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도, 잘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1> 북극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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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에 북극항로에 대해 글을 썼다가 삭제를 한 바 있습니다. 다소 격정적인 어투와 적절하지 못한 단어 선정으로 글의 논점이 많이 흐려진 듯해 삭제 후 다시 작성하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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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특검, 부동산 대책 등 최근 이재명 정부의 행보는 매우 파격적이며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바 ‘효능감’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듯이 약간의 우려가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부분은 부산을 해양수도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부산을 해양수도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부산을 해양수도로 만들겠다며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해양수산부 등 정부 기관과 해운기업, 금융이 부산에 모여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부분입니다.
1편에서는 북극항로란 무엇인가, 과연 우리에게 어떤 기회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2편에서는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성이 과연 우리의 기회를 잡기 위해 적절한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1> 북극항로
해양수도 부산을 이야기하면서 가장 많이 내세우는 말이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해야 하며 부산이 동북아 항만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뜻 들으면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것 같고, 우리가 무언가를 급하게 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1) 북극항로는 무엇인가?
북극항로는 북극해를 통과하는 해상운송 경로인데요, 현재는 이용이 불가능한 항로이지만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리면 대략 2030년 무렵에는 상업적 이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북극항로를 통하면 극동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거리가 약 30~40% 줄어 든다고 합니다. 외교, 군사, 자원, 환경이 얽힌 전략공간이기 때문에 북극 영토를 보유하거나 북극해에 인접한 8개 국가(미국, 캐나다, 러시아, 덴마크(그린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가 외교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2) 북극항로의 불확실성: 환경보호와 경제성
북극항로의 불확실성은 아직 높습니다. 첫번째로 환경 문제입니다. 2050 탄소중립 등 전세계적으로 환경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드높아지는 가운데, 환경 보호와 완전히 반대되는 북극항로의 대중적 이용이 가능할 것인가는 분명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두번째로 경제성입니다. 북극항로는 동북아시아-유럽 이동에 강점이 있습니다. 서아시아-유럽은 기존의 항로가 훨씬 가까우며, 유럽-아메리카, 아메리카-아시아 운송에는 강점이 별로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강점은 거리가 가까워 시간과 연료가 덜 소모된다는 것인 것인데, 반대로 북극항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극지 운영에 특화된 선박 및 기자재가 필요하고 쇄빙선을 고용해야 하며, 러시아 등에 통행료를 내야 합니다. 1년 내 상시 운영이 불가능하고 하절기에 최대 6개월만 이용 가능하다는 것도 고려할 점입니다.
(3) 북극항로가 우리에게 주는 기회는?
그렇다면 북극항로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일단 북극항로는 우리의 영토가 아니기 때문에 통행료를 받거나 하는 직접적 수익을 얻을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간접적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데요, 언론 등을 통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환적 항만으로 입지를 강화한다’는 것과 ‘극지 통항을 위한 선박/장비 등 기자재 생산’입니다.
특히, 부산 지역과 이해 관계가 있는 분들은 ‘환적 항만’으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부분이고 저희가 잡을 수 있는 기회이긴 합니다만, 부산이라는 지정학적 위치만 가지고 얻을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현재 해운업 구조에서, 북극항로가 활성화된다고 해서 부산항에 물동량이 늘어날 개연성이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4) 환적의 가능성: 벌크
해운업이라는 거대한 단어로 묶여 있지만, 사실 해운업은 화물, 운항방식, 운항지역 등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분야로 나눠지게 됩니다. 일단 가장 크게 나누자면 벌크와 컨테이너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둘은 판이한 사업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각 따로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해운업에서 벌크 분야는 철광석, 석탄, 곡물, 원유, 천연가스 등을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운반하는 것을 지칭합니다. 화물에 맞추어 선박의 종류가 정해지며* 고객 1명이 맡긴 대량의 화물을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운송하는 일을 합니다.
