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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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글(https://pgr21.com/freedom/102237)을 개정 증보하는 측면이 있는 글입니다.
돌이켜보면 2022년 대선을 지배한 사람은 문재인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의 유산과 촛불 세력의 지지라는 두 날개로 시작했다. 그래서 파란당 정부답지 않게 콘크리트가 강했고 끝물에서도 40%가 넘는 지지율이 나왔다. 조국 사태 이후에도 총선을 이겼다. 시장 두 명을 잃어버리고 부동산 폭등으로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지만, 그러고도 대선을 0.7%p 차이까지 추격했다. 여기서 윤석열이 상대라서 그랬다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이재명이 후보라서 저 정도까지 갔다/저것밖에 못 했다는 사람도 있는데, 주장이야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것이고 결과는 이렇다.
그런데 2022년 5월에도 지지율이 윤석열보다 높았던 이 정부가 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을까? 빨간당 사람들은 왜 이명박·박근혜에게 칼날을 들이댔던 윤석열을 데려와 대선후보로 만들었을까? 당연히 이 둘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커다란 콘크리트는 정치적 자산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정권에 대한 반발심을 심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했다. 거의 모든 정치적 논란에서 이들이 굳건히 정부 편을 들다 보니,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빨간당 지지로 넘어가기가 아주 쉬웠다. 윤석열부터가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모든 세력이 윤석열을 구심점으로 삼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윤석열 정부의 등장은 문재인 정부의 굳건함에 대한 두려움과 실망감에서 상당 부분 기인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그때는 여기서 한 번 환국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어떤 위기감이 있었다. 그런 요소를 고려하면 윤석열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나 충성심은 심지어 윤석열 지지자들에게도 별로 강하지 않았을 법하다. 윤석열이 얼마나 많은 실언을 했고 얼마나 많은 무지를 드러냈는지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손바닥에 王자를 쓰고 나온 것을 모두가 보았고 김건희 논란도 대선 기간부터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파란당에 대한 비토를 끌어모았기에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었다.
그렇게 되지 않았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되었다. 요점은 그때는 그럴 만했다는 것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고 말해도 좋다.
그리고 이건 작금의 현안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논리다.
이재명이 12개의 혐의를 받고 있고 5개의 재판을 하고 있다는 것은 다들 안다. 김혜경 논란도 2022년 대선 기간부터 있었다. 파란당의 경제관과 부동산 정책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은 20년 전에도 있었다. 친중이라서 불만이라는 주장에까지 일말의 시사점이 있다고 하자. 그러나 모두 인정하더라도 지금 그런 구호가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국회에 계엄군을 들여보낸 자들이 어떻게 국정을 논할 수 있으며, 선거에 불복하는 자들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는가? 내란을 옹호하는 자들이 어떤 헌법을 지킬 것이며, 영장에 반항하는 자들이 무엇으로 법치에 호소할 수 있겠는가? 농담조차 되지 않는다.
믿기 어렵게도 일이 그렇게 되었다. 그 정도로 비상한 시국이 되었다. 빨간당은 12월 3일의 계엄 자체보다는 그 이후의 기묘한 단합력 때문에 한 덩어리로 수렁에 빠지고 있다. 2016년의 탄핵을 반면교사로 삼았다고 하기에는 그 당시에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있었던 이유를 잊어버린 행보다. 윤석열 정부는 박근혜 탄핵이 정당했다는 전제하에 성립될 수 있었지, 그 반대가 아니었다. 끝까지 박근혜를 옹위했던 세력은 현재 원외에 있다. 그런데 지금의 빨간당은 당 전체를 들어서 그렇게 하려 들고 있다. 지지율이 35%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런 식이라면 10년 뒤에도 의석수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의 이 위기감은 2022년의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위기감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분노이고, 압박감이고, 절박함이다. 6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이 정도로 시대정신이 명확했던 적이 없었다. 하마터면 시대가 5공화국으로 되돌아갈 뻔했기 때문이다. 정치뿐 아니라 경제도, 사회도, 자유도, 문화도, 그 모든 선진국의 영예들이, 하루아침에 말이다. 심지어 지금도 계속 그렇게 되고 있다. 그러니 달리 도리가 없는 것이다. 설령 3년쯤 뒤에 누군가가 왜 환국을 옹호했느냐 힐난하더라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큰소리칠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그때는 틀리더라도 지금은 맞으니 말이다. 여기서 다른 생각을 하기란 매우 어렵다.
