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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겪었던 경험 하나가 생각네요.

폭염과 열대야가 위험하다는 안전 문자가 오가는 가운데 벌써 추석입니다. 예전에 추석과 가을이 다가오면 아침에 밖에 나가면 언제 더웠냐는 듯이 부는 선선한 바람을 느꼈는데, 올해는 분명 추석이 바로 앞인데도 밖에 나가면 찜질방 같은 숨막힘을 느끼네요. 다들 추석 당일에 성묘 가시는 날에 더위 조심하시길 바람니다.

추석에 그렇게 까지 생각나는 추억이라고는 없는데, 오늘 문득 몇 해 전 추석에 있었던 일이 생각이 납니다. 별일 아닌 일인데, 머릿속에 깊숙이 새겨져 그때를 생각하면 피식하고 웃음이 나옵니다.

추석 당일 밤에 작은집에 인사하러 갔었습니다. 가니 작은아버지는 마실 가시고 작은어머니와 사촌 누나와 매형이 같이 있네요. 명절에나 겨우 만나는 사이라서 인사하고 가려는데, 그래도 왔으니 같이 놀자고 합니다.

무엇을 할까 돌아보다가 결국은 고스톱을 하기로 합니다. 작은집 식구와 큰집은 저 혼자 상대를 해야 하다니, 뭔가 억울한 생각도 들지만, 어쩌겠습니까. 명절에 하는 작은 민속놀이라 참가해야죠. 일단은 점 500원으로 해서 사촌 누나와 매형, 그리고 저 셋이서 처음에 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치다 보니, 이상하게 돈을 땁니다. 이상합니다. 전 고스톱이라곤 한게임 고스톱밖에 모르고 그것도 맨날 올인이나 당하는 초보인데, 너무 패가 잘 붙습니다. 제자리 앞에 만 원짜리 천 원짜리가 쌓여 가는데, 이거 이러다가 의 상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는 것도 적당히 따야지.

그래서 일부러 지려고 패를 막 던져도 쪽으로 피를 받지를 않나, 참 이게 타짜 귀신이 붙었나 싶습니다. 앞에 누나와 매형 얼굴이 심상치가 않네요. 더 이상하다가 십만 원 조금 넘는 돈으로 기분 상하게 하기 싫어서 하나의 묘수를 냅니다.

고니 마냥 반절만 가져갈게. 대신에 화장실이 급하다고 핑계를 대고 화투패를 작은어머니에게 건네주고 화장실에 갔다가, 전화받는 척 밖으로 나가 산책 한번 하고 돌아왔습니다. 아마 작은어머니는 현명하시니 잘 해결했겠지 하고 가니 역시나 어른은 다르네요.

제 자리에는 제 본전보다 만원 정도 더 있네요. 휴 다행입니다. 거기서 고스톱을 관두고 제가 돈을 땄다고 생색내며 치킨을 시켜먹었던 생각이 납니다.

남들이 생각하기엔 흔한 에피소드나, 읊조림에 불과하겠지만, 몇 안 되는 추석에 경험했던 좋은 기억입니다.  

여러분은 추석에 겪었던 에피소드가 무엇이 있나요?

추석 잘 보내시고 건강하게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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