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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세 번째 화살, 일본의 기업 거버넌스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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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믹스 하면 보통 "무제한 양적완화"를 통한 제로금리 정책, 엔저 등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사실 아베노믹스에서 아베의 세 개의 화살로 불리는 정책은 앞선 완화적 통화정책, 적극적 재정정책과 더불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기업 거버넌스 개혁"]입니다.


거버넌스 개혁이 왜 아베노믹스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가?싶을 겁니다. 보통 우리는 거버넌스 개혁은 주주권리 증진 같은 당위적인 내용으로 보니까요. 일본은 반대였습니다. 주주권리를 위해서라기보단 "기업을 효율화 하기 위해서" 주주 권리를 이용한 쪽에 가깝다고 할까요.

당시 문제의식은 ["일본 기업이 너무 비효율적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경영자는 경영 성과와 상관 없이 결정되고, 이사회는 유명무실하여 경영 견제도 안되며, 주주환원도 제대로 하지 않아 ROE는 개판이었습니다. 또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자금이 원활히 돌아야 하는데, 기업이 내부유보 등으로 깔고 앉아 있으니 이걸 어떻게 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기업이 그냥 가만히 깔고 앉아 있는 돈을 배당하면 그걸로 소비를 더 하든, 더 효율적인 기업에 투자하든 어쨌든 일본 경제에 활력이 돌테니까요.

그래서 아베정권은 이를 위해 "주주 가치 제고", "이사회 투명성 증진"을 목표로 여러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이사회 독립성 강화", "Corporate Governance Code(이하 CG) 도입", "Stewardship Code(이하 SC) 도입", "행동주의 펀드 활성화" 등이 있습니다. 하나씩 살펴봅시다.


[1) 이사회 투명성 증진]

일본도 이사회가 유명무실했는데 이를 정상화 하기 위함입니다. 이사회 중심 경영을 통해 투명한 내부 통제, 현 경영진을 견제하여 효율적인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지요.

이를 위해 회사법을 개정하여 "감사위원회"를 도입합니다. 감사위원회는 이사 3인 이상, 과반수는 사외이사여야 합니다. 그리고 사외이사 선임을 독려합니다(강제는 아니나, 선임하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주총에서 소명해야합니다). 사외이사가 독립적으로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2) CG 도입]

CG는 도쿄증권거래소가 공지한 기업경영진이 준수해야하는 원칙입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따르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설명해야합니다.

5가지의 기본원칙만 살펴보자면 (1) 주주의 권리, 공평성 확보 (2) 주주 이외 이해 당사자와의 협력 (3) 정보공개와 투명성 확보 (4) 이사회의 책임 (5) 주주와의 대화 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으나 여기서도 독립 사외이사의 권한을 폭넓게 규정해서 이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많은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또 "주주에 대한 수탁자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기업 경영진은 주주로부터 기업 경영을 위임 받은 자임을 강조하고, 기업의 성장과 가치향상을 위해 중장기 보유 주주에 대한 책임의식을 강조했습니다.

[3) SC 도입]

SC는 기관투자자 행동 규범입니다. 쉽게 풀어서 "기관투자자도 기업가치 향상되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라"입니다. 그리고 이를 자의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여러 원칙과 지침을 통해 방침을 정하고 공표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기관투자자도 기업가치 향상을 위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분위기가 형성 됐습니다.

[4) 행동주의 펀드 장려]

일본은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행동주의도 장려했습니다. 일본 연기금은 국내, 해외 가리지 않고 행동주의 펀드에 출자했고 이들이 지배구조 개선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 결과 2014년 7개이던 행동주의 펀드가 44개로 늘어날만큼 활성화 됐습니다. 행동주의펀드들도 다양한 캠페인 등을 전개하며 주주환원이 이뤄지도록 소리 높였습니다.



뭔가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같지 않습니까? 주주권리가 강화되면 해외투기자본이 기업을 "먹튀"한다는데 오히려 그런 행동주의 펀드를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장려한다니요. 그리고 사외이사의 수와 역할을 확대하면 경쟁력이 흔들리고 기업이 망하는 거 아니었습니까?


