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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몰래 이사해…

의대생 살인사건에 교제폭력 심각성 재부각…자구책 찾기도

전문가 "예방교육·피해자지원 필요…"나 혼자 대응"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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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폭력 (PG)
[강민지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장보인 기자 = "전 연인이 택배기사로 위장하면서까지 연락했어요. 지금도 불쑥 찾아오는 악몽을 꾸곤 해요."


30대 직장인 A씨는 이별 후 5년 넘게 전 연인의 연락에 시달렸다.


사귈 당시 물리적인 교제 폭력(데이트폭력)을 가했던 그는 이별 후에는 정서적으로 A씨를 위협했다.


잊을만하면 한 번씩 새로운 연인이 생겼는지 묻거나 만나달라고 했고, 전화번호를 차단하면 다른 번호로 연락이 왔다. A씨의 반응이 없자 자신이 준 선물값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A씨는 "더는 엮이고 싶지 않아서 돈을 보내주고 더는 연락하지 않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매년 연락이 왔던 만큼 여전히 "혹시나" 하는 불안함이 있다"고 털어놨다.


최근 명문대 의대생 최모(25)씨가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흉기로 살해하면서 교제 폭력의 심각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교제 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는 2020년 8천951명에서 지난해 1만3천939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A씨처럼 교제 도중, 혹은 이후까지 상대의 물리적·정서적 폭력에 시달리는 이들은 탈 없이 안전하게 이별할 방법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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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CG)
[연합뉴스TV 제공]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안전 이별"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묻고 답하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주변에 도움 청하기", "몰래 이사하고 연락 끊기", "공공장소에서 이별 통보하기" 등 저마다의 조언을 주고받는다.


나아가 "큰돈을 빌려 달라고 하라", "씻지 말고 냄새를 풍기는 등 최대한 지저분한 모습을 보여 줘라" 등 상대가 먼저 이별을 고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어느 정도 맞춰주며 차차 연락을 줄여가라"는 현실적인 도움말도 있다.


일각에서는 교제 폭력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 대처로 인해 피해자들이 이처럼 자구책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A씨도 "상대에게 연락이 올 때마다 여기저기 도움을 청해봤지만 실질적 피해가 없어 애매하다는 답을 받았다"며 "언제든 지원해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교제 폭력 피해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현 정부는 여성 폭력 문제를 방치하는 수준"이라며 "교제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구체적인 현황 파악과 개선과제 내놓아 종합 대책을 바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종합 대책을 세워야 행정안전부나 교육부 등 다른 부처와 협조를 통한 적극 대응이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교제 폭력을 일반 폭력 범죄와 똑같이 간주하는 태도는 "여성이 폭력을 당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정부가 "여성 폭력"에 초점을 맞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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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연합뉴스TV 캡처. 작성 김선영(미디어랩)

전문가들은 교제 폭력에 혼자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처음부터 주변에 알리고 경찰에 신고해 신변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김도연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장은 "피해자들이 상대를 자극하거나 더 큰 피해를 겪게 될까 봐 "나 혼자 잘 무마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곤 하는데, 절대 이래서는 안 된다"며 "가해자가 폭력을 가하는 상황에서 비위를 맞추는 행위는 상대가 더 큰 협박을 가할 수 있는 빌미가 된다"고 경고했다.


김 소장은 "경찰 등의 정부 기관은 피해 신고를 받으면 "오늘 당장 강력 범죄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숙지하고 엄정하게 초동 대응해야 한다"며 "피해자를 지원할 체계도 신속히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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