* 철광선, 석탄: 건화물선 / 원유, 천연가스: 탱커 / 자동차, 대형화물: 특수선
벌크는 쉽게 이야기하면 전세버스 같은 것입니다. 고객의 요구에 맞추어 그때 그때 필요한 경로를 따라 운항을 합니다. 만약 북극항로가 열리면, 유럽과 동북아시아를 이동할 때 북극항로를 이용할 가능성도 있고, 북극해에 매장된 천연 자원을 이동하는데 주요한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포장되어 있지 않은 대량의 화물을 옮기는 벌크선에는 환적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벌크선이 기항하는 곳은 출발지와 도착지뿐이라는 것입니다. 동북아시아에서 북극항로를 이용해 유럽으로 향한다면, 출발지(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출발한 선박은 쉬지 않고 북극항로를 지나 유럽에 도착합니다. 반대로 유럽에서 출발한 벌크선은 도착지(한국, 중국, 일본 등)로 직항합니다.
결국 북극항로 활성화로 부산항에 추가로 벌크선이 기항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기존 수출입 물량을 운송할 때 운항 상의 이득을 볼 수 있겠지만, 이는 부산의 환적항만 지위 획득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득입니다.
(5) 이용의 가능성: 컨테이너
사실 환적이라는 것은 컨테이너 해운업에서 통용되는 개념입니다. 기차에 해당하는 거대한 선박으로 기차역에 해당하는 거대한 항만 간의 화물을 운송하면, 마을버스에 해당하는 작은 선박으로 버스 정류장에 해당하는 다양한 지역으로 화물을 운송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선박을 갈아타는 행위를 환적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기차에 해당하는 선박, 아시아-유럽-아메리카 등 대륙을 오가는 거대한 선박을 운영하는 것이 원양 컨테이너 해운업이고, 한.중.일.동남아 등 비교적 가깝고 작은 항만을 오가는 것을 연근해 컨테이너 해운업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컨테이너 분야에서 북극항로를 이용할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원양 컨테이너 해운사들입니다. 그런데 MSC, 머스크, CMA CGM 같은 세계 1~3위 원양 컨.선사는 물론 국내 원양 컨.선사인 HMM도 북극항로 이용 계획이 없다고 합니다. 이는 컨테이너 해운업의 특성과 북극항로의 특성이 완전히 반대되기 때문입니다.
앞서 벌크선은 전세버스처럼 운영이 된다고 했는데, 이와 비교하면 컨테이너선은 무궁화호처럼 운영이 됩니다. 정해진 항로를 가지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선박이 운영 되며, 다양한 기항지를 들리면서, 규격화된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며 수익을 얻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박의 대형화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 비용을 절감합니다.
물류 대란으로 인한 운임 폭등 같은 이상 상황이 아닌 이상, 대형 선박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사업구조이며, 이를 위해 원양 컨테이너 선사들을 전세계 주요 항만에 영업/운영 조직을 갖추어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북극항로는 1년에 최대 6개월 정도 이용이 가능하기에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만약에 억지로 북극항로를 이용한다면 6개월마다 항로를 바꾸어야 하는 것인데 이게 가능하려면 북극항로를 통해 얻는 경제적 이득이 6개월마다 항로를 바꾸는 손해를 상회해야 할 것입니다.
다양한 기항지를 기항해야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통상적으로 동북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경우 부산을 출발해 중국, 동남아 국가 등을 거쳐 수에즈 운하를 통해 유럽으로 향합니다. 여러 기항기를 거치며 기항지마다 수천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것인데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기항할 곳이 없어집니다. 그러면 동남아에서 출발해 부산을 거쳐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되지 않게냐고요? 북극항로가 가진 거리의 강점이 사라지면 이용할 이유가 없어지겠죠.
(6) 수에즈로 갈 컨테이너 선박이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위에서 말씀드린 요인을 전부 무시하고, 대형 컨테이너선들이 북극항로를 이용한다면?
그러면 부산항의 환적화물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습니다. 컨테이너 화물은 크게 수출입화물과 환적화물로 나뉘는데요, 수출입화물은 출발도착지가 그 나라에 해당하는 경우이고 환적화물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기차에서 마을버스로 갈아타는 화물을 뜻합니다.
선박은 대형화될수록 효율이 좋아지기 때문에 먼 거리를 갈수록 대형 선박을 이용합니다. 그런데 대형선은 작은 항만에 기항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대형선으로는 먼 거리를 가면서 대형 항만에 들리고, 대형 항만에선 작은 선박으로 이동하는 것이죠. 한국에는 내륙 해상 운송의 개념이 희박하지만, 해상 운송은 대량의 화물을 값싸게 운송할 수 있는 수단이라 위와 같은 방법이 일반적입니다.
