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야 하는 건 맞는데... (아내의 출산과정을 지켜보며)
얼마전 출산을 가졌던 남편입니다.
늦은 나이에 드디어 첫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이 너무 기쁩니다.
하지만 출산 과정이 너무 납득이 안되어서 너무 복잡한 기분 속에서 이틀을 보내고 있습니다.
의료 쪽은 정보의 비대칭이 심하다는 말이 이런 곳에서 나오는 거 같습니다.
병원측에서 제시한 원래 예정일은 10월 3일입니다. 지난 주였죠.
저희가 계산했던 예정일은 10월 7일이었습니다만, 저희는 의사의 판단을 믿었습니다.
병원측이 제시한 예정일을 지나서 10월 4일, 의사가 예정일이 지났으니 유도분만을 제안했습니다.
10월 6일 일요일 저녁 9시에 입원을 해서 질정제 12시간 투여하고, 월요일 유도분만을 하기로 정했습니다.
병원에 입원하니 곧바로 등엔 링겔을 팔에 꼽고 (투여는 안하면서), 등엔 무통주사라며 주사 바늘을 꽂더군요.
하지만 저녁 9시에 시작하기로 했던 질정제 투여는
현재 진통이 있으니 자연 진통이 올 수 있으니 기다려 보자며 질정제 투여를 안하더군요.
아내가 "이 정도 진통은 늘 있었다"라고 이야기 했지만 안 듣더군요.
새벽 2시정도 가 되었습니다.
당직 의사가 오더니, 진통은 있는데 진통이 올때마다 아기 혈압이 110정도까지 떨어지니 또 잠시 두고보자고 하더군요.
문제는 등에 꽂은 무통 주사가 걸려서 아내가 잠을 한숨도 못자고 있었던 겁니다.
지금은 아내가 그렇게 힘들었으니 아기가 힘든게 당연했겠지 생각이 듭니다만, 그땐 별 생각없이 의사가 그러니 따랐습니다.
그렇게 새벽 6시가 되어서 쪽잠이라도 자고 일어난 아내에게 드디어 질정제를 투여하더군요.
분만은 시작도 안한 산모는 이미 잠을 못자 완전히 지친 상태고요.
질정제를 10월 7일 새벽 6시부터 투여하기 시작했고, 아내는 이미 지쳐서 짜증을 내고 있었습니다.
제가 간호사들에게 여러 번 등에 꽂힌 주사바늘이 걸려서 너무 힘들어한다고 말을 했지만, 본인들은 어쩔 수 없다고만 하더군요.
10월 7일 저녁에 질정제 투여를 멈추고, 내진을 다시 했습니다.
여전히 준비가 많이 안되었다며, 질정제를 한번 더 하자고 하더군요.
이미 아내는 지쳐서 졸다가, 주사바늘이 불편해 깨다가를 반복하고 있었고요.
옆에서 밤을 새며 지켜보던 제정신 또한 반쯤 나가있었고요.
하지만 새로 하기로 한 질정제는 또 미루며 시작을 안하더군요.
이건 왜 안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고요.
그러다가 10월 7일 새벽 2시쯤 질정제를 투입하기 전 내진을 하다가 양수가 이미 터진 걸 발견했습니다.
아내 말로는 2시간 쯤 전에 양수가 터졌던 거 같다고 하더군요.
이미 양수가 터졌으니 더이상의 질정제 투입은 힘들다며, 내일 (이미 시작했어야 할) 유도분만을 시작하자고 하더군요.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습니다.
양수가 왜 하필 이 시점에 터졌을까요?
아내가 27시간째 갖은 고생을 하던 중, 병원 측은 거의 몇시간 간격으로 내진을 반복했었고요.
이 둘이 합쳐져 결국 터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드디어 10월 8일 오전에 촉진제를 투입했습니다.
촉진제를 투입하니까 진통은 잘 오는 데, 아내가 지나치게 아파하더군요.
제가 간호사들에게 물으니 원래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아픈 거냐고 하니 양수가 없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더 큰 문제는 아내가 진통이 올때마다 아기의 혈압이 심하게 내려가더군요.
결국, 1시간만에 유도분만을 그만두고, 이제 시작인데 아기가 이렇게 힘들어하면 아기가 위험하다며 제왕절개를 권하더군요.
하자는 대로만 하던 저는 그 결정만은 정말 망설여졌지만, 아내가 너무 힘들어 하고 아기가 위험하다는 사실에 따를 수 밖에 없더군요.
