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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한다는 착각, 뽑는다는 착각 (기계적 환국론에 대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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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중도층이라고 자부하시는 몇몇 분들이 내세우는 기계적 환국론에 반대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최대한 보편적으로 쓰기 위해 [기계적 환국론이 실제 작동했던 선거운동기간]의 윤석열/이재명의 행위나 검증하지 않은 현 여당, 야당, 언론의 책임 등은 이 글에서는 적게 다루려 노력하였습니다. 다만 예시에는 윤석열 정부의 내란 전후 상황은 워낙 임팩트있기에 언급하였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기계적 환국론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대체적으로 다음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1. 정치고관심 중도층의 내가 중심이라는 착각

정치성향은 단순히 진보-보수로만 묶이는 것이 아니며 정치적/외교적/사회문화적/경제적/노동복지/환경 등등의 다양한 스탠스, 정치무관심과 고관심 등 정치 참여 정도, 투표한 정당에 대한 지속성 및 충성도, 도덕성이나 추진력, 본인이 속한 계층과 관심사, 이익, 연령, 지역 등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등 수없이 많은 요소가 중첩되어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포괄정당인 양당제 아래서는 명확한 비전 대신 이들간의 느슨한 결합체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괄할 수 없는 지지층이 아주 많이 존재하게 됩니다.

따라서 중도층은 사실 엄밀히 말하면 정치무관심층, 양비론층, 특정이슈 중점, 기계적 중도, 한국의 보수-리버럴 내 중간, 특정 이슈만 보수당과 리버럴 정당에 따로 동의 등등 아주 많은 집단을 묶어서 부르는 말입니다. 말로만 중도층, 성향을 숨기기 위한 중도층을 제외하고서도요.
따라서 본인이 중도층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모아도 서로 의견이 아주 다릅니다. 양당이 그닥이다라는 결론에만 서로 동의할 뿐이며 다른 얘기로 들어가면 의견이 정반대인 경우가 흔합니다.

그러나 중도층, 엄밀히 정치고관심 중도층은 본인들이 과대대표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여기저기 봐도 양당 다 별로다고 하고 보수30%, 진보30%, 중도40%라는 발언이 워낙 유명히 퍼져있으니 우리 중도가 균형, 중심을 잡고 있다, 승리의 열쇠를 쥐고 있다, 우리 중도층은 남들과 다르게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생각한다(혹은 이 정도는 아니어도 비슷한 방향으로)는 생각을 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양당지지자가 본인을 회유하려 하지 않거나 양당이 본인을 적극적으로 포섭하지 않을 때 당황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중도층은 워낙 파편화된 집단을 억지로 묶어 부르는 것이기에 정치고관심 중도층은 아주 소수입니다. 예를 들면 몇 년 전 유행했던 [윤석열이 못하면 탄핵하면 똑같이 그만이다][여소야대이니 서로 견제 잘 할 것이다]라는 말은 정치고관심층이면서, 스윙하는 부동층인 중도층 입장에서는 그럴 듯 해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은 소수거나 정치 참여 정도가 낮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친위쿠데타 내란을 일으켜도 겨우 108석 정당 중 10% 정도만이 탄핵가결에 찬성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 민간인에게 권한을 나눠주고 특혜를 주었다는 사실로 125석 정도의 여당의 절반 가까이가 탄핵가결에 찬성한 것과 정반대의 결과인데 보수층의 사고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거지요. 그 보수층은 전체 국민의 25%를 차지하고 여당 지지층의 2/3를 차지했습니다.


2. 우리가 선택한다는 착각
(텃밭을 없애거나 하자는 얘기가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이런 글을 쓰면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내각제 대신 대통령제를, 비례대표제 대신 소선거구제를 선호합니다. 물론 역사적 배경이 크다고 봅니다만 이유를 물어보면 열심히 고민하다가 대개는 본인이 후보를 뽑기 때문에라고 답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어느 선거제도든 민주주의 체제에서 유권자 "개인"의 선택의 폭은 아주 좁습니다. 특히 양당제에서는요. 비례대표제도 비슷합니다만 양당의 당원들이 지역구 총선 후보를 공천한 시점쯤 되면 공천된 사람들 중 70%는 당선이 결정됩니다. 254개 선거구 중 77개 정도 지역구에서만 유권자 개인 선택의 여지가 있는 거지요. 이것도 적게 쳐준거지 선거가 큰 이슈없이 무난히 흘러가면 거의 90%에 육박할 때도 있죠. 그러나 우리는 모두가 선택의 여지를 가지고 있다고, 당선자를 바꿀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총선과 지방선거 외에 대통령 선거같은 경우도 이미 경선을 거쳐 극히 제한된 선택의 여지만 있지요.

