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년 안에 인류의 99퍼센트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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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너무 덥죠...
지금까지의 기후와 수렵채집사회
인류, 즉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는 보수적으로 잡자면 15만 년, 길게 잡자면 30만년에 이릅니다. 이 장구한 세월 속에서 인류는 최근의 1만년을 제외한 기간 동안 수렵과 채집을 하며 살았습니다. 평균기온과 강수량은 매해 요동쳤고, 우리 조상들은 수십에서 백수십여명 규모의 작은 집단으로 역동적인 생태계의 일부를 이뤘습니다. 인구는 늑대 무리 같은 생태계 최고 포식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연이 먹을 것을 허락하는 수준에 따라 일정 규모를 기준으로 늘어나고 줄어들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대략 12,000년 전, 홀로세가 시작된 뒤로 모든 게 바뀌었습니다. 이미 그 전부터 원시적인 농경을 시도했던 몇몇 인간들은 소빙기가 끝남에 따라 수렵과 채집 대신 야생 곡물에 대한 의존도를 서서히 늘리기 시작했습니다. 언젠가 다시 올 빙하기에 대비했던 조상들의 현명함이 무색하게, 이후로 지금까지 세계의 기후는 따뜻한 상태로 안정되었습니다. 이렇게 농경의 시대가 열렸고, 최초로 인간의 개체수가 수백만을 돌파했습니다.
바글거리는 인간들로 가득찬 농경 사회는 지옥이었습니다. 사회구성원의 대다수는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할 정도의 지극히 열악한 상태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대부분의 인류가 노예 상태에 놓였습니다. 주기적인 기근으로 인한 극심한 영양실조는 각종 관절질환과 치주질환을 유발했고, 높은 인구밀도는 끔찍한 돌림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귀족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평균 수명은 수렵채집을 하던 옛 시절에 비해 비슷하거나 되레 약간 낮아진 수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인구 수는 꾸준히 늘어, 농경이 시작됐을 때로부터 1만년 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대략 2,000년 전에는 그 수가 2억 명을 돌파하게 됩니다.
안정된 기후 덕에 등장한 농경사회
12,000년의 세월 동안 농사가 가능했던 것은 홀로세의 안정적인 기후 덕이었습니다. 이전의 역동적인 플라이스토세의 기후에서는 단 이백년 만에 세계의 온도가 10°C가까이 요동칠 수도 있었고(Dansgaard–Oeschger event), 이산화탄소 수치가 더 낮아 식물들이 잘 자라기 어려웠습니다. 인류 최초의 농경은 기실 플라이스토세 막바지에 시도되었는데, 그 최초의 농경 집단은 홀로세 이전 1,300년 간의 마지막 빙하기 (Younger Dryas) 동안 처참하게 멸망했습니다.
그러나 홀로세의 안정된 기후는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거대한 규모의 집약적 농경과 거대한 공동체를 가능케했고, 거대한 공동체는 곧, 더 복잡하고 효율적인 전쟁 기계로 변모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기계는 주변에 있는 덜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공동체들을 폭력적으로 흡수하면서 점차 최초의 거대한 "제국"으로 진화했습니다.
따뜻하게 안정된 평균기온과 별개로, 주기적인 기후 변화와 그로 인한 기근 그리고 기후 건조화 및 습지의 감소 또한 제국을 탄생시킨 주요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나일강과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정착지들은 압박을 받았고, 그곳의 사람들은 희소한 자원을 더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강력한 정치체를 발달시키게 된 것입니다.
이렇듯, 인류 역사 내내 비슷한 과정을 통해 탄생한 제국들은 과도한 팽창으로 비대해져 기존의 복잡성과 내적 안정성을 잃은 채 명멸하기를 반복해왔습니다. 같은 땅에서 농사를 오랫동안 지으면 토양이 황폐해졌고, 관개 및 요새 시설을 관리하는 관료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부패했으며, 또한 지적 능력을 갖춘 하층민들이 억압된 신분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반란 시도가 잇따랐기 때문입니다.
산업사회를 사는 우리
18세기가 지나자, 농경사회의 맬서스 트랩을 무너뜨린 인간사의 중대한 혁명이 벌어졌습니다. 서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된 지구적 무역과 제조업의 발달은 정교한 금융 시스템을 탄생시켰고, 자본은 가는 곳 마다 독점의 이름 하에 인간들을 둘러싼 여러 자연 환경을 차례차례 개발(추출)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중대한 개발은 영국의 땅 밑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화석 연료를 활용하는 증기기관이 제조와 운송업을 혁신했고, 기계가 기계를 발달시키는 폭발적인 되먹임고리가 시작됐습니다. 증기기관의 뒤를 이은 내연기관과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각종 기계들은, 인간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복잡한 전지구적 체계를 형성하는 길을 걷도록 도왔습니다.
