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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돈은 갚지마라

부자가 되는 방법은, 일단 돈을 빌리고, 갚지 않으면 됩니다. 끗.
...이러면 안되겠죠?

사실 돈을 빌려놓고 갚지 않으면 그게 사기입니다. 게다가 애초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다면 빼박 사기죄로 감방에 가게되죠.
그런데, 진짜로 돈을 빌리고 안 갚는 방법은 없을까요?

놀랍게도 합법적으로 돈을 빌리고 안 갚는 방법이 있으니, 그게 바로 "상장"입니다.
뭔 개소리냐고요? 네. 개소리 맞습니다.
그런데 최근 화제가 된 밸류업 관련 이야기들을 보고 있으면, 놀랍게도 사업주들의 마인드는 그게 아닐까 싶습니다.

기업공개를 하는 이유는 시장에 주식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고, 그 돈을 가지고 사업을 확장하는 데 있을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회사의 가치를 보고 자신의 돈을 들여 주식을 사 줍니다.
그런데, 일단 기업공개가 끝나고 나면, 이미 팔려나간 주식은 회사와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 단지 주식을 팔아서 생긴 돈만 중요하죠.
이제 그렇게 들어온 돈은 그냥 쌈지돈이 되는겁니다. 회장 맘대로 쓰는거에요.
이때부터 개인주주들은 회장님 보시기엔 그냥 거추장스러운 존재들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소송을 걸거나 주주총회를 해서 회장을 혼내주면 되지 않느냐 하겠죠?
거기에도 다 해결방법이 있습니다.
지주회사 등을 만들어서 거버넌스를 회장에게 유리하게 짜 버리는 방법도 있을거고요,
일부러 주가를 낮게 유지해서, 여차하면 회사 돈을 도로 주식을 사들여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도 있을겁니다.
그 외에도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방어를 합니다.
그나마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야 회장을 혼내줄 수 있을겁니다. SM엔터가 그렇게 경영권이 넘어갔죠.
그것 또한 엄청난 돈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회장 입장에선 거둬들인 돈을 가지고 주가를 올릴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냥 그 돈을 굴려서 사업을 확장하건, 아니면 부동산이라도 사서 임대수익이라도 내면 그만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긴 수익으로 자기 월급만 올려받는거죠.
자식들에게 증여하거나 상속할 때도 주가가 높으면 쓸데없이 세금만 많이 나가게 되고요.
주주환원이요? 그게 먹는건가요?
내가 우리 회사 이름 걸고 니네들한테 투전판 열어줬으면 감사할 일이지, 니들이 뭔데 감놔라 배놔라 하나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적인 원인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엔 주주들의 책임도 일부 있습니다.
회장이라는 사람이 꼴랑 10%도 안되는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서 회사 경영 전체를 좌지우지 하는 걸 좌시하거나,
회사의 영업이익은 얼마 되지도 않는데, 회장이 천문학적인 월급을 받아가는데도 그걸 막지 않거나,
회사 경영이야 니들 일이고, 난 주가 올라가면 돈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식의 마인드가 이 상황을 초래했죠.
물론, 저렇게 분탕질을 치는 걸 막을 수단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 또한 이해합니다.

결론은,
주주들이 마인드를 바꾸든, 제도를 마련하든 간에,
사업주들로 하여금, 이 회사의 주인은 주주들이라는 것을 인식시키고,
빌린 돈에 대한 책임을 지게 강제하는 방법이 필요할겁니다.
우리가 은행에서 돈을 빌렸으면 당연히 이자를 내듯이, 회사가 이득을 봤다면 반드시 배당을 하게 하고,
주주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든 뭐든 하면서 주가를 떠받쳐주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장은 영원히 개미들의 투전판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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