그러나 우리는 선택을 할 수 있기에 선택을 해야만 한다는 사고에 빠지기 쉽습니다. 양 후보가 모두 싫어도 정치공학적이든 자기합리화든 머리를 열심히 괴롭혀 선택하고 꾸역꾸역 투표를 하고는 후회합니다.

또한 3지대 정당의 반복되는 파멸을 유발합니다. 내가 당선자를 바꿀 수는 있지만 3지대 정당을 뽑으면 당선자를 못 내니까 양당 후보 중 억지로 선택하고는 후회합니다. 특히 인터넷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매 대통령마다 최악이다는 말이 대표적이지요.(물론 과거미화나 불만이 있는 사람들만 글을 쓰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학교에서 배운 투표를 해야만 한다는 것은 국가 차원의 당위이며, 그 해야만 하는 투표 한번한번이 개인 차원의 합리적 사고는 아닙니다.
후보 이름 옆에 도장을 찍는다는 행위는 개인 차원에서는 대개 무의미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유의미하니 개인 차원에서도 유의미하다는 착각이 널리 퍼집니다.


3. 상대 내부가 통일되어있다는 착각, 심판한다는 착각, 뉘우친다는 착각
마지막으로 기계적 환국론이 무의미한 이유로 내가 투표를 통해 정부 혹은 정당 혹은 무례한 지지자들(?)을 심판한다는 착각을 들 수 있습니다. 정책은 좀 심판받을 수 있으나 인물은 심판받는다고 표현하기 무안할 정도로만 심판받습니다. 저는 선거결과 뉴스보도는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심판받는 것은 후보 당사자와 그 측근 몇 명에 불과합니다. 후보와 당과 지지자는 별개입니다. 심지어 파벌이 나뉘어 있기도 하지요. 외부에서 보면 저 집단은 다 같아보이지만 내부에서 보면 아주 다르고 기싸움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요.

우선 지지자들은 정권이 바뀌면 침울해있지만 곧 1,2년이 지나면 인터넷 상에서 활개를 칩니다. 모든 정부는 흠집이 있고 인터넷은 야당의 공간이니까 그 흠집에 대해서만 말하면 됩니다.
다른 평범한 당직자나 이미 당선된 사람들은 잠깐 침울해있지만 다를 거 없습니다. 일하는 것 자체는 야당으로서 행동하는 게 지적도 덜 받고 편합니다. 어차피 직업이 있으니까요.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이 192석이 되건말건 이미 있는 직업의 권한으로 무한거부권을 쓰면 그만이었습니다. 200석은 위에서 말한 텃밭의 존재때문에 불가능에 가까웠고요. 현 여당,야당 국회의원들도 그냥 선거 전에 하던 말 계속합니다.

즉 이들은 승리만을 위해 움직이지 않습니다. 물론 승리는 아주 중요한 1순위지만 그게 다는 아니라는 거지요.

한편 심판을 확실히 받는 사람들도 큰 타격이 아닌 경우가 꽤 많습니다. 될 가능성이 있는 선거에 나오거나 그들을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사람들은 이미 거의 모두 엘리트입니다. 물론 될 가능성이 없는 선거거나 험지면 아닌 경우가 많아집니다만. 거대정당에서는 나중에 될만한 낙선자에게 당직을 줄 수도 있고 아니더라도 원래 하던 엘리트일 하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업정치인에게 정치는 직업이고, 열성 지지자에게 정치는 취미입니다.
게임이나 법정과 달리 승패는 일시적이고 심판은 모호합니다.


4. 실제 환국의 결과는?
이처럼 [기계적 환국론은 선거의 열쇠를 쥔 내(우리)가 야당 후보를 (항상)선택하여 여당을 심판한다는 사고에 기반]하고 그 결과 양당이 서로 노력하고 서로가 서로를 잘 견제할 것이다는 사고에 기반하지만 실제로 그 효과는 미미합니다.]
남은 건 제대로 심판받지 않을 수밖에 없는 양당층의 대립과 불안함이지요.
실제 역사에서도 환국은  양 당파의 극단적 대립과 정치파탄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환국의 악영향이 아주 크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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