우리는 망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망했습니다. 흔히들 "산업혁명 이후 지난 200년간 지구 온도가 급상승했다"고들 말합니다. 그러나 엄밀히 하자면, 이 표현은 다소간 오해의 여지가 있습니다. 지구 온도의 급상승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꾸준히 상승해온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구 온도 상승의 대부분은 지난 40년간 이루어졌습니다.
즉, 지구의 온도는 현재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75퍼센트 이상이 지난 1970년 이후에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이산화탄소 수치는 지난 1,500만년 간 최고치 수준입니다. 그리고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온실 효과를 불러 일으킨다면, 메가 온실효과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번 세기가 끝나기 전까지 지구의 평균 온도가 거의 확실하게 4°C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지구 생물종의 2~30퍼센트 가량이 사라질 것입니다.
그런데 기간을 좀 더 길게 잡으면,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대략 280년 뒤인 2300년까지 지금처럼 계속해서 화석 연료가 사용된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최고 농도는 1400ppm을 초과할 것입니다. 한 번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대부분은 최소 수백에서 수천년 동안이나 대기 중에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수십만년 뒤에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정상 궤도로 회복될 것이지만,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이 길게 잡아봐야 2~30만년 전에 등장했다는 것을 상기해본다면, 인간종은 이미 돌이킬 기회를 영영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인공적으로 제거하는 기술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다면, 2300년의 지구 평균 온도는 오늘날보다 최소 8°C 이상 상승할지도 모릅니다. 지구 평균 온도가 8°C 이상 상승하면, 훨씬 극단적인 이상기온, 우리가 사는 한반도를 기준으로 삼자면, 서울의 여름 최고온도가 50~60°C에 도달하는 끔찍한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아마 지구상에 살아있는 대부분의 생명체들이 멸종하게 될 것입니다.
농사를 지을 수도 없게 될 것이다
따뜻한 세계에선 이런 몸을 가져야 유리할 것이다...
불굴의 생물인 인간종은 끝끝내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변화된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요? 사실 5,000만년 전의 에오세 초기 온실극대세계(Paleocene–Eocene Thermal Maximum)가 비슷한 모습을 가졌을 것입니다. 이 당시의 지구 평균 온도는 5–8 °C 가량 급격하게 상승했고, 영장류를 포함한 수많은 종류의 포유류들이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이 당시에 살았던 우리의 조상, 매우 원시적인 영장류들은 나무 위 생활에 적합하도록 오늘날의 다람쥐나 여우원숭이와 비슷한 자그마한 몸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280년 뒤의 우리 후손들은 이런 몸을 갖고 있지 못할 것입니다. 훨씬 더 극단적으로 변한 환경에 대응하여, 우리 후손들은 과연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일단, 농사는 못 지을 겁니다. 벌써 이번 세기가 지나기 전부터, 우크라이나-러시아의 흑토 지대를 비롯한 지구 상의 곡창 지대는 생산량이 급격하게 감소할 것입니다. 수십억의 잉여 인구를 먹여살리던 보고가 서서히 황폐화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를 피해 작물을 점차 캐나다 북부, 러시아 북부, 그린란드와 같은 극지방으로 옮겨 심을 것입니다. 그러나, 극지방은 훨씬 더 많은 이상 기온과 그로인한 자연재해 및 기근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그린란드의 경우, 벌써부터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여름이 길어져 작물이 더 오랫동안 성장할 수 있게됐지만, 동시에 더 건조해지고 더 예측불가능한 강우량을 보이고 있어 긴 여름의 이점을 상쇄하고 있습니다.
기후 식량 위기는 상당한 사회 정치적 혼란을 초래할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급격한 기후 변화는 정치적 격변, 그리고 그로인한 전쟁들과 매우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습니다. 야비하고, 단순하고, 사악한 자들이 어느 곳에서나 더 큰 이익을 취할 것입니다. 복잡한 기술과 복잡한 체계로 복잡하게 구성된 사회는 어느 순간부터 체제 내부의 모순으로 인한 돌이킬 수 없는 되먹임고리에 빠져들고, 결국은 붕괴하기 마련입니다. 이것은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수도 없이 반복되어 온 일입니다.
문제는 이전까지의 사회, 그리고 문명 붕괴의 결과들이 아무리 단기적으로 처참했을지언정, 생태계의 순환을 수십만년간 망가뜨릴 정도로 광범위하게, 그리고 장기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지난 1만년 간, 인류의 신체 대비 뇌 크기는 그 이전의 수십만년 간에 비해 수십배 더 빠르게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앞으로 더욱 높아질 이산화탄소 수치는 인지능력의 저하를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후손들이 수렵채집을 택한다면, 분명 그들의 조상들보다 훨씬 더 가혹한 환경에 놓이게 될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물론, 그들에게는 조상들이 물려준 일부 우월한 기술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기술들은 곧 문명의 마지막 순간에 서로를 학살하는 데 사용되고 영원히 잊혀질 것입니다. (역사가 거증합니다.) 그리고 인류는 최소 수십만년 간 농경이 불가능한 가혹한 수렵채집의 세계에서 조상 영장류들처럼 울부짖으며 무언가 다른 존재들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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