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 사랑은 이렇게 힘들까》- 모든 애착이 다 가치가 있지만, 모든 사람이 다 안정 애착을 누릴 수 있다
저자:다이앤 풀 헬러
출판:멀리깊이
발매:2024.02.14.
글쓴이 다이앤 풀 헬러는 애착과 트라우마 분야의 임상 전문가로, 소매틱 경험 트라우마 연구소의 창립자 피터 레빈 밑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해 현재는 성인 애착과 트라우마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고 있습니다. 저서 《어느 날 갑자기》는 대형 트라우마 치료 자료로 전 세계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심리치료사 양성기관 트라우마 솔루션즈의 대표이면서 현재는 개인 클리닉을 운영 중입니다.
글쓴이는 교통사고를 겪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레빈의 도움으로 회복한 후, 레빈의 제자가 되어 트라우마 치료사가 되었으며 트라우마와 아동기 애착 손상의 관계를 탐구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 《내 사랑은 왜 이렇게 힘들까》는 애착의 네 가지 유형, 안정 애착, 회피 애착, 양가 애착, 혼돈 애착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글쓴이의 철학인 모든 사람은 안정 애착을 이룰 능력을 타고난다는 관점에 의거해 회피 애착, 양가 애착, 혼돈 애착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선천적인 안정 애착의 자질을 회복할 수 있는지를 조언합니다. 예상 독자는 1차적으로는 심리치료사이지만, 더 나아가서 인간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일반인에게도 도움을 주고자 하는 책입니다.
글은 글쓴이의 트라우마 경험에서 출발해, 트라우마 치료를 위해 끊어진 연결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신경계를 스스로 제어하는 자기 조절과 양육자와 함께 제어하는 공동 조절을 소개합니다. 이 두 가지 조절은 애착 유형을 나누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안정 애착은 홀로 있을 때와 함께 있을 때 모두 편안하게 느낍니다. 긍정적인 자기 조절과 긍정적인 공동 조절을 모두 경험할 때 나타납니다.
나머지 세 가지 애착은 모두 불안정 애착 유형입니다.
회피 애착은 관계를 이롭지 않은 것으로 취급하고 무시하지만 내면에는 관계를 열망하고 있습니다. 고독, 정서적 방치, 거부 등으로 부정적인 공동 조절을 경험할 때 나타나며 해리 상태에 가까운 자기 조절에 집착합니다.
양가 애착은 관계에 집착하고 일시적인 관계의 단절을 받아들이지 못하기에 항상 불안에 싸여 있습니다. 불충분한 공동 조절 등의 이유로 부정적인 자기 조절을 경험할 때 나타나며 자기 조절을 포기하고서라도 공동 조절에만 매달립니다.
혼돈 애착은 양가 애착과 회피 애착이 뒤얽혀서 나타나며 애착 체계가 위협 반응과 결합해 항상 위협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가정 내외의 분란, 혼돈의 의사소통 등으로 부정적인 자기 조절과 부정적인 공동 조절을 모두 경험할 때 나타납니다.
위에서 든 네 가지 애착 유형은 아동과 보호자 관계를 다루는 아동 애착 이론에 따른 것으로, 성인의 연애 관계는 안정 애착, 불안-몰입 애착, 거부-회피 애착, 공포-회피 애착으로 분류합니다. 이 형태는 대략 아동의 안정 애착, 양가 애착, 회피 애착, 혼돈 애착에 대응합니다. 이 책은 아동기의 애착 유형이 성인의 연애는 물론 다른 인간관계에까지 미치는 영향을 중점으로 서술하기 때문에 아동기의 애착 유형으로 애착을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이상적이고 가장 건강한 애착의 형태는 안정 애착이지만, 회피 애착, 양가 애착, 혼돈 애착 모두 사람마다 자신의 인생에서는 최선의 길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자신이 안정 애착을 하지 못한다고 자책해서도 안 되고, 다른 사람을 비난해서도 안 됩니다.
