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 감상: 자스민을 이렇게 만들었어야지
이미지가 없습니다.
▶[열람중]백설공주 감상: 자스민을 이렇게 만들었어야지 실시간 핫 잇슈
※ 2019 알라딘과 2025 백설공주 약스포가 있습니다.
오늘 개봉한 2025년 백설공주 실사영화 보고 왔습니다. 한국어 더빙판으로요.
제가 1937년 백설공주 애니메이션은 보지 않았기에, 디즈니판 백설공주 단독작을 보는 건 이게 처음입니다.
이 영화는 인어공주 실사영화처럼 이것저것 논란이 많았기 때문에 흥행도 안 될 것 같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런 논란은 제 귀에 잘 닿지 않았고 대신 다른 걱정이 자리 잡았습니다.
광고문구에 큼지막하게 박힌 "미녀와 야수, 알라딘 제작진".
전 알라딘 실사영화를 3번인가 4번인가 봤습니다. 재밌게 잘 봤어요.
하지만 제작진이 자스민을 다룬 방식은 원작 캐릭터와 배우가 너무나 아까울 정도고, 페미니스트도 아닌 제가 페미니스트처럼 생각하게 할 정도입니다.
작중의 자스민 공주는 여자도 왕이 될 수 있다며, 자기도 국가를 운영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화폐의 존재를 모릅니다??
거의 첫 등장에서 애들이 배고파 보인다고 시장의 빵을 멋대로 집어다 아이에게 줍니다. 그래서 도둑으로 몰립니다. 아니 엄밀하게 따지면 도둑이 맞죠.
돈을 내라니까 아이들이 굶고 있잖아요! 라고 항변합니다. 이게 나라 지도자가 될 준비를 갖춘 사람이래요.
자스민의 서사와 정당성은 첫 등장 하나로 거의 다 무너집니다.
진짜 이 장면을 생각할 때면, 제작진이 무능한 건지 아니면 사실 여자가 지도자가 돼서는 안된다는 신념을 품고 디즈니에 잠입한 여혐인지 모를 지경입니다.
그래서 저들이 만드는 백설공주가 걱정이더군요. 왕자가 빠지고 반란군이 나온다고 하길래 더더욱요.
그렇게 걱정하면서 봤는데, 정말 다행히, 실사영화 백설공주는 자스민처럼 입만 산 캐릭터가 아닙니다. (불쌍한 원작 자스민과 나오미 스콧!)
물론 오랫동안 궁정 하녀로 지내며 바깥세상과 격리되어 살다 보니,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공주님이란 말을 듣긴 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 순진한 공주가 제안하는 선의와 화합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이끌고 폭군까지 무찌르게 되지요.
덕분에 재밌게 봤습니다.
"알라딘을, 자스민 공주를 이렇게 만들었어야지!" 하는 한탄과 함께 말이죠.
물론 이 영화도 단점이 없진 않습니다.
메시지를 담은 대사들이 좀 뜬금없는 타이밍에 튀어나오는데, 이건 가족영화니까 그렇다 치고요.
왕자를 도적 겸 반란군 캐릭터로 바꾼 건 좋은데, 왕자를 대체하는 캐릭터가 직접 "백마 탄 왕자 같은 게 말이 되냐?" 같은 느낌으로 말을 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만 뉘앙스가 그랬습니다) 원작 각색하면서 셀프디스하는 일은 흔하긴 합니다만, 이건 조금 보기 그랬습니다. 영화 본 뒤에 찾아보니 주연배우의 원작 폄하 발언도 있었더군요.
한국어 더빙의 경우 디즈니코리아가 입 모양 맞추는 노하우가 조금 떨어졌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왕의 노래에서 카리스마가 부족한 느낌이고요.
비주얼적인 면도 나쁘진 않았지만, 알라딘처럼 "재관람할 정도로" 눈을 사로잡진 못한 것 같습니다. 아마 재관람한다면 영어버전이 궁금해서일 것 같네요. 보석이 나오는 장면은 예뻤는데, 만약 특별관에서 봤으면 더 인상적으로 남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았던 점, 인상적인 점으로 마무리하자면
여왕의 카리스마는 과장 보태 스릴러 수준으로 뛰어났습니다. 각성하기 전 공주는 완전히 압도당했고, 보던 저도 같이 압도당했습니다. 각성한 후의 마지막 담판에서도 여왕의 뒤틀린 신념과 대담함이 빛났지요. 탐욕을 상징하는 보석 장식도 아름답고 인상적이었어요.
백설공주는 다른 디즈니 프린세스 실사영화 공주들과 달리(?) 백성의 지지를 받고 활용하는데, 아버지의 후광으로 폭압에 맞서는 시민의 희망이 된 여성이란 점에서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도 살짝 떠오르더라고요. 반정(反正)의 전개는 Speechless와 비교되어 곱씹을수록 치밀해서, 백설공주가 아니라 혁명가 백설이라 불러도 될 것 같네요. 좋았습니다.
옆 나라 왕자에서 반란군 겸 도적이 된 캐릭터도 괜찮은 재해석이었어요. 자애롭지만 격리되어 살아와 순진하고 이상주의적인 공주와, 살기 위해 도둑질하며 완전 염세적으로 된 도적의 조합은 훌륭한 로맨스 감이지요. 폭군 여왕을 몰아내는 스토리라인에도 어울리고요.
백설이란 이름의 유래를 눈보라로 설정하면서, 눈보라가 긍정적인 상징으로 묘사됩니다. 배우 피부색 때문에 그런 거라곤 하는데, 제가 문화 매체에서 눈보라를 긍정적으로 활용한 건 러시아 동장군 외엔 처음 보는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극장에서 볼만했습니다. 영화에 좀 더 화려한 볼거리가 있었더라면, 그리고 주연배우가 쓸데없는 소리를 안 했다면 재관람도 했을 것 같네요.