수술은 잘 되어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고 산모도 건강합니다.
하지만 제왕절개까지 이르는 저 일련의 과정들이 아직도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악기부는 일을 하는 친구라 제왕절개는 정말 피하고 싶었거든요.
수술이 끝나고 만났던 담당의사에게 유도분만이 우리의 실수였냐고 물어보니,
"아기 건강하게 태어났고, 산모도 수술이 잘 되었는데 무슨 소리냐?"
"축하해야하는 자리에 이상한 말 하시지 말라며"라고 말하며 가시더군요.
맞습니다.
아기 건강하고, 산모 수술도 잘 된 듯 보여 행복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수술은 수술이고 우린 피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담당 의사도 자연 분만을 우리가 고집했다는 걸 이미 알고 있고요.
이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으시던 장모님은 손녀보다 딸이 더 소중하기에 애기를 아직 보지않고 있습니다.
좀 더 큰 병원으로 가라고 그러셨지만, 지금 담당 의사가 괜찮은 거 같다는 딸의 고집을 꺽지 못했기에 더더욱 그러시겠죠.
아예 처음부터 제왕절개만을 생각하는 산모도 있다며, 제왕절개가 뭐가 대수냐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담당의사님의 말에
수술에 대한 인식이 저희들과 의료인들 사이에 큰 갭이 있다는 건 이번에 배웠습니다.
그래도 수술이잖아요?
평생에 두번의 수술을 가졌던 저는 그 두 부위가 멀쩡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수술에 편견을 가지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를 둘 가질까 셋 가질까 아내와 늘 나누었던 고민은 이제 머릿속에서 사라졌습니다.
악기부는 직업을 가진 아내라 호흡이 중요한데, 이런 아내의 배를 다시 갈라야 한다는 사실부터 저를 힘들게 하네요.
무엇보다도 저 제왕절개까지 이르는 저 이틀간의 과정이 너무 납득이 안되어 더더욱 힘듭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자세한 설명없이 "감"으로만 결정하고 미루기만 반복하던 와중에
고생만 하던 아내는 결국 양수가 터져서 제왕절개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돕니다.
분명 모든 건 잘 끝났고 행복해야 합니다만......
늦은 나이에 드디어 첫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이 너무 기쁩니다.
하지만 출산 과정이 너무 납득이 안되어서 너무 복잡한 기분 속에서 이틀을 보내고 있습니다.
의료 쪽은 정보의 비대칭이 심하다는 말이 이런 곳에서 나오는 거 같습니다.
병원측에서 제시한 원래 예정일은 10월 3일입니다. 지난 주였죠.
저희가 계산했던 예정일은 10월 7일이었습니다만, 저희는 의사의 판단을 믿었습니다.
병원측이 제시한 예정일을 지나서 10월 4일, 의사가 예정일이 지났으니 유도분만을 제안했습니다.
10월 6일 일요일 저녁 9시에 입원을 해서 질정제 12시간 투여하고, 월요일 유도분만을 하기로 정했습니다.
병원에 입원하니 곧바로 등엔 링겔을 팔에 꼽고 (투여는 안하면서), 등엔 무통주사라며 주사 바늘을 꽂더군요.
하지만 저녁 9시에 시작하기로 했던 질정제 투여는
현재 진통이 있으니 자연 진통이 올 수 있으니 기다려 보자며 질정제 투여를 안하더군요.
아내가 "이 정도 진통은 늘 있었다"라고 이야기 했지만 안 듣더군요.
새벽 2시정도 가 되었습니다.
당직 의사가 오더니, 진통은 있는데 진통이 올때마다 아기 혈압이 110정도까지 떨어지니 또 잠시 두고보자고 하더군요.
문제는 등에 꽂은 무통 주사가 걸려서 아내가 잠을 한숨도 못자고 있었던 겁니다.
지금은 아내가 그렇게 힘들었으니 아기가 힘든게 당연했겠지 생각이 듭니다만, 그땐 별 생각없이 의사가 그러니 따랐습니다.
그렇게 새벽 6시가 되어서 쪽잠이라도 자고 일어난 아내에게 드디어 질정제를 투여하더군요.
분만은 시작도 안한 산모는 이미 잠을 못자 완전히 지친 상태고요.
질정제를 10월 7일 새벽 6시부터 투여하기 시작했고, 아내는 이미 지쳐서 짜증을 내고 있었습니다.
