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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결혼한 부부가 서로 맞춰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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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772회 작성일 25-08-2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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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5년차입니다.

처음 만나서 결혼하기까지 1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사람이 나와 결혼하고 싶어 한다는 근거 없는 확신으로(나중에 알고 보니 착각이었습니다만)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프로포즈를 받은 순간 아내는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내가 거절하면 준비하는 데 든 돈을 죄다 날리게 되는데, 그건 좀 아깝지 않나?’ 였다고 합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대체 어쩌다가 결혼에 이르게 된 건지 잘 알 수가 없습니다.

결혼하고 나서는 크고 작은 일로 사사건건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략 3년 차쯤 되던 시절에 저는 확신했습니다. 이 사람이랑은 도저히 같이 못 살겠다고. 이혼만이 답이라고. 하루에 서른여섯 번씩 이혼을 생각했습니다. 크게 다투고 홧김에 뛰쳐나와 자동차 운전석에 앉아서는 내일 당장 변호사를 찾아갈 거라고 이를 갈곤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결혼 15년차입니다. 저는 아내를 무척 좋아합니다. 이제야 제가 깨달은 게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저 사람은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단순명료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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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란 서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가던 두 사람의 결합입니다.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그리고 충돌은 대체로 큰일이 아니라 작은 일에서 비롯됩니다. 예컨대 차 시트를 젖히는지 세우는지, 혹은 샤워를 아침에 하는지 아니면 저녁에 하는지 같은 매우 사소한 문제들 말입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사소하지 않습니다. 본질적으로 그건, 내가 살아온 수십 년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것을 상대가 부정하고 무시하는 행동의 반복이거든요.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서로가 서로의 세계를 때려 부수려는 폭력적인 행위나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 것들이 하나하나 쌓여 마침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게 됩니다.

돌이켜 보면 저는 그저 인정하기 싫었던 겁니다. 만일 아내가 문제가 있다면, 저에게도 거의 같은 만큼의 문제가 있다는 단순한 진실을 말입니다. 저는 그냥 참고 넘어가는 일이 많지만, 아내는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데 무척이나 불만을 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내도 저 못지않게 묵묵히 참고 넘어가는 일이 많았다는 사실을요.

흔히들 ‘맞춰간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이 안에는 정말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맞춰간다는 건 항상 나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행위입니다. 참고, 견디고, 모른 척 넘어가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억울하다는 생각이, 나만 손해를 보고 있다는 반감이 들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절대 잊으면 안 됩니다. 상대도 나와 똑같이 희생하고 있다는 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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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혼을 너무나 손쉽게 이야기합니다. 아니, 혼인을 포함한 인간의 모든 관계 맺음에 대해 너무나 쉽게 말합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친구를 손절하라느니, 가족과 절연하라느니, 배우자와 이혼하라느니 하는 말들이 범람하듯 떠다닙니다. 하지만 인간의 관계 맺음이 그토록 쉽게 끊길 수 있는 것이었다면 애초에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을 겁니다.

아예 생각이 없거나 혹은 분노로 가득 차 생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들만이 타인 간의 관계를 쉽게 재단하려 듭니다. 그런 사람들은 피해 다니는 것이 상책입니다. 나와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의 세월을 함께 해 온 이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인터넷 세계의 얼굴조차 모르는 이들에게 피상적인 조언을 구하는 일이야말로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가요.

원래 인간은 타인을 잘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사람이란 결국 누군가와 함께 부대끼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물론 정 싫다면야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나 타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타인이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진대, 오히려 그런 사람일수록 남이 자신을 몰라주는 데에 불만이 많더군요. 어쩌면 그조차도 인간의 본성인지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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