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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잠과 부유.

요 며칠, 아예 더 긴 기간이라고 해도 무방할 시간 동안, 뭔가 모르게 굉장히 답답하고, 쳐지는 일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이유가 있는 침잠은 아니었고, 그렇기에 저도 뭐 때문에 이렇다는 정의가 힘든 그런 류의 감정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한 번은 해야겠다... 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 기분이 꽤 오래 지속되었습니다만, 이 글을 쓰는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첫째로는, 이 모든 감정과 감각을 언어로 표현하기 참 어려운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이 침잠하는 생각들이 저를 이상하게도 약간은 붕뜨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저는 비유하자면 바다의 한 가운데 있는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수평의 의미가 아니라, 수직의 의미로요. 가라앉는 생각들과 희미하게 보이는 햇빛이 있다면, 그렇다고 바닥에 닿기에는 거리가 먼, 살짝 띄워진 위치에 있는 기분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렇기에, "일상"과 "현실"이라는 단어는 저에게 꽤나 무거운 무게감을 지니는 동시에, 또 기묘한 안도감을 주기도 합니다. 한 끼를 어떻게든 꾸역꾸역 입에 집어 넣는 것, 출근을 위해 하루하루 씻고, 준비하고, 또 돌아와 다음날을 대비하는 건 저에게 굉장히 버거운 일이지만, 일종의 이정표 내지 휩쓸려 내려가지 않기 위한 하나의 얇은 기둥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죠. (정확하게는, 일상을 잠깐이라도 내버려두는 게 두렵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지만요.)

다만, 이런 띄엄띄엄 설치된 몇 개의 얇고 약한 기둥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것들이 휩쓸려 내려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긴 합니다. 노래를 듣는 것, 영화를 보는 것, 책을 읽는 것, 새로운 걸 배우거나, 관심 있는 걸 해보는 것 등등. 이런 것들을 행하는 건 좀 힘겹습니다. 어쩌면, 제가 이 글을 쓰는 게 참 오래 걸린 이유도 거기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특히나, 제가 제 글쓰기 실력에 비해 이런 활동을 꽤 좋아하는 편이라는 걸 감안하면 더더욱이요.

사람은 언제나 모순적이라지만, 지금의 저는 굉장히 독특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가 분명, 지금 일상을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그 일상이 아니었다면 어땠을지 장담하기 힘들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시간이 조금만 더 있다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일상이 저를 그나마 현실에 발 붙이게 하는 것 같거든요. 침잠과 부유의 중간 쯤에서 완전히 가라앉지도, 완전히 뜨지도 않는 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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