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낼 곳이 없어 침체 중인 대한민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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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빚은 흔히 부정적인 것으로 묘사됩니다. 최대한 빚을 지지 않는 것이 좋고 건강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빚, 부채는 그 자체로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상환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 무리한 부채는 문제이지만 건전한 부채는 경제에 필수불가결한 존재입니다. 특히 은행의 대출을 통해 유동성이 공급되는 현대 경제에서는요.
흔히들 돈, 유동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서 준다"라고 표현합니다. 직관적인 표현이지만 사실은 좀 다릅니다. 실제로 돈은 은행의 신용 창조를 통해 늘어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대출을 받음으로써 시중에 돈이 새로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빚을 갚으면 그만큼 시중의 돈의 총량이 줄어듭니다. 결국 누군가는 대출을 받았기에 돈이 늘어나고 경제가 돌아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현재 대출을 너무 안받아서 문제입니다. 아니, 항상 가계부채, 나라빚이 사상최대치를 찍었다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 이건 마치 성장기의 아이가 몸무게가 늘었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키도 크고 몸무게도 늡니다. 중요한 것은 절대치가 아니라 BMI같은 비율이겠지요. 경제도 마찬가집니다. 경제는 꾸준히 성장하니 당연히 부채도 따라서 늘어납니다. 중요한 건 GDP 대비 부채비율입니다.
[한국 나랏빚 6200조 첫 돌파]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7881089
기사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23년 6월 252.9%를 정점으로 계속 내려가고 있습니다. GDP 대비 가계부채도 21년 3분기에 99.2%를 찍고 작년 9월 말 기준 90.7%까지 떨어졌습니다. 기업부채 비율도 떨어지고 있고 정부부채 비율은 크게 변동이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한국은 지금 디레버리징 중입니다. 경제의 3대 주체인 가계, 기업, 정부 모두 빚을 갚거나 크게 내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무도 대출을 받지 않아 시중에 돈이 안풀리다보니 경기가 최악이라는 것이겠지요. 왜 수출은 사상최대치라는데 경기는 이모양일까요? 시중에 돈이 안도는데 경기가 좋으면 그게 이상한 겁니다. 그리고 경기가 박살나면 가장 많은 타격을 입는 건 가장 취약한 부분인 일용직 근로자, 자영업자 등이겠지요.
물론 관점에 따라서는 이전에 많이 냈던 부채를 갚아나가는 ["정상화"] 과정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단지 그 과정에서 고통이 극심할 뿐입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 빚을 내서 부양해야 한다"와 "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감내해야한다"는 두 주장 모두 일리는 있겠습니다만 현실은 그 중간이겠지요. 중요한 건 속도와 규모 아니겠습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굳이 자세히 논하진 않겠습니다.
어쨌든 현재의 경기 침체의 원인 중 하나는 이러한 국가 전체적인 디레버리징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경기가 좋아질까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도 내렸잖아요?
제가 우려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 아닌가]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아무리 이자율을 내려도 아무도 대출을 받아 투자, 소비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이자율을 내려도 현재 대출을 받을 주체가 없습니다. 가계부채의 가장 큰 부분은 부동산일텐데 아시다시피 부동산 시장은 침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책적으로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억누르고 있기도 합니다.
기업도 대출을 받아 국내에 투자할 상황이 아닙니다. 미국은 관세로 공장을 미국 내로 유도하고 있고 우리 기업들은 원래라면 우리나라에 지었을 공장을 미국에 짓고 있습니다. 세계경제 또한 여러 이유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빚을 내어 투자할 기업은 많지 않을 겁니다.
자게라서 자세히 적진 않겠습니다만 정부 또한 현재 적극적으로 빚을 내 지출할 상황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장기적으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자율을 아무리 내려도 소비, 투자가 일어나지 않아 디플레 오고 계속 침체하는 상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대표적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일본식 장기침체를 눈앞에 두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대 저성장은 한국의 실력"]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뼈아픈 말입니다. 이를 해결해서 장기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구조개혁이 정말로 고통스럽고 힘들고 불확실하다는 것만 알 뿐입니다.
아무튼 제가 보는 현 상황은 이렇습니다. 결론이 기승전 구조개혁으로 와버렸지만 어쨌든 빚이란 무작정 틀어막아야할 절대 악이 아닌 양날의 검임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빚을 내지 않고 갚기만 하는 게 역설적으로 좋기만 한 행동도 아니라는 것 또한요.
