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별법(주 52시간제 예외)의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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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분기, SK 하이닉스가 D램 점유율 1위를 차지합니다. 삼성전자가 33년 동안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시장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결과 입니다. 대한민국 전체로 봤을 때 그나마 다행인 점은 삼성전자의 1위 자리를 뺏은 SK 하이닉스도 한국 회사라는 점입니다. 만약 마이크론 혹은 다른 중국업체에게 자리를 내줬을 경우를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국가 주요 핵심 산업 중 하나인 반도체 산업에서의 근간이 흔들릴 뻔 하였습니다.
삼성전자발 위기로 인해 슬금슬금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인 "반도체 특별법" 입니다. 반도체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전폭 지원한다는 법안으로, 여러가지 항목 중 일반 대중들에게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근무 시간"에 대한 내용일 것입니다. 반도체 연구 개발 인력들은 주 52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할 수 있도록 근무시간 제한을 해제한다는 내용입니다. 자동화 공장이다, AI다 하는 현 시대에 과연 인력들의 오랜 근무시간으로 생산성 향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먼저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살펴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반도체는 크게 설계와 제조로 나뉩니다. 이 중 국내 업체들이 강세를 띄는 분야는 제조 분야입니다. 반도체 제조는 허허벌판에 건물을 올리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실리콘 웨이퍼라는 평평한 기판에 수 백번 물질을 쌓고, 깎아내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제품을 완성시킵니다. 반도체 제조가 어려운 이유는 큼직큼직해서 진행 과정이 실시간으로 눈으로 확인되는 건축 과정과는 다르게, 나노미터 단위로 이루어 지기 때문에 공정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물질을 쌓아올리는 과정에서 어디가 무너지지는 않았는지 육안으로 확인이 불가능 하다는 점입니다. 또한 모든 작업을 설비가 하는 것도 어려운 점 중 하나 입니다. 단순하게 어디 한 부분을 깎아내고자 하여도 원하는 형태로 깎기 위해서는 정교한 설비 세팅이 필요합니다. 이 단순한 작업 하나에도 많게는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합니다. 또한 자재 투입부터 완성까지 길게는 반년 이상 걸리는 제품 특성상 실험한 결과를 제때 확인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길이 맞는 길이라 생각해서 생산을 진행했는데, 수 개월 후 생산해서 나온 완성칩에서 불량이 발생한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물론 현장에서는 이러한 특성에 대비하여, 여러가지 대안을 가지고 실험을 병렬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즉, 모든 작업이 아무리 해외 최고 명문대 박사 학위자들이라 할 지라도 여태까지 본 적도, 가본 적도 없는 길들을 걸어야 합니다. 뉴스에 나오는 공장 내부만 보면 아직도 사람이 직접 조립하는 자동차 공장에 비하면 무인에 가깝기 때문에 "최첨단"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그 실상은 수 많은 인력, 시간, 웨이퍼를 투입해서, 많이 실험해보고, 중간에 많이 확인해 가면서 할 수 밖에 없는, 석박사들이 하는 노가다에 가까운 산업입니다.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더욱 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보면 오랜 근무시간은 분명 반도체 제조 산업에 생산성 향상 효과가 있어 보입니다.
그 효과를 제대로 본 회사가 바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압도적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입니다. 2014년 삼성전자가 14나노 공정으로 TSMC의 기술 리더쉽에 압박을 가하자, TSMC는 "나이트호크 프로젝트"를 시행합니다. 저녁조, 야간조 연구개발 인력들을 편성하여 24시간 동안 개발 공백을 없애 속도를 높였던 프로젝트 입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가동을 유지하고 있고, 연구 개발 인력들도 야간/주말 근무를 하고 있지만 이런 취약 시간대에는 주니어 급 엔지니어들 위주로 편성되어 "현상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만약 새벽에 심각한 불량이 발생했다면, 다음 날 오전에 시니어 급들이 의사결정을 하기 전까지 그 공정과 웨이퍼는 일단 홀드상태로 해놓는 것입니다. 그만큼 개발 진행이 몇 시간 지연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오후조, 야간조에도 이러한 시니어 급 엔지니어들을 편성할 수 있다면 당연히 개발 속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회사에 다니는 임직원들은 아무도 고생하기를 원치 않습니다. 특히 공부를 많이한 박사급 인력들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가 대학을 졸업하고 학위를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더 쾌적한 환경에서 시간 대비 높은 임금을 받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저녁조, 야간조로 편성되어 작업자들과 통근 버스를 타고 컴컴한 밤에 몇 명 없는 공장으로 출근하기 위해서 명문대/해외대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교대근무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신체적 고생일 뿐더러, 대부분 사람들이 영위하는 사회 생활, 가정과의 단절을 의미합니다. 그럼 TSMC는 어떻게 개발 방향에 대한 의사 결정 및 불량 해결을 할 수 있는 박사급 인력들을 어떻게 야간에 출근하도록 유도할 수 있었을까요?
