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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예 웨스트, 언니네 이발관, 프랭크 오션 잡담.

지난 금요일은 칸예 웨스트의 "리스닝 파티"를 빙자한 근 4년 만의 콘서트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저런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가, 칸예 웨스트의 부인인 비앙카 센소리가 감격하는 것 같은 장면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우리는 때때로, 예술가들의 아픔을 향유합니다. 그러니까, 예술가의 비감, 사건이든 정서는 어떤 변화를 불러옵니다. 그리고, 어떤 예술가들은 그런 감정들로부터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주된 창작의 방식이 그런 슬픔과, 우울 같은 것인 예술가도 있습니다.

칸예 웨스트라는 뮤지션은 그런 점에서 그런 스타일의 예술가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농담삼아, 사고를 칠때마다 좋은 앨범이 나오기도 했었고, 본인의 조울증에 대한 이야기도 꽤 자주 얘기된 뮤지션이니까요.
칸예 웨스트의 공연을 유튜브 라이브로 보고, 오지 않는 잠을 포기하고 유튜브를 떠돌면서 이런 저런 공연 영상과 뮤직비디오를 보다가 이래저래 찾아듣다보니, 한 밴드와 한 솔로 가수에 대한 곡들로 이어지더라구요. 바로, "언니네 이발관"과 "프랭크 오션"이었습니다.

언니네 이발관과 프랭크 오션은 "슬픔"이라는 정서를 공유하는 뮤지션들이면서, 한 쪽은(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 은퇴선언 후 전업 작가로 전향했고, (새로운 곡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긴 했다고 들었습니다만) 다른 쪽은 마지막 앨범이 8년 전인, 사실상 음악 활동이 멈춰버린 뮤지션들입니다. 저는 이 사실이 묘하게.... 양가적인 감정이 들더라구요.

예전에, 그런 얘기를 들었던 거 같습니다. 아마 윤종신씨였던 거 같은데, "더 이상 슬픈 이별 노래를 쓰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였던가요?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는 삶을 살고 있다보니, 본인의 트레이드 마크인 "슬픈 이별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게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던 게 기억이 났습니다. 본인의 감정과 생각과, 본인에게 일어난 일들을 어떤 방식으로 승화시키는 게 예술가들의 작업이라면, 언니네 이발관, 더 정확하게는 프론트맨 이석원과 프랭크 오션이라는 가수는 그 감정과, 생각과, 사건들은 대체로 "비감"에 기반해왔던 예술가들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더 이상 작업을 하지 않는 이 뮤지션들에게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이 사람들이 어쩌면, 아주 어쩌면, 본인의 삶 속에서 그런 슬픔이라는 감정을 떨쳐내는 과정에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어떤 치유의 과정을 겪으면서, 더 이상 표출하지 않기 위해서, 혹은 표출하지 않아도 되기에 음악을 멈춘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아름답고 어두운 뒤틀린 환상"에 대해 노래하고, 누군가는 "우리는 영원히 살 것"이라고 노래하는, 다채롭고 풍성한 음악들이 우리의 삶을 훨씬 풍요롭게 한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 같습니다. 슬픔과 우울을 다루는 예술가도 분명 있고, 또, 어떤 의미로는 다른 사람의 슬픔과 우울을 위로하는, 혹은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역할을 다하는 예술도 분명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어떤 우울과 비감이 사람을 잡아먹는 성격의 것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예술가든, 감상자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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