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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달라도 같은 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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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양반, 타이레놀 주이소”
“타이레놀은 무슨 증상 때문에 드시려구요?”
“아니. 두통”
“아! 머리가 아파서 드시려는 건가요?”
“아니. 두통!!”
“그러니까 어르신. 두통이 머리가 아프시다는 뜻이죠? 머리가 어떻게 아프신지..”
손님은 한심하게 나를 쳐다보며 손가락 두 개를 V자로 펴 보이며 소리질렀다.
“아니, 두 통 달라고, 두 통!!”

이 이야기는 내가 겪은 실화이지만 이번에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유명한 두통약에 관련된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약국에서는 왜 달라는 약을 안 주면서, 자꾸 똑같다며 다른 약을 권하는가?
누구나 겪어보았고, 또 불편한 기분이 들었던 그 상황에 관한 이야기이다.

약에는 이름이 두 가지가 있다.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는 상품명과 성분명이란 것이다.
상품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타이레놀, 게보린, 판콜, 판피린 같은 제품의 이름이며,
성분명은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약 성분의 이름을 말한다.
예를 들어 타이레놀이라고 알고 있는 진통제는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물질을 주성분으로 하는 제품이다. 여기서 타이레놀이 상품명이며, 아세트아미노펜이 성분명인 것이다.

많은 제약회사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을 성분명으로 가진 진통제를 만들어 판매하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제품명이 타이레놀이며, 그와 같은 성분을 가진 제품들이 타세놀, 타이놀, 타이펜, 마하펜, 탁센아세트아미노펜처럼 각자의 제품명을 가지고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
쉽게 말해 이름과 껍데기는 다르지만, 알맹이는 같은 제품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많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밤하늘의 별처럼 많다고 셀 수 없이 많다고 오해하진 마시길 바란다. 내가 사는 울산은 공업 도시여서 그런지 밤하늘에 별이 수십 개밖에 안 보일 때가 많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우리는 타이레놀을 찾았을 때 약사가 다른 제품을 건네며 같은 약이라고 말한다면 대뜸 의심이 먼저 들게 마련이다.

‘이 약사가 날 속이는 것은 아닐까?’

유명한 제품을 찾고 선호하는 것은 개개인의 취향이며, 또한 제한된 정보 속에서 진통제라고 하면 광고에서 보아 익숙한 제품인 타이레놀, 펜잘, 게보린 같은 제품을 떠올리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약국에서 타이레놀을 찾았을 때 약사가 다른 제품을 내놓으며 똑같은 약이라고 말하는 것은 당신을 속이기 위한 거짓말이 아니다.
그런 일이 있더라도 부디 불쾌해하지 마시라고 간곡히 부탁드린다.

약국이라는 좁고 한정된 공간에 모든 제약회사에서 출시된 수많은 약을 전부 구비 해 둘 수는 없으므로 같은 성분명을 가진 약은 한, 두 종류만 준비해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중 당신이 찾는 제품이 없을 수 있으니, 그럴 때는 약사가 같은 성분명을 가진 약을 똑같은 약이라고 고객에게 소개해주는 것이다. 그 행위 속에는 본인의 약국을 찾아준 고마운 고객이 추운 겨울 원하는 약을 찾기 위해 이 약국 저 약국 헤매며 고생하는 수고로움을 줄여주기 위한 선한 마음이 바탕이 되어있음을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

타이레놀과 비슷한 예로 “지르텍”을 찾았을 때, “노텍”이나 “쎄르텍”이 등장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지르텍이라는 제품은 스위스의 제약회사가 이탈리아나 스위스에서 생산한 제품을 국내에서 수입해서 판매하는 약이다. 유럽에서 태어나 먼 여행을 거쳐 한국에 온 약이다 보니 같은 성분이라도 국내에서 만든 약보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지르텍 대신 같은 성분의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권해주었는데도, 손님은 약사를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싼 게 비지떡이라던데 정말 같은 효과가 있는 약일까?’

저렴한 노텍이나 쎄르텍을 구매했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지르텍과 노텍, 쎄르텍은 모두 세티리진 염산염 10mg을 성분으로 하는 제품들로 각각의 상품명은 다르지만, 같은 효과를 가진 약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시 구절이 하나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시처럼 이름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상품명과 성분명에 대해 이해한다면,

[내가 타이레놀을 불렀을 때, 타세놀이 나에게로 와서 똑같은 진통제가 되었다] 는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P.S. 물론 찾는 제품을 그대로 주는 것이 좋지만, 다른 이름의 제품을 준다고 해서 그것이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하여 당신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다만 약국에는 그 제품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것뿐이며, 그 약사는 당신의 귀한 걸음이 헛수고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똑같은 효과를 가진 대안을 제시해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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