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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K스틸 당진 이전, 노인과 바다 부산


YK스틸은 1958년 시작된 연매출 8천억원 대의 부산 향토기업입니다. 직원은 대략 400여명 가량, 협력업체 수는 기사에 따라 다른데 100~450여곳 정도인듯 합니다.

이런 기업이 부산에서 당진으로 본사와 공장 모두를 이전합니다.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근처에 들어선 아파트 때문입니다.

2010년대 LH가 YK스틸 공장 거의 바로 앞을 택지개발지구로 조성하고 3천여 세대 아파트 개발 계획을 세웠습니다.

공장 바로 앞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분진, 소음 등 온갖 민원에 시달릴 게 분명하죠. 그래서 진귀하게도 회사와 노조가 합심해서 반대 집회를 열기까지 했습니다. 아파트 들어서면 민원 때문에 공장 운영 힘들어질 거라고요.

그렇지만 2014년 부산시는 LH의 계획을 승인해서 그대로 개발이 진행됩니다.

당연하지만 아파트가 들어선 이후엔 매년 집단민원에 시달리다가 결국 2019년 말, YK스틸은 당진으로 2024년 말까지 회사를 이전하기로 결정합니다. 다만 전력망 문제로 시기는 27년으로 미뤄지긴 했습니다. 참고로 부산시는 민원 때문에 공장 이전을 "권유"했다고 하네요.

안그래도 일자리 없어서 청년층 다 떠난다, 도시에 노인밖에 없다, 지방소멸 소리 듣는 부산시인데 유치는 못할망정 적극행정을 통해 멀쩡한 기업을 쫓아내는 기염을 토하는군요.

최근 이 사안이 알려져 논란이 커지자 부산시에서는 "원스톱기업지원단"을 신설해서 기업 애로사항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좀 여러 생각이 듭니다. 2014년이면 불과 10년 전이지만 지금과는 전혀 다르게 지역소멸, 일자리 부족 같은 이야기가 그다지 부각되지 않던 시기였죠. 그래서 지금 느끼는 것과는 다르게 이런 "사소한" 문제 따위는 무시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게 10년만에 강산이 변해 치명타로 다가오는 모양새고요.

사실 부산시 도시계획 자체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무질서하게 빈땅 있으면 일단 아파트 올리고 보는 것 이외에 뭘 하는지. 엑스포도 망했으니 이제 남은 건 가덕도 신공항 올인?

정치적으로도 사실 지역 이슈든 지역 정치든 소외돼 있죠. 서울시, 넓게 쳐서 경기도 정도 빼면 지역정치가 이슈가 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요. 이번 부산 시장인 박형준도 저기 위에서 꽂힌 사람이고. 시장, 도지사직이란 뭘까요. 중앙 정계 진출 위한 발판? 능력 이전에 지역을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이나 의지가 있긴 할까요.



동남권 출신으로서 지역에 애착이 강하고 잘됐으면 좋겠습니다만 마음이 부러진지는 좀 됐습니다. 다들 너무 안일하게 구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요. 진짜 망할 거라는 절박함이 부족하달까. 다 내려놓고 뭐든지 해야하는데 쓸데없이 자존심만 세우거나 별 생각이 없거나.

어쩌면 부산이 "정상화"되고 있는지도 모르죠. 그 산투성이, 그나마 있는 평지도 연약지반인 동네에 달동네, 아파트 때려짓고 인구 350만 찍은 게 비정상이었을지도요.

저도 이래저래 외지로 나와있는 입장이라 씁쓸하네요. 제 인생 커리어 상 다시 돌아갈 일도 없어보인다는 점에서 더더욱. 저의 고향은 그냥 제 가슴 속에나 묻어두렵니다. 원래 뭐든 끝이 있기 마련이니.

대략 1, 20년 이내로 인구수로도 인천한테 따일 게 확실한데 그때까지 우리가 뭘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개인적으로 애도나 하고 있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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