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강동경찰서 박노라 학교전담경찰관 인터뷰
"혼내는 어른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학생들 만나"
강동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 박노라 경위
[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청소년 비행과 학교폭력 없는 건강한 환경을 위해 강동구청과 강동경찰서가 함께합니다."
지난 9일 밤 서울 강동구의 한 유흥가. 왁자지껄한 시민들 주변 폐쇄회로(CC)TV에 달린 스피커에서 이런 멘트가 흘러나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강동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SPO) 박노라(43) 경위.
애초 구청이 담배꽁초 등 쓰레기 상습 무단 투기 지역에 "투기 경고" 음성을 설치했던 이 CCTV는 박 경위의 아이디어로 새 음성을 얻게 됐다.
"투기 경고" 음성을 듣고 이 CCTV를 발견한 박 경위는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학교폭력을 없애자는 음성이 나오면 좋지 않을까" 하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구청과 협의 끝에 지난해 관내 학원가와 유흥가 등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 2곳에서 박 경위가 직접 멘트를 녹음한 CCTV 운영을 시작했고, 추후 확대 운영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2006년 경찰에 입직한 박 경위가 학교폭력 예방과 대응 업무를 담당하는 SPO로 일하기 시작한 것은 2020년이다.
그는 몇 년 전 학교폭력 가해로 유급 위기에 처했던 중3 여학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버팀목이 되어줄 어른 보호자가 부족해 방황하고 있단 생각에 직접 그런 어른의 역할을 해보기로 다짐했다.
1년 내내 매일 전화를 하거나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잘 잤어?", "일어났어?" 등 안부를 묻고 출석 여부를 확인했다. 그 덕분인지 학생은 중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올해 대학에도 진학했다.
강동구에 설치된 청소년 비행 예방 음성 송출 CCTV
[박노라 경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박 경위는 "아이들이 어떤 잘못을 하고 SPO를 만날 때는 이미 여러 곳에서 많이 혼나는 경험을 하고 온다"며 "저마저 혼내는 어른으로 다가가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학생들을 만난다"고 했다.
그는 경찰에게는 익숙한 범죄자, 가해자, 소년범 등의 단어도 잘 쓰지 않는다. 그런 단어들로 선입견을 갖고 대하면 어린 학생들이 발전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최근 만난 한 비행 남학생은 "한 달간 출결을 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2주 넘게 매일 같이 본인 얼굴이 담긴 "인증샷"을 보내왔다고 한다.
그는 ""약속이란 걸 해본 적이 없는데 샘(선생님)과는 해보고 싶다. 샘이 나와 약속을 해준 첫 어른"이라는 그 친구의 말이 참 감동적이었다"며 "비행력 있는 친구들이 변하기 쉽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차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학교폭력의 양상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채팅이 쉽게 뒷담화 등으로 이어지면 사이버 언어폭력이 될 수 있고, 스마트폰 게임을 하다 자칫 사이버 도박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박 경위는 "문제가 발생하면 혼자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보호자, 선생님, 담당 SPO 등 주변 어른들과 꼭 상의하고, 피해를 입었을 경우 반드시 117 신고를 통해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노라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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