제가 간호사들에게 여러 번 등에 꽂힌 주사바늘이 걸려서 너무 힘들어한다고 말을 했지만, 본인들은 어쩔 수 없다고만 하더군요.
10월 7일 저녁에 질정제 투여를 멈추고, 내진을 다시 했습니다.
여전히 준비가 많이 안되었다며, 질정제를 한번 더 하자고 하더군요.
이미 아내는 지쳐서 졸다가, 주사바늘이 불편해 깨다가를 반복하고 있었고요.
옆에서 밤을 새며 지켜보던 제정신 또한 반쯤 나가있었고요.
하지만 새로 하기로 한 질정제는 또 미루며 시작을 안하더군요.
이건 왜 안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고요.
그러다가 10월 7일 새벽 2시쯤 질정제를 투입하기 전 내진을 하다가 양수가 이미 터진 걸 발견했습니다.
아내 말로는 2시간 쯤 전에 양수가 터졌던 거 같다고 하더군요.
이미 양수가 터졌으니 더이상의 질정제 투입은 힘들다며, 내일 (이미 시작했어야 할) 유도분만을 시작하자고 하더군요.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습니다.
양수가 왜 하필 이 시점에 터졌을까요?
아내가 27시간째 갖은 고생을 하던 중, 병원 측은 거의 몇시간 간격으로 내진을 반복했었고요.
이 둘이 합쳐져 결국 터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해서 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드디어 10월 8일 오전에 촉진제를 투입했습니다.
촉진제를 투입하니까 진통은 잘 오는 데, 아내가 지나치게 아파하더군요.
제가 간호사들에게 물으니 원래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인데 이렇게 아픈 거냐고 하니 양수가 없어서 그렇다고 하더군요.
더 큰 문제는 아내가 진통이 올때마다 아기의 혈압이 심하게 내려가더군요.
결국, 1시간만에 유도분만을 그만두고, 이제 시작인데 아기가 이렇게 힘들어하면 아기가 위험하다며 제왕절개를 권하더군요.
하자는 대로만 하던 저는 그 결정만은 정말 망설여졌지만, 아내가 너무 힘들어 하고 아기가 위험하다는 사실에 따를 수 밖에 없더군요.
수술은 잘 되어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고 산모도 건강합니다.
하지만 제왕절개까지 이르는 저 일련의 과정들이 아직도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악기부는 일을 하는 친구라 제왕절개는 정말 피하고 싶었거든요.
수술이 끝나고 만났던 담당의사에게 유도분만이 우리의 실수였냐고 물어보니,
"아기 건강하게 태어났고, 산모도 수술이 잘 되었는데 무슨 소리냐?"
"축하해야하는 자리에 이상한 말 하시지 말라며"라고 말하며 가시더군요.
맞습니다.
아기 건강하고, 산모 수술도 잘 된 듯 보여 행복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수술은 수술이고 우린 피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담당 의사도 자연 분만을 우리가 고집했다는 걸 이미 알고 있고요.
이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으시던 장모님은 손녀보다 딸이 더 소중하기에 애기를 아직 보지않고 있습니다.
좀 더 큰 병원으로 가라고 그러셨지만, 지금 담당 의사가 괜찮은 거 같다는 딸의 고집을 꺽지 못했기에 더더욱 그러시겠죠.
아예 처음부터 제왕절개만을 생각하는 산모도 있다며, 제왕절개가 뭐가 대수냐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담당의사님의 말에
수술에 대한 인식이 저희들과 의료인들 사이에 큰 갭이 있다는 건 이번에 배웠습니다.
그래도 수술이잖아요?
평생에 두번의 수술을 가졌던 저는 그 두 부위가 멀쩡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수술에 편견을 가지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를 둘 가질까 셋 가질까 아내와 늘 나누었던 고민은 이제 머릿속에서 사라졌습니다.
악기부는 직업을 가진 아내라 호흡이 중요한데, 이런 아내의 배를 다시 갈라야 한다는 사실부터 저를 힘들게 하네요.
무엇보다도 저 제왕절개까지 이르는 저 이틀간의 과정이 너무 납득이 안되어 더더욱 힘듭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자세한 설명없이 "감"으로만 결정하고 미루기만 반복하던 와중에
고생만 하던 아내는 결국 양수가 터져서 제왕절개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돕니다.
분명 모든 건 잘 끝났고 행복해야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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