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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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간혹 보이는 주장이 있습니다.
"나때는 말이야, 장르소설이 안 이랬단 말이야. 어? 철학을 담고 어! 이야기도 제대로 쓰고! 애새끼같은 등장인물도 없고! 답도 없는 사이다도 없고! 어! 아무튼 그랬어! 어!"
저(독자경력 25년차, 작가경력 3년차)로써는 솔직히 "그냥 니가 그런 이영도 전민희 어쩌고 명작 순위에 든거만 봐서 그런 거 아니냐? 예전에도 쓰레기 소설 많았는데?"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이야기입니다만...
뭐 나름대로 일말의 진실이 있기는 한 이야기입니다.
그 "일말의 진실"이란 바로, "예전 장르소설은 현재와 다르다" 라는 겁니다.
돌이켜보면 과거의 장르소설이 현재와 같은 형태를 띄지는 않긴 했습니다.
통계적으로 엄밀하게 접근할 수는 없지만, 인상비평적으로 요즘 장르소설은 예전 장르소설에 비해 주인공에게 내려지는 시련이 상당히 약하다고 볼 수 있죠. 예전에는 아예 곱추로 스타트해서 리치가 되고 어쩌고 하거나(다크메이지), 오우거로 태어나거나(하프블러드), 남창이거나(SKT), 주인공을 강간당하게 하고 히로인을 전부 시궁창에 처 넣거나(더 로그) 그런 일이 있었는데 요즘은 NTR의 N자만 보여도 난리가 납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마 요새 MZ들은 먹을 게 많아서 어? 나때는 말이야 그런 것도 없어가지고 막 땅에서 긁어모아서 허겁지겁 퍼먹고" 같은 이야기를 할 생각은 전혀 없고요(그렇게 생각하지도 않고), 이 글에서는 웹소설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를 웹소설의 물리적 형태에 주목해서 한번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저는 대여점 시절에 그냥 읽기만 해서 잘 몰랐습니다만(그땐 어렸으니까), 대략적으로 장르소설 한 권은 12만자에서 17만자 정도의 분량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실 대다수의 독자분이 몰라도 되는 사실 하나를 이야기해드리자면, 웹소설 1화의 분량은 대략 이렇습니다.
문피아/시리즈/카카오(남성향) : 공백 포함 5000자 이상
카카오 여성향 : epub 기준 13장, 3900자 내외(라고 어디서 주워들음)
노벨피아 : 공백 미포함 3000자 이상(공백 포함시 4500자 내외)
이러한 기준으로 보면, 종이책 1권이 12만 5천자일 경우 25화가 1권 분량이라는 걸 알수 있는데요. 아~ 그렇구나~ 그래서 뭐 어쩌라고? 라고 넘어가실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여기서 하나의 포인트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바로, 독자가 접근 가능한 소설의 단위입니다.
이게 약간 감이 안 오실 수도 있는데요, 가상의 예를 하나 들어보죠.
여기 A라는 소설이 있다고 칩시다. 분량은 대략 12만 자입니다. 정석적인 기승전결 구조이며, 각각 3만자 분량입니다. 초반부에는 주인공이 구르다가 점점 사건이 해결되어가는 구조를 택하고 있습니다.
이걸 이제 대여점 시절의 독자가 읽는다고 가정해보죠.
우선 이 독자는 대여점이든 서점이든 가서 A를 빌려오거나/구매하게 됩니다. 대여할 시에는 1권 3~500원, 구매할 시에는 1권 8~12000원 정도 되겠네요. 한 권을 통째로 대여했으니 이 사람의 손에는 12만자 분량이 통째로 들려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 독자가 초반을 읽기 시작하게 되면?
이 때 독자는 답답함을 느낍니다만(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반응을 의도하고 쓴 거니까), 어찌되었든 이미 빌리거나/구매한 책이니까 읽을 수 밖에 없습니다. 중간에 책장에 집어던지고 영영 안 읽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만 돈 아깝잖아요. 보통은 다 읽는 선택을 합니다.
그러다보면 이제 초반 3만자를 지나고 중반 후반으로 접어듭니다. 이 쯤 되면 이제 이번 권에서 제시된 사건이 슬슬 해결되어 가기 시작하는데, 독자가 느끼던 답답함은 어디간데 없게 됩니다.
그리고 결말과 함께 다음 권을 궁금하게 만들 사건이 제시되면, 독자는 당연하게도 "음 다음 권 궁금한데 나오면 읽어야겠다"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해피엔딩이죠.
그런데 이 A라는 소설이 갑자기 웹소설로 재편되었다고 생각해보죠. 구조는 똑같습니다. 단지 웹소설에 맞게 1화, 2화... 이런 식으로 24화로 나뉘어 있을 뿐입니다.
이걸 이제 현재 웹소설 시장의 독자가 읽는다고 가정해보죠.