오늘 개봉한 2025년 백설공주 실사영화 보고 왔습니다. 한국어 더빙판으로요.
제가 1937년 백설공주 애니메이션은 보지 않았기에, 디즈니판 백설공주 단독작을 보는 건 이게 처음입니다.
이 영화는 인어공주 실사영화처럼 이것저것 논란이 많았기 때문에 흥행도 안 될 것 같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런 논란은 제 귀에 잘 닿지 않았고 대신 다른 걱정이 자리 잡았습니다.
광고문구에 큼지막하게 박힌 "미녀와 야수, 알라딘 제작진".
전 알라딘 실사영화를 3번인가 4번인가 봤습니다. 재밌게 잘 봤어요.
하지만 제작진이 자스민을 다룬 방식은 원작 캐릭터와 배우가 너무나 아까울 정도고, 페미니스트도 아닌 제가 페미니스트처럼 생각하게 할 정도입니다.
작중의 자스민 공주는 여자도 왕이 될 수 있다며, 자기도 국가를 운영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화폐의 존재를 모릅니다??
거의 첫 등장에서 애들이 배고파 보인다고 시장의 빵을 멋대로 집어다 아이에게 줍니다. 그래서 도둑으로 몰립니다. 아니 엄밀하게 따지면 도둑이 맞죠.
돈을 내라니까 아이들이 굶고 있잖아요! 라고 항변합니다. 이게 나라 지도자가 될 준비를 갖춘 사람이래요.
자스민의 서사와 정당성은 첫 등장 하나로 거의 다 무너집니다.
진짜 이 장면을 생각할 때면, 제작진이 무능한 건지 아니면 사실 여자가 지도자가 돼서는 안된다는 신념을 품고 디즈니에 잠입한 여혐인지 모를 지경입니다.
그래서 저들이 만드는 백설공주가 걱정이더군요. 왕자가 빠지고 반란군이 나온다고 하길래 더더욱요.
그렇게 걱정하면서 봤는데, 정말 다행히, 실사영화 백설공주는 자스민처럼 입만 산 캐릭터가 아닙니다. (불쌍한 원작 자스민과 나오미 스콧!)
물론 오랫동안 궁정 하녀로 지내며 바깥세상과 격리되어 살다 보니,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공주님이란 말을 듣긴 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 순진한 공주가 제안하는 선의와 화합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이끌고 폭군까지 무찌르게 되지요.
덕분에 재밌게 봤습니다.
"알라딘을, 자스민 공주를 이렇게 만들었어야지!" 하는 한탄과 함께 말이죠.
물론 이 영화도 단점이 없진 않습니다.
메시지를 담은 대사들이 좀 뜬금없는 타이밍에 튀어나오는데, 이건 가족영화니까 그렇다 치고요.
왕자를 도적 겸 반란군 캐릭터로 바꾼 건 좋은데, 왕자를 대체하는 캐릭터가 직접 "백마 탄 왕자 같은 게 말이 되냐?" 같은 느낌으로 말을 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만 뉘앙스가 그랬습니다) 원작 각색하면서 셀프디스하는 일은 흔하긴 합니다만, 이건 조금 보기 그랬습니다. 영화 본 뒤에 찾아보니 주연배우의 원작 폄하 발언도 있었더군요.
한국어 더빙의 경우 디즈니코리아가 입 모양 맞추는 노하우가 조금 떨어졌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여왕의 노래에서 카리스마가 부족한 느낌이고요.
비주얼적인 면도 나쁘진 않았지만, 알라딘처럼 "재관람할 정도로" 눈을 사로잡진 못한 것 같습니다. 아마 재관람한다면 영어버전이 궁금해서일 것 같네요. 보석이 나오는 장면은 예뻤는데, 만약 특별관에서 봤으면 더 인상적으로 남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았던 점, 인상적인 점으로 마무리하자면
여왕의 카리스마는 과장 보태 스릴러 수준으로 뛰어났습니다. 각성하기 전 공주는 완전히 압도당했고, 보던 저도 같이 압도당했습니다. 각성한 후의 마지막 담판에서도 여왕의 뒤틀린 신념과 대담함이 빛났지요. 탐욕을 상징하는 보석 장식도 아름답고 인상적이었어요.
백설공주는 다른 디즈니 프린세스 실사영화 공주들과 달리(?) 백성의 지지를 받고 활용하는데, 아버지의 후광으로 폭압에 맞서는 시민의 희망이 된 여성이란 점에서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도 살짝 떠오르더라고요. 반정(反正)의 전개는 Speechless와 비교되어 곱씹을수록 치밀해서, 백설공주가 아니라 혁명가 백설이라 불러도 될 것 같네요. 좋았습니다.
옆 나라 왕자에서 반란군 겸 도적이 된 캐릭터도 괜찮은 재해석이었어요. 자애롭지만 격리되어 살아와 순진하고 이상주의적인 공주와, 살기 위해 도둑질하며 완전 염세적으로 된 도적의 조합은 훌륭한 로맨스 감이지요. 폭군 여왕을 몰아내는 스토리라인에도 어울리고요.
백설이란 이름의 유래를 눈보라로 설정하면서, 눈보라가 긍정적인 상징으로 묘사됩니다. 배우 피부색 때문에 그런 거라곤 하는데, 제가 문화 매체에서 눈보라를 긍정적으로 활용한 건 러시아 동장군 외엔 처음 보는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어요.
저는 극장에서 볼만했습니다. 영화에 좀 더 화려한 볼거리가 있었더라면, 그리고 주연배우가 쓸데없는 소리를 안 했다면 재관람도 했을 것 같네요.
추천119 비추천 66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