만약에 북극항로를 대형 컨테이너선으로 이동한다면, 그 선박이 부산항에 화물을 내려 놓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극항로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진 비싼 선박을 부산 이후의 일반 항로에 투입하는 것보다, 부산항에서 유럽으로 회항하는 것이 경제적이니까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부산항의 환적화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1년 중 6개월만 이용가능하다는 점에 더해 북극항로의 수심이 대형 컨테이너선 운항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 등이 이 시나리오의 현실 가능성이 대폭 떨어뜨리게 됩니다.
벌크 해운업에는 환적이라는 개념이 매우 희박하며, 환적이 활성화된 컨테이너 해운업은 북극항로를 이용할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그렇다면 북극항로는 우리에게 기회가 아닐걸까요? 만약에 북극항로가 개장되어 다른 나라들이 이득을 얻게 되면, 우리는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할까요?
(7) 북극항로 시대, 부산이 동북아 중심 환적항만이 되기 위해서는?
세계 주요 컨테이너 항만 순위에는 중국 항만이 대거 포진되어 있습니다. 연간 5000만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상해항을 시작으로 닝보, 선전, 광주, 청도 등 중국의 대형 항만들이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공산품을 수출하는 길목이니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이 2위 싱가포르와 6~7위 부산입니다. 특히 싱가포르는 인구 590만명의 도시 국가이면서도 1년에 3900만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대형 항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부산의 연간 2300만개를 아득히 넘어서는 수치인데요, 경제 규모로 인해 수출입화물 규모가 압도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싱가포르가 이와 같은 대형 항만을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은 크게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환적화물입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싱가포르 인근의 동남아 국가들에는 대형항만이 없습니다. 작은 선박으로 인근 국가간 무역을 하는데는 무리가 없지만, 유럽, 아메리카 등을 오가기 위해서는 환적이 필수입니다. 바로 이 환적의 중심지가 싱가포르인 것입니다.
과거 부산항이 상당 기간 세계 5위 항만의 지위를 지킨 것 역시 전체 화물의 절반을 차지하는 환적화물의 영향이 컸습니다. 일본의 대형 항만 부족, 중국의 카보타지 규제 등으로 인해, 동북아 국가들로 향하는 물량은 부산을 경유하는 것이 이득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중국의 대형 항만들의 성장과 규제 변경으로 인한 중국 직기항 증가, 머스크, 하파그로이드 등 원양 컨테이너 선사들의 운영 정책 변화 등이 부산의 환적화물 감소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극항로가 활성화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부산이라는 것이 가진 지정학적 이점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고, 항로의 변경이 주는 이점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부분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8) 극지 해양 기자재와 연계된 원스톱 서비스
싱가포르가 세계 2위 항만을 보유한 두번째 원인은 해운의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항만이기 때문입니다. 환적이라는 지리적 이점에 더해, 싱가포르는 선박의 급유, 유지, 보수 등을 한 번에 제공하는 클러스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북극항로를 해양수도 부산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막연한 지리적 이점에 기대기 보다는 한국의 앞선 조선 기술을 활용한 해양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쇄빙선 등 극지 해양 기술에 대한 부분은 분명히 한국에 강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박은 화물이 있는 곳이 기항을 하며, 유지보수를 위해 기항을 합니다. 싱가포르는 이 화물과 유지보수를 한 곳에 집적해 선박들을 유인한 것입니다. 아쉽게도 부산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환적화물에도 유지보수에도 강점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러나 북극항로가 활성화된다면, 북극항로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유지보수 사유가 있을 것이고 그 부분을 활용해서 선박의 기항을 유도, 해양의 부흥을 도모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9) 그런데 정부는?
