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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쓰는 그거, 100년 후엔 ‘21세기 석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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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식의 배신, 석면의 두 얼굴

역사는 종종 우리에게 서늘한 농담을 건넨다. 한때 인류가 "신의 선물"이라 부르며 열광했던 물질이, 다음 시대에는 "악마의 먼지"라 불리며 공포의 대상이 되는 식이다. 그 가장 극적인 주인공이 바로 석면(Asbestos)이다. 지금 우리에게 석면은 피해야 할 1급 발암물질이지만,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석면은 진보와 안전의 상징이었다.

석면이 추앙받았던 이유는 명확했다. 불에 타지 않는 강력한 내화성, 열과 전기를 차단하는 탁월한 절연성, 화학적으로 안정적인 내구성. 심지어 섬유처럼 가공할 수 있는 유연함까지 갖추고도 값싸고 풍부했다. 산업혁명의 거대한 톱니바퀴는 석면이라는 든든한 방화벽 위에서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뜨거운 증기 파이프를 감싸고, 공장의 지붕을 덮고,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만들며 석면은 20세기 문명을 떠받치는 조용한 영웅이었다. 당시 사람들에게 석면을 사용하는 것은 "합리성" 그 자체였다. 눈앞의 명백한 위험인 "불" 앞에서, 보이지 않고 증명되지 않은 위험을 거론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우려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석면의 보이지 않는 바늘은 수십 년의 잠복기를 거쳐 무수한 사람들의 폐를 찔렀다. 영원할 것 같던 기적은 영원한 고통이 되어 돌아왔다. 오늘날 우리는 석면으로 뒤덮인 낡은 건물을 보며 "어떻게 저런 미개한 짓을 할 수 있었을까?"라고 쉽게 말한다. 그러나 이는 현재의 지식으로 과거의 무지를 재단하는 오만일 수 있다. 그 시대의 사람들도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로 최선의 선택을 했던 것이다.
석면의 비극은 단순한 과거사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며,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지금 우리가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것들 중, 미래 세대가 "21세기의 석면"이라 부를 것은 무엇인가?" 우리 시대의 가장 빛나는 상식 또한 언젠가는 처참한 무지로 기록될 수 있다는 서늘한 가능성 말이다.

2. "안전"이라는 이름의 신기루, 그리고 몇 가지 의심

미래의 위험 물질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들은 어떤 특징을 가질까? 석면의 역사에서 우리는 몇 가지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압도적인 유용성: 너무나 편리하고 효과적이어서, 그 물질 없이는 현대 생활을 상상하기 어렵다.
단기적 무해성: 즉각적인 독성이나 반응이 없어, "안전하다"는 믿음을 공고히 한다.
축적 및 불분해성: 환경이나 인체에 서서히, 그리고 돌이킬 수 없이 쌓인다.
은밀한 노출: 미세한 입자 형태로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일상에 침투한다.

이러한 렌즈로 우리 시대를 들여다보면, 몇 가지 불안한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이 글은 특정 물질의 유해성을 단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가진 "믿음"이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몇 가지 사고 실험을 제안하고자 한다.

하나의 예시로서, 우리가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물질 중 하나인 실리콘을 가정해 보자. 오해는 말자. 이는 실리콘이 유해하다는 주장이 아니라, 우리의 "믿음"을 성찰하기 위한 상상이다. 우리는 플라스틱의 환경호르몬 공포를 피해 실리콘이라는 "안전한 항구"에 도착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상상해 보자. 우리가 아기의 건강을 위해 실리콘 젖병을 뜨거운 물에 삶고, 거친 솔로 빡빡 문질러 닦을 때마다, 우리 눈에는 결코 보이지 않는 나노 크기의 실리콘 입자들이 떨어져 나와 분유에 섞여 들어간다면? 물론 이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는 상상이지만, 과학자들은 이미 플라스틱이 마모되어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하는 것처럼, 이 세상에 물리적인 마모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운 고분자 물질은 없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만약 이 보이지 않는 입자들이 독성을 일으키는 대신, 우리 몸의 면역 세포에 안개처럼 달라붙어 서로의 신호를 방해하는 "소음"으로 작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수십 년 후, 원인 모를 면역력 저하의 원인을 찾던 후손들은, 우리가 가장 안전하다고 믿으며 아이의 입에 물렸던 바로 그 물질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경악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의심의 스펙트럼은 더 넓게 펼쳐질 수 있다. 우리가 매일 입고 세탁하는 합성섬유 옷은 어떤가? 세탁기가 돌아갈 때마다 수십만 개의 미세플라스틱 섬유가 강과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결국 먹이사슬을 통해 우리 식탁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편리함을 위해, 사실상 우리가 마실 물에 스스로 플라스틱을 뿌리고 있는 셈이다. 잠들기 직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의 LED 빛은 또 어떤가? 지금은 그저 "블루라이트가 수면에 방해된다"는 정도로 이야기되지만, 수백만 년간 자연광에 적응해 온 인류의 뇌가 이토록 강렬하고 인공적인 빛의 파장에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노출되었을 때 어떤 장기적인 변화를 겪게 될지, 우리는 아직 아는 바가 거의 없다.

3. 의심의 가치, 미래를 향한 우리의 책임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글은 불안을 조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실리콘, 합성섬유, LED가 미래의 석면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대상이 아니라, 우리의 "태도"이다. 석면의 교훈은 특정 물질의 위험성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 지식의 유한성과 시대적 상식의 맹점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지금의 과학이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현재까지 알려진 위험이 없다"는 뜻이지, "미래에도 영원히 위험이 없을 것"이라는 보증수표가 아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배워야 할 것은, 현재의 상식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겸손함이다. "왜 이것이 안전하다고 하는가?", "장기적으로는 어떤 영향이 있을 수 있는가?",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편리함과 효율성, 단기적인 안전이라는 달콤함에 취해 비판적인 사고를 멈추는 순간,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또 다른 "석면"을 물려주는 과오를 저지를 수 있다.

지금 당신의 주방에, 당신의 옷장에, 당신의 아이 방에 놓인 물건들을 둘러보라. 그중 미래 세대가 "어떻게 저런 걸 썼을까?"라며 혀를 내두를, 당신 시대의 "석면"은 과연 무엇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야말로, 과거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우리 세대의 가장 중요한 책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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