그렇다면 아베가 사망한 이후에는 어떨까요? 일본은 주주 권리, 행동주의, 사외이사 확대 등의 부작용을 겪고 해외에 기업을 탈취당해서 다시 보호주의로 선회했을까요?




관련해서 재밌는 내용이 있습니다. 2023년 8월에 경제산업성에서 나온 지침인데 제목이 "기업 인수 시 행동지침"입니다.

우선 이 지침은 용어부터 정리하고갑니다. "적대적 인수합병"은 "동의하지 않은 인수합병"으로, "경영권 방어"는 "인수대응방침", "대항조치" 등으로 바꿉니다. 그러니까 용어의 부정적인 어감을 지우겠다는 의도입니다. 적대적이니 방어니 하면 왠지 공격하는 쪽이 나쁜 놈 같고 방어하는 게 당연해 보이잖아요? 이런 인식부터 깨려 한겁니다.

그 외에도 전반적으로 이런 "동의하지 않은 인수합병"이 나쁜 것이 아닌, 기업을 효율화하고 주주가치를 높인다는 인식이 나타납니다.


이 지침에선 3가지 원칙이 나오는데

[제1원칙 : 기업가치와 주주 공동이익의 원칙]
바람직한 인수 여부는 기업가치, 나아가 주주 공동의 이익을 확보하거나 향상시킬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제2원칙: 주주 의사 원칙]
회사의 경영지배권과 관련된 사항은 주주의 합리적인 의사에 의존해야 한다.

[제3원칙: 투명성의 원칙]
주주들의 판단에 도움이 되는 정보가 인수자와 피인수회사로부터 적절하고 적극적으로 제공되어야한다. (후략)


그렇습니다. 인수합병 또한 당연히 [주주가치를 위해서]하는 겁니다!


또 몇 가지 흥미로운 대목을 살펴보면

[기업가치 제고 및 주주이익 확보]

[(전략) 주주가 누려야할 이익이 보장되는 거래조건으로 인수가 이루어지도록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주주에게 최대한 유리한 거래조건을 목표로 한 협상]

[경영진 또는 이사는 경영권 인수 제안을 받은 경우 즉시 이사회에 상정 또는 보고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인수에 대한 대응 방침은 "경영진에게 불리한 자"로부터 경영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또한 인수는 주주에게 적절한 주식 매각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공개매수 등에 따른 주식환매청구권을 대항조치를 통해 부당하게 방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등이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기업은 주주의 이익에 충실해야하고, 니들 경영권 지키려고 헛짓거리하거나 인수를 뭉개지 말고 제대로 검토해라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여전히 일본 정부는 주주 권리에 진심이며, 이를 통해 기업의 구조를 개혁하려고 합니다. 어디에서 떠도는 "해외자본의 먹튀" 라거나 "기업 경쟁력 악화"라고는 보지 않고 오히려 "구조개혁"이라는 긍정적인 요소로 보는 것이지요.




정리해보겠습니다.

일본은 비효율적인 일본 기업의 경영을 개선하기 위해 이사회를 정상화하고 주주가치 제고에 힘썼습니다. 그 결과가 우리가 아는 "밸류업"의 실체인 것입니다. 단순히 기업들한테 배당하라고 쪼인트 까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기업 구조개혁의 결과가 밸류업이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큽니다.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는 일본보다 후진적이면 후진적이었지 낫진 않으니까요. 단순히 "주주 권리라는 당위성"을 넘어, 거버넌스 개혁이 우리 경제의 앞날을 결정할 수도 있는 중대차한 일일 수 있는 것입니다.


최근 상법 개정 논란이 거셉니다. 아무쪼록 일본의 사례를 잘 참고하여 우리나라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전개 됐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료
https://www.meti.go.jp/shingikai/economy/kosei_baishu/20230831_report.html
https://www.kiep.go.kr/gallery.es?mid=a10101010000&bid=0001&act=view&list_no=2153&cg_code=C03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521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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