글이 자꾸 길어져서 이만 1편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제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명시적으로 표현을 하자면 ‘북극항로는 해양수도 부산을 위해 활용될 여지가 있지만, 그 가능성은 제한적이다’입니다. 그에 비해 현재 언론 등에서는 너무 과도하게 북극항로 만능론을 펼치는 것 같아 우려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우려가 되는 것은 그로 인해 추진하는 정책들이 오히려 해양수도 부산을 위한 방향과 반대되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근시일 내 2편에서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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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특검, 부동산 대책 등 최근 이재명 정부의 행보는 매우 파격적이며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른바 ‘효능감’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명암이 있듯이 약간의 우려가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부분은 부산을 해양수도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부산을 해양수도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부산을 해양수도로 만들겠다며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해양수산부 등 정부 기관과 해운기업, 금융이 부산에 모여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부분입니다.
1편에서는 북극항로란 무엇인가, 과연 우리에게 어떤 기회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2편에서는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성이 과연 우리의 기회를 잡기 위해 적절한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1> 북극항로
해양수도 부산을 이야기하면서 가장 많이 내세우는 말이 북극항로 시대를 대비해야 하며 부산이 동북아 항만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뜻 들으면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것 같고, 우리가 무언가를 급하게 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1) 북극항로는 무엇인가?
북극항로는 북극해를 통과하는 해상운송 경로인데요, 현재는 이용이 불가능한 항로이지만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리면 대략 2030년 무렵에는 상업적 이용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습니다.
북극항로를 통하면 극동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거리가 약 30~40% 줄어 든다고 합니다. 외교, 군사, 자원, 환경이 얽힌 전략공간이기 때문에 북극 영토를 보유하거나 북극해에 인접한 8개 국가(미국, 캐나다, 러시아, 덴마크(그린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가 외교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2) 북극항로의 불확실성: 환경보호와 경제성
북극항로의 불확실성은 아직 높습니다. 첫번째로 환경 문제입니다. 2050 탄소중립 등 전세계적으로 환경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드높아지는 가운데, 환경 보호와 완전히 반대되는 북극항로의 대중적 이용이 가능할 것인가는 분명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두번째로 경제성입니다. 북극항로는 동북아시아-유럽 이동에 강점이 있습니다. 서아시아-유럽은 기존의 항로가 훨씬 가까우며, 유럽-아메리카, 아메리카-아시아 운송에는 강점이 별로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강점은 거리가 가까워 시간과 연료가 덜 소모된다는 것인 것인데, 반대로 북극항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극지 운영에 특화된 선박 및 기자재가 필요하고 쇄빙선을 고용해야 하며, 러시아 등에 통행료를 내야 합니다. 1년 내 상시 운영이 불가능하고 하절기에 최대 6개월만 이용 가능하다는 것도 고려할 점입니다.
(3) 북극항로가 우리에게 주는 기회는?
그렇다면 북극항로는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일단 북극항로는 우리의 영토가 아니기 때문에 통행료를 받거나 하는 직접적 수익을 얻을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간접적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데요, 언론 등을 통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환적 항만으로 입지를 강화한다’는 것과 ‘극지 통항을 위한 선박/장비 등 기자재 생산’입니다.
특히, 부산 지역과 이해 관계가 있는 분들은 ‘환적 항만’으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부분이고 저희가 잡을 수 있는 기회이긴 합니다만, 부산이라는 지정학적 위치만 가지고 얻을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현재 해운업 구조에서, 북극항로가 활성화된다고 해서 부산항에 물동량이 늘어날 개연성이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4) 환적의 가능성: 벌크
해운업이라는 거대한 단어로 묶여 있지만, 사실 해운업은 화물, 운항방식, 운항지역 등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분야로 나눠지게 됩니다. 일단 가장 크게 나누자면 벌크와 컨테이너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둘은 판이한 사업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각 따로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해운업에서 벌크 분야는 철광석, 석탄, 곡물, 원유, 천연가스 등을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운반하는 것을 지칭합니다. 화물에 맞추어 선박의 종류가 정해지며* 고객 1명이 맡긴 대량의 화물을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 운송하는 일을 합니다.
* 철광선, 석탄: 건화물선 / 원유, 천연가스: 탱커 / 자동차, 대형화물: 특수선
벌크는 쉽게 이야기하면 전세버스 같은 것입니다. 고객의 요구에 맞추어 그때 그때 필요한 경로를 따라 운항을 합니다. 만약 북극항로가 열리면, 유럽과 동북아시아를 이동할 때 북극항로를 이용할 가능성도 있고, 북극해에 매장된 천연 자원을 이동하는데 주요한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포장되어 있지 않은 대량의 화물을 옮기는 벌크선에는 환적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벌크선이 기항하는 곳은 출발지와 도착지뿐이라는 것입니다. 동북아시아에서 북극항로를 이용해 유럽으로 향한다면, 출발지(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출발한 선박은 쉬지 않고 북극항로를 지나 유럽에 도착합니다. 반대로 유럽에서 출발한 벌크선은 도착지(한국, 중국, 일본 등)로 직항합니다.
