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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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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상 존대말은 생략했습니다.


:: 회피와 기회 ::

각 학문에는 피하는 것이 있다. 진리가 아니어서 피하는게 아니고, 유용하지 않아서 피하는 것도 아니다. 다루기 까다롭기 때문에 피한다.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피한다. 아예 무시할 수도 있고, 간단한 설명으로 묻어둘 수도 있다.

예를들어 컴퓨터 과학에서는 볼츠만머신에서 제한 볼츠만머신으로 가는 과정에서 회피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볼츠만머신에 층이 둘 주어지면, 수직연결과 수평연결이 모두 있다. 그러나 연결이 너무 많아 다루기 까다롭기 때문에, 수평연결을 제거한다. 그리고 그 연결구조가 DNN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데 그 회피했던 게 다시 극복되니, 트랜스포머*다. 트랜스포머는 수평연결을 일부 복원하는데 그게 바로 셀프어텐션이다. (* ex. ChatGPT, Gemini, Claude)

즉 과거에 회피했던 것에 혁신의 기회가 있다. 이를 극복하면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 — 회피를 통해 발전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그 성공에 도취되어서, 회피 관성을 강력히 갖게 되고, 그로인해 정체될 수 있다.

설명에 있어서 중간과정을 생략하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어차피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문제를 어떻게 푸는지 알려주는데, 20줄이 필요하지 않다. 10줄이면 족하다. 어떤 이에게는 5줄만 써줘도 알 것이다.

그러나 또다른 이유가 있으니, 중간과정을 설명하기 까다롭기 때문이다. 대개 학자들은 중간과정을 잘 모를 경우, 그걸 가급적 단순화해서 설명한다. 심지어 중간과정이 없다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즉 불연속적으로 일어난다고 여기는 것이다. 정말로 그렇게 믿는 경우도 있고, 그게 아닌 걸 알지만 그렇게 간주하는 경우도 있다. 전혀 시간간격 없이 순식간에 일어나는지는 측정 불가능하다. 인간은 무시간을 측정할 수 없다.

중간과정을 설명하지 않기 위해 쓰는 것 중 특별한 하나는 점이라 할 수 있다. 크기를 가지면 중간과정을 설명하기 까다롭기 때문에, 점으로 간주한다. 전자의 크기는 정말 없는 걸까? — 크기가 없다고 해야 설명하기 편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무크기를 측정할 수 없다. 그건 간주한 것이거나, 간주한 것으로부터 도출된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논리철학논고 마지막 문장으로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를 썼다. 어떤 과학자는 이를 인용하면서, 과학자로서의 겸손을 이야기한다. 많은 일반인들은 과학을 과학주의로 접하지 않는다. 과학을 권위주의로 접한다. 즉 일반인이 과학을 믿는 것은, 직접 그 이론과 다른 가설들을 꼼꼼히 뜯어보고, 실험결과들을 철저히 검토한 결과가 아니다. 과학자가 이야기하니까 믿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학자가 말을 신중히 하는 건 필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자칫 그대로 믿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침묵이 꼭 좋은 결과만 낳는 건 아니다. 침묵은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 효과가 있다. 모른다는 것 자체가 좋은 정보가 되어서, 누군가 이에 도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모른다고 발언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이를 당연히 알겠거니 생각할 수 있다. 학자들이 무엇을 모르는지 말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그걸 말하면 권위가 깎여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권위의 효용 중 하나는 믿음이고, 다른 하나는 시간 절약이다. 어떤 나라의 학자들이 자국의 일반인들을 상대로 무엇을 모르는지 정성들여 말한다면, 이는 더욱 깊이있고 수준높은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거라 평가할 수 있다.

학자들은 논문을 낼 때에도, 실패한 것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런이런 가설적 시도를 했으나, 난관에 부딪혔고, 이런이런 점을 극복하지 못해서, 폐기했다. — 이런 말을 하지 않으며, 이런이런 조건에서 실험을 해봤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지 못했고, 그래서 폐기했다. —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이론과 실험에 있어서 실패에 대한 침묵이 있고, 이는 페이퍼가 간결해지는 장점은 있지만, 학문발전에 있어서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실패의 역사를 모르니, 이미 실패했는데 또 실패하게 될 것이다. 낭비라 할 수 있다. 또한 그 실패로부터 무언가 단서가 발견될 수 있는데, 다른 학자들은 그 단서를 알아차릴 수 없을 것이다. 실패는 공유되지 않고, 그저 실패자의 노하우로만 축적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논문과 책이 있어서, 실패한 것까지도 적으려면, 분량이 너무 많아지는 문제가 있다. 출판하기도 힘들고, 검토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만약 AI가 발전한다면 어떨까? — AI는 분량이 얼마나 되든간에, 실패한 것들까지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로부터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간과 그와 관련한 대화를 할 때, 그 점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회피한 것에 기회가 있고, 실패한 것에 단서가 있다.