비결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돈" 입니다. 대만의 린홍원이 쓴 책인 "TSMC, 세계 1위의 비결"이란 책을 보면, TSMC는 나이크호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저녁조에는 연봉의 15%, 야간조에는 연봉의 30%를 추가 지급하였으며, 연말 성과급도 50%를 추가 지급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야간 근무시에는 본인 시급의 50% 정도를 추가 지급 받고 있지만, 이것은 국가의 근로기준법에 따른 것으로 대만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규모의 추가 지급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TSMC의 추가 수당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야간 수당 외 회사 차원에서 추가 지급한 것으로 보이며, 이쯤되면 사람에 따라서 열악한 근무 환경인 저녁조, 야간조로도 근무를 선호할 수 있는 충분한 동기가 되어 보입니다.
결론은 반도체 연구 개발 인력이 오랜 시간 동안, 취약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은 산업의 특성상 분명 효과가 있습니다. 그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당연히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합니다. 국가에서 현재 법적으로 정한 야간 근무 수당외에 회사 차원이던, 국가에서 새로 제정하던 추가 보상을 해야 합니다. 적절한 보상만 있다면 아직도 희생해서 많은 돈을 버는 것이 훌륭한 가장으로 여겨지는 우리나라의 문화 특성상 많은 인력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동기가 있을 것입니다. 핵심 연구 개발 인력이 오랜 시간 동안 밤낮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현상 유지를 기대 하는 것이 아닙니다. 새벽 1시에도 공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근무자들이 치열하게 토론하고, 고민하며, 리스크를 안고 의사결정을 내려 아침이 오기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충분한 보상 없이 단순히 52시간 이상 일을 하라고 한다면, 60시간을 일하던, 80시간을 일하던 근무시간은 늘어도 그 효율은 절대 늘어나지 않을 것입니다(근무자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보상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이 단순히 근무 시간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논의가 되는 것은 핀트가 단단히 어긋난 것입니다.
더 이상 값싸게 사람을 갈아서 물건을 만드는 시대가 아님에도, 우리나라의 정치, 기업인들은 아직도 이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는 우리나라가 경쟁하는 회사들이 너무 막강하며, 만들고자 하는 제품들이 너무 난이도가 너무 높습니다.
삼성전자발 위기로 인해 슬금슬금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인 "반도체 특별법" 입니다. 반도체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전폭 지원한다는 법안으로, 여러가지 항목 중 일반 대중들에게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근무 시간"에 대한 내용일 것입니다. 반도체 연구 개발 인력들은 주 52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할 수 있도록 근무시간 제한을 해제한다는 내용입니다. 자동화 공장이다, AI다 하는 현 시대에 과연 인력들의 오랜 근무시간으로 생산성 향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요?
먼저 반도체 산업의 특성을 살펴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반도체는 크게 설계와 제조로 나뉩니다. 이 중 국내 업체들이 강세를 띄는 분야는 제조 분야입니다. 반도체 제조는 허허벌판에 건물을 올리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실리콘 웨이퍼라는 평평한 기판에 수 백번 물질을 쌓고, 깎아내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제품을 완성시킵니다. 반도체 제조가 어려운 이유는 큼직큼직해서 진행 과정이 실시간으로 눈으로 확인되는 건축 과정과는 다르게, 나노미터 단위로 이루어 지기 때문에 공정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물질을 쌓아올리는 과정에서 어디가 무너지지는 않았는지 육안으로 확인이 불가능 하다는 점입니다. 또한 모든 작업을 설비가 하는 것도 어려운 점 중 하나 입니다. 단순하게 어디 한 부분을 깎아내고자 하여도 원하는 형태로 깎기 위해서는 정교한 설비 세팅이 필요합니다. 이 단순한 작업 하나에도 많게는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합니다. 또한 자재 투입부터 완성까지 길게는 반년 이상 걸리는 제품 특성상 실험한 결과를 제때 확인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길이 맞는 길이라 생각해서 생산을 진행했는데, 수 개월 후 생산해서 나온 완성칩에서 불량이 발생한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물론 현장에서는 이러한 특성에 대비하여, 여러가지 대안을 가지고 실험을 병렬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즉, 모든 작업이 아무리 해외 최고 명문대 박사 학위자들이라 할 지라도 여태까지 본 적도, 가본 적도 없는 길들을 걸어야 합니다. 뉴스에 나오는 공장 내부만 보면 아직도 사람이 직접 조립하는 자동차 공장에 비하면 무인에 가깝기 때문에 "최첨단"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그 실상은 수 많은 인력, 시간, 웨이퍼를 투입해서, 많이 실험해보고, 중간에 많이 확인해 가면서 할 수 밖에 없는, 석박사들이 하는 노가다에 가까운 산업입니다. 규모가 큰 회사일수록 더욱 잘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보면 오랜 근무시간은 분명 반도체 제조 산업에 생산성 향상 효과가 있어 보입니다.