결국 북극항로 활성화로 부산항에 추가로 벌크선이 기항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기존 수출입 물량을 운송할 때 운항 상의 이득을 볼 수 있겠지만, 이는 부산의 환적항만 지위 획득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득입니다.
(5) 이용의 가능성: 컨테이너
사실 환적이라는 것은 컨테이너 해운업에서 통용되는 개념입니다. 기차에 해당하는 거대한 선박으로 기차역에 해당하는 거대한 항만 간의 화물을 운송하면, 마을버스에 해당하는 작은 선박으로 버스 정류장에 해당하는 다양한 지역으로 화물을 운송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선박을 갈아타는 행위를 환적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기차에 해당하는 선박, 아시아-유럽-아메리카 등 대륙을 오가는 거대한 선박을 운영하는 것이 원양 컨테이너 해운업이고, 한.중.일.동남아 등 비교적 가깝고 작은 항만을 오가는 것을 연근해 컨테이너 해운업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컨테이너 분야에서 북극항로를 이용할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원양 컨테이너 해운사들입니다. 그런데 MSC, 머스크, CMA CGM 같은 세계 1~3위 원양 컨.선사는 물론 국내 원양 컨.선사인 HMM도 북극항로 이용 계획이 없다고 합니다. 이는 컨테이너 해운업의 특성과 북극항로의 특성이 완전히 반대되기 때문입니다.
앞서 벌크선은 전세버스처럼 운영이 된다고 했는데, 이와 비교하면 컨테이너선은 무궁화호처럼 운영이 됩니다. 정해진 항로를 가지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선박이 운영 되며, 다양한 기항지를 들리면서, 규격화된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며 수익을 얻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박의 대형화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 비용을 절감합니다.
물류 대란으로 인한 운임 폭등 같은 이상 상황이 아닌 이상, 대형 선박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사업구조이며, 이를 위해 원양 컨테이너 선사들을 전세계 주요 항만에 영업/운영 조직을 갖추어 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북극항로는 1년에 최대 6개월 정도 이용이 가능하기에 정기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만약에 억지로 북극항로를 이용한다면 6개월마다 항로를 바꾸어야 하는 것인데 이게 가능하려면 북극항로를 통해 얻는 경제적 이득이 6개월마다 항로를 바꾸는 손해를 상회해야 할 것입니다.
다양한 기항지를 기항해야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통상적으로 동북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경우 부산을 출발해 중국, 동남아 국가 등을 거쳐 수에즈 운하를 통해 유럽으로 향합니다. 여러 기항기를 거치며 기항지마다 수천개의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것인데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기항할 곳이 없어집니다. 그러면 동남아에서 출발해 부산을 거쳐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되지 않게냐고요? 북극항로가 가진 거리의 강점이 사라지면 이용할 이유가 없어지겠죠.
(6) 수에즈로 갈 컨테이너 선박이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위에서 말씀드린 요인을 전부 무시하고, 대형 컨테이너선들이 북극항로를 이용한다면?
그러면 부산항의 환적화물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습니다. 컨테이너 화물은 크게 수출입화물과 환적화물로 나뉘는데요, 수출입화물은 출발도착지가 그 나라에 해당하는 경우이고 환적화물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기차에서 마을버스로 갈아타는 화물을 뜻합니다.
선박은 대형화될수록 효율이 좋아지기 때문에 먼 거리를 갈수록 대형 선박을 이용합니다. 그런데 대형선은 작은 항만에 기항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대형선으로는 먼 거리를 가면서 대형 항만에 들리고, 대형 항만에선 작은 선박으로 이동하는 것이죠. 한국에는 내륙 해상 운송의 개념이 희박하지만, 해상 운송은 대량의 화물을 값싸게 운송할 수 있는 수단이라 위와 같은 방법이 일반적입니다.
