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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과 반지의 제왕 사이. (약스포)

3년의 기다림 끝에 <듄 파트2>가 개봉했습니다. 저는 운이 좋아 시사회를 통해 용아맥에서 먼저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어서 영화가 개봉해서 사람들의 감상이 나와 같을지 궁금해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전야제가 시작된 오늘에야 감상을 씁니다.

<듄> 1편이 개봉했을 때 해외 리뷰나 국내에서나 자주 인용되던 작품이 있었습니다. 바로 <왕좌의 게임>이었죠. 시즌1의 궁정 정치극이 떠올랐기 때문인데, 사실 원작 소설이 <왕좌의 게임>에 영향을 줬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요. <듄> 1편에서 그 웅장하고 장엄한 화면에 한스 짐머의 음악, 그리고 무언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듯한 불온한 기운, 그리고 가문의 멸망. 이 모든 것이 <왕좌의 게임>을 떠오르게 했죠.
<듄 파트2>는 오늘 전야제나 시사회 의견도 그렇고 해외 리뷰에서도 종종 언급되는 작품은 <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입니다. 웅장한 저음으로 깔리는 사운드가 온몸을 덜덜 떨게 하고, 광활한 사막 위에서 끊임없이 펼쳐지는 장면 등은 <반지의 제왕>이 안 떠오를래야 안 떠오를 수가 없죠.
개인적으로 <왕좌의 게임 시즌1>과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중 어느 게 취향이냐고 한다면, 전 <왕좌의 게임 시즌1>쪽에 손을 들어줄 거 같습니다. 그만큼 <듄 파트2>에서 <듄> 1편의 그 정치 게임이라는 부분이 실종된 게 못내 섭섭했습니다. 아마 <듄> 1편의 그 부분을 너무 좋게 보신 분이라면 이번 <듄 파트2>에 실망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반면 그 외 모든 부분은 기대를 뛰어넘습니다. 오늘 전야제 다녀온 분들 평을 보면 제가 생각했던 그 느낌이 틀리지 않았구나 싶더군요. 특히 돌비 감상하신 분들 얘기를 들어보니 돌비로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이하 강스포, 안 보신 분들은 읽지 말아주세요]개인적으로 오스틴 버틀러가 연기한 페이드 로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오스틴 버틀러 본인은 인터뷰를 통해 페이드 로타의 광기어린 모습을 20%만 연기했다고 하더군요. 절제했다는 의미인데, 절제를 잘한 듯합니다. 극의 후반 메인 빌런 역할을 아주 잘해 주었습니다. 중심을 잡아줘요. 예상 외로 원작에서 공기급 배역인 마코트 펜링을 레아 세이두가 연기하면서 페이드 로타와 둘 사이의 미묘하면서 짧은 장면이 꽤 매력적으로 보여지더군요.

폴과 챠니의 관계를 각색한 것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원작에선 순종적이기만 한 챠니가 주체적으로 폴과 대립각을 세우는 장면이 극 후반의 주요 요소 중 하나가 될 줄이야. 특히 마지막에 원작에선 대놓고 이룰란 공주를 개무시하는 것과 달리 챠니에게 사랑을 속삭이더니 갑자기 결혼을 통해 왕좌 거래를 하는 장면에선 대놓고 비틀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각색 중에서 쟈미스의 부인과 자식을 폴이 첩과 자식으로 받아들이는 내용을 삭제한 것과 결말에서 여러 여지를 남겨둔 건 현명한 선택이었지만, 반면 1편에 공기화되었던 멘타트 투피르가 아예 사라져버린 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폴의 동생 엘리아의 활약이 삭제된 것도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틸가가 너무 광신도가 되어 코믹 연기가 된 게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알 수 없지만, 인상적이었고
거니 할렉이 1편에서 삭제된 연주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담겨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전반적으로 20년 전 극장에서 <반지의 제왕>을 보며 느꼈던 감정을 다시 불러온 소중한 영화였습니다.
3편 각본도 마치고, 천천히 준비한다던데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추천49 비추천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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