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고려아연 공개매수, 울산시장의 주식 모으기 운동. 기업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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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4/09/17/ZAN6WD2G5JB7BAZG6AEI7H2BSQ/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사태로 후끈한 요즘입니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고려아연을 지배하는 장씨 일가와 최씨 일가의 경영권 다툼입니다. 고려아연은 최대주주는 장씨 일가 쪽이고 2대 주주는 최씨 일가인데 경영은 최씨 일가 쪽에서 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MBK가 장씨 일가에 붙고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더 확보하여 경영권을 가져오려는 겁니다.
뭐 사태 자체보단 그 여파가 퍼지는 과정이 흥미로워서 가져와봤습니다. 이해 당사자인 장씨 일가, 최씨 일가, MBK는 재껴놓고서도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나서서 공개매수를 반대하거나 찬성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고 있거든요.
그 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건 울산 시장이 혐중 반외세 전략을 취했다는 것입니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 건을 ["외국자본의 약탈적 인수합병 시도"]라고 규정하고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은 사모펀드가 기업을 집어삼키고 기술의 해외유출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이걸 저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려아연 주식 사주기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합니다. 사악한 해외자본에 맞서서 지역사회에서 고려아연 주식을 사서(...) 침탈을 저지하자는 것이지요. 시장만 이러는 게 아니라 울산시 국회의원이나 시의회 등도 비슷한 논조로 반발하고 있습니다.
보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가장 큰 건 "니들이 대체 왜?"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주식회사 거버넌스와 관련하여 [구조와 목표 둘 다 모호하다]고 느낍니다.
구조부터 봅시다. 원래 주식회사란 주주를 위한 것입니다. 당연히 주주가 돈 벌기 위한 장치이니 중요한 결정은 주주총회에서 결정하고 사소한 건 주주가 선임한 "이사"를 통해 경영권이 행사됩니다. 그리고 이사는 당연히 자기를 뽑아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해야하고요. 이 구조에선 모든 게 명확합니다. 목표는 주주의 이익, 구조는 주주총회나 이사회 의결. 현재 방향성이 마음에 안들면 지분을 모아서 주주총회 개최하고 자기 뜻에 맞는 이사를 세우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 구조부터 애매합니다. 애초에 이사회가 제 구실을 못하거든요. 그리고 그 핵심 원인은 우리나라 상법과 대법원이 "이사는 주주 이익에 복무할 필요 없다"고 박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회사가 주주를 위한 게 아니면 회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할까요? 대한민국의 국익? 고용된 노동자? 협력업체? 지역사회? 애초에 확고한 교통정리가 안된 채 모두가 각자의 논리를 가지고 자기네 말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더 문제는 이런 다툼을 다룰 "링"이 애매하다는 것에 있죠. 뭐, 주주를 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SG도 그런 거고 서구의 노동이사제 등도 결국 기업의 의사결정에 주주이익 이외의 다른 가치를 고려하란 거잖아요? 이사회가 멀쩡히 경영권을 행사하는 기구라면 어떤 방식으로든 "이사"를 선임해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대다수 이사회가 거수기고 무력화 돼 있다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 의견을 따르는 이사를 선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온갖 언론플레이, 정치권의 압력 등 온갖 개싸움이 벌어집니다. 원칙 등을 통해 조정되는 게 아니라.
결국 [목표]와 [수단]의 문제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울산시장 및 정치권은 대체 무슨 권리로 공기업도 아닌 민간 주식회사인 고려아연의 경영권 문제에 목소리를 얹으려 한 걸까요? 그리고 들고 나온 논리가 "사악한 해외투기자본에 맞서 국가를 위한" 프레임인데 이건 또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회사는 국익을 위해 존재하나요? 만약 그게 옳다면 이사회에 공무원이나 정치인을 꽂는 게 맞지 않을까요? 실제로 중국에서는 민영회사에도 공산당원이 경영에 참여한다고 들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노동자의 의견이 중요하다면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거나, 지역사회가 중요하다면 지역인사를 이사로 선임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아니 애초에 정치인이 기업의 경영권 문제에 직접 손을 뻗는 게 맞나요? 차라리 조례를 제정한다든지 행정처분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정치권 뿐만 아니라 노동계, 시민단체 등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명확한 교통정리가 안 돼 있으니 그냥 관계만 있으면 다들 들고 일어나서 한 마디씩 보태는데 이게 맞는 방향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목소리를 내는 건 좋습니다. 근데 애초에 누가 링 위에 올라갈지, 링 위에서의 규칙은 무엇인지조차 애매한 상태이다보니 이런 혼란이 벌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저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식회사는 주주를 위한 것이고 그 이외엔 부차적인 거라고요. 물론 신경쓰지 말란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 법으로 규제를 받기도 하고 노동자나 지역사회도 고려해야하지만 대전제는 주주의 이익이라고요.
관련해서 핵심적인 게 요즘 핫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입니다. 우선 이것부터 바로잡아야겠죠.
물론 이게 다는 아닙니다. 우리 인식 또한 바뀌어야겠죠. 특히 "국익", "해외(투기)자본", "기득권" 등 레토릭이 들어가는 순간 급격하게 주주권리 따윈 개나 줘버려라는 사람이 많아지기도 합니다. 무슨 "해외투기자본의 약탈", "배당에만 집중하여 돈 뽑아먹고 회사를 망친다" 등. 주주의 권리가 중요하다면 정당한 의결권을 가지고 행사하는 경영권 또한 존중해야겠지요.
정리하자면
1. 우리나라 기업은 지배구조와 존재 목적이 애매하다
2. 어떻게 됐든 지배구조 자체가 명확하게 정리 돼야 한다.
3. 나는 주식회사의 본질인 "주주의 이익"에 맞춰야 한다고 본다.
정도입니다.
뭔가 길기는 긴데 어수선한 글이 돼 버렸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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