우선 이 독자는 뭐 어디든 플랫폼에서 초반 1화를 눌러보게 되겠네요. 그리고 소설을 읽어나갑니다. 1화, 구릅니다. 2화, 구릅니다. 3화, 구릅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뭐여 이거 뭐 어쩌자는 거임?"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발생합니다. 대여점 시절의 독자는 이미 12만자에 대한 금전을 지불했으므로 "이런 내용인데 근데 어쩔건데? 니가 이거 읽는 거 말고 뭐 할 수 있는데?"를 당할 수 밖에 없어요. 돈을 헛거로 만들기 싫으면 그냥 입 닫고 읽어야 합니다.
하지만 웹소설 독자에게는 그런 게 없죠. 그는 각 5천자에 대해서 100원씩만을 지불했을 뿐이고, 다음 화를 읽기 위해서는 또 100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 내용을 봐서는 주인공이 택도 없이 구를 미래밖에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 이 사람이 과연 남은 미래의 10만 5천자에 대해서 돈을 지불할까요? 지금 이 사람이 본 내용은 1화부터 3화까지 끝도 없이 구르는 내용밖에 없는데?
현재의 웹소설은 앞서 말했듯이 1화 5천자를 기반으로 하며 한 화가 끝나면 다음 화를 구매하게 되는 시스템입니다.
이는 즉 소비자가 각 화마다 다음 화를 읽느냐 마느냐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거고, 작가는 매출을 증진하고 싶다면 당연하게도 독자가 다음 화를 읽게끔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5천자 내에서 저번 화에 암시된 내용 전개 + 이번 화 내용 전개 + 다음 화를 읽게 만들 요인 제시 까지 한번에 다 마쳐야 합니다.
"당연히" 12만자 내에서 기승전결을 찾아가던 시절과는 내용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독자가 읽어나가는 소설의 최소 단위가 대략 10만자 이상에서 5천자로... "물리적 형태"가 변했으니 거기에 맞춰 소설의 내용 또한 변한 거죠. 원룸에서 사는 사람과 빌라 사는 사람과 아파트 사는 사람과 타운하우스 사는 사람이 각자 생활양식이 다르듯, 장르소설 또한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현재의 웹소설이 "사이다만 찾는다", "시련이 없다" 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웹소설의 물리적 형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일연재 이전에, 5천자라는 분량 + 다음 화의 결제를 유도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과거와 같이 진득하게 내용을 전개하면서 뭐 어쩌고 저쩌고... 를 하는게 대단히 힘들어요. 게다가 과연 그런 과거의 장르소설들이 지금의 웹소설들보다 질적으로 나은 소설인가? 하면 그건 또 뭐라고 이야기를 하기가 힘들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여러분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나때는 말이야, 장르소설이 안 이랬단 말이야. 어? 철학을 담고 어! 이야기도 제대로 쓰고! 애새끼같은 등장인물도 없고! 답도 없는 사이다도 없고! 어! 아무튼 그랬어! 어!"
저(독자경력 25년차, 작가경력 3년차)로써는 솔직히 "그냥 니가 그런 이영도 전민희 어쩌고 명작 순위에 든거만 봐서 그런 거 아니냐? 예전에도 쓰레기 소설 많았는데?"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이야기입니다만...
뭐 나름대로 일말의 진실이 있기는 한 이야기입니다.
그 "일말의 진실"이란 바로, "예전 장르소설은 현재와 다르다" 라는 겁니다.
돌이켜보면 과거의 장르소설이 현재와 같은 형태를 띄지는 않긴 했습니다.
통계적으로 엄밀하게 접근할 수는 없지만, 인상비평적으로 요즘 장르소설은 예전 장르소설에 비해 주인공에게 내려지는 시련이 상당히 약하다고 볼 수 있죠. 예전에는 아예 곱추로 스타트해서 리치가 되고 어쩌고 하거나(다크메이지), 오우거로 태어나거나(하프블러드), 남창이거나(SKT), 주인공을 강간당하게 하고 히로인을 전부 시궁창에 처 넣거나(더 로그) 그런 일이 있었는데 요즘은 NTR의 N자만 보여도 난리가 납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마 요새 MZ들은 먹을 게 많아서 어? 나때는 말이야 그런 것도 없어가지고 막 땅에서 긁어모아서 허겁지겁 퍼먹고" 같은 이야기를 할 생각은 전혀 없고요(그렇게 생각하지도 않고), 이 글에서는 웹소설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를 웹소설의 물리적 형태에 주목해서 한번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저는 대여점 시절에 그냥 읽기만 해서 잘 몰랐습니다만(그땐 어렸으니까), 대략적으로 장르소설 한 권은 12만자에서 17만자 정도의 분량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실 대다수의 독자분이 몰라도 되는 사실 하나를 이야기해드리자면, 웹소설 1화의 분량은 대략 이렇습니다.
문피아/시리즈/카카오(남성향) : 공백 포함 5000자 이상
카카오 여성향 : epub 기준 13장, 3900자 내외(라고 어디서 주워들음)
노벨피아 : 공백 미포함 3000자 이상(공백 포함시 4500자 내외)
이러한 기준으로 보면, 종이책 1권이 12만 5천자일 경우 25화가 1권 분량이라는 걸 알수 있는데요. 아~ 그렇구나~ 그래서 뭐 어쩌라고? 라고 넘어가실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여기서 하나의 포인트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바로, 독자가 접근 가능한 소설의 단위입니다.
