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처벌법에 대한 우려
딥페이크(불법합성) 성착취물을 소지·시청할 경우 최대 징역 3년에 처할 수 있도록 한 ‘딥페이크 처벌법’이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법사위에서는 위 조항에 "알면서"라는 문언을 추가하려고 하였는데, 어차피 형벌규정에서는 "고의" 요건의 존재를 판단하기 때문에 "알면서"라는 문언은 삭제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알면서" 문구의 추가에 대해서 일각에서는(특히 여성계에서는) "모르고 소지 시청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빠져나가게 해주려는 것이 아니냐"라는 이유로 격렬한 반감을 표하기도 했다는데, 이것은 형사법의 기본리인 고의 책임의 원칙 자체를 부정하자는 것이라 상당히 놀랍습니다.
행위에 인식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처벌을 피하지 못하게 헤야 한다는 요구가 행위에 인식이 없더라도 처벌을 해야만 한다는 주장인 것이라면 행위 뿐만 아니라 행위에 대한 인식의 증명을 요구하는 수사기관부터 법원까지 사법 전체가 잘못된 원칙에 따라 오고 있는 겁니다.
디지털 성범죄는 우리 사회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이슈입니다.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이 과소평가되어 왔고 사법제도가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으며, 이러한 비적극성에는 기존의 남성 위주 조직 구성의 성편향이 작용했다는 의심까지도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갑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형량의 상한 없는 증가, 가벌범위의 끝없는 확대, 요건 판단 기준의 완화, 심지어 고의책임 원칙의 포기까지 주장하고 나온다면 ... 정말 누구라도 나서서 말려야 할 일입니다.
아무 대안도 만들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형량의 강화나 가벌범위의 확대, 판단 기준의 완화 특히 고의책임의 포기 같은 것은 예상되는 부작용이 너무나 많습니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경찰행정역량의 강화입니다.
딥페이크 범죄 사건의 진행경과들을 보면 경찰의 수사역량의 부족이 아쉽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조금 더 선제적이고 적극적일 수 있다면 많은 피해가 줄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없을 수 없습니다. 일선 경찰들의 잘못이라고만 볼 것은 아니고, 우리 사회가 이 부분에 있어서 손쉬운 비난만 하고 경찰행정에 대해 투자는 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형량을 높이고 가벌범위를 확대하고소지나 시청까지 처벌하고 심지어 고의가 없어도 처벌한다고 해서... 과연 이것이 경찰의 역량 부족에 대한 해결책이 될 지 의문입니다.
온갖 생각이 드는데... 형량만 무턱대고 높이면 그것은 영국에서와 같은 수용소 부족 문제로 이어집니다. 디지털 성범죄자를 가둘 공간이 모자라서 아동 성범죄자를 조기 가석방 하는 촌극이 벌어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가벌범위만 계속해서 확대하면, 딥페이크 유포자를 수사하기 위해 동원되어야 할 수사역량이, 딥페이크 소지자나 시청자를 붙잡아다 놓고 조사하는 데 낭비되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소지나 시청까지 처벌하는 법이 신종 무고의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규제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경찰 행정력의 확대입니다. 그러려면 디지털 성범죄 수사 역량이 있는 전문성이 있는 경찰들을 더 많이 채용, 육성, 지원해야 합니다. 경찰행정애 관한 논의가 더 되어야 하는데 자꾸 논의는 형량 강화, 가벌범위 확대로 가버립니다. 경찰들을 더 뽑아 주거나 늘려 주거나 더 보상을 해주거나 더 잘 할 수 있게 해주거나 하지는 않고 경찰들한테 해야 할 일만 더 늘려 놓습니다.
각설로, 여담으로, 이거는 뭐 국민 전체가 좆소 기업 사장 같습니다. 국민 전체가 좆소 기업 사장처럼, 뭔가 문제가 터지면, 담당직원이 그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는 관심이 없고, 일단 담당직원을 불러 세워 놓고 화내고, 윽박지르고, 엄포를 놓고, 그 다음에는 그 담당직원한테 과제를 더 얹어놓습니다. 새로운 담당직원을 하나 더 뽑아 준다거나, 뭐 교육을 해준다거나, 문제가 된 그 특정 일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거나 이런 거는... 없습니다(그런거는 돈=세금 나가니까 아까워서 그런지 관심 없습니다).
돌아와서, 디지털 성범죄 수사도 결국 디지털 수사 역량의 강화를 위한 투자가 선행하거나 최소한 반드시 수반되기라도 해야 할 것이고, 형량 높이기, 범죄 목록 새로 만들기, 이런 것은 오히려 좀 더 충분히 논의를 하고 나서 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몇 가지 생각해 보면 디지털 성범죄에 있어서 민사배상을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가해자들에게 강력한 위하효과를 갖는 금융 타격이 가해지도록 하고, 법률시장이 이 시장에 반응하도록, 법원이 위자료 인정을 적극적으로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재벌가는 이혼 위자료도 20억이 인정되는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게는 더 많은 위자료도 인정 못해줄 건 뭐랍니까. 또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행정기관의 행정 조치들도-참 이게 바람직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형사처벌의 무제한적 남발로 가는 것보다 낫다면- 여러가지로 다양하게 검토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글을 끝내기 전에 생각난 또다른 아이디어는 딥페이크의 소지나 시청을 처벌하기보다도 차라리 관련한 금전 공여부터 처벌하는 것은 어떤가 하는 것입니다. 들으니 딥페이크 공유 텔레그램 방에 들어가면 딥페이크 컨텐츠를 위해 가상화폐를 지불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 금전 공여 같은 경우에는 그 자체로 의도성의 명확한 증거가 되니까(돈까지 써가며 딥페이크를 주문했다) 위법성이 보다 명확하고 논란이 덜합니다.