이는 학문만이 아닐 것이다. 사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업가는 다른 사람들이 회피한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간파해야 한다. 그리고 그걸 자신이 해낼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그 판단이 확실성에 이르지 못했더라도, 직관적인 개연성일지라도, 이는 기업가가 새로운 도전을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은 회피했기 때문에, 이를 성공시키면, 이를 독점하게 될 것이고, 시장은 창조적 독점에 많은 보상을 하므로, 이는 커다란 가치가 있고, 따라서 아직 개연성에 불과하더라도 도전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그걸 회피한게, 해결하기 어려워서 피한게 아니라, 어차피 돈이 되지 않을 것이기에 피한 거라 말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의욕을 꺾을 것이다. 그의 말이 사실일 수 있다. 기업가에게 돈이 되지 않은 일에 도전하라고 말해서는 곤란하다. 기업가는 노동이나 투자를 통해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기 위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 — 회피한게 돈이 되지 않아서일 수 있다. 그러나 꼭 그런 건 아니다. 실은 큰 돈이 될 수 있는데, 여우의 신포도와 유사한 심리로, 어려우니 가치가 없다고 정신승리한 것일 수 있다. 그런데 누군가 그걸 해내면 수치스러우니 못 하게 말린 것일 수 있다. — 또한 일견 돈이 안 되는 듯 보이지만, 비즈니스를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따라서, 그걸 돈으로 만들 기회가 있는 것일 수 있다. 기업가라면 혁신을 돈으로 만드는 감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기술자에게는 그런게 필요없을지 몰라도, 기업가는 그 점이 핵심역량이라 할 수 있다.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를 떠올려보자. 기술자가 기업가와 함께 일하는 이유는, 자신이 이뤄낸 기술적 혁신을 돈으로 만들어내는 능력을 기업가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돈이 된다면 누군가가 이미 했을 것이고, 아무도 안 했으니 그건 돈이 안 될 것이다. — 이러한 생각에 반론을 일으키는게 바로, 그 문제의 난이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갖고 있는 회피감정이나 고정관념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다함께 정신승리하고 있는 것에도, 기회가 있을 수 있다.

단기간에 성공할게 확실한 연구가 있다고 해보자. 그건 곧 그 문제가 쉽다는 얘기이다. 쉬운 문제를 풀었는데, 그게 과연 돈이 될까? — 우리가 사용하는 과학기술은 A, B, C 세 개가 그 후보로 있을 경우, 가장 좋은 것만 선택하고 나머지는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어려운 문제에 도전해야 한다. 확률이 낮더라도, 많은 사람이 도전하면, 그중 일부는 성공할 것이고, 그로인해 막대한 부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 투자는 벤처 투자처럼 해야 한다. 과학기술은 수렵이지 농사가 아니다. —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으로 쉬운 문제가 가장 좋은 것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그게 가장 좋은 것이라면, 누가 먼저 했을 것이다. 쉬운 문제를 풀었더니 가장 좋은게 확보되는 경우는 오직 독점적인 프론티어에 있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내 앞에 아무도 없고, 내 옆에도 아무도 없고, 오직 나만 그걸 볼 수 있는 강력한 독점력을 이미 갖고 있었기 때문에, 얻어 걸린 것이다. 주워 가진 것이다. 그런 경우라면 알아서 챙길 테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어려운 문제를 찾고, 마치 그것에 광채가 나는 듯이 느껴야 한다. 사람들이 편견을 가지고 있을수록 더욱 그렇게 느껴야 한다. 사람들이 회피감정을 가졌을수록 더욱 그렇게 느껴야 한다. 사람들이 정신승리를 하고 있을수록 더욱 그렇게 느껴야 한다. — 사람들의 고집, 회피, 정신승리는 기업가에게 기회의 신호이다.

그건 아마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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