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과 컴팩트 시티, 일본의 입지적정화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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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인구가 밀집되어야 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인구라도 모여 있다면 적은 수의 인프라로 많은 사람을 커버할 수 있고, 또 집중된 인구, 수요로 인해 대형병원 등 상급 인프라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반면 흩어져 있을 경우 그 넓은 구역에 각각 인프라를 다 깔고 유지해야하니 재정도 많이 드는데다 비효율적입니다. 또 수요가 한 곳에 몰리지 못하니 큰 시설은 생기거나 유지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구가 감소한 도시는 이런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기존에 넓게 퍼진 시가지는 더이상 유지하기 힘듭니다. 인구 감소로 듬성듬성 빈집들이 생겨나고 이는 그 동네를 슬럼화 시킵니다. 분절된 수요로 병원, 대중교통 등 인프라가 유지되지 못하니 사람들은 더더욱 도시를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주목한 개념이 "컴팩트 시티"입니다. 적은 인구, 넓은 시가지를 다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차라리 인구를 모으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나온 정책이 ["입지적정화계획"]입니다.
입지적정화계획의 핵심은 도시를 거주유도구역과 그 외로 나누고 거주유도구역에 살도록 인센티브를 주고, 그 외 구역 개발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거주유도구역 내 도시기능유도구역에 병원 등 주요 시설을 지을 경우에는 세제혜택, 용적률 혜택을 주고, 그 외 구역에서는 개발할 때 신고를 의무화하고 일부 지역의 경우는 아예 대규모 주택단지 등을 짓는 것을 규제합니다. 이러한 지역에서 개발을 시도할 경우 관청에서 유도구역 내로 입지를 변경하거나 안될 경우 개발 규모를 축소하는 등 권고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또한 한계는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국가가 어딘가의 개발을 제한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문제 때문에 강제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신고 의무화나 권고 등 비강제적인 방법밖에 없고 이는 통제에 한계가 있습니다. 유도구역 내의 인센티브 등으로 유도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관련 글을 쓰는 이유는 ["도시계획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소개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도시 인구가 성장한다는 전제 하에 개발을 합니다. 또 개발을 해도 땅값 비싸고 권리 관계 골치아픈 구도심보단 차라리 신도심 개발을 선호합니다. 과거에는 이게 통했습니다. 인구가 늘면서 구도심과 신도심 모두 성장했고, 둘이 연담화 되며 도시가 성장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시도가 더이상 통하지 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도시 존속에 해를 끼친다는 것입니다. 신도심을 지어서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존 구도심 인구가 신도심으로 분산됩니다. 구도심은 인구가 신도심으로 빠져나가 황폐화되고 신도심은 신도심대로 인구가 적어서 제대로 인프라를 누리지 못하는 lose-lose 상황에 빠지는 것입니다. 차라리 한 곳에 몰빵했으면 교통이든 마트든 여러 인프라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텐데요.
이제 인정할 건 인정해야합니다. 지방도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있다는 헛된 꿈을 버리고, 있는 인구를 어떻게 잘 모아서 유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합니다. 단기적으로야 대규모 신도심 개발이 건설로 인해 지역 경기 활성화를 노릴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이후는 구도심과 신도심의 동반 몰락일 뿐입니다.
물론 이는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재산권 침해 문제도 있고, 기존 구도심 개발은 신경쓸 게 많아 골치아프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도시가 조금이나마 덜 망하기 위해선 이러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사람의 인식이 바뀌는 것은 오래 걸립니다. 우리도 한참을 망하고 망하다 이제 포기할 때 쯤 되어서야 겨우 남은 인구라도 모아보자는 답이 나올 게 뻔합니다.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빨리 인식이 바뀌어서 남은 도시나마 잘 살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자료
https://www.krihs.re.kr/board.es?mid=a10607000000&bid=0008&act=view&list_no=391598&tag=&n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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