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할아버지가 없어?
2024년 9월 8일, 특별할 것 없는 일요일의 점심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떡만두국 앞에서, 우리 가족은 여느 때처럼 평화로운 식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빠, 엄마, 올해 초등학교 3학년생인 외동딸 현서. 그리고 덩치 큰 고양이 믹키와 타비는 자기들 밥은 다 먹고 식탁 주변을 서성거렸다.
그러나 이 평화로운 장면은 현서의 한마디에 속절없이 장르가 변해버렸다.
"어제 친구들이 그러던데... 산타할아버지 없어?"
그 말은 마치 예고 없이 떨어진 폭탄처럼 식탁을 강타했다. 떡을 집어 든 젓가락은 "그대로 멈춰라" 주문에 걸린 듯 허공에서 멈춰 섰다.
나는 아내의 눈에서 문자 그대로의 "동공지진"을 관찰할 수 있었다. 나 역시 그랬으리라. 우리는 말 없이 눈빛으로 긴급 소통을 주고받았다. 우리 머리 속 CPU도 풀가동 되어 달아올랐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 왔다. 할 수 있다!
"산타할아버지가 왜 없어? 작년에도 왔다 가셨잖아. 기억 안 나?"
아내도 재빨리 응수했다. "맞아. 올해도 오실 거야. 갖고 싶은 것 소원 빈다고 했잖아, 현서야."
현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다시 의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근데 친구들이 그러는데, 아빠가 산타할아버지라던데?"
"아아... 이 순간이 언젠가 오리라 생각은 했지만, 하필 오늘, 맛 좋은 떡만두국 앞에서라니!"
겉으로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태연한 척 답했다.
"산타할아버지는 믿는 어린이에게만 찾아오시거든. 아빠도 어렸을 때 믿었더니 친구들보다 오래 선물을 받았어. 물론 중학생 되니까 이제 어린이가 아니라서 못 받았지만."
내 대답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현서는 또다시 생각에 잠긴 후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는 엄마아빠한테는 말 안 하고, 산타할아버지한테만 소원 빌어볼 거야."
그 순간, 나와 아내는 이번엔 서로 눈빛을 교환할 필요도 없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그래! 그러면 되겠네!"
이렇게 오늘의 "산타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고양이들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식탁 주위를 어슬렁거렸고, 우리도 식사를 마저 이어갔다.
식사 후 현서가 방에 들어가고 나서, 아내와 나는 설거지를 하며 혹여 누가 들을까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깜짝 놀랐네. 이제 현서가 산타할아버지한테 뭘 원하는지 잘 알아봐야겠어."
"올해가 마지막 크리스마스일지도 모르겠네.... 다 컸다 우리 딸."
예부터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먹는다더니, 오늘의 떡만두국이 우리 딸을 성장시켰나 보다.
이렇게 아이는 자라고, 크리스마스의 마법은 이제 마지막을 바라보고 있다.
아직 9월이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이미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된 것 같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떡만두국 앞에서, 우리 가족은 여느 때처럼 평화로운 식사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빠, 엄마, 올해 초등학교 3학년생인 외동딸 현서. 그리고 덩치 큰 고양이 믹키와 타비는 자기들 밥은 다 먹고 식탁 주변을 서성거렸다.
그러나 이 평화로운 장면은 현서의 한마디에 속절없이 장르가 변해버렸다.
"어제 친구들이 그러던데... 산타할아버지 없어?"
그 말은 마치 예고 없이 떨어진 폭탄처럼 식탁을 강타했다. 떡을 집어 든 젓가락은 "그대로 멈춰라" 주문에 걸린 듯 허공에서 멈춰 섰다.
나는 아내의 눈에서 문자 그대로의 "동공지진"을 관찰할 수 있었다. 나 역시 그랬으리라. 우리는 말 없이 눈빛으로 긴급 소통을 주고받았다. 우리 머리 속 CPU도 풀가동 되어 달아올랐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 왔다. 할 수 있다!
"산타할아버지가 왜 없어? 작년에도 왔다 가셨잖아. 기억 안 나?"
아내도 재빨리 응수했다. "맞아. 올해도 오실 거야. 갖고 싶은 것 소원 빈다고 했잖아, 현서야."
현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다시 의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근데 친구들이 그러는데, 아빠가 산타할아버지라던데?"
"아아... 이 순간이 언젠가 오리라 생각은 했지만, 하필 오늘, 맛 좋은 떡만두국 앞에서라니!"
겉으로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태연한 척 답했다.
"산타할아버지는 믿는 어린이에게만 찾아오시거든. 아빠도 어렸을 때 믿었더니 친구들보다 오래 선물을 받았어. 물론 중학생 되니까 이제 어린이가 아니라서 못 받았지만."
내 대답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현서는 또다시 생각에 잠긴 후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는 엄마아빠한테는 말 안 하고, 산타할아버지한테만 소원 빌어볼 거야."
그 순간, 나와 아내는 이번엔 서로 눈빛을 교환할 필요도 없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그래! 그러면 되겠네!"
이렇게 오늘의 "산타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고양이들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식탁 주위를 어슬렁거렸고, 우리도 식사를 마저 이어갔다.
식사 후 현서가 방에 들어가고 나서, 아내와 나는 설거지를 하며 혹여 누가 들을까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
"깜짝 놀랐네. 이제 현서가 산타할아버지한테 뭘 원하는지 잘 알아봐야겠어."
"올해가 마지막 크리스마스일지도 모르겠네.... 다 컸다 우리 딸."
예부터 떡국을 먹으면 나이를 먹는다더니, 오늘의 떡만두국이 우리 딸을 성장시켰나 보다.
이렇게 아이는 자라고, 크리스마스의 마법은 이제 마지막을 바라보고 있다.
아직 9월이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이미 크리스마스 시즌이 시작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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