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모두가 튈 준비가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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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말체인 점 양해바랍니다.
나스닥, 모두가 튈 준비가 되어있다
최근 몇시즌째 나스닥 실적 시즌마다 반복되는 (심지어 갈수록 더 강화되는) 기이한 현상이 있다. 과거에는 나스닥 투자자들이 M7이라고 불리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에 골고루 주목했다. 하지만 현재는 다르다. 언제부터인가 실적 시즌만 되면, 상대적으로 다른 빅테크 실적보다 엔비디아 실적에 시장의 초점이 집중되는 기현상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물론 MS나 애플, 구글 등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도 여전히 시장이 중요하게 지켜본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일의 분위기는 마치 결전을 앞둔 "지구 최후의 날"을 보는 듯하다. 모든 언론부터 시장 참여자들까지, 모두가 마치 짠것처럼 "젠슨 황의 입"만을 바라본다. 과연 엔비디아의 실적이 비트할지, 쇼크(미스)일지. 이것에 나스닥의 미래가 달린 것처럼 시장이 온신경을 집중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 AI 인프라 투자와 수요가 더 성장할지, 둔화될지를 알려주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가 바로 엔비디아의 실적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어닝 쇼크는 곧 미국 AI 인프라 산업의 침체 시그널로 시장에 받아들여질 수 있다.
엔비디아 제국이 만들어 낸 명과 암
사실 고금리, 고인플레이션, 국가부채(재정적자) 문제 등 최근 몇년간의 미국의 경제상황에 비추어 보면 나스닥은 이미 진작에 하락장을 경험했어도 이상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한 나스닥을 멱살 잡고 끌어올린 모멘텀이 바로 AI라는 새로운 미래 산업이다. 대내외적으로 불안정한 경제 상황에서도 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 하나로 미국 경제의 그늘진 문제들과 불안요소들이 가려졌다.
하지만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넘어오면서 시장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2024년까지는 엔비디아의 호실적이 시장의 환호와 함께 증시를 멱살잡고 끌어올렸다면, 2025년에는 엔비다아의 호실적이 벼랑 끝의 나스닥을 멱살잡고 버티게 해주는 느낌이 강하다. 2024년까지의 엔비디아의 실적이 환호를 주었다면 2025년의 엔비디아의 실적에 대한 반응은 환호보다는 "안도"에 가깝다. 그렇다면 2026년의 엔비디아 실적은 시장에 어떤 시그널을 주게될까?
파티가 끝나고 난 뒤
2025년 6월 현재 나스닥 지수는 1만9천을 넘나든다. 그리고 최근 몇년간의 나스닥 불장은 많은 투자자들에게 큰 수익을 안겨주었다. 여전히 미장은 탄탄해보이고 아직 파티는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예전과 달라진 풍경들이 점점 보인다. 이제는 모두들 슬금슬금 서로의 눈치를 보며 파티장 출구 앞을 서성이고 있는 느낌이다. 실적 시즌마다 파티장 출구 주변을 서성이다가 엔비디아의 실적이 확인되면 모두가 파티장 중앙으로 다시 몰려와 안도의 건배를 나눈다. 그러다가 또 실적 시즌이 되면 약속이나 한듯 슬금슬금 파티장 출구를 서성거린다. 한마디로, 모두가 튈 준비가 되어있다. 내가 보는 현재의 나스닥은 그렇다.
이제부터 잠깐 잠깐의 나스닥 조정은 진입 기회가 아니라 호구 모집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앞으로 혹시 예상을 뒤엎는 뜨거운 추가 랠리가 출현된다면 그건 파티의 피날레를 향한 질주일 수 있다. 올 하반기나 내년쯤으로 예상되는 연준의 금리 인하는 일시적인 시장의 환호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 예정된 환호가 나는 꺼림칙하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지수에 상당 부분 녹아있다. 실제로 금리 인하가 실행되는 순간 환호는 잠깐일 뿐 시장은 또다른 국면으로 진입하지 않을까? 나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나스닥에 단기 호재이자 장기 위험 신호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금리 인하는 시장을 구원할 수 있을까
현재 연준은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데이터와 견조한 고용 지표 속에서도 계속 금리를 동결시키고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불러일으킨 기대인플레이션이 주요 원인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느 순간 연준이 금리 인하를 결정한다는 건 그만큼 실업률과 고용 데이터, 소비지수 등 실물 경기에서 유의미한 침체의 조기 신호를 발견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즉, 금리 인하가 실제로 실행되는 순간, 그 자체가 경기 침체 초입의 시그널로 시장에 해석될 여지도 충분히 존재한다. 만약 이렇게 될 경우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타이밍이 너무 늦었다"는 "금리 인하 실기(失期)론"에 휩싸일 수도 있다. 짧은 환호 끝에 길고 어두운 터널이 드리워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지금과 같은 시기에 발표되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주식시장의 대세 상승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지는 않을까?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촉발시킨 고인플레이션 우려와 맞물린 2025 ~ 2026년의 금리 인하는 어떤 형태로든 고육지책에 가까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연준의 금리 인하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금리 인하 여부나 시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미국 경제의 펀더멘탈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금리 인하라는 재료가 소멸되고 엔비디아의 실적에 명확한 둔화의 시그널이 나타나는 시기가 되면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 그때는 트럼프의 입도, 파월의 정책도 그무엇도 쉽사리 시장을 구원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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