법사위에서는 위 조항에 "알면서"라는 문언을 추가하려고 하였는데, 어차피 형벌규정에서는 "고의" 요건의 존재를 판단하기 때문에 "알면서"라는 문언은 삭제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알면서" 문구의 추가에 대해서 일각에서는(특히 여성계에서는) "모르고 소지 시청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빠져나가게 해주려는 것이 아니냐"라는 이유로 격렬한 반감을 표하기도 했다는데, 이것은 형사법의 기본리인 고의 책임의 원칙 자체를 부정하자는 것이라 상당히 놀랍습니다.
행위에 인식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처벌을 피하지 못하게 헤야 한다는 요구가 행위에 인식이 없더라도 처벌을 해야만 한다는 주장인 것이라면 행위 뿐만 아니라 행위에 대한 인식의 증명을 요구하는 수사기관부터 법원까지 사법 전체가 잘못된 원칙에 따라 오고 있는 겁니다.
디지털 성범죄는 우리 사회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이슈입니다.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이 과소평가되어 왔고 사법제도가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으며, 이러한 비적극성에는 기존의 남성 위주 조직 구성의 성편향이 작용했다는 의심까지도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갑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형량의 상한 없는 증가, 가벌범위의 끝없는 확대, 요건 판단 기준의 완화, 심지어 고의책임 원칙의 포기까지 주장하고 나온다면 ... 정말 누구라도 나서서 말려야 할 일입니다.
아무 대안도 만들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형량의 강화나 가벌범위의 확대, 판단 기준의 완화 특히 고의책임의 포기 같은 것은 예상되는 부작용이 너무나 많습니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경찰행정역량의 강화입니다.
딥페이크 범죄 사건의 진행경과들을 보면 경찰의 수사역량의 부족이 아쉽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조금 더 선제적이고 적극적일 수 있다면 많은 피해가 줄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없을 수 없습니다. 일선 경찰들의 잘못이라고만 볼 것은 아니고, 우리 사회가 이 부분에 있어서 손쉬운 비난만 하고 경찰행정에 대해 투자는 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형량을 높이고 가벌범위를 확대하고소지나 시청까지 처벌하고 심지어 고의가 없어도 처벌한다고 해서... 과연 이것이 경찰의 역량 부족에 대한 해결책이 될 지 의문입니다.
온갖 생각이 드는데... 형량만 무턱대고 높이면 그것은 영국에서와 같은 수용소 부족 문제로 이어집니다. 디지털 성범죄자를 가둘 공간이 모자라서 아동 성범죄자를 조기 가석방 하는 촌극이 벌어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가벌범위만 계속해서 확대하면, 딥페이크 유포자를 수사하기 위해 동원되어야 할 수사역량이, 딥페이크 소지자나 시청자를 붙잡아다 놓고 조사하는 데 낭비되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소지나 시청까지 처벌하는 법이 신종 무고의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규제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경찰 행정력의 확대입니다. 그러려면 디지털 성범죄 수사 역량이 있는 전문성이 있는 경찰들을 더 많이 채용, 육성, 지원해야 합니다. 경찰행정애 관한 논의가 더 되어야 하는데 자꾸 논의는 형량 강화, 가벌범위 확대로 가버립니다. 경찰들을 더 뽑아 주거나 늘려 주거나 더 보상을 해주거나 더 잘 할 수 있게 해주거나 하지는 않고 경찰들한테 해야 할 일만 더 늘려 놓습니다.
각설로, 여담으로, 이거는 뭐 국민 전체가 좆소 기업 사장 같습니다. 국민 전체가 좆소 기업 사장처럼, 뭔가 문제가 터지면, 담당직원이 그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는 관심이 없고, 일단 담당직원을 불러 세워 놓고 화내고, 윽박지르고, 엄포를 놓고, 그 다음에는 그 담당직원한테 과제를 더 얹어놓습니다. 새로운 담당직원을 하나 더 뽑아 준다거나, 뭐 교육을 해준다거나, 문제가 된 그 특정 일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거나 이런 거는... 없습니다(그런거는 돈=세금 나가니까 아까워서 그런지 관심 없습니다).
돌아와서, 디지털 성범죄 수사도 결국 디지털 수사 역량의 강화를 위한 투자가 선행하거나 최소한 반드시 수반되기라도 해야 할 것이고, 형량 높이기, 범죄 목록 새로 만들기, 이런 것은 오히려 좀 더 충분히 논의를 하고 나서 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몇 가지 생각해 보면 디지털 성범죄에 있어서 민사배상을 활성화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가해자들에게 강력한 위하효과를 갖는 금융 타격이 가해지도록 하고, 법률시장이 이 시장에 반응하도록, 법원이 위자료 인정을 적극적으로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재벌가는 이혼 위자료도 20억이 인정되는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게는 더 많은 위자료도 인정 못해줄 건 뭐랍니까. 또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행정기관의 행정 조치들도-참 이게 바람직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형사처벌의 무제한적 남발로 가는 것보다 낫다면- 여러가지로 다양하게 검토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글을 끝내기 전에 생각난 또다른 아이디어는 딥페이크의 소지나 시청을 처벌하기보다도 차라리 관련한 금전 공여부터 처벌하는 것은 어떤가 하는 것입니다. 들으니 딥페이크 공유 텔레그램 방에 들어가면 딥페이크 컨텐츠를 위해 가상화폐를 지불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 금전 공여 같은 경우에는 그 자체로 의도성의 명확한 증거가 되니까(돈까지 써가며 딥페이크를 주문했다) 위법성이 보다 명확하고 논란이 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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