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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학습만화 연대기 - 국민/초등학교 -

국민학생이 되고 나서 본격적으로 만화를 보게 됩니다. 만화를 직접 그리는 것도 해볼까? 했었는데 아쉽게도 제 재능이 그정도는 아니었고 즐기는 정도로 만족하고 살면서 지금에 이르렀네요. 초등학교 때 본 학습만화라고 하면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임팩트 있게 기억나는 물건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교과서 만화(글수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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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과서 교과과정을 그냥 통째로 만화로 집어넣은 학습만화 그 자체. 한국만화의 역사라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90년대 초반 학습만화계에서 활동하던 작가들의 올스타 프로젝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이름은 기억이 안나는데 책 표지에 "글수레 편집부 지음" 혹은 "OOO 외" 하고 끝내버렸기 때문이지요. 아마 실제 책에는 단서가 좀 있겠지만 가끔 궁금해서 웹서핑하는 정도로는 이 때 참여했던 분들의 정보가 너무 적네요.

이 작가 저 작가 달달 모아 만든 책인 만큼 구성도 연출도 제각각입니다. 자주 참여했던 기억나는 작가라면 역시 무자비한 앞이빨을 자랑하던 서영수 작가님이 있겠네요. 이 분 선도 날렵하고 스타일리쉬합니다. 교과서만화 그림작가 중에 여자 캐릭터 이쁘기는 단연코 1타였죠. 국민학생때는 서영수. 초등학생 중학생때는 한결.

# 그려보자,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퀴즈탐험 한국의 역사 (진선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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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진선출판사는 다른 학습만화 출판사들, 이를테면 지경사나 예림당, 계몽사, 위에 언급한 글수레 같은 곳과 궤가 다른 기획들이 많았습니다. 다양한 주제로 대백과스러운 시리즈를 만든 학습만화는 굳이 새로운 걸 볼 만한 기획이 거의 없이 복붙이었고, 명작을 만화책의 형식을 빌린 책들은 재미가 없었습니다. 솔직히 이 때 삼국지라던가 하면서 기획된 책들은 아동용 입문서로서는 충실한 건 맞지만, 그 책만의 무언가가 대단히 부족했던 것 같아요. 거기서 유니크함을 유지한 출판사라면 첫째는 진선, 둘째는 대교.

진선출판사의 학습만화 라인업에서 김충원을 빼놓을 수 없죠. 김충원이 있기에 그려보자 시리즈나 만들어보자 시리즈를 통해 미술 작법서라는 영역에서 독보적 지위를 가질 수 있었고, 다른 학습만화와는 다른 진선출판사만의 세련된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었겠죠. 퀴즈탐험 시리즈에서 김충원이 보여준 그림은 초등학생이 봐도 레벨이 다르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미니멀리즘과 리얼리즘을 마구 넘나드는 실력은 지금 봐도 대단하기 짝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야 그렇다 치고 한국의 역사에서 그린 기름이 참 충격적이었네요.

# 천재는 낙제생 / 천재는 사고뭉치 / 천재는 역시 천재(진선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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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출판사 또 하나의 역작. 위인의 학창시절을 집중 조명한 기획도 좋고 그 기획 덕에 인물당 배정된 분량이 적어지면서 다양한 인물들과의 접점을 늘린 것도 이 시리즈의 장점이지요. 솔직히 초등학생이 조지 거시윈이나 토마스 만 하인리히 만 이런 사람 알기 어려운데 말입죠. 학습만화가 심의섭의 데뷔작 아닐까 싶은데 자료가 없네요. 90년대 중후반에 방송 삽화에도 자주 참여했었죠.

# 사랑의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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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초상화라는 이야기가 있지요. 사랑의 학교 애니메이션판에서 도저히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입니다. 그 애니메이션이 책이 있다고 해서 본 책입니다. 일본 극화체의 파쿠리라는 것만 빼면 이원복 교수님도 그림 참 잘그립니다. 다만 만화책 사랑의 학교는 어찌되었건 90년대에 읽기엔 에피소드들이 조금 낡았던 게 사실.

