 재항고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번 법원 결정으로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이 사실상 "굳히기"에 들어갔다고 대학들은 보는 분위기다.
증원된 32개 대학 중 아직 학칙을 개정하지 못한 대학은 절반이 넘는다.
교육부와 각 대학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고신대, 건양대, 계명대, 단국대(천안), 대구가톨릭대, 동국대(경주), 동아대, 영남대, 울산대, 원광대, 을지대, 인제대, 전남대, 조선대, 한림대 등 15개 대학만 학칙 개정을 완료했다.
나머지 17개 대학은 학칙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중 일부 대학은 학칙 개정을 두고 학내 극심한 갈등을 보이며 부결시키기도 했다.
부산대는 지난 7일 전국에서 최초로 교무회의에서 의대 증원을 골자로 한 학칙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이 대학 교무위원들은 사회적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이유로 학칙 개정에 제동을 걸었다.
이튿날인 8일에는 제주대에서 의대 증원을 반영한 학칙 개정안이 부결됐고, 강원대에서 학칙 개정을 보류했다.
그러나 법원의 집행정지 기각 결정이 나오고, 당장 2025학년도 대입을 예정대로 진행해야 하는 만큼 대학들로선 학칙 개정을 더는 미루기 어렵게 됐다.
학내에서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법원 판결을 지켜보겠다고 밝힌 대학들의 경우 학칙 개정 작업을 예정대로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 14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도서관에 '수업중'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일부 대학에선 학칙 개정 작업에서 학내 갈등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학칙 개정에 적극적인 대학 본부나 총장 측과 달리, 의대를 중심으로 증원 정책이 구성원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작지 않아서다.
실제로 부산대에선 의대 교수들이 교무위원들을 일일이 만나 학칙 부결 필요성을 피력했고, 상당수가 공감대를 이뤄 학칙 개정안을 부결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대 등에서도 교무회의에서 학칙 개정을 논의하려고 하자, 회의실 앞에 의대 교수들과 학생들이 모여 학칙 개정에 반대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세대 원주의대, 부산대 의대, 제주대 의대,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 인하대 의대 등의 학생 비상대책위원회는 "사법부의 가처분 인용과 관계 없이 의대 증원을 포함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전면 백지화를 이뤄낼 때까지 학업 중단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는 학칙 개정엔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대학마다 학칙 개정 절차에 차이는 있지만, 최종 학칙 개정 공포 권한은 증원을 주도해온 "총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법원 판결 직후 발표한 담화문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결정에 따른 대학별 학칙 개정은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대학에서 반드시 따라야 하는 의무 사항"이라고 강조하며 "아직 학칙을 개정 중이거나 재심의가 필요한 대학은 법적 의무에 따라 관련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해달라"고 밝혔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상 "의료인 양성을 위한 모집 정원은 각 대학이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내용을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고, 대학이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교육부 장관은 고등교육법상 시정명령, 모집정지 등 행정조치를 할 수 있다.
교육부는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집단유급을 막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대한 모든 학생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정부가 대학들과 협력해서 여러 가지 (학사운영 유연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의사 국시(국가시험) 문제도 그런 차원에서 저희가 접근하고 있고, 복지부와 협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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