나는 12월 3일 그 서울의 밤에 깨어 있었던 사람이니까. 나도 별로 깨어 있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돌이켜보면 2022년 대선을 지배한 사람은 문재인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의 유산과 촛불 세력의 지지라는 두 날개로 시작했다. 그래서 파란당 정부답지 않게 콘크리트가 강했고 끝물에서도 40%가 넘는 지지율이 나왔다. 조국 사태 이후에도 총선을 이겼다. 시장 두 명을 잃어버리고 부동산 폭등으로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지만, 그러고도 대선을 0.7%p 차이까지 추격했다. 여기서 윤석열이 상대라서 그랬다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이재명이 후보라서 저 정도까지 갔다/저것밖에 못 했다는 사람도 있는데, 주장이야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것이고 결과는 이렇다.
그런데 2022년 5월에도 지지율이 윤석열보다 높았던 이 정부가 왜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을까? 빨간당 사람들은 왜 이명박·박근혜에게 칼날을 들이댔던 윤석열을 데려와 대선후보로 만들었을까? 당연히 이 둘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커다란 콘크리트는 정치적 자산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정권에 대한 반발심을 심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했다. 거의 모든 정치적 논란에서 이들이 굳건히 정부 편을 들다 보니,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빨간당 지지로 넘어가기가 아주 쉬웠다. 윤석열부터가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모든 세력이 윤석열을 구심점으로 삼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윤석열 정부의 등장은 문재인 정부의 굳건함에 대한 두려움과 실망감에서 상당 부분 기인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그때는 여기서 한 번 환국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어떤 위기감이 있었다. 그런 요소를 고려하면 윤석열 자체에 대한 기대감이나 충성심은 심지어 윤석열 지지자들에게도 별로 강하지 않았을 법하다. 윤석열이 얼마나 많은 실언을 했고 얼마나 많은 무지를 드러냈는지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손바닥에 王자를 쓰고 나온 것을 모두가 보았고 김건희 논란도 대선 기간부터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파란당에 대한 비토를 끌어모았기에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었다.
그렇게 되지 않았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렇게 되었다. 요점은 그때는 그럴 만했다는 것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고 말해도 좋다.
그리고 이건 작금의 현안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논리다.
이재명이 12개의 혐의를 받고 있고 5개의 재판을 하고 있다는 것은 다들 안다. 김혜경 논란도 2022년 대선 기간부터 있었다. 파란당의 경제관과 부동산 정책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은 20년 전에도 있었다. 친중이라서 불만이라는 주장에까지 일말의 시사점이 있다고 하자. 그러나 모두 인정하더라도 지금 그런 구호가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국회에 계엄군을 들여보낸 자들이 어떻게 국정을 논할 수 있으며, 선거에 불복하는 자들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는가? 내란을 옹호하는 자들이 어떤 헌법을 지킬 것이며, 영장에 반항하는 자들이 무엇으로 법치에 호소할 수 있겠는가? 농담조차 되지 않는다.
믿기 어렵게도 일이 그렇게 되었다. 그 정도로 비상한 시국이 되었다. 빨간당은 12월 3일의 계엄 자체보다는 그 이후의 기묘한 단합력 때문에 한 덩어리로 수렁에 빠지고 있다. 2016년의 탄핵을 반면교사로 삼았다고 하기에는 그 당시에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있었던 이유를 잊어버린 행보다. 윤석열 정부는 박근혜 탄핵이 정당했다는 전제하에 성립될 수 있었지, 그 반대가 아니었다. 끝까지 박근혜를 옹위했던 세력은 현재 원외에 있다. 그런데 지금의 빨간당은 당 전체를 들어서 그렇게 하려 들고 있다. 지지율이 35%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런 식이라면 10년 뒤에도 의석수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의 이 위기감은 2022년의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위기감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분노이고, 압박감이고, 절박함이다. 6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이 정도로 시대정신이 명확했던 적이 없었다. 하마터면 시대가 5공화국으로 되돌아갈 뻔했기 때문이다. 정치뿐 아니라 경제도, 사회도, 자유도, 문화도, 그 모든 선진국의 영예들이, 하루아침에 말이다. 심지어 지금도 계속 그렇게 되고 있다. 그러니 달리 도리가 없는 것이다. 설령 3년쯤 뒤에 누군가가 왜 환국을 옹호했느냐 힐난하더라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큰소리칠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그때는 틀리더라도 지금은 맞으니 말이다. 여기서 다른 생각을 하기란 매우 어렵다.
나는 12월 3일 그 서울의 밤에 깨어 있었던 사람이니까. 나도 별로 깨어 있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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