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경쟁 과열, 저출산, 수도권 집중의 원인 : 대기업 일자리 부족
0. 서론
밑에 경쟁 글 보고 관련한 KDI 리포트 소개드립니다. 올 2월 말 리포트입니다.
https://www.kdi.re.kr/research/focusView?pub_no=18232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대기업(250인 이상 사업체) 일자리 비중이 14%로 최하위권입니다. 반면 독일 41%, 스웨덴 44%, 영국 46%, 프랑스 47%, 미국 58% 등 선진국에서는 대기업 일자리가 월등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리와 산업구조가 비슷하다고 평가받는 일본도 40% 언저리입니다.
이렇게 대기업 비중은 낮은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 또한 살벌합니다. 첨부한 자료는 300인 이상 사업체(한국 기준) 대비 규모별 임금격차인데, 보시는 바와 같이 쭉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그나마 상황이 좋은 100~299인 사이 사업체의 임금도 대기업의 70% 언저리이며, 5~9인 소규모 사업체는 아예 반토막인 수준입니다. 당연하지만 임금 뿐만 아니라 근로조건 또한 대기업일수록 좋아지죠.
1. 문제점
이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입시경쟁 과열
대기업 일자리 수는 적고, 그 밑의 기업과 임금격차는 막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어떻게든 기를 쓰고 대기업에 입사하려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하고, 얼마 없는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막대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기업에 못가는 순간 격차가 어마무시하니까요.
2) 저출산
저출산과 경제, 교육비 지출 문제는 하도 많이 나온 이야기니 차치하고, 제도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예를 들어 육아휴직 제도를 생각해봅시다. 대기업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쓰기 쉽습니다. 회사 규모가 큰만큼 빈자리를 분담해서 땜빵할 수도 있고, 정 안되면 계약직으로라도 돌릴 수 있으니까요. 반면 소규모 기업은? 한 명 빠지는 순간 일 자체가 안돌아갑니다. 사람을 새로 뽑을 여력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제도적으로 육아휴직 같은 제도를 갖춰놓는다 한들 현실적으로 현장에선 쓸 수가 없습니다. 어차피 대다수는 중소기업 임직원인데 제대로 제도가 돌아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사실 꼭 육아휴직 같은 것 뿐 아니라 휴가 등 다른 제도 또한 마찬가지죠. 당장 연차만 해도 기업 규모가 작으면 못쓰고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많죠. 정책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어렵습니다. 지금도 5인 미만 사업체는 여러 규제 안받잖아요?
3) 균형발전
지방에 큰 규모의 사업체가 없으니 그만큼 생산성도 적고 임금이 낮습니다. 그렇기에 사람이 죄다 생산성 높고 임금 많이 주는 수도권으로 몰립니다.
2. 원인?
사실 해당 리포트는 논문이 아니라서 딱 원인을 계량, 분석해서 잡지는 않습니다. 산업구조의 문제일 수도, 경직된 노동환경의 문제일 수도, 정책의 문제일 수도 있지요. 그러니까 "앞으로 원인을 파악해서 해결하자"가 글의 논지이긴 합니다.
관련해서 KDI 연구원이 유튜브에 나와 이야기 한 것들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를 꼽지만 "중소기업 지원"을 꼽더라고요. 정확히는 지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식의 지원이 문제라는 거지요. 도태될 기업은 도태되고, 성장할 기업은 빨리 성장하게 도와야 하는데 그게 잘 되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생산성 낮은 기업도 여러 지원을 받으며 연명하고, 반면 좋은 기업은 빠르게 성장해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우리는 아무래도 기업의 시장 장악에 거부감이 크죠. 중소기업 적합 업종 제도라거나. 기타 대기업이 되는 순간 받는 규제를 생각하면 기업이 굳이 기를 쓰고 성장해야할 이유도 없긴 합니다. 결국 기업 지원이 전반적으로 성장보단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역동성이 떨어지고, 걔네가 살아있으니 시장이 과포화 돼서 고만고만한 기업들만 있다보니 죄다 영세해지는 거 아니냐 정도.
대립적인 노사관계, 경직된 노동제도 등도 문제가 있을 수 있지요. 대기업이 귀찮고 비싼 정규직 뽑을 바에 그냥 하청이나 계약직으로 돌리는 게 나으니까요.
뭐 명확한 분석이 있는 건 아니다보니 어느걸 확실히 꼽지는 어렵지만, 여러 방면에서 생각해봐야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비록 약자(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에 대한 온정적인 시선도 중요하지만, 망할 사업체는 망하게 두고 큰기업이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게 아무래도 경제적 측면에서는 훨씬 낫지 않나 싶습니다. 이들이 도태되고 죽는 게 비록 매우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든 일이지만, 결국 망하는 기업이 있어야 그 자리에서 성공하는 기업이 탄생하는 거니까요. 구멍가게와 편의점의 차이랄까요. 후자가 편의성, 효율성, 미래 투자, 시장 상황 대응 모든 면에서 월등하니까요. 각 개개인이 자영업 하면서 저 모든 걸 대응하긴 쉽지 않죠. 거기에 리스크까지 져야하고. 차라리 대기업 산하 점포 점장으로 고용되는 게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까놓고 사장되고싶어서 자영업 하는 사람이 많습니까. 대다수는 먹고 살려고 하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프랜차이즈도 너무 많고 본사 직영점 위주로 산업 생태계가 재편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규모가 커지면 훨씬 효율적이고, 인력 관리도 잘 되고, 소규모 업장에서 잘 보장되지 않는 휴가 등도 보장되겠지요. 구조조정은 정말 끔찍하리만치 고통스럽겠지만 필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단지 우리가 그걸 할 공감대와 준비가 되어있느냐는 의문이긴 합니다만.
3. 마무리
리포트 자체도 그렇게 길지 않고 내용이 어렵지 않으니 한 번 천천히 읽어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제가 글에서 다루지 않았던 자료들도 꽤 자세히 나와있습니다.
대기업 일자리가 적은 이유는 물론 각자 생각이 다르겠지만, 후속 연구들이 많이 이루어져서 점점 문제가 해결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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