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서비스를 수출하는 나라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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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제조업 국가입니다. 제조업은 우리나라를 여기까지 올려놓은 일등공신이기도 하지만 앞으로의 전망이 불투명합니다. 세계는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섰고, 제조업은 중국이라는 막강한 경쟁자가 등장했으며, 우리의 박살난 인구구조 또한 제조업에 친화적이지 않습니다. 물론 제조업은 여전히 중요한 산업이지만 여기에만 매달려 있으면 그저 천천히 몰락해갈 뿐이겠지요. 우리가 아무리 하고싶어도 상대가 안받아주면 답이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비스업은 중요합니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은 보통 GDP의 7, 80%가 서비스업입니다. 물론 대부분은 저부가가치 노동, 비교역재라 외국에서 뚫기는 힘들지만, 반대로 어떻게든 뚫기만 한다면 드넓은 시장이 펼쳐져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서비스 수출은 상품 수출과 달리 눈에 잘 띄지 않아 무역보복의 타겟이 될 일도 적고 고부가가치인 경우가 많습니다. 포화된 제조업 시장과 달리 성장할 여지도 있고요. 2023년 기준 세계 교역액 중 약 1/4이 서비스교역이라네요. 그리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고요.
이런 면에서 봤을 때 우리의 미래는 서비스 수출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우리가 과연 이것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됩니다. 우리가 여태 해왔듯이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중화학공업에서 첨단 제조업으로 차근차근 올라갔던 것과 달리,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은 아예 산업의 구조 자체가 전혀 다르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돌이켜보면 우리는 판을 짜기보단 짜인 판 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제조에 초점을 맞춰 "소부장"이라고 하는데, 서비스업 쪽에서도 소프트웨어, 컨설팅, 금융 등을 이용해오는 입장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를 잘? 만들어 판다고 하지만 그것을 설계하는 소프트웨어는 외산입니다. 우리나라가 중동에서 마천루를 지었다고 하지만 핵심 설계는 선진국 설계업체가 합니다. 수출 금융 등은 재보험 등을 거쳐 결국 영국과 연결돼 있겠죠.
우리가 제조업 경쟁에서 밀려나더라도 그들은 상관 없을 겁니다. 플레이어가 바뀔 뿐 그 회사는 그대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쓸 거고, 설계를 할 것이며, 금융을 제공할 것입니다. 그럼 우리에게는 뭐가 남을까요?
결국 판, 플랫폼을 장악해야합니다. 후발주자가 진입하려면 우리 프로그램을, 시스템을, 표준을 따르도록.
물론 드럽게 어려운 일입니다. 남들이 다 쓰는 업계 표준 소프트웨어 말고 국산화 하려 한다? 경쟁력만 떨어질 뿐입니다. 마천루 설계 경험도 없는데 설계를 맡길 회사 따윈 없습니다. IT 플랫폼도 국내를 먹고 슬슬 해외로 나가려하면 이미 나보다 덩치도 크고 해외 진출 경험도 많은 구미 업체가 시장을 선점해 있습니다. 우리가 그나마 성공한 게 라인 정도인데 이것도 결말이...
사실 진부한 이야기긴 합니다. 패스트 팔로워가 퍼스트 무버가 되려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한다는 이야기니까요. 단지 아직까지도 답이 안보여서 문제일 뿐.
쓰고싶은 얘기는 많은데 어째 더 난잡해지는 것 같아서 이만 줄입니다.
모호하고 답도 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https://www.kita.net/researchTrade/report/tradeFocus/tradeFocusDetail.do;JSESSIONID_KITA=1BBF3FB7B173A0E2E6D48EAC0D99EA9B.Hyper?no=2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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