어떤 어른이 되든 (즉 어떤 애착 유형을 체현하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선의 적응을 했다는 사실에는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다. 최소한 아이들이 저마다 직면해야 했던 딜레마는 어느 정도라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왜 내 사랑은 이렇게 힘들까>, 다이앤 풀 헬러 지음 / 유혜인 옮김
회피 애착을 지닌 사람과 관계 맺기를 스쿠버다이빙에 비유하고 있는데 이런 비유는 각자의 애착 유형을 존중하는 것의 중요함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스쿠버다이버는 수면에 올라와야 하지만, 고압의 환경에 몸이 적응했기 때문에 갑자기 압력이 낮은 수면에 올라가면 잠수병에 걸립니다. 회피 애착을 지닌 사람도 관계를 맺어야 하는 본성이 있지만, 관계를 맺는 것이 손해를 보는 환경에 몸이 맞춰져 있기에 갑자기 관계를 맺으면 탈이 납니다.
이처럼 각자 지닌 애착 유형은 자신의 환경에 적응한 결과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애착 유형을 받아들이고 나면, 자신의 애착 유형에 맞는 안정 애착을 형성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또 다른 사람에게 다가갈 때에도 그 사람의 애착 유형에 맞게 다가가야 서로 해를 끼치지 않고 마음을 열 수 있습니다.
이렇게 1장에서 4장까지 다양한 애착 유형을 다루고, 5장에서는 커플을 이루는 구성원들의 애착 유형에 따라 연애 관계에서 안정형 애착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커플 중 한 명만 안정 애착형이라도 파트너에게 강한 영향을 미쳐 안정형 애착을 맺을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불안정 애착형은 안정 애착형을 재미없고 섹시하지 않다고 느껴서 불안정 애착형끼리 끌린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연애의 묘미로 꼽히는 밀당을 안정 애착형은 선호하지 않아요. 특히 서로 반대 성향이라 상처를 주기 쉬운 회피형과 양가형이 짝을 이루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래서 불안정 애착형끼리 함께 안정 애착을 일궈 나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복탄력성》에서는 안정적 사랑의 유형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소설,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이야깃거리가 될 만한 불안형이나 회피형이고 이런 사랑을 낭만적으로 묘사하는 대중매체의 영향으로 안정형 사람들까지 불안형이나 회피형을 이상적인 사랑으로 오해하게 된다고 합니다. 불안정 애착형 권하는 사회에 맞서는 운동이라도 일으켜야 하려나요?
자신의 애착 유형을 알 수 있는 테스트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안정형 애착의 씨앗을 다시 일깨울 수 있도록 하는 함께 해보기 코너들도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혼돈형 애착을 지닌 사람들을 위해 유능한 보호자를 추억하거나 없었다면 만들어 보는 것이 있습니다. 이때 실습 전과 후의 신체적 감각의 변화에 집중하게 하는데, 이것이 글쓴이가 이용하는 소매틱 치료의 특징입니다. 몸과 마음의 변화를 통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지요.
모든 애착 유형이 다 삶을 살기 위한 최선의 방도라고 강조하면서도 모든 사람은 안정형 애착을 형성할 수 있는 씨앗이 있다면서 안정형 애착이 가장 좋은 것임을 계속 주입합니다. 이는 모순적인 태도이지만, 어렸을 때에는 자신의 환경을 스스로 택할 수 없고 그저 받아들여야 할 뿐인 반면 어른이 되고 나서는 자신이 자신의 환경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 같습니다. 유유상종이란 말도 있듯이 애착 유형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될 수 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어느 부모라도 자기 자식과 불안정 애착을 맺기를 원치는 않을 것 같으니, 불안정 애착에 의지해 살아가야 하는 험한 세월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라도 집에서만은 안정형 애착을 실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런 모순은 오히려 불안정 애착을 지닌 사람에게는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습니다.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자란 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강력한 보호자가 되어준다. 그야말로 돌을 황금으로 바꾸어 세상에 선사하는 사람들이다.
<왜 내 사랑은 이렇게 힘들까>, 다이앤 풀 헬러 지음 / 유혜인 옮김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절은 “우리는 안정 애착을 누리도록 태어났다”입니다. 각자 걸어온 길이 다르고 선 자리도 다르지만, 함께 희망을 품어 볼 수 있으면, 그리고 그 희망을 이룰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