그 효과를 제대로 본 회사가 바로 파운드리 시장에서 압도적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입니다. 2014년 삼성전자가 14나노 공정으로 TSMC의 기술 리더쉽에 압박을 가하자, TSMC는 "나이트호크 프로젝트"를 시행합니다. 저녁조, 야간조 연구개발 인력들을 편성하여 24시간 동안 개발 공백을 없애 속도를 높였던 프로젝트 입니다. 우리나라의 모든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가동을 유지하고 있고, 연구 개발 인력들도 야간/주말 근무를 하고 있지만 이런 취약 시간대에는 주니어 급 엔지니어들 위주로 편성되어 "현상 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만약 새벽에 심각한 불량이 발생했다면, 다음 날 오전에 시니어 급들이 의사결정을 하기 전까지 그 공정과 웨이퍼는 일단 홀드상태로 해놓는 것입니다. 그만큼 개발 진행이 몇 시간 지연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오후조, 야간조에도 이러한 시니어 급 엔지니어들을 편성할 수 있다면 당연히 개발 속도는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회사에 다니는 임직원들은 아무도 고생하기를 원치 않습니다. 특히 공부를 많이한 박사급 인력들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가 대학을 졸업하고 학위를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더 쾌적한 환경에서 시간 대비 높은 임금을 받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저녁조, 야간조로 편성되어 작업자들과 통근 버스를 타고 컴컴한 밤에 몇 명 없는 공장으로 출근하기 위해서 명문대/해외대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교대근무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신체적 고생일 뿐더러, 대부분 사람들이 영위하는 사회 생활, 가정과의 단절을 의미합니다. 그럼 TSMC는 어떻게 개발 방향에 대한 의사 결정 및 불량 해결을 할 수 있는 박사급 인력들을 어떻게 야간에 출근하도록 유도할 수 있었을까요?
비결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돈" 입니다. 대만의 린홍원이 쓴 책인 "TSMC, 세계 1위의 비결"이란 책을 보면, TSMC는 나이크호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저녁조에는 연봉의 15%, 야간조에는 연봉의 30%를 추가 지급하였으며, 연말 성과급도 50%를 추가 지급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야간 근무시에는 본인 시급의 50% 정도를 추가 지급 받고 있지만, 이것은 국가의 근로기준법에 따른 것으로 대만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규모의 추가 지급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TSMC의 추가 수당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야간 수당 외 회사 차원에서 추가 지급한 것으로 보이며, 이쯤되면 사람에 따라서 열악한 근무 환경인 저녁조, 야간조로도 근무를 선호할 수 있는 충분한 동기가 되어 보입니다.
결론은 반도체 연구 개발 인력이 오랜 시간 동안, 취약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일을 하는 것은 산업의 특성상 분명 효과가 있습니다. 그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당연히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합니다. 국가에서 현재 법적으로 정한 야간 근무 수당외에 회사 차원이던, 국가에서 새로 제정하던 추가 보상을 해야 합니다. 적절한 보상만 있다면 아직도 희생해서 많은 돈을 버는 것이 훌륭한 가장으로 여겨지는 우리나라의 문화 특성상 많은 인력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동기가 있을 것입니다. 핵심 연구 개발 인력이 오랜 시간 동안 밤낮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현상 유지를 기대 하는 것이 아닙니다. 새벽 1시에도 공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근무자들이 치열하게 토론하고, 고민하며, 리스크를 안고 의사결정을 내려 아침이 오기전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충분한 보상 없이 단순히 52시간 이상 일을 하라고 한다면, 60시간을 일하던, 80시간을 일하던 근무시간은 늘어도 그 효율은 절대 늘어나지 않을 것입니다(근무자들이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보상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이 단순히 근무 시간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논의가 되는 것은 핀트가 단단히 어긋난 것입니다.
더 이상 값싸게 사람을 갈아서 물건을 만드는 시대가 아님에도, 우리나라의 정치, 기업인들은 아직도 이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는 우리나라가 경쟁하는 회사들이 너무 막강하며, 만들고자 하는 제품들이 너무 난이도가 너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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