만약에 북극항로를 대형 컨테이너선으로 이동한다면, 그 선박이 부산항에 화물을 내려 놓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극항로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진 비싼 선박을 부산 이후의 일반 항로에 투입하는 것보다, 부산항에서 유럽으로 회항하는 것이 경제적이니까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부산항의 환적화물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1년 중 6개월만 이용가능하다는 점에 더해 북극항로의 수심이 대형 컨테이너선 운항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 등이 이 시나리오의 현실 가능성이 대폭 떨어뜨리게 됩니다.
벌크 해운업에는 환적이라는 개념이 매우 희박하며, 환적이 활성화된 컨테이너 해운업은 북극항로를 이용할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그렇다면 북극항로는 우리에게 기회가 아닐걸까요? 만약에 북극항로가 개장되어 다른 나라들이 이득을 얻게 되면, 우리는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할까요?
(7) 북극항로 시대, 부산이 동북아 중심 환적항만이 되기 위해서는?
세계 주요 컨테이너 항만 순위에는 중국 항만이 대거 포진되어 있습니다. 연간 5000만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상해항을 시작으로 닝보, 선전, 광주, 청도 등 중국의 대형 항만들이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공산품을 수출하는 길목이니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이 2위 싱가포르와 6~7위 부산입니다. 특히 싱가포르는 인구 590만명의 도시 국가이면서도 1년에 3900만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대형 항만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부산의 연간 2300만개를 아득히 넘어서는 수치인데요, 경제 규모로 인해 수출입화물 규모가 압도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는 싱가포르가 이와 같은 대형 항만을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은 크게 2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환적화물입니다.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싱가포르 인근의 동남아 국가들에는 대형항만이 없습니다. 작은 선박으로 인근 국가간 무역을 하는데는 무리가 없지만, 유럽, 아메리카 등을 오가기 위해서는 환적이 필수입니다. 바로 이 환적의 중심지가 싱가포르인 것입니다.
과거 부산항이 상당 기간 세계 5위 항만의 지위를 지킨 것 역시 전체 화물의 절반을 차지하는 환적화물의 영향이 컸습니다. 일본의 대형 항만 부족, 중국의 카보타지 규제 등으로 인해, 동북아 국가들로 향하는 물량은 부산을 경유하는 것이 이득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중국의 대형 항만들의 성장과 규제 변경으로 인한 중국 직기항 증가, 머스크, 하파그로이드 등 원양 컨테이너 선사들의 운영 정책 변화 등이 부산의 환적화물 감소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극항로가 활성화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부산이라는 것이 가진 지정학적 이점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고, 항로의 변경이 주는 이점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부분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8) 극지 해양 기자재와 연계된 원스톱 서비스
싱가포르가 세계 2위 항만을 보유한 두번째 원인은 해운의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항만이기 때문입니다. 환적이라는 지리적 이점에 더해, 싱가포르는 선박의 급유, 유지, 보수 등을 한 번에 제공하는 클러스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북극항로를 해양수도 부산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막연한 지리적 이점에 기대기 보다는 한국의 앞선 조선 기술을 활용한 해양 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쇄빙선 등 극지 해양 기술에 대한 부분은 분명히 한국에 강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선박은 화물이 있는 곳이 기항을 하며, 유지보수를 위해 기항을 합니다. 싱가포르는 이 화물과 유지보수를 한 곳에 집적해 선박들을 유인한 것입니다. 아쉽게도 부산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환적화물에도 유지보수에도 강점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러나 북극항로가 활성화된다면, 북극항로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유지보수 사유가 있을 것이고 그 부분을 활용해서 선박의 기항을 유도, 해양의 부흥을 도모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9) 그런데 정부는?
글이 자꾸 길어져서 이만 1편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제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명시적으로 표현을 하자면 ‘북극항로는 해양수도 부산을 위해 활용될 여지가 있지만, 그 가능성은 제한적이다’입니다. 그에 비해 현재 언론 등에서는 너무 과도하게 북극항로 만능론을 펼치는 것 같아 우려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우려가 되는 것은 그로 인해 추진하는 정책들이 오히려 해양수도 부산을 위한 방향과 반대되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은 근시일 내 2편에서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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