이게 약간 감이 안 오실 수도 있는데요, 가상의 예를 하나 들어보죠.
여기 A라는 소설이 있다고 칩시다. 분량은 대략 12만 자입니다. 정석적인 기승전결 구조이며, 각각 3만자 분량입니다. 초반부에는 주인공이 구르다가 점점 사건이 해결되어가는 구조를 택하고 있습니다.
이걸 이제 대여점 시절의 독자가 읽는다고 가정해보죠.
우선 이 독자는 대여점이든 서점이든 가서 A를 빌려오거나/구매하게 됩니다. 대여할 시에는 1권 3~500원, 구매할 시에는 1권 8~12000원 정도 되겠네요. 한 권을 통째로 대여했으니 이 사람의 손에는 12만자 분량이 통째로 들려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 독자가 초반을 읽기 시작하게 되면?
이 때 독자는 답답함을 느낍니다만(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반응을 의도하고 쓴 거니까), 어찌되었든 이미 빌리거나/구매한 책이니까 읽을 수 밖에 없습니다. 중간에 책장에 집어던지고 영영 안 읽는 방법이 있긴 합니다만 돈 아깝잖아요. 보통은 다 읽는 선택을 합니다.
그러다보면 이제 초반 3만자를 지나고 중반 후반으로 접어듭니다. 이 쯤 되면 이제 이번 권에서 제시된 사건이 슬슬 해결되어 가기 시작하는데, 독자가 느끼던 답답함은 어디간데 없게 됩니다.
그리고 결말과 함께 다음 권을 궁금하게 만들 사건이 제시되면, 독자는 당연하게도 "음 다음 권 궁금한데 나오면 읽어야겠다"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해피엔딩이죠.
그런데 이 A라는 소설이 갑자기 웹소설로 재편되었다고 생각해보죠. 구조는 똑같습니다. 단지 웹소설에 맞게 1화, 2화... 이런 식으로 24화로 나뉘어 있을 뿐입니다.
이걸 이제 현재 웹소설 시장의 독자가 읽는다고 가정해보죠.
우선 이 독자는 뭐 어디든 플랫폼에서 초반 1화를 눌러보게 되겠네요. 그리고 소설을 읽어나갑니다. 1화, 구릅니다. 2화, 구릅니다. 3화, 구릅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뭐여 이거 뭐 어쩌자는 거임?"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발생합니다. 대여점 시절의 독자는 이미 12만자에 대한 금전을 지불했으므로 "이런 내용인데 근데 어쩔건데? 니가 이거 읽는 거 말고 뭐 할 수 있는데?"를 당할 수 밖에 없어요. 돈을 헛거로 만들기 싫으면 그냥 입 닫고 읽어야 합니다.
하지만 웹소설 독자에게는 그런 게 없죠. 그는 각 5천자에 대해서 100원씩만을 지불했을 뿐이고, 다음 화를 읽기 위해서는 또 100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그리고 현재 내용을 봐서는 주인공이 택도 없이 구를 미래밖에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 이 사람이 과연 남은 미래의 10만 5천자에 대해서 돈을 지불할까요? 지금 이 사람이 본 내용은 1화부터 3화까지 끝도 없이 구르는 내용밖에 없는데?
현재의 웹소설은 앞서 말했듯이 1화 5천자를 기반으로 하며 한 화가 끝나면 다음 화를 구매하게 되는 시스템입니다.
이는 즉 소비자가 각 화마다 다음 화를 읽느냐 마느냐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거고, 작가는 매출을 증진하고 싶다면 당연하게도 독자가 다음 화를 읽게끔 유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5천자 내에서 저번 화에 암시된 내용 전개 + 이번 화 내용 전개 + 다음 화를 읽게 만들 요인 제시 까지 한번에 다 마쳐야 합니다.
"당연히" 12만자 내에서 기승전결을 찾아가던 시절과는 내용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겁니다. 독자가 읽어나가는 소설의 최소 단위가 대략 10만자 이상에서 5천자로... "물리적 형태"가 변했으니 거기에 맞춰 소설의 내용 또한 변한 거죠. 원룸에서 사는 사람과 빌라 사는 사람과 아파트 사는 사람과 타운하우스 사는 사람이 각자 생활양식이 다르듯, 장르소설 또한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현재의 웹소설이 "사이다만 찾는다", "시련이 없다" 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웹소설의 물리적 형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일연재 이전에, 5천자라는 분량 + 다음 화의 결제를 유도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과거와 같이 진득하게 내용을 전개하면서 뭐 어쩌고 저쩌고... 를 하는게 대단히 힘들어요. 게다가 과연 그런 과거의 장르소설들이 지금의 웹소설들보다 질적으로 나은 소설인가? 하면 그건 또 뭐라고 이야기를 하기가 힘들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여러분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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