쓰다보니 결국 읽으나 마나한 당연한 소리가 돼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람중]빚을 낼 곳이 없어 침체 중인 대한민국 경제 실시간 핫 잇슈
우리나라에서 빚은 흔히 부정적인 것으로 묘사됩니다. 최대한 빚을 지지 않는 것이 좋고 건강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빚, 부채는 그 자체로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상환 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 무리한 부채는 문제이지만 건전한 부채는 경제에 필수불가결한 존재입니다. 특히 은행의 대출을 통해 유동성이 공급되는 현대 경제에서는요.
흔히들 돈, 유동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서 준다"라고 표현합니다. 직관적인 표현이지만 사실은 좀 다릅니다. 실제로 돈은 은행의 신용 창조를 통해 늘어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대출을 받음으로써 시중에 돈이 새로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빚을 갚으면 그만큼 시중의 돈의 총량이 줄어듭니다. 결국 누군가는 대출을 받았기에 돈이 늘어나고 경제가 돌아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현재 대출을 너무 안받아서 문제입니다. 아니, 항상 가계부채, 나라빚이 사상최대치를 찍었다는데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 이건 마치 성장기의 아이가 몸무게가 늘었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키도 크고 몸무게도 늡니다. 중요한 것은 절대치가 아니라 BMI같은 비율이겠지요. 경제도 마찬가집니다. 경제는 꾸준히 성장하니 당연히 부채도 따라서 늘어납니다. 중요한 건 GDP 대비 부채비율입니다.
[한국 나랏빚 6200조 첫 돌파]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7881089
기사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23년 6월 252.9%를 정점으로 계속 내려가고 있습니다. GDP 대비 가계부채도 21년 3분기에 99.2%를 찍고 작년 9월 말 기준 90.7%까지 떨어졌습니다. 기업부채 비율도 떨어지고 있고 정부부채 비율은 크게 변동이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어쨌든 한국은 지금 디레버리징 중입니다. 경제의 3대 주체인 가계, 기업, 정부 모두 빚을 갚거나 크게 내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무도 대출을 받지 않아 시중에 돈이 안풀리다보니 경기가 최악이라는 것이겠지요. 왜 수출은 사상최대치라는데 경기는 이모양일까요? 시중에 돈이 안도는데 경기가 좋으면 그게 이상한 겁니다. 그리고 경기가 박살나면 가장 많은 타격을 입는 건 가장 취약한 부분인 일용직 근로자, 자영업자 등이겠지요.
물론 관점에 따라서는 이전에 많이 냈던 부채를 갚아나가는 ["정상화"] 과정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단지 그 과정에서 고통이 극심할 뿐입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 빚을 내서 부양해야 한다"와 "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감내해야한다"는 두 주장 모두 일리는 있겠습니다만 현실은 그 중간이겠지요. 중요한 건 속도와 규모 아니겠습니까. 여기에 대해서는 굳이 자세히 논하진 않겠습니다.
어쨌든 현재의 경기 침체의 원인 중 하나는 이러한 국가 전체적인 디레버리징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경기가 좋아질까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도 내렸잖아요?
제가 우려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 아닌가]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아무리 이자율을 내려도 아무도 대출을 받아 투자, 소비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이자율을 내려도 현재 대출을 받을 주체가 없습니다. 가계부채의 가장 큰 부분은 부동산일텐데 아시다시피 부동산 시장은 침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책적으로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억누르고 있기도 합니다.
기업도 대출을 받아 국내에 투자할 상황이 아닙니다. 미국은 관세로 공장을 미국 내로 유도하고 있고 우리 기업들은 원래라면 우리나라에 지었을 공장을 미국에 짓고 있습니다. 세계경제 또한 여러 이유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빚을 내어 투자할 기업은 많지 않을 겁니다.
자게라서 자세히 적진 않겠습니다만 정부 또한 현재 적극적으로 빚을 내 지출할 상황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장기적으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자율을 아무리 내려도 소비, 투자가 일어나지 않아 디플레 오고 계속 침체하는 상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대표적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일본식 장기침체를 눈앞에 두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대 저성장은 한국의 실력"]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뼈아픈 말입니다. 이를 해결해서 장기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구조개혁이 정말로 고통스럽고 힘들고 불확실하다는 것만 알 뿐입니다.
아무튼 제가 보는 현 상황은 이렇습니다. 결론이 기승전 구조개혁으로 와버렸지만 어쨌든 빚이란 무작정 틀어막아야할 절대 악이 아닌 양날의 검임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빚을 내지 않고 갚기만 하는 게 역설적으로 좋기만 한 행동도 아니라는 것 또한요.
쓰다보니 결국 읽으나 마나한 당연한 소리가 돼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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