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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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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좌변기 칸이 모두 차 있었다. 드물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다행히 대안도 있었다. 계단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예상대로 그곳 화장실은 텅 비어 있었다. 위층 화장실은 직원들의 동선에서 벗어난 외진 곳에 있는 탓에 늘 한가했다.

적당한 칸을 찾아 들어가 변기 위에 앉았다. 허벅지에 와 닿는 플라스틱의 서늘함에 잠시 몸을 떨어야 했다. 물론 손에는 휴대전화가 들려 있었다. 배변 중 스마트폰 사용은 항문 건강에 좋지 않다지만 자제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여하튼 전반적으로 볼 때 매우 평범하고 일상적인 화장실 방문이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갑작스럽게 몹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가까워져 오더니 이내 내가 들어있는 칸 앞을 지나쳤다. 옆문이 벌컥 열리고는 덜컹거리며 다시 닫히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다소 묘사하기 민망한 요란한 소음이 연달아 울려 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특정한 소음의 발생이 중단되자 화장실 안에서 들리는 것은 급하게 호흡을 헐떡이면서 몰아쉬는 숨소리뿐이었다. 어지간히 급하게도 뛰어온 모양이었다.

엄청 급하셨나 보군. 나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고요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미소는 곧 멈추었다. 그리고 이내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들려오는 것은 분명 여성의 숨소리였다.

순식간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번개처럼 좌우로 치달렸다. 뭐지? 너무 급해서 잘못 보고 들어왔나? 아니면 혹시 내가 잘못 들어온 건가? 순간 날카로운 소름이 등허리를 타고 내달렸다. 심장이 섬뜩하게 얼어붙었다. 만에 하나 내가 여자 화장실에 앉아 있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분명 뉴스 한 꼭지를 장식할 만한 일이었다. 아무리 변명하더라도 씨알도 먹히지 않으리라. 수갑을 찬 채 직장 동료들의 혐오스러운 시선을 받으며 경찰에게 끌려가는 나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나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숨을 죽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화장실 안에 울려 퍼지는 것은 차츰 잦아 들어가는 옆 칸 손님의 숨소리뿐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오래 흐르지는 않았다. 두루마리 화장지를 풀어내는 소리가 들리더니 옆 칸이 잠시 번잡해졌다. 그리고 물 내리는 소리. 그리고 문이 열리는 소리.

누군가에게 들릴 리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층 더 숨죽였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둔 채 발걸음 소리가 왼쪽으로 향했다. 어째서인지 손을 씻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정체 모를 그가 화장실을 나가고 나서도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나는 빼꼼히 문을 열고 밖을 살펴보았다. 좁은 틈새로 남성용 소변기가 보이는 순간, 깊고도 아늑한 안도감이 나를 어루만지고 지나갔다. 나는 남자 화장실에 있었다. 그 사실만은 틀림없었다.

그 여자는 누구였을까. 손을 씻으면서 나는 자문해 보았다. 물론 알 수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 그 여자는 대체 어떤 연유로 남자 화장실에 들어오게 되었을까. 그리고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면서 화장실을 나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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