# 만화로 보는 자본주의 공산주의 (동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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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만화가 이원복의 힘. 저런 깊은 내용을 초등학생도 제법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학습만화가" 이원복이 어떤 내공을 가지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물론 세간에서는 송병락과 만나면서 이원복 흑화가 시작된 근원이라고 하긴 하는데... 이 작품은 흑화한 이원복 특유의 냉소와 균형감각 상실과는 거리가 멀긴 합니다. 진짜배기는 이후에 나온 현대문명진단이랑 부자국민 일등경제죠.
아무튼 이 만화는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스치듯 소개한 내용을 경제학적 관점이긴 하지만 좀 더 자세하게 풀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에게 굉장히 무거운 책인 건 분명합니다만 완독하고 나면 잡다한 지식이 가득 차게 되지요. 거기에 줄기를 잡고 뻗어나가는 것은 나중 이야기.
# 따개비 한문숙어 (민서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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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왔다 90년대 반공서적(...). 한자성어를 익히는 효과를 노린 만화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사실 한자성어는 "고사" 가 핵심인데 따개비 한문숙어는 물론이요 대부분의 한자성어 만화책은 "고사" 가 누락이죠. 오히려 이 만화는 그 시절 일반 서민들 생활상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데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 시절 유행하던 노래나 배우, 스포츠 스타 등을 변형도 거의 하지 않고 그대로 노출시키는 만화인데다 신문연재 기반이다 보니 학습만화라기보다는 만평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지요. 거기에 작가의 반북적 성향도 숨길 기세가 전혀 없는 걸로 유명합니다. 북한이 비정상인거야 두말할 필요가 없고 시대도 옛날이고 작가 본인이 실향민인 것도 있겠지요. 그 시대에도 명랑만화에서는 그런 이야기 잘 안하던데 따개비나 코망쇠형제 모두 전혀 주저함이 없습니다.

# 너는 알고 있니? 사춘기의 비밀(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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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만화에 절대 빠질수 없는 출판사 능인이 여기에 처음 등장합니다. 이 만화를 그린 이복영씨는 다른 학습만화도 많이 그렸는데, 순정만화스러운 그림체를 활용해서 사춘기시기 소녀감성에 맞춘 학습만화를 많이 구상하고 작업했습니다.

소녀들의 성교육만화이기도 하고 옛날만화이기도 해서 요즘 보면 이게 맞나? 싶은 내용도 좀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 참 예쁘죠. 20세 여자 알몸 그려놓고 여성으로서 가장 아름답고 매력적인 시기라고 써놓은 문구와 삽화가 어우러진 그 묘한 분위기. 모르긴 몰라도 대충은 알았던 그 시기. 초등학교시절 프린세스 메이커 다음으로 여자 몸 구경을 많이 시켜준 매체입니다.
# 만화로 보는 우리고전/세계고전(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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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학습만화가들도 세대교체가 좀 됩니다. 서영수로 대표되는 교과서만화 열풍이 좀 죽은 대신 학교 도서관을 휩쓴 대표적인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학습만화가라면 역시 박종관과 한결이지요. 박종관이 정통 역사 학습만화의 궤를 잇는 작가라면 한결은 소년만화식 미소녀 작법에 거침없이 개그를 집어넣는 스타일. 이후 작품들만 봐도 박종관의 대표작은 만화로 보는 조선왕조실록일 테고 한결은 곱빼기삼국지(...). 거기다 한결은 만화적 각색이 좀 지나친 감이 없잖아 있었죠.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 최고의 작품은 이춘풍전 꼽습니다. 짧은 판소리계 작품이라 스토리 편집도 거의 없고 특유의 유쾌한 스토리가 김이철 작가의 올망졸망한 그림과 매우 잘 